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박경리
원주는 추운 곳이다.
겨울이 아닌 때도
춥다.
어깨 부빌 거리도 없고
기대어볼 만한 언덕도 없다.
원고지 이만장 십일만원
안다고 하는 사람한테 사고
다음 날 문방구에서
원고지 이만장
육만원에 샀을 때
진정 나는 추워서 떨었다.
그러나
서울 갔다 오는 날
서원대로 들어서면
고향을 돌아온 듯
마냥 마음이 놓인다.
*** 단구동 박경리 선생 옛집에 걸려 있는 이 시를 읽으면서 원주가 객지인 나도 백배 공감을 했다. 나도 원주가 춥다. 봄이 왔는데도 어깨 부빌 언덕도 거리도 만들지 못한 나의 원주는 여전히 춥다. 겨울에도 상록수가 무성하던 남도에 익숙해진지라 앙상한 원주의 겨울 나무들이 나를 더 춥게 만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