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도 눈이 올까요? - 역사 이야기 - 1980년 오월 광주 맹&앵 동화책 5
김현태 지음, 김정운 그림 / 맹앤앵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젊은 부모 중에도 1980년 5월에  있었던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중학교 일학년 때였다. 그 당시 우리는 뉴스를 통해 '광주 사태'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광주의 오월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광주의 오월에 대해 입만 뻥긋해도 간첩이라도 되는 양 취급당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은연중에 광주라는 도시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갖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몇 년 후 대학에 가서 오월 광주의 진실을 알고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모른다. 1980년 오월 광주 시민들에게는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한 죄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전두환 노태우가 정권을 잡았던 당시 대학을 다녔던 우리 세대 대부분은 군부 독재 타도를 외치는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쉬쉬 한다고, 억지로 가린다고 가려질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학 4년을 다니는 동안 한 학기도 조용하게 넘어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결과 6. 29 선언을 쟁취해냈고,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좀 가까이 다가오는 듯싶었는데 어이없게도 mb 정권이 들어선 후 다시 80년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여 망연자실한 요즘이다. 

<오월에도 눈이 올까요?>는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오월 광주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민수아빠는 대학생도 시민군도 아니었다. 단지 자장면을 배달할 오토바이를 찾으러 나갔을 뿐인데 군인들의 총에 맞아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갔다. 민수아빠는 도청 앞에서 총격이 벌어지던 날에도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보려던 우리의 시민이었다. 하지만 군부는 이러한 시민에게 폭도라는 무지막지한 죄명을 덮어씌워 오랫동안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게 했다.  

책을 읽는 내내 화가 치밀었지만 남편의 죽음을, 아빠의 죽음을 그리고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광주 시민들의 침착한 태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함께 책을 읽은 아들도 눈물을 훔치더니 씩씩대며 전두환도 죽었냐고 물었다. 대통령 잘 해먹고 아직도 호의호식하며 대대손손 잘 살고 있다고 했더니 이해할 수가 없댄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인 이를 어떻게 살려둘 수 있느냐고...  "그래, 아들아, 세상에는 엄마도 이해할 수없는 일들이 참말로 많구나! 그래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오늘 의 대한민국이 있는 거란다." 

아직 4학년인 우리 아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게 옳고 그른 것인지 깨닫고, 역사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진실은 교과서에서는 가르치지 않기에 부모와 함께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책은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5.18 광주를 잊어가는 부모님과 초등학생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4-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잖아도 이 책, 5월 문학 페이퍼에 추가하려고 했어요.

소나무집 2010-04-28 09:13   좋아요 0 | URL
5. 18은 꼭 기억해야 할 역사니까 많이 소문내 주세요. 맹앤앵 사장님이 학교 다닐 때 열정적으로 학생 운동을 하신 분이세요.

같은하늘 2010-05-05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꼭 보려했는데 놓치고 말았네요. 뭐가 그리도 바쁜건지...
정말 이런책은 소문 많이내서 맹앤앵 사장님 말씀처럼 대박나야해요.

소나무집 2010-05-07 11:21   좋아요 0 | URL
정말 읽으면 좋은 책인데, 광주를 다룬 이야기라고 해서 과격하거나 그런 부분은 전혀 없어요. 아주 서정적으로 읽혀요.
 

객지    

                             박경리  

 

원주는 추운 곳이다. 

겨울이 아닌 때도  

춥다. 

어깨 부빌 거리도 없고 

기대어볼 만한 언덕도 없다. 

 

원고지 이만장 십일만원 

안다고 하는 사람한테 사고 

다음 날 문방구에서  

원고지 이만장  

육만원에 샀을 때 

진정 나는 추워서 떨었다. 

 

그러나 

서울 갔다 오는 날 

서원대로 들어서면  

고향을 돌아온 듯 

마냥 마음이 놓인다.

