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이언 국립공원에 갔을 때 하룻밤을 묵은 교포 써니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왔다. 올 한 해 이것저것 정신없이 사는 바람에 안부 편지도 자주 못 드렸는데 어찌나 미안한지...   

이제 한국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떠오르나 보다. 나도 서둘러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야겠다. 뭘 보내나...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한 질 보내 드리고 싶은데 택배비가 장난이 아니니 원.

 타란튤라 인형, 퍼즐, 보온 도시락 가방 2개, 7가지 기능이 있는 호루라기 2개, 미국 협곡을 볼 수 있는 CD, 은하수가 깔린 자이언의 밤하늘 사진,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담긴 편지...

 자이언 국립공원의 모습을 담은 천 피스짜리 퍼즐. 기험 시험 끝나면 맨날 이것만 붙들고 있을 듯.

 울 아들을 감동시킨 타란튤라 인형. "써니 아줌마,  고마워요.!"

 독이 있는 요녀석한테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데 인형은 귀엽기만 하다. "하나도 안 무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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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12-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으로 <토지> 한 질(21권임)을 가장 저렴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분 알려주세요. 미국 주문인지 아님 한국에서 사서 보내는 건지... 미국으로 택배를 보내보니 가벼운 상자도 십만원 가까이 나오더라구요. 책무게가 장난이 아니라서...

엘리자베스 2010-12-09 00:21   좋아요 0 | URL
그런 방법 알고 계신 분 있으면 저도 좀 알려주세요.
미국으로 뭐 보낼려고 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커서 정말 마구마구 화가 난답니다.
배로 보내면 좀 싸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순오기 2010-12-0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훈훈한 모습 보기 좋으네요.
선우랑 지우가 엄청 좋아하겠네요~ 퍼즐도 타란튤라 독거미 인형도...^^

소나무집 2010-12-09 08:56   좋아요 0 | URL
자식들도 다 멀리(하나는 독일,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떨어져 살고 그래서 좀 외롭기도 하고 그런가 봐요. 제가 보던 <토지>라도 보내 드리고 싶은데 택배비 때문에 선뜻 못 보내겠어요.

꿈꾸는섬 2010-12-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크리스마스네요.ㅎㅎ 아이들이 참 행복해보여요.^^

소나무집 2010-12-09 08: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벌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울 얘들 거미 인형에 완전 넘어갔어요.^^
 

<백두산 이야기> <노란 우산>으로 유명한  류재수 선생패랭이꽃그림책버스 초청으로 원주에 오셨다. 이런 작가들의 강연회가 있을 때마다 원주가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소도시 맞나 의심스러우면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림책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류재수의 <백두산 이야기>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의 시작이 바로 1988년에 출간된 <백두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초판본(통나무 출판사) <백두산 이야기>에서 70~80년대 방문 판매하는 전집 속에 들어 있던 <소공녀>나 <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히며 자식들의 영혼이 좀먹히는 줄도 모르던 끔찍한 교육열을 비판하며 류재수 선생의 <백두산 이야기>의 출간 의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연회는 박경리문학공원 박경리 선생의 옛집에서 진행되었는데 2층 사랑방이 가득찼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심지어는 학교 대신 엄마와 함께 강연을 들으러 온 아이도 있었다.  

  

선생은 우선 그림책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했다. 많은 명화를 보여주고 누구나 같은 해석이 필요한 그림보다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그림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특히 <구걸>이라는 그림을 보여주며 흠잡을데 없이 잘 그렸지만 놀라운 묘사력만 보여주는, 구걸의 느낌이 전혀 안 나는 소재주의 작품이라며 현재 나오는 많은 그림책들 역시 소재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어서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랑에 대한 표현법으로 직유와 은유를 설명했다. 남녀의 키스 장면을 노골적으로 그리는 것이 직유고, 사람은 수풀 속에 숨겨놓고 벗어놓은 신발 두 켤레로 표현하는 것이 은유라고.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할 때 더 많은 상상과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그림책도 그러해야 한다는 말씀.

