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아르테 미스터리 17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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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신예작가 T.M. 로건의 두 번째 추리소설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직장내, 성폭력을 주제로 한 소설입니다.


퀸 앤 대학에서 계약직 강사로 일하고 있는 세라 헤이우드 박사는 지난 해 정규직 교수 임용에서 탈락했고 임용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세라의 상사인 앨런 러브록 교수는 세라의 약점을 쥐고 끈질지게 유혹해왔습니다. 아니 이번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관계를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러브록 교수와 함께 일하는 여성들은 항상 함께 뭉쳐 다닐 것이라는 규칙을 만들어 공유할 정도로 대응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장내 성희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이야기합니다. 이야기가 시작할 무렵 회식이 끝났을 때 러브록교수가 세라와 둘이서만 택시를 타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러브록교수의 유혹을 받는 세라가 고민하는 대응방안은, 1. 기사에게 말해서 택시에서 당장 내린다, 2. 적정거리를 유지해달라고 러브록교수에서 요구한다, 3. 상황을 감내한 다음에 대학 인사부에 고발한다, 4. ‘빌어먹을 그 손을 당장 치구고 꺼져버리라고,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내 눈에 띌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라는 다섯 번째 방안을 생각해냈습니다.


러브록교수의 요구를 거절해온 세라는 결국 금년에도 임용되지 못할 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에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예술 쪽의 일을 하는 남편은 최근에 만난 여성과 함께 집을 나간 상황으로 이야기에서 완전히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세라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여자아이와 함께 서있는 남자가 폭행을 당하고 아이가 달아나는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지나가는 젊은 청년은 사태를 보고도 모른 첫 지나칩니다. 결국 세라는 자신의 차로 폭행을 하는 험상궂은 남자들에 부딪치고 그 사이에 여자아이는 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누군가의 불행한 일에 끼어들지 않으려는 무간섭주의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만, 자신이 불행한 일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누구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면 사정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든 세라의 무모한 선행(?)은 보상을 받게 됩니다. 여자아이의 아버지 볼코프가 세라의 선행에 보답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보답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누구든 원하는 사람 한 명을 없애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안에 대한 답은 72시간 이내에 들어야 하며 제안과 관련해서는 누구에게도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라는 결국 앨런 러브록교수로부터 위협에 가까운 요구를 듣는 순간 이성을 잃고 볼코프에게 전화하여 러브록교수의 이름을 전합니다. 그리고는 러브록교수가 행방불명이 되고 세라는 자신 때문에 실종된 것으로 믿고 불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볼코프의 작전이 면밀하지 않았던 탓에 앨런은 살아서 돌아오고 더하여 세라로 인하여 자신이 납치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입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러브록교수의 협박에 직면한 세라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하여 선택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세라는 결국 아버지 그리고 친구 로라와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합니다. 세라의 아버지는 세 가지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1. 그만 손 떼고 도망가는 것, 다른 도시로 가서 다른 분야에서 새출발한다는 것입니다. 2. 제도의 힘을 믿고 대학에 정식으로 고발하는 것. 세 번째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세 번째 대응방안이 이 이야기의 절정을 이룹니다. 그리고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실행과정에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손발을 잘 맞춘 덕분입니다. 어떤 방안이었는지는 책을 읽어보시면 저처럼 깜짝 놀라시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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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 갇힌 여인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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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다보니 마르셀 주변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합니다. 마르셀은 스완의 죽음이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적었습니다. 오데트와 스완의 사랑 이야기가 이 책의 초반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한 만큼 스완은 마르셀의 삶에서 중요한 배역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완의라는 표현은 소유격을 떠나서 운명이 스완을 위해 특별히 보낸 죽음을 뜻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죽음에 대한 프루스트의 생각이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속력으로 모든 방향에서 달려오는 죽음, 이런저런 사람을 향해 운명이 보낸 능동적인 죽음,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볼 수 있는 감각이 없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죽음이 예측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완이 신장암으로 사망한 듯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이런 죽음은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이를테면 스완 같은 사람의 옆구리에 암덩어리를 심어놓고는 다른 곳으로 작업하러 떠났다가, 외과의사가 수술을 마치고 나면 다시 암 덩어리를 심기 위해 돌아온다.(11)” 프루스트 시절 만해도 수술이 암의 유일한 치료법이었을 터인데 초기단계를 지난 암은 수술로 제거한다고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암시하는 표현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갇힌 여인2부입니다. 알베르틴과 함께 보낸 시간들 가운데 그녀가 자신과 함께 살면서도 다른 여성과 성애를 즐기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이 커져가는 시간을 기록하였습니다. 물론 이야기 전반에 등장하는 살롱에서의 이야깃거리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는 샤를뤼스의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갇힌 여인에 앞서 소돔과 고모라에서 다루었던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와 연결하려는 뜻으로 보였습니다.


