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해협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9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장홍규 옮김 / 소화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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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도 야기사와 사토시의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에선가 나와서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어렵게 책을 구해 읽기 시작하면서 <검푸른 해협>은 고려 충렬왕 때 여몽연합군이 일본을 치게 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이야기는 1214년 금의 중도를 함락시키고 중국의 동북면으로 세력을 확장시키던 몽골은 1225년에 발생한 몽골 사신 저고여의 피살사건을 구실로 1231년 살례탑이 이끄는 군대를 보내 고려를 침공한 1차 침략을 시작으로 1254년 차라대의 6차 침입이 1259년까지 이어졌다. 무려 29년에 이르는 기간 간헐적으로 고려를 침입하여 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2321차 침입한 몽골군이 퇴각한 뒤에 고려 조정은 강화로 천도하여 해군이 없는 몽골의 침략에 대처하게 되었다.


<검푸른 해협>의 이야기는 1259년 오랜 계속된 몽골의 침략으로 피폐해진 고려 내부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몽골과의 화친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시작합니다. 몽골은 고려와 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중국 본토에서도 송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여러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고종의 태자 전(원종)은 고려의 항복 의사를 전하기 위해 몽골에 갔을 때 몽골의 헌종이 죽고 세조(쿠빌라이)가 제위를 이어받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원종은 세조에게서 따듯한 느낌을 받아서 오랫동안 세조에 대하여 긍정적인 인상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몽골은 고려에서 제안한 화친을 받아들이면서도 고려를 지배할 야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고려인들 가운데는 몽골에 투항하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최탄이라는 자는 60개 성을 들어 몽골에 투항하여 고려의 영토를 몽골에 빼앗기는 계기가 되었고, 조이라는 자는 일본과의 통교를 세조에게 권하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세조는 일본으로 가는 사신을 안내할 것을 원종에게 명령하였고, 일본이 통교를 거부하자 일본을 정벌하기 위한 준비를 고려에서 담당할 것을 명령합니다. 결국 고려는 1274년과 1281년 두 차례에 걸쳐 몽골의 일본 정벌을 전적으로 지원하게 되는데, 두 차례의 출전은 때마침 닥친 태풍으로 실패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에 따르면 <검푸른 해협>은 이케우치 히로시의 저서 <몽골침략의 신연구(元寇新硏究>에서 영감을 얻어 분에이노에키(文永)와 코안노에키(弘安)라고 하는 두 차례의 몽골침략이 이루어진 과정을 고려 측의 입장에서 그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작가는 이케우치 히로시의 저서는 물론 <고려사(高麗史)><원사(元史)>를 참고했다고 합니다.


