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원재훈 지음 / 가갸날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이자 소설가 원재훈의 장편소설(掌篇小說)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를 읽었습니다. 엽편소설(葉篇小說)이라고도 하는 장편소설(掌篇小說)200자 원고지 30매 내외로 단편보다 짧은 소설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인생의 한순간적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적절히 묘사한 소설로서, 사건의 전복적 결말이나 대화의 운행이 매우 지적이고 기지에 차 있어 놀라운 효과를 유발한다. 이야기의 갈등이 절정에 이르자마자 급전하여 결말에 이르는 수법도 간결한 처리로 이루어진다.”라고 장편소설의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후기의 첫 머리에 가끔, 나는 손바닥에 글자들을 쓴다라고 적었습니다. 장편소설(掌篇小說)이라는 글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설에 담고자 하는 주제를 손바닥에 적어두는 버릇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짧은 내용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해서 담았지만 의미전달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두 40편의 이야기가 태엽감는 쥐’, ‘소원을 들어주는 집’, ‘고양이 상처등의 소제목으로 묶여있습니다. 첫작품 태엽감는 쥐부터 허를 찌르는 내용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희인(喜引, parody)한 작품을 그것도 하록기(河錄基)라는 필명으로 발표하여 대박을 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하록기와 대담에 나선 하루키가 이야기하는 그 비밀을 어떻게 알았소?”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표제작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역시 허를 찌르는 내용입니다. 개들 세상에서 개들이 사람을 애완동물로 키운다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 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내용 그대로를 담았습니다. 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국의 늙은이여, 대동단결하라’, 역시 젊은이와 늙은이가 반목하는 작금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그런 내용으로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대목입니다. “생각해보라. 젊은이들이 의지하는 것은 늙은이들의 사상이었고, 지혜였으며, 경험이었다. 늙은이는 거인이었으며, 젊은이는 거인의 등에 올라타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 거인은 쓰러져 버렸다. 오호, 통재라.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32)”


벌레를 보고 놀라는 소녀처럼, 인생의 어느 날 번개가 떨어진 것처럼,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35)”라는 나만 생각해야겠다를 여는 첫 문장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쑤시개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한 대목도 새겨둘만 합니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한 시인의 이야기를 하다가 참 다정하고 착했던그가 보고 싶다면서 그런데 말이요그에게 갈 길이 없네. 갈 길이 없어.” 이어서 작가는 누군가에게 갈 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47)라고 말합니다.


마법사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사람들이 표정을 잃어버렸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들 힘들고 지친 표정이다. 자신의 진짜 얼굴 대신에 가면을 쓰고 있다.’라고 운을 뗀 주인공은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기만 한다는 그것을 이루게 해주는 마법사임을 밝힙니다. 나아가 아예 소원을 들어주는 집이라는 소제목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상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마법을 부리기도 합니다. 결국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변해버린 세태를 고발하는 그런 내용보다는 변한 세상에서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그러 이야기들로 채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멋대로 해석한 것을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와 철학 - 인간을 재설계하다
로베르토 만조코 지음, 유용석.김동환 옮김 /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읽은 닐 올리버의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https://blog.naver.com/neuro412/223150796339>에서 최근에 대두된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마침 도서관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와 철학>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초인본주의)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정신적, 육제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문화적 운동이라고 정의합니다. 장애, 고통, 질병, 노화, 죽음 등 인간의 삶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생명과학과 새로이 개발되는 기술들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1957년부터 등장한 용어이며 1980년대 들어 미국의 미래학자들에 의하여 조작적 정의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가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 변형될 것으로 예견하면서 이런 존재를 포스트휴먼(posthumanism, 탈인본주의)이라고 합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을 나타내는 기호는 >H를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H+로 표기합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와 철학>은 이탈리아의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로베르코 만조코가 썼습니다. 저자는 수메르제국의 우르크 지방에서 전해오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인용하여 인간이 불멸을 꿈꾸었음을 상시시킵니다. 그리하여 초인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합니다. 저자가 서문에 요약한 이 책의 얼개를 옮깁니다.