알베르틴의 의심스러운 행적으로 괴로워하던 마르셀은 결국 이별을 통보합니다. 사랑이 식었을 때 이별을 통보하는 것도 어려운 법입니다. 마르셀은 대놓고 말했군요. “당신도 알다시피, 이곳에서 보내는 삶이 당신을 따분하게 하고 있으니 헤어지는 편이 나아요. 또 가장 멋진 이별을 가능한 빨리 이루어지는 법이니, 내가 느낄 그 커다란 슬픔을 단축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밤 작별 인사를 하고 내일 아침 나를 만날 필요도 없이 내가 자는 동안 그냥 떠나 주었으면 좋겠어요.(262)”


분명해서 좋기는 하지만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알베르틴의 행적을 뒤쫓으면서 알베르틴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던 마르셀이 선수를 친 셈이 됐습니다. ‘갇힌 여인의 끝부분에서 알베르틴은 마르셀의 말에 따라 집을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갇힌 여인의 화두는 질투입니다. 질투는 사랑하는 감정의 극단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하는데서 시작되는 경우에는 진실을 왜곡하는 까닭에 비극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갇힌 여인에서 고조되었던 알베르틴과의 갈등은 알베르틴의 사랑을 자신만이 소유할 수 없고 그것이 여성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와 알베르틴의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마르셀이 알베르틴에게 이별을 통보하였던 것은 사랑의 극단적인 표현은 아니었을까요? 알베르틴은 마르셀의 이별통보가 진심에서 나온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마르셀의 곁을 순순히 떠났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사단은 알베르틴의 모호한 행적에서 출발한 것이고 보면, 알베르틴 역시 진심을 다해서 마르셀을 사랑한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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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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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기시감이 느껴져서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책읽기였습니다. 기시감이 느껴졌던 것은 엘러스테어 보네트의 <장소의 재발견>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독특한 모습의 다양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죽은 도시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내용에 대한 기억이 남아서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읽어본 책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평론가이자 작가, 여행작가라고 해도 될 것 같은, 트래비스 엘버러가 쓴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 37개를 소개합니다. 사실을 사라진 장소의 경우는 재발견되었기 때문에 사라진 장소라 하기에는 찜찜한 무엇이 남습니다. 여기 소개된 장소와 비슷한 운명을 맞은 장소도 적지 않을 터이니 작가가 이들 장소를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페트라, 알렉산드리아, 다뉴브강, 사해, 글레이셔국립공원, 베네치아 등 가본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 듣는 장소입니다. 아마도 작가의 발길은 남들과는 다른 무엇을 찾아내는데 열심인 듯합니다.


동양의 아틀란티스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의 스청은 1959년 수력발전을 위한 댐을 건설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 첸다오후가 생기면서 수몰된 도시입니다. 당나라때 건설되었고 전성기에 면적이 0.5에 달했던 도시가 고스란히 물에 잠겼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2001년에 잠수부들이 호수를 탐사하던 중에 잘 보존된 도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빈발하는 기상이변 가운데 심한 가뭄이 있습니다. 가뭄이 이어지다보면 강과 호수가 마르고 그 결과 물밑에 숨겨졌던 것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야기 대상이 된 장소에 관한 사실을 샅샅이 찾아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소의 흥망성쇠를 모두 이야기해줍니다. 다양한 사진자료도 넉넉하게 준비하였구요. 이런 느낌은 제가 가보았던 장소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가보았던 요르단의 페트라의 경우는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도시를 건설한 나바테아 사람들에 대하여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의 경우는 고대 도시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꾸준하게 발전해온 도시인데도 고대도시로 분류한 것은 파로스 등대나 도서관과 같은 전성기의 화려한 유물이 사라졌다는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발견된 도시로 앙코르와트가 빠진 것은 섭섭한 느낌입니다.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는 인더스문명의 유적인데, 언젠가는 가보려는 장소이기도 해서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히타이트 제국의 유적인 투르키에의 하투샤는 터키 일주 관광상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잊힌 땅으로 분류된 장소들은 대부분 쉽게 찾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그라지는 곳이나 위협받는 세계로 분류된 장소들은 다양한 이유로 현재의 모습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장소들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법이니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뉴브 강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나이든 하인리히 하이네가 젊은 카를 마르크스에서 주었다는 충고와 작가의 생각을 되씹어 봅니다. 하이네가 강이 물과 다른 점은 기억과 과거,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이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한 작가는 다뉴브강은 기억과 역사를 품고 있다. 다만 이 강이 건강한 미래까지 품을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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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결정적 세계사 - 제2차 세계대전부터 21세기까지, 지정학으로 본 국제정치사 한빛비즈 교양툰 24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토미 그림, 이수진 옮김, 김준형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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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병원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지내면서 책을 별로 읽지 못했습니다. 마침 출판계약한 원고를 다듬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퇴근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철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출퇴근을 다시 하면서 첫 번째로 읽은 만화책입니다. 프랑스의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가 원고를 쓰고, 정치학을 공부한 만화가 토미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가는 좋은 그림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낫다는 말로 서문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유나 지식은 오로지 진정한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여기던 일부 지식인의 교만을 이해하지 못했었다라고 이어지는 대목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파리8대학 유럽학연구소에서 국제관계와 지정학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이기 이전에 나는 교사이므로, 나의 최우선 임무는 지식을 전달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작가는 좋은 그림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낫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의 움직임을 만화로 설명해보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합니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토니라는 좋은 만화가를 만나면서 드디어 생각한 바를 실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부터 21세기까지, 지정학적으로 본 국제정치사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세계사는 시기를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국제정세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다루었습니다.