원제목은 <후토(風濤)>라고 했는데, 이는 원 세조가 고려 원종에 조서를 내려 원이 일본에 보내는 국사의 길잡이를 하는데 있어 파도와 바람이 험하여(風濤險阻)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일찍이 통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삼지 말지어다.”라고 한 문장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붙인 <검푸른 해협>이라는 제목은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모두에 태자 전(원종)이 몽골에 입조하기 위하여 강화를 나서는 장면에서 나오는 섬의 북단 산리포(山里浦)에서 한강 하구로 배를 띄웠다. 강화도와 본토 사이의 수역은 이 근처가 가장 넓었다. 그리고 한강의 물줄기와 조수가 만나는 곳에서, 검푸른 파도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건너편 기슭 사이를 넘나들었다.(13)”라는 대목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2차 정벌에서 실패한 김방경이 전장을 회고하는 장면 시체는 모두 반라 상태로, 머리를 바닷물에 처박은 것처럼 바다 속에 잠겨 있었고, 시체와 시체 사이에는 검푸른 바닷물이 일렁거리며 서로 부딪쳤다.(337)”라는 대목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노우에 야스시의 역사소설 <검푸른 해협>은 오랜 저항 끝에 원나라에 복속하여 원나라의 압제에 놓인 고려의 비극을 태평양전쟁에서 패하여 미군에게 점령된 일본의 사정에 비유한 우의(寓意)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태평양전쟁을 제외하고는 일본 본토에서 전투가 치러진 유일한 외란이었던 원구(元寇) 혹은 몽골습래(蒙古襲來)라고 하는 국가적인 난을 당사국이 아닌 조정국으로서, 그리고 몽골의 일본정벌의 전진기지로서 가혹한 수탈을 당해야 했던 고려의 사정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시 일본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정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몽골의 침입, 삼별초의 난, 여몽 연합군의 일본 정벌 정도로 이해하고 있던 당시의 사정을 삼자의 시각, 조금은 고려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시각에서 쓰여진 역사서에 가까운 역사소설이라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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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미니북)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1
위다 지음,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 원화 그림, 손인혜 옮김 / 더모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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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오래 별러왔던 베네룩스 여행을 떠나려고 예약을 했습니다. 아내의 치료가 끝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이기도 합니다. 여행 일정에는 벨기에의 앤트워프도 포함됩니다. 앤트워프는 북쪽에 있는 네덜란드를 지나 북해로 흘러드는 스헬트 강변에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입니다. 그 앤트워프에는 대성당과 중세시대의 요새인 헤트 스테인을 구경할 예정입니다. 특히 대성당의 경우는 미사가 없다면 안으로도 들어가 볼 예정입니다. 루벤스가 그린 천정화 <성모 승천>과 제단화 <십자가 세우기>, <십자가에서 내리기>, <그리스도의 부활> 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앤트워프의 성모 대성당의 루벤스 명화와 관련이 있는 <플란다스의 개>를 다시 읽어본 이유입니다. 어렸을 적에 동화와 만화영화를 통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만, 오래전에 읽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아내 덕에 저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 위다(본명은 마리아 루이스 드 라 라메)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합니다. 프랑스 사람인 아버지가 플랑드르 지방을 여행하다가 듣게 된 플랜더스의 개에 대한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위다의 <플랜더스의 개>가 먼저인지, 일본에서 이 작품을 토대로 만든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가 먼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주인공인 개 파트라슈를 모른다고 합니다. <플랜더스의 개>가 영어로 쓰였는데, 정작 이 지방에서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안트베르펜 관광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얀 코르텔이 이곳을 찾아온 일본 관광객들이 프랜더스의 개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으면서 원작을 찾아 읽고 이 작품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가난하지만 그림 그리기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넬로는, 산타클로스인 성 니콜라스의 애칭이라고 합니다, 풍차 방앗간을 운영하는 마을 부자의 딸 알루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본 알루아의 아버지 코제씨가 들어 훼방을 놓게 되면서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넬로가 마지막 희망으로 삼은 안트베르펜에서 열리는 미술대회에서도 부잣집 아들에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넬로가 나무꾼 미셸이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는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본 유명화가는 그를 제자로 삼고자 했고, 눈이 내리는 날 안트베르펜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 재산이라 할 2천 프랑이 든 지갑을 잃어버려 낙심한 코제씨도 넬로가 이를 찾아주면서 마음을 열게 되지만 모두 늦어버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 들어 살고 있던 집마저 주인에게 돌려주게 된 넬로는 파트라슈와 함께 안트베르펜에 있는 대성당에 들어가 루벤스의 명화를 바라보면서 숨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넬로가 작품을 출품한 미술대회는 상금이 200프랑이었기 때문에 넬로에게는 살아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술대회에 출품되는 작품을 국외예술(outsider art) 혹은 원시미술(primitive art)이라고도 하는 순진 미술(naive art)이라고 한다는 것을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있는 순진미술관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순진 예술은 공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배운 예술가가 자신만의 형식을 창조하여 예술적 경지에 이른 작품을 말합니다당시에도 그림을 그려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코제씨같은 부자도 그림을 그리는 넬로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할아버지와 넬로 그리고 노쇄한 파트라슈까지 숨을 거두는 비극적 결말은 읽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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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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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도쿄를 방문했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가와사키, 요코하마를 거쳐 가마쿠라까지 가면서 구경한 도쿄만 풍경을 떠올리는 다음과 같은 독자의 감상평의 한 대목이 <동경만경>을 읽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풍경 묘사가 매우 뛰어나고, 등장인물도 각기 개성이 또렷해 인상적이다.” <동경만경>은 혜성처럼 나타났다는 요시다 슈이치의 연애소설입니다.


물론 도쿄를 무대로 하지만 핵심 배경은 시나가와와 만 건너편의 오다이바입니다. 남자주인공 료스케는 시나가와에 있는 물류창고에서 일하고, 여자주인공 미오(료코)는 오다이바에 있는 고층건물에 있는 홍보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발전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연으로는 료스케의 동료이자 기숙사의 옆방에 사는 오스기와 그의 애인 유코, 그리고 유코의 소개로 료스케와 만나게 되는 마리, 그리고 료스케가 일하고 있는 물류창고를 비롯하여 시나가와 주변의 풍경을 취재하러 온 작가 아오야마 등이 등장합니다. 여자주인공 쪽은 회사 동료 요시노, 상사 구보과장, 그리고 아버지의 권유로 맞선을 보게 된 초등학교 동창 유키하루 등이 등장합니다.


만만치 않은 숫자의 조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관계의 촘촘하게 엮어 긴박감이 느껴지도록 만든 작가의 역량이 느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작가 아오야마가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동경만경>이라는 제목의 연재소설을 통하여 이름은 다르지만 역시 이 책의 주인공이 펼쳐내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라간다는 점입니다. 소설 속에 소설이 등장하는 액자소설에서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는 많이 보았습니다만 같은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특이한 액자소설을 처음 만났습니다.