1장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의 선도자를 다루고, 2장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 운동 자체와 주요 사상, 주요 대표자, 단체 등을 다룬다. 3장에서는 가능한 오래 살려는, 어쩌면 영원히 살려는 시도라는 특정한 트랜스휴머니즘의 주제에 집중한다. 4장에서는 크라이오닉스(cryonics; 냉동보존술)라는 트랜스휴머니즘 플랜 B’를 다룬다. 이는 불멸이라는 플랜 A가 실패할 때 좋은 대안이 된다. 5장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의 또 다른 기둥인 나노기술(nanotechnology)을 분석하고, 6장에서는 개인, 기업, 조직이 시도하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몸을 증강하는 실제 연구를 다룬다. 7장에서는 인간의 뇌 냅주와 기계와 인터페이스 가능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로 뇌를 수정하고 인간의 생물학적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더불러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도 고려한다. 8장에서는 낙원 공학(paradise Engineering)’의 개념을 살펴보고, 9장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트랜스휴머니즘 개념인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dingularity)과 그 결과를 폭넓게 다룬다. 10장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종교 사이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관계와 트랜스휴머니즘이 신 같은 상태로 승천하려는 열망을 살펴본다.(26)”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길가메시 서사시로부터 공상과학소설과 다양한 영역에서의 신기술 등을 광범위하게 인용하여 트랜스휴머니즘이 전해 새로운 개념이 아닌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대두한 경향에 근본을 세우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으나,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을 무리하게 엮어서 트랜스휴머니즘의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다소 무리해 보이는 시도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트랜스휴머니스트 가운데는 저명한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만, 과학자들 가운데서도 창조론을 믿는 종교인도 있고, 심지어는 근거가 분명치 않은 것들을 믿은 과학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미래의 생물학자가 실제로 어떻게 인간의 몸을 합성할지는 몰라도, 표도로프는 인간의 창의적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53)” 하지만 인간의 정체성을 뿌리에서부터 흔드는 실험은 허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한 불멸이 꼭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영생이 가능하다는 이들의 주장은 허구이 가능성이 높고, 실제 가능한 상황이 도래한다고 하덯도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992년에 일어난 개신교 선교회에서 주장했던 휴거가 결국은 허황된 주장이었던 사건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이끌려 골라든 책입니다. 현학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생명현상이 종료된 죽음이 잠자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러한 죽음을 깨운다는 것도 묘합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Wisdom of the ancients>입니다. <고대인의 지혜>로 옮길 수 있겠습니다.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이라는 부제가 제목의 뜻을 가늠케 합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의 저자 닐 올리버는 고고학자이며 역사가입니다. 더하여 영국 BBC에서 20여 년 동안 교양편성의 각본을 쓰고 진행을 맡아온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 곳곳의 고고학적 유물과 유적들을 돌아보며 고대인들의 삶과 생각들을 유추해냈습니다. 고대인의 지혜랄 수도 있고, 정체성이랄 수도 있는 가족, 지구, , 세입자들, 기억, 공존, 나아가기, 영웅, 이야기, 상실, 사랑 그리고 죽음 등을 주제로 각각 세 꼭지의 글을 써서 모두 36꼭지의 글로 정리해냈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며의 모두에 이 책을 쓴 이유를 설명합니다. “나는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썼다. 우리의 짧은 생 안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 줌의 지혜와 희망을 얻기 위해, 나는 선조들의 세계를 되짚어보기로 했다.(18)”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여기에 내가 호주머니에 넣어 가져온 한 줌의 씨앗이 있다. 중요하고 값진 것들이 으레 그렇듯 대부분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 기억이란 무엇이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한정된 시간을 사는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풀어보려 한다.(27)”


역시 고고학을 전공한 경희대학교 사학과의 강인봉 교수가 쓴 추천의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유물은 옛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새겨진 조각이다. 고고학자는 그 조각을 통해 역사와 인간을 탐구한다.(8)” 저자는 현생인류가 남긴 유물은 물론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을 거슬러 호모 하빌리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등 고인류의 자취에 이르는 광범위한 고고학적 성과를 찾아 인류의 지혜가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고고학적 성과들의 현장들 가운데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에 있는 올두바이협곡, 터키의 아나톨리아 고원에 있다는 차탈 후유크, 영국에 있는 스톤헨지, 마야와 잉카의 유적 등 한번쯤 찾아가보았거나 자료를 검토해본 곳도 있지만 전혀 생소한 장소도 적지 않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며긴 시간동안 전해 내려온 이야기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들이 담겨 있다.(23)”이라고 적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추구하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하여 레이 커즈와일이 <마음의 탄생>에서 시간이 흘러도 지속되는 물질과 에너지의 패턴(146)’이라고한 설명을 인용하면서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기억으로 귀결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의 원동력은 바로 기억인 셈입니다. 그 기억은 의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기억이란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에 맞서는 우리의 저항이다(197)”라고도 했습니다.