  

내가 사랑하는 <노란 우산>. <노란 우산>은 2001년 출간되었지만 출간 15년 전에 시작된 책으로 일본 출장길에 순식간에 떠오른 이미지라고 했다. 15년 동안 5개의 버전을 거쳐 완성작이 나온 것이라고 하니 작가의 정성이 얼마나 깃든 책인지 알 만하다.

  

류재수 선생은 <노란 우산>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 붓터치 하나하나 고심을 했고, 특히 비 오는 날의 습도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40~50장이나 그린 중에서 첫 장면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상상과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으니... 결국 작가가 너무 많이 설명을 하고 참견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 같았다.

그 결과 볼로냐 도서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책'이라는 평을 받았고, IBBY 그림책으로 선정되면서 '세상에 문자가 없는 그림책은 많다. 그러나 스토리조차 없는 책은 없다. 전세계 어떤 나라 어린이들이 봐도 다 느낄 수 있는 책이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류재수 선생의 그림책에 대한 열정은 80~90년대 해송이라는 빈민 탁아운동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창신동(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청계천이 가까운 달동네였음) 해송에서 일한 대학 동기가 있어 더 반가웠다. 삭막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림을 그렸고, 동심을 심어주기 위해 그림책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80년대 처음으로 그렸던 해송 아기둥지 간판과 <노란 우산>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노란 우산>이 태어나게 된 계기도 해송의 아이들과  그 골목길을 떠올리며 시작된 것이라고 하니 사람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은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류재수 선생의 고집과 열정, 예술혼마저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강연이었다.

*** 류재수 작가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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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3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2-0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류재수님의 강연을 들었다니 부럽네요~ 후기 고마워요!^^
위 세 권은 봤는데 자장자장만 갖고 있어요.
다른 책들은 도서관에서 찾아볼게요~

소나무집 2010-12-03 08:53   좋아요 0 | URL
예술이나 창작의 기본, 더 나아가 삶의 자세까지 가르쳐주는 정말 좋은 강연이었어요.
서점에 가면 나 좀 사주세요. 하고 애원하는 책이 너무 많은데, 그런 책들을 보면 부끄럽대요.

2010-12-02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12-03 08:54   좋아요 0 | URL
나도 넘 궁금해요. 창비어린이 홈피에 가서 목록을 다 확인했는데 없더라구요. 아마 다른 잡지를 잘못 알고 계신 건 아닌지...
주말에 시립도서관 가면 한 번 찾아볼게요.

꿈꾸는섬 2010-12-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강연회였겠어요. <노란우산> 보고 참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12-09 08:53   좋아요 0 | URL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모두 멋지더라구요. 특히 류재수 작가님은 요즘 그림책들이 너무 상업적인 쪽으로 치우친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게 길게 보면 아이들에게 좋은 게 아이라고요.

김민정 2011-08-1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육아잡지 Babee베이비의 김민정 기자입니다. 류재수 작가님 관련 기사를 준비중이라 블로그에 있는 강연회 사진을 쓰고 싶어서 쪽지 남깁니다. ^^ 사진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2011-08-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940년 열두 살 동규
손연자 지음, 김산호 그림 / 계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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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희망으로 어두운 일제 시대를 살아준 동규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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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는 겨울이 참 빨리 오는 느낌이다. 그닥 추운 것 같지도 않은데 오리털 파카를 입고, 11월이 되자마자 김장도 서둘러 한 집들이 많다. 김치가 떨어졌다는 소식에 배꽃 님네서도 한 통을 가져왔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아이 친구네서도 김치 몇 쪽을 보내왔다. 

그런데 며칠 전 베트남 새댁인 티미옌의 집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비닐 봉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선생님, 제가 담근 김치예요." 그러길래 "형님들이랑 같이 했어요?" 하고 물으니 배추 10포기를 사다가 모두 혼자 했다고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았다. 가끔 김치를 직접 담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김장까지 해낼 줄은 몰랐다. 정말 장하다 싶었다.  