앞서 이 소설이 풍경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고 적었습니다만, 풍경 묘사가 그리 많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프루스트 풍의 묘사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료스케와 료코가 처음 만나 도쿄만 모노레일을 탔을 때의 장면을 소개합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모노네일 차창 밖으로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아름다운 공항풍경이 펼쳐졌다. 광활한 활주로를 따라 밝혀진 파랑, 노랑, 빨강 불빛을 받으며 터미널에 정박한 여객기들이 반짝반짝 빛을 냈다.(29)”


앞서 주연과 다수의 조연들 사이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데, 최근의 일본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행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학생과 여선생, 여직원과 직장상사 사이의 일회성 관계, 티격태격하면서도 5년을 이어가는 사랑, 친구 애인의 소개로 만난 여성과의 의미 없는 사랑. 그런가 하면 남자주인공에 관심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작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리망에서 만나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관계가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게 되는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관계가 이 이야기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첫 만남에서 가명을 쓰고 직장도 속였던 여자주인공에 대하여 어떤 감정이 남아있었던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메일을 보낸 남주인공이나 그 메일에 대해 답신을 보낸 여주인공의 마음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몇 차례의 만남 끝에서야 관계를 맺게 되고, 결국은 류스케의 집에서 밤을 보내고 출근을 하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합니다만, 이별을 통보한 여친이 여주인공의 실체를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발전을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위기로 치닫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이야기를 발전시킬 여력이 없는 작가가 연재를 쉬는 사태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소설 속의 작가가 토로하는 고민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작가의 재능으로 전개하는 것 아니냐는 료스케의 질문에 재능? 그런 건 데뷔작을 쓰는 시점에서 모두 버리고 없어요. 그 후에는 같은 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복해 쓸 뿐이에요. () 내 소설은 거의 다 이런 패턴의 반복이에요.(180)” 사실 이런 경향을 보이는 작가들은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구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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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모던 산책 - 도쿄의 기억기관, 근대에서 오늘을 읽다
박미향 지음 / 지에이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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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목차에 있는 일본근대문학관, 모리오가이 기념관, 소세키 산방기념관, 와세다대학 연극박물관, 가마쿠라문학관, 가와바타 야스니라 자료관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읽게 되었습니다.