  

***  단구동 박경리 선생 옛집에 걸려 있는 이 시를 읽으면서 원주가 객지인 나도 백배 공감을 했다. 나도 원주가 춥다. 봄이 왔는데도 어깨 부빌 언덕도 거리도 만들지 못한 나의 원주는 여전히 춥다. 겨울에도 상록수가 무성하던 남도에 익숙해진지라 앙상한 원주의 겨울 나무들이 나를 더 춥게 만들곤 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0-04-27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은 이곳보다 더 춥군요.
올봄은 정말 왜 이리도 추운지.. 아직도 가끔 보일러를 켠다니까요.
박경리 옛집도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4-27 16:23   좋아요 0 | URL
올봄 정말 춥지요? 부산도 추웠나 보네요.
오늘도 원주는 바람에 비에 엄청 춥네요.
언제 한번 원주 오셔서 박경리 선생 옛집에도 꼭 가보세요. 선생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이 많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서지방이 영동지방보다 더 춥습니다.원주 영월이 매우 춥지요.충북도 춥고요.

소나무집 2010-04-28 08:50   좋아요 0 | URL
가장 따뜻한 남도에 살다 와서 그런지 원주가 유난히 춥더라구요.

순오기 2010-04-3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8월에 단구동 옛집과 토지문화관 옆 주택도 살짝 기웃거리고 왔어요.
객지는 어디든 춥겠지만 원주는 더 추운 곳이군요.
어여 부빌 언덕도 만들어 보셔요.^^

소나무집 2010-04-28 08:52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원주에 한번 더 오세요.
제가 박경리 선생 옛집은 공부해두었다가 꼼꼼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객지는 서러워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ㅠㅠ

2010-04-2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30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5-0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옆동네로 이사가는 것도 버거워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남도에서 사시다 원주까지 정말 먼 여정이네요. 소나무집님 말씀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만나는것도 힘들고 적응하는것도 힘든것 같아요.

소나무집 2010-05-07 11:23   좋아요 0 | URL
이제 멀리 다니는 이사는 하고 싶지 않네요. 새로운 내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넘 힘들어서리... 님도 이사를 하시려면 이래저래 신경 쓸 것도 많고 힘들겠어요.

꿈꾸는섬 2010-05-06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쓸쓸해요. 가슴에 한바탕 바람이 쓸고 지나가니 더 춥네요.
마석도 엄청 추워요. 올봄엔 유나히 더 추웠구요.
한해두해 정이 쌓이면 덜 추워지겠죠.^^ 힘내세요.

소나무집 2010-05-07 11:24   좋아요 0 | URL
그죠. 객지 와서 얼마나 쓸슬했을까 시에서 다 느껴지죠?
지난 겨울 봄 내내 유난히 추웠고, 사람 사귀는 걸 힘들어 하니 더 추운 것 같아요.
님은 마석 떠나지 말고 계속 사세요.
 
우리동네 꽃맞이

주말에 남편과의 추억이 많이 묻어 있는 치악산에 다녀왔다. 등산은 아니고 가벼운 산책. 봄 내내 눈이 오고 내 마음만큼이나 추운 날이 계속 되어서 봄이 올까 싶었는데 치악산 구석구석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보니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도 봄은 오고 있구나 싶어 반가웠다.  

 잎이나 줄기를 잘라보면 흘러나오는 빨간 유액이 피처럼 보인다고 해서 '피나물' 이라고 한다.          

  돌단풍. 잎이 다 펴지고 나면 단풍잎을 닮는다. 계곡 주변 돌 틈에서 잘 자란다.

 산괴불주머니. 노란색 꽃 모양이 노리개 중에 괴불주머니와 닮았다고 한다. 


족도리풀. 고구마 잎사귀 같은 넓은 잎을 헤쳐보니 바닥에 족도리 모양의 자주빛 꽃이 숨어 있었다. 
 
천남성.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만지거나 먹으면 안 된다. 한방에서는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가운데 연한 줄무늬에 뚜껑 달린 호로병 모양이 꽃이다. 

   관중. 고사리와 같은 양치 식물이지만 크기가 크고 둥글게 펼쳐진 모습이 제법 근사하다.    