티미옌은 4형제 중 막내며느리. 사정이야 있겠지만 위로 형님이 셋이나 있는데도 86세의 병든 시어머니랑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사도 명절도 모두 티미옌의 차지인 듯했다. 처음에는 종종 다니며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던 형님들도 1년이 지나면서 바쁘다며 발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젠 제법 제사 음식도 하고, 명절 때는 갈비찜이랑 잡채 같은 것도 직접 했다고 해서 칭찬을 해주었다. 한국 생활 2년차가 그 정도 음식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지 2~3년이 되어도 한국 음식을 만들기는커녕 먹지도 못하는 외국인도 많던데...

먼 타국땅에 시집 와서 처음으로 하는 김장인데 누가 와서 함께 거들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진짜로 한국이 살만한 나라라고 느꼈을 텐데... 본인은 먹지도 않는 김치를 담그기 위해 며칠 동안 신경 쓰고 애를 썼을 티미옌의 마음을 생각하니 짠한 생각이 들어서 김치 봉다리를 안은 손으로 꼭 안아주었다. "고마워요. 귀한 김치 정말 맛있게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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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11-23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귀한 김치네요
정말요

소나무집 2010-11-25 00:25   좋아요 0 | URL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김장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을 거 같더라구요.

하늘바람 2010-11-23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다문화가정에 다니시며 수업을 하시나요?
정말 뜻깊고 좋은 일을 하시네요
소나무집 님 아이들은 참
보고 배우는 게 보람되고 뜻깊어서 바르고 올곧게 자라겠어요

소나무집 2010-11-25 00:26   좋아요 0 | URL
네, 원주 와서 고민하다 시작한 일이에요.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사실은 제가 더 큰 인생 공부를 하고 있어요.^^

세실 2010-11-2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특도 하지. 혼자 김치 버무리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님이 좋은 언니, 선생님 되어주셔서 덜 외로울 거예요. 에구.....

소나무집 2010-11-25 00: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참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요. 그래도 늘 씩씩한 베트남 새댁이에요.

울보 2010-11-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울컥하셨겠어요,
님이 잘해주셔셔 또 그분도 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한것이겠지요,
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타국에 사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시는 님 참 멋지네요,,

소나무집 2010-11-25 00:30   좋아요 0 | URL
아마 일 년 가까이 같이 공부하면서 정도 많이 들고 그래서 뭐든 주고 싶은 마음이었나 봐요. 사실 선생님이면서 친구이기도 해요. 가족 이외에는 한국인 말벗이 거의 없는 그녀들이기에...

꿈꾸는섬 2010-11-2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컥했어요.ㅠㅠ
자신이 먹지도 않을 김치를 혼자 담갔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김치를 소나무집님께 나눠주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예쁘고 소중하네요.^^

소나무집 2010-11-25 00:32   좋아요 0 | URL
힘들었을 텐데 늘 괜찮다고 말하는 씩씩이 아줌마예요. ^^

엘리자베스 2010-11-2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좀 속상하네요. 형님들 미워~~~~~

김치 드린다고 약속해놓고 저는 드리지도 못했는데...죄송해요.
김치냉장고가 없는 관계로 저희는 맛김치만 조금 먼저 가져왔어요.
조만간 집으로 놀러갈께요. 김치 갖고^^

소나무집 2010-11-26 09:3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젠 김치 걱정 뚝~이에요.
이번 주말에 친정으로 김장하러 가니까 그냥 놀러 오시와요.^^
 

지난 달(10월 24일 토요일)에 친정아버지의 칠순이 있었다. 어떻게 해 드릴까 묻는 자식들에게 "잔치고 뭐고 다 그만두고 내려와서 일이나 거들다 가라"시던 친정아버지. 어려운 시절(1941년생)에 농촌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고생만 하신 친정아버지이기에 좀 의미 있는 칠순 잔치를 해드리고 싶었다. 더구나 환갑 때는 동생 결혼식과 같은 달에 생신이 있어서 삼남매하고 저녁 식사만 한 게 다여서 엄마가 내내 서운해하셨던 기억도 있고.  