결국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기억으로 귀결되는 셈인데, 그래서인지 기억에 관한 글을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기억이란 눕고 싶은 곳에 누워버리는 개와 같다.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의 소설 <의식>에 나오는 글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인데 읽어볼 책의 목록에 올려둔 것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던 또 하나의 화두 기억을 더욱 천착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 소더비 경매에서 찾은 11편의 책과 고문서 이야기
김유석 지음 / 틈새책방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에 관한 이야기도 역시 좋아합니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을 읽게 된 이유입니다. 소더비(Sotheby’s)는 크리스티(Christie’s)와 함께 세계적인 경매회사입니다. 경매는 물건을 매매하는 방식의 하나로 판매하는 쪽이 물품의 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고, 구매희망자(입찰자) 들이 구입을 희망하는 가격을 적어내면 그 가운데 최고가를 적은 입찰자에게 판매(낙찰)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가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 아니라 소더비가 경매를 맡아 진행했던 책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이야기 거리를 정리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소더비 경매에서 찾은 11편의 책과 고문서 이야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담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소더비가 주인을 찾아준 책들> 정로라고 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는 편이 좋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하나 더 짚어보면 이 책에서 다룬 11건의 경매 가운데 책이라고 볼만한 건은 나폴레옹 황제의 소장도서, 단테의 <신곡>,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랑스의 여왕이 될 뻔 했던 여인의 <잔 드 나바르 기도서>, 조세프 글로버가 편찬한 <시편>, 구텐베르크가 처음 인쇄한 <성경>, 6 건 정도이며, 나머지들응 채이라고 보기보다는 문서형식으로 남아있다고 힙니다.


소도비나 크리스트 등 세계적으로 유수한 경매회사들은 주로 예술작품을 경매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더비의 경우는 런던에서 고서적과 골동품을 다루는 작은 책방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744년에 경매 사업을 시작했고, 1913년 그림을 경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소더비는 그림을 비롯한 예술품을, 클스티는 보석류의 경매에 강점을 보인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가 경매를 담당했던 유명한 책과 문서들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편집을 했습니다. 1부 희소성이라는 이름, 2부 산에게 바치다, 3부 세상을 바꾸다 등으로 구분하여 모두 11건의 책과 문서들을 제대로 분리하여 우리말로 옮기고 연관된 다양한 사실들을 영화, 대담 등을 인용하면서 이해가 엇갈리지 않게 단도리를 해두었습니다.


11건의 물품들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내용은 단테의 <신곡>이었습니다. “언제나 잔혹한 죽음이여, 연민의 으뜸가는 적이여, 슬픔을 낳은 어머니여, 항소할 수 없는 무자비한 심판관이여!”라는 단테의 시귀가 눈길을 끌었던 것보다. 보티첼리가 삽화를 그렸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11꼭지의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서 관련된 사항들에 대하여 다양한 사진자료를 인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본문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경매는 보통사람들하고는 거리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누구나 쉽게 참가하여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소더비는 경매장이자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갤러리라는 것입니다. 여느 갤러리나 박물관처럼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직접 찾아가본 소더비의 풍경을 이렇게 기록해놓았습니다. “유명 미술품을 경매하는, 상류층과 부자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했던 소더비는 사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소더비 안의 갤러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경매가 열리는 곳을 참관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곳은 상류층이 인류의 보물을 두고 비밀 경매를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가치 척도에 따라 물건들을 거래하는 장터였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김유석 지음

352

2-23130

틈새책방 펴냄만한 사건들이 있어 소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호국의 달 6월의 마지막에 읽은 책입니다. 6.25 동란이 발발하기 전에 한국을 다녀갔고, 전쟁이 시작되자 서울로 달려와 전쟁의 참상을 지켜보았고,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을 지킨 유일한 여성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의 전기입니다.