<도쿄 모던 산책>은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 소장으로 근무하다가 방문학자로 와세다대학교에서 2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여는 글에서 여행이나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복기하며 기록할 때, 우리의 마음은 이미 시인이나 예술가가 된다.”라고 적었습니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기록관 등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는데, 함께 간 건축가 남편과 함께 책과 전시를 둘러볼 수 있었고, 일본의 역사와 문학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기관들을 기억기관이라고 하며 자신을 기억기관 칼럼니스트라고 칭했는데, 국회도서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남겨야 할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커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에 체재하는 동안 도쿄를 중심으로 한 여러 기억기관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하여 현재에도 의미 있게 해석되는 일본의 문화적 기억자산을 재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일본의 근세를 정리하고 지금도 남아있는 근세의 흔적을 살펴보았습니다. 2부에서는 더 거슬러 올라가서 에도 시대의 흔적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는 근대와 근세를 세계인 또는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한눈에 비교해 살펴볼 수 있도록 세계사적 사건과 지식문화의 흐름을 연표로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 기간 중에 일어났던 일들을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는 분명치가 않을뿐더러 서구, 일본 그리고 한국과 중국을 하나로 묶어서 비교해놓은 것이 적절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부의 모두에는 메이지, 다이쇼, 쇼와 시대의 사회상을 정리해놓았는데, 문학 분야도 한 꼭지 들어있습니다. 메이지 시대에는 모리 오가이를 근대 일본문학의 거장으로, 나쓰메 소세키를 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대문호로, 다야마 가타이를 자연주의 문학과 수많은 기행문을 남긴 작가로, 히구치 이치요를 근대적 자아의식을 반영한 탁월한 여류작가로 소개하였습니다. 다이쇼 시대에는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간결한 문체로 사소설 영역을 넓힌 시가 나오야,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에도가와 란포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쇼와시대의 대표적 문인으로는 무뢰파의 대표작가인 다자이 오사무, 탐미주의 소설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을 꼽았습니다. 사실 어느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을 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작가가 꼽은 문인들 대부분은 이번 일본근대문학기행을 통하여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기는 했습니다만, 처음 알게 되는 문인들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도쿄는 물론 지방에 있는 몇 곳의 유적(?) 60여 곳에 관한 사항을 정리해놓았는데, 이들의 특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듯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많은 곳을 살피다 보니 각각에 대한 설명이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다양한 그림과 풍부한 사진이 곁들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쿄에 있는 문예 분야의 기념물들 가운데는 처음 알게 된 곳이 많아서 도쿄에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가가 체류하던 시기에 이들 기억기관에서 기획한 특별한 행사들은 도쿄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같지는 않습니다만, 2021년에 산토리 미술관에서는 미니애폴리스 미술관 소장품의 기획전이 열렸다고 합니다. 세계 역사를 대표하는 9만점이 넘는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미니애폴리스 미술관에 일본 수집품이 방대하다고 하였는데, 1990년대에 가보았던 미니애폴리스 미술관에서 그런 작품들을 보았던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에서 짚어 놓은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은 도쿄에 갈 기회가 있으면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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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씨 부자 창비세계문학 13
라오서 지음, 고점복 옮김 / 창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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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떠날 예정인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읽게 된 라오서의 <마씨 부자>입니다. 1899년 베이징의 만주족 정홍기(正紅旗) 가정에서 출생한 라오서의 본명은 수칭춘(舒慶春)입니다. 출생 이듬해 부친이 사망하면서 가세가 기울어 베이징 3중학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국비장학생으로 베이징 사범학교에 입학하여 졸업했습니다. 졸업후 소학교, 중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1924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대학 동양학부 중국어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1929년 귀국길에 싱가포르에서 반년을 체류하면서 화교중학에 재직할 무렵 <마씨 부자>를 발표했습니다. 영국에서의 삶을 작품에 녹여낸 것으로 중국이 아닌 영국을 배경으로 한 중국인들의 삶을 그려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낙타 샹즈>를 비롯하여 대다수의 작품들이 중국 하층민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반하여 <마씨 부자>의 경우는 다른 작품들과는 기조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관리가 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허송생활하면서 형님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던 마쩌런은 영국으로 이주하여 골동품상을 하던 형님이 죽으면서 물려준 가게를 운영하기 위하여 아들 마웨이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베이징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에번스 목사와 인연을 맺었던 덕에 런던에 도착했을 때 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작가는 영국에서 체류할 때 목격한 영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처지를 기록해놓았습니다. “런던의 중국인은 대략 노동자와 학생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노동자 대부분은 런던 동부 지역에 살았다. 그곳은 중국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차이나타운이었다. 이곳을 찾는 유럽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아편, 무기밀매, 살인, 강간 등이나 저지르는 세상에서 가장 음흉하고 더러우며 혐오스럽고 비천한 두 다리 동물이라고 상상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작가는 중국인이여! 눈을 부릅뜨고 보라! 눈을 뜰 때가 되었다! 허리를 곧추헤워야 한다. 허리를 곧추세울 때가 되었다! 영원히 개가 되지 않고자 한다면!(24)”이라고 절규합니다. <마씨 부자>의 창작 동기는 중국인과 영국인의 다른 점을 비교하여 민족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합니다. 영국인과 중국인의 문화와 민족성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인종간의 대립이 이 작품에 담긴 핵심 갈등구조입니다. 에반스 목사가 마씨 부자가 거처할 하숙집을 어렵게 구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에 대한 영국인들의 편견이 드러나게 됩니다.


에반스 목사는 딸과 함께 사는 과부 웬델부인을 설득하여 마씨 부자가 입주를 하게 되는데, 아버지 마쯔런은 웬델 부인을, 아들 마웨이는 딸 메리에게 반하게 됩니다.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 가운데 웬델 부인은 마쯔런의 선물공세에 넘어가 마음이 조금 기울게 되지만, 메리는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습니다.


마쯔런은 형님이 남긴 골동품 가게의 운영에 나서지만 장사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결국은 마웨이와 형님 생전에 가게에서 일하던 리쯔룽에게 가게의 운영을 넘겨주게 됩니다. 중국에서도 대충대충 살아가던 마쯔런의 버릇은 런던에서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형님이 남겨준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가게를 잘 운영하여 수입을 늘리려야 한다는 현실감각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저 체면을 유지하기에 급급합니다.


마웨이는 그런 아버지와는 달리 현실감은 있어 리쯔룽과 함께 가게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한편 에반스 목사의 딸 캐서린으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또한 메리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캐서린에게 묻기도 합니다. 두 사람이 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하는데, 이를 본 중국인 청년들이 캐서린을 창녀라고 비난하고 나서는 바람에 마웨이가 나서서 사과를 요구하면서 싸움이 붙었고, 대마침 식당에 온 캐서린의 동생 폴과 치고받기에 이릅니다.


중국 청년들과의 싸움은 마쯔런이 에반스 목사의 처남 알렉산더의 주선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과 연관하여 런던에 사는 중국인들이 골동품가게에 몰려와 시위를 벌이게 됩니다. 웬델 부인과의 결혼도 장애를 만나게 된 마쯔런은 골동품가게를 팔아치우기로 합니다. 실망한 마웨이는 결국 런던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결국 마쯔런과 마웨이로 대표되는 신구 세대간의 갈등이 <마씨 부자>의 두 번째 갈등구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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