흰젖제비꽃. 흔히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제비꽃의 한 종류이다. 예전에 겨울엔 뜸하다가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외적(오랑캐)들이 쳐들어오곤 했는데 아마도 제비꽃이 피는 시기와 일치했던가 보다. 그래서 오랑캐가 쳐들어올 때를 알려주는 꽃이라는 의미로 '오랑캐꽃'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혹은 오랑캐 머리채와 꽃모양이 닮아서 지은 이름이라고도) 제비가 오는 시기에 꽃이 피어서, 혹은 제비와 닮아서 '제비꽃'이라고 한다.  



현호색. 이른 봄 숲속에 낙엽만 쌓여 있는데 순식간에 잎이 나고 보라색 꽃이 온 바닥을 뒤덮어버린다. 종 번식을 위해서 숲속에도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 잘 드는 시기를 골라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금새 사라져버리는 생존 전략을 선택한 식물이다.(남부 지방의 상록수림에서는 봄에 무리지어 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현호색이 필 때면 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곤 한다.

 괭이눈. 노란 꽃이 고양이 눈처럼 가늘게 벌어져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  


  생강나무의 꽃과 물오른 겨울눈 모습이다. 노란 꽃이 산수유와 닮아서 초보자는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잎을 비벼서 코에 대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생강 냄새는 모르고 레몬 냄새에 익숙해서인지 '레몬' 향이 난다고 말하곤 한다. 시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니까 소통하는 방법도 변해간다.  


치악산 강원도 자연학습원 인근에서 향긋한 향이 난다 했더니 바로 요놈 '매화' 꽃이었다. 완도 살 때 해남 매화 축제에 다녀왔던 기억이 새롭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0-04-2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뻐요^*^ 야생화 이름은 특히 잘 모르겠어요.
맨 위 노란꽃 흔한 이름 같은데 뭐더라???

소나무집 2010-04-26 16:11   좋아요 0 | URL
꽃이름 SOS 청하고 외출했다 들어와 보니 남편이 야생화 설명을 근사하게 달아주었네요. 울 남편 짱이죠?

순오기 2010-04-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이 꽃이름 물어본 꽃들이 여기 다 모였네요.^^
먼댓글로 연결하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10-04-26 16:12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 님 서재 가서 먼댓글 연결하고 왔어요. 피나물하고 관중이 있더라구요.

순오기 2010-04-27 22:20   좋아요 0 | URL
피나물은 아닌 거 같아요. 꽃도 이파리도 생김이 다르잖아요.
같은하늘님 노란꽃은 취나물 종류인거 같아요. 이파리가 취나물 닮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돌단풍과 관중이랑 두 개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나무집 2010-04-28 08:53   좋아요 0 | URL
노란꽃만 보고 급하게 댓글을 달았더니 잘못 보았네요.
지금 가서 보니 완전히 다른 꽃이네요.

같은하늘 2010-04-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덕분에 야생화 구경 잘하고 꽃이름 공부도 하고갑니다.^^

소나무집 2010-04-27 01:14   좋아요 0 | URL
꽃이름이랑 설명은 남편이 써준 거랍니다. 요즘 서재 공유중... ^^

프레이야 2010-04-2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하나 모니터에 눈을 박고 들여다봤어요.
야생화 이름은 생긴 것만큼이나 참 예뻐요.
들어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네요.
모두 참 낮은 곳에서 낮게 피어있는 수수한 그 모습이 참 좋아요.

소나무집 2010-04-27 16:25   좋아요 0 | URL
야생화가 정말 많았는데 사진 찍은 건 몇 개 되지 않아요.
그렇죠? 낮은 곳에서 수수하게 피는 꽃... 야생화 저도 참 좋아해요.

엘리자베스 2010-04-2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은 봄이 오는 걸 아는데 저는 왜 이리도 추울까요? 오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겨울잠바 입고 나갔다가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많이 민망했어요. 맨 위에 있는 피나물...인상적입니다. 이름하고 안어울리게 참 예쁘네요.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소나무집 2010-04-27 16:26   좋아요 0 | URL
저도 넘 추워서 남 시선 의식하지 않고 코트 입고 외출했는 걸요.
추운 사람끼리 만나서 차나 한 잔 마시게 오세요.
 