마거리트의 부모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파리에서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아일랜드계인 아버지 로런스 대니얼 히긴스는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에 다니다가 참전하여 파리로 가게 되었고, 프랑스인 어머니 마르게리트 드 고다르도 리옹을 떠나 파리로 향했습니다. 두 사람은 독일군의 포격을 피해 지하철역으로 대피했을 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두 사람에 홍콩으로 이주해 살던 192093일 마거리트가 태어났습니다.


마거리트가 정규교육을 받을 무렵 가족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오클랜드의 새벗 코트에 자리잡았습니다. 마거리트 역시 아버지가 다녔던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분교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에서는 대학신문 <데일리 캘리포니언>의 기자로 활동했던 것은 마거리트의 경쟁적인 성격도 일조했다고 합니다. 1941년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간 마거리트는 신문사에서 일자리를 구해 궁극적으로는 해외특파원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결국 지난한 과정을 통하여 여자는 뽑지 않는다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도시담당 부장 엥겔킹의 원칙을 무너트리고 컬럼비아대학교 출입기자가 되었습니다. 남성우월주의가 지배하던 언론계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마거리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깔끔한 기사 작성 능력이었고 미모가 한 몫을 해주었습니다.


도시담당보도국에서 기량을 연마하던 마거리트는 런던을 거쳐 파리로 이동하여 전쟁터를 누비게 되었습니다. 종전이 되고는 베를린에서 활동하다가 19504월 도쿄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도쿄에 도착하고 일주일 뒤에는 530일 총선을 치르는 한국을 취재하기 위하여 서울을 방문하게 됩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임의대로 분단되었던 독일처럼 기사가 될 잠재력이 있음을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그녀의 첫 번째 기사는 기자, 한국을 갈라놓은 국경으로 가다 / 빨갱이들이 말과 포탄으로 싸우는 현장을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625일 북한이 남침해오자 곧바로 김포공항에 내려 서울로 향했습니다. 한강다리가 폭파되는 바람에 겨우 배를 얻어 타고 도강을 한 뒤에는 수원에서 수송기를 타고 동경으로 가 기사를 송고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수원비행장에 돌아온 마거리트는 맥아더 장군과 조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 만남에서 리빙스턴 박사님 아니십니까?’라고 했다는 스탠리 경의 고사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전선을 누비는 그녀는 많은 미군 장사병들의 의식을 바꾸어놓았다고 합니다. 여자 앞에서 겁먹고 바보 같아 보일까봐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존재만으로도 충격이었지만 아주 매력적이고 호감이 가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그녀에게 존경심을 품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가면서 그녀는 전쟁의 영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최전선을 찾았다가 북한군의 기습으로 포위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전쟁터에 와서 처음으로 탈출할 방도가 없다는 냉정하고도 끔찍한 확신이 갑작스레 엄습했다. 내 반응은 진부했다. 목전에 닥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닷없이 깨닫게 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는 마침내 이 일이 내게 벌어지는구나 하는 단순한 놀라움만을 느꼈을 뿐이다. 그러다가 점차 마음이 단단해졌고 비교적 침착해졌다. 나는 걱정을 멈추다. 그러자 이가 딱딱거리며 부딪는 것이 멈추었고, 손도 더 떨리지 않았다.(250)”


그녀는 인천상륙작전에서도 현장을 지켜 상륙부대와 함께 상륙하여 전투현장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929일 서울수복을 알리는 행사에도 참석하였습니다. 여성기자가 전쟁터를 누빈다는 것을 벽안시하던 편견을 깬 그녀는 한국이라는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고 그녀의 동료 키스 비치는 말했습니다. 그녀의 뛰어난 현장취재의 감각은 여성기자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의 수상으로 빛이 났습니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져들 무렵 그녀는 6개월의 긴 휴가를 받아 고향에 갔고 한국전쟁을 다룬 <자유를 위한 희생>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녀가 지켜본 6.25동란 당시의 상황은 어땠는지 그녀가 쓴 책을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