세계의 주요 도시가 하루 생활권으로 좁혀지고 있는 지금은 세계를 움직이는 사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의 세계사는 지역의 역사를 모아놓으면 되었지만, 현대의 세계사는 각각의 지역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역사를 만들어 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는 그런 까닭에 세계의 각 지역을 대륙별로 혹은 보다 세분하여 역사적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습니다. 국제정세를 논하는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자기나라에 유리하도록 기술하는 느낌이 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스칼 보니파스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제정세를 살펴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가 토미 여기 정치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어떤 때는 사실적으로 어떤 때는 우화적으로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국제정세를 크게 3개의 시기로 구분하였습니다. ‘1: 양극화된 세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양강구도로 흘러가던 국제정세를 다루었습니다. ‘2: 평화로운 신세계 질서를 향해?’에서는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면서 소련이 분열되고, 그 결과로 독일의 통일과 동유럽의 정치체계가 변화하는 시점을 다루었습니다. 냉전의 종식은 또다른 갈등을 불러일으켜 화약고 발칸에서는 전쟁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3: 이제 세계를 지배하는 건 서구가 아니다에서는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미국, 유럽, 중동, 러시아 등 세계정세를 움직이는 동력이 다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최근에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다시 축소된 G7국가들의 모임에 우리나라를 초청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현재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80년 가까운 세월을 178쪽의 만화책에 담아내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이나 그 기간 동안의 국제정세를 잘 요약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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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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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던가 봅니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수상하였다는 사실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카사노바 호텔>에는 열두 편의 작품을 담았습니다. 이런 방식의 책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분야의 글을 묶어내는 경향이 있을 듯한데, 이 채근 분야의 성격이 아주 다채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표제작인 <카사노바 호텔>을 비롯하여 이어지는 <이야기들>, <귀환>, <방문> 등은 자전적 수필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문학과 정치>는 문학과 정치와의 관계를 논하는 수필인데, 진정한 문학의 범주에 들려면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편견에 대한 비판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글쓰기는 허구를 통해 사회적 질서를 승인 혹은 규탄하는 견해를 아주 복합적인 방식으로 실어나름으로써, ‘참여하게 된다.(53)”라고 말합니다.


문학은 초기 단계, 그러니까 내밀한 독서의 단계에서는 느리게 말없이 진행되는 혁명이다. 방금 읽은 책이 독자의 뇌리에 머무르고있음을 곁에서 보면 누가 알아보겠는가? 가끔은 문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혁명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혁명과 뒤섞이지 않고 혁명을 넘어선다.(55)”라는 대목은 앞으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 이미지와 물음>1988년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적은 수필입니다. 1985년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6년 제안한 페레스트로이카는 경직되어 있던 소련의 경제와 행정체계에 혼합경제의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1991년까지 이어지면서 소비에트 연방의 이념체계를 뒤흔들어 놓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작가 역시 페레스트로이카의 본질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듯, “갈색머리의 튼실한 여자로 특색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녀에게 페레스트로이카는 무엇이며 페레스트로이카에세 그녀는 무엇일까?(72)”라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라이프치히, 이행>199011월에 다녀온 라이프치히의 여행에 관한 수필입니다. 그러니까 1990103일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된 사건 이후의 시기였습니다. 저자는 당시 그 누구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라이프치히에서의 마지막 몇 시간을 미술관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특히 뵈클리의 음울하고 지독한 그림 <망자들의 섬>과 프리드리히의 및이 있는 <삶의 단계>를 감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두 작품이 어찌나 상호보완적인지 두 작품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게 당혹스러울 정도라고 했습니다.


<금세기 저편에서>1875년에 태어나서 1997년에 122세를 일기로 사망한 프랑스의 장수여성 장 루이즈 칼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생존한 세계인 가운데 최장수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은 망각 속에 묻힐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장 칼망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나 자신조차 왜 이런 글을 썼는지를, 우리 삶의 일부를 삼키는 한 세기와 내가 확실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또 따른 거대한 세기, 이 두 세기 사이에서 느꼈던 박탈감과 공허함을 잊어버리고 말겠지.(94)”라고 글을 마무리하였습니다.


<C소재 우체국의 남자>에서도 독특한 대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존재하는 사람들,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쓸 때, 이야기의 종결은 없다. 더 정확히는, 대상과의 사이에 다른 아무것도 없이, 글쓰기로만 관계가 지속된다면 종결은 있을 수 없다.(113)”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는 종결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적지 않게 난해한 느낌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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