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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모던 산책 - 도쿄의 기억기관, 근대에서 오늘을 읽다
박미향 지음 / 지에이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목차에 있는 일본근대문학관, 모리오가이 기념관, 소세키 산방기념관, 와세다대학 연극박물관, 가마쿠라문학관, 가와바타 야스니라 자료관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읽게 되었습니다.
<도쿄 모던 산책>은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 소장으로 근무하다가 방문학자로 와세다대학교에서 2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여는 글에서 “여행이나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복기하며 기록할 때, 우리의 마음은 이미 시인이나 예술가가 된다.”라고 적었습니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기록관 등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는데, 함께 간 건축가 남편과 함께 책과 전시를 둘러볼 수 있었고, 일본의 역사와 문학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기관들을 기억기관이라고 하며 자신을 ‘기억기관 칼럼니스트’라고 칭했는데, 국회도서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남겨야 할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커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에 체재하는 동안 도쿄를 중심으로 한 여러 기억기관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하여 현재에도 의미 있게 해석되는 일본의 문화적 기억자산을 재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일본의 근세를 정리하고 지금도 남아있는 근세의 흔적을 살펴보았습니다. 2부에서는 더 거슬러 올라가서 에도 시대의 흔적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는 근대와 근세를 세계인 또는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한눈에 비교해 살펴볼 수 있도록 세계사적 사건과 지식문화의 흐름을 연표로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 기간 중에 일어났던 일들을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는 분명치가 않을뿐더러 서구, 일본 그리고 한국과 중국을 하나로 묶어서 비교해놓은 것이 적절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부의 모두에는 메이지, 다이쇼, 쇼와 시대의 사회상을 정리해놓았는데, 문학 분야도 한 꼭지 들어있습니다. 메이지 시대에는 모리 오가이를 근대 일본문학의 거장으로, 나쓰메 소세키를 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대문호로, 다야마 가타이를 자연주의 문학과 수많은 기행문을 남긴 작가로, 히구치 이치요를 근대적 자아의식을 반영한 탁월한 여류작가로 소개하였습니다. 다이쇼 시대에는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간결한 문체로 사소설 영역을 넓힌 시가 나오야,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에도가와 란포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쇼와시대의 대표적 문인으로는 무뢰파의 대표작가인 다자이 오사무, 탐미주의 소설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을 꼽았습니다. 사실 어느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을 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작가가 꼽은 문인들 대부분은 이번 일본근대문학기행을 통하여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기는 했습니다만, 처음 알게 되는 문인들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도쿄는 물론 지방에 있는 몇 곳의 유적(?) 60여 곳에 관한 사항을 정리해놓았는데, 이들의 특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듯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많은 곳을 살피다 보니 각각에 대한 설명이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다양한 그림과 풍부한 사진이 곁들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쿄에 있는 문예 분야의 기념물들 가운데는 처음 알게 된 곳이 많아서 도쿄에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가가 체류하던 시기에 이들 기억기관에서 기획한 특별한 행사들은 도쿄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같지는 않습니다만, 2021년에 산토리 미술관에서는 미니애폴리스 미술관 소장품의 기획전이 열렸다고 합니다. 세계 역사를 대표하는 9만점이 넘는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미니애폴리스 미술관에 일본 수집품이 방대하다고 하였는데, 1990년대에 가보았던 미니애폴리스 미술관에서 그런 작품들을 보았던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에서 짚어 놓은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은 도쿄에 갈 기회가 있으면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