사회 공부를 하던 딸아이가 몽고몽골의 차이를 물어보았다. 선생님도 몽고와 몽골을 섞어서 쓰니 헷갈린다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몽고라고 배웠는데 요즘은 몽골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주고 왜 그런지 궁금해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았다. 

국가의 이름은 몽골(Mongol), 대외적인 공식 명칭은 몽골리아(the Republic of Mongolia)이다. 몽골을 몽고라고 부르는 것은 한국인을 조센진이라고 비하해서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우리가 몽고라고 죽~ 불러온 것은 중국인들이 몽골을 몽고(蒙古)라고 한자로 표기한 데서 기원한 것이라고. 중국인들이 주변 국가들 중 한번도 정복해보지 못한 몽골인을 무지몽매할 몽(蒙) 자와 예 고(古) 자를 써서 비하해서 표현한 것. 

몽골(Mongol)의 원뜻은 '몽'이라는 부족이 중심(골)이 되어서 세운 국가로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젠 몽고라는 이름은 쓰지 말아야겠다. 수도는 울란바토르.

 사진은 위키백과에서 가져옴.  

  * 몽골에 관해 초등학생이 읽을 만한 책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4-2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몽고에 그런 의미가 있었다니, 그저 생각없이 썼던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게집니다.
저도 이젠 제대로 써야겠어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소나무집 2010-04-26 09:09   좋아요 0 | URL
저도 부끄럽더라구요. 우리에게 조센징이라고 부르는 건 싫어하면서 다른 나라 이름을 아무렇지도 같은 의미로 불렀으니 말이에요.

같은하늘 2010-04-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 소나무집님 서재에서 공부 많이 하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10-04-27 01:14   좋아요 0 | URL
저도 딸 덕분에 공부했어요. ^^

gimssim 2010-05-0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말인줄 알았어요. 잘 배우고 갑니다.

소나무집 2010-05-07 11:25   좋아요 0 | URL
아 ,네 ^^
 
거위의 꿈, 폴 포츠 꿈을 주는 현대인물선 2
박현성 글, 이지훈 그림 / 리잼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한 해 동안 폴 포츠라는 이름이랑 노래를 참 많이도 들었다. 못생겼고, 가난한 휴대폰 판매원이 성악가의 꿈을 이룬 이야기.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책까지 나올 정도이니 그의 인기가 어땠는지 알 만하다. 

너무 못 생기고 뚱뚱해서 친구들이 프랑켄슈타인 혹은 괴물이라고 놀리고, 사고로 다쳤는데도 너무 가난해서 하루도 병원에 있을 수 없고, 사랑하는 여인은 떠나고, 대학을 졸업했어도 취직할 곳이 없고...  최악의 상황이었다.  

텔레비전에 나와 예선을 통과할 때까지 아무도 폴 포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기자들마저 폴 포츠에게는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을 정도로 그의 외모는 꽝이었다고. 그랬던 폴 포츠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장기 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우승을 한 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폴 포츠는 어쩌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텔레비전에 한 번 나오고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조금씩 끊임없이 노력했다.   

폴 포츠가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것은 노래 자랑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이탈리아의 오페라 스쿨에서 계절 학기를 들은 게 전부였다. 돈이 없어서 더이상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폴 포츠는 교회 성가대, 바닷가, 학교 옥상 같은 곳에서 외롭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언젠가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도중에 그가 가난을 못이기고 힘들다고 노래를 그만두었더라면 오늘의 폴 포츠는 없었을 것이다. 넉넉한 부모들을 만나 좋은 코스를 밟아 성공한 이들보다 폴 포츠의 성공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고, 결코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폴 포츠는 꿈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준 고마운 사람이다.

아이들에게도 어려운 환경을 탓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어서 참 좋다. 4학년 이상.

*** 이 책을 보면서 내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늘 막연했던 것 같다. 꼭 이루고 싶었던 꿈도 없었고, 그렇다 보니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지도 않았다. 단지 눈앞에 보이는 작은 소망들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왔을 뿐이다. 폴 포츠처럼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면 좀더 내 삶을 아끼며 열심히 살았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