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꽃맞이
주말에 남편과의 추억이 많이 묻어 있는 치악산에 다녀왔다. 등산은 아니고 가벼운 산책. 봄 내내 눈이 오고 내 마음만큼이나 추운 날이 계속 되어서 봄이 올까 싶었는데 치악산 구석구석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보니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도 봄은 오고 있구나 싶어 반가웠다.
잎이나 줄기를 잘라보면 흘러나오는 빨간 유액이 피처럼 보인다고 해서 '피나물' 이라고 한다.
돌단풍. 잎이 다 펴지고 나면 단풍잎을 닮는다. 계곡 주변 돌 틈에서 잘 자란다.
산괴불주머니. 노란색 꽃 모양이 노리개 중에 괴불주머니와 닮았다고 한다.
족도리풀. 고구마 잎사귀 같은 넓은 잎을 헤쳐보니 바닥에 족도리 모양의 자주빛 꽃이 숨어 있었다.
천남성.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만지거나 먹으면 안 된다. 한방에서는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가운데 연한 줄무늬에 뚜껑 달린 호로병 모양이 꽃이다.
관중. 고사리와 같은 양치 식물이지만 크기가 크고 둥글게 펼쳐진 모습이 제법 근사하다.
흰젖제비꽃. 흔히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제비꽃의 한 종류이다. 예전에 겨울엔 뜸하다가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외적(오랑캐)들이 쳐들어오곤 했는데 아마도 제비꽃이 피는 시기와 일치했던가 보다. 그래서 오랑캐가 쳐들어올 때를 알려주는 꽃이라는 의미로 '오랑캐꽃'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혹은 오랑캐 머리채와 꽃모양이 닮아서 지은 이름이라고도) 제비가 오는 시기에 꽃이 피어서, 혹은 제비와 닮아서 '제비꽃'이라고 한다.
현호색. 이른 봄 숲속에 낙엽만 쌓여 있는데 순식간에 잎이 나고 보라색 꽃이 온 바닥을 뒤덮어버린다. 종 번식을 위해서 숲속에도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 잘 드는 시기를 골라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금새 사라져버리는 생존 전략을 선택한 식물이다.(남부 지방의 상록수림에서는 봄에 무리지어 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현호색이 필 때면 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곤 한다.
괭이눈. 노란 꽃이 고양이 눈처럼 가늘게 벌어져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
생강나무의 꽃과 물오른 겨울눈 모습이다. 노란 꽃이 산수유와 닮아서 초보자는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잎을 비벼서 코에 대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생강 냄새는 모르고 레몬 냄새에 익숙해서인지 '레몬' 향이 난다고 말하곤 한다. 시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니까 소통하는 방법도 변해간다.
치악산 강원도 자연학습원 인근에서 향긋한 향이 난다 했더니 바로 요놈 '매화' 꽃이었다. 완도 살 때 해남 매화 축제에 다녀왔던 기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