그래서 태안에서 제일 좋다는 한정식집(비원)을 예약해서 부모님 양쪽 형제분들만 모시고 저녁 식사를 했다. 모인 손님이라고 해봐야 아이들 포함해서모두 30명도 안 된다. 식사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칠순 행사를 했다.    

식당 겉과 내부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음식은 훌륭했다. 일식과 한식이 반반씩 나왔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 1인분에 35,000원이었는데 비싼 음식 많이 먹고 다니는 오라버니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7만원짜리 한정식보다 낫다고 했다. 상차림은 태안의 유일한 이벤트 회사에 부탁(20만원)했는데 예쁘긴 한데 과일이 좀 부족해서 수박이랑 메론 두 개는 내가 추가.

 중3인 큰조카가 할아버지께 꽃바구니를 드렸다. 어느새 키가 180센티나 되어버린 큰 손자가 할아버지는 내내 대견하기만 하다.

 케익 자르기. 두 분 머리가 오랜만에 새까맣다. 전날 저녁 칠순 생신을 드시기 위해 두 분이 마주앉아 염색을 하셨다고 한다. 친정아버지와 친정엄마의 피부색이 정말 대조적이다. 그 옛날 처음 선보러 갔던 날 신랑감의 까만 얼굴이 너무 싫어서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는 울 엄마~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평생 잘 살고 계신다. 

 7명의 손주들을 대표해서 큰조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께"로 시작되는 편지를 읽어 드렸다. 할아버지의 사랑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제법 감동스럽게 써서 많이 컸음을 느꼈다. 

 큰딸인 내가 감사패도 드렸다. 우리 삼남매도 부모님도 모두 사근사근한 성격들은 아니라서 어려서부터 사랑한다는 표현 같은 걸 하면서 살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께는. 그래서 감사패에 그런 내용을 담아 드렸다. 내용을 읽는데 목이 메어서는... 

"사랑하는 부모님께 항상 저희를 위하여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지켜보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지금껏 주신 큰 사랑 가슴에 담고 조금씩이나마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저의 곁에 있어 주세요. 아버님 고희일을 맞이하여 자식들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아버지, 어머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자식들이 따라 올린 술로 건배도 하셨다. 울 친정엄마는 와인잔에 건배하는 게 뭐 특별한 거라도 되는 양 굉장히 좋아하셨다.  

큰절도 올리고, 오빠네는 삼배, 나머지 두 딸네는 일배씩~

 어머님 노래도 불러 드리고 - "나 실제 괴로움은 다~ 잊으시고 ~" 하지만 어찌 잊으리~

 바쁜 농사일 중에도 손주들이 오면 함께 매미도 잡으러 다니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놀아주시던 모습이 정말 고맙고도 좋았다. 친정아버지는 우리 삼남매를 키울 때는 어른들 앞이라서 예쁘다는 말 한마디 못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친정아버지는 손주들은 유난히 예뻐하신다.

 삼남매가 다 모인 가족 사진도 이렇게 단촐하다. 친정아버지는그 당시 '셋만 낳자!!!' 가족 계획의 피해자라고 더 낳지 못한 걸 늘 억울해하신다.

 큰딸인 우리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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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11-1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분이 너무 정정해보이시네요 참 보기 좋아요,,
아버님 어머님이 흐믓하셨겠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4   좋아요 0 | URL
늘 농사일을 하다 보니 건강해 보이셔도 여기저기 아픈 데가 아프시답니다.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좋아하셨어요.

치유 2010-11-1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잘했다..
어쩜 친정엄마가 저리 고우신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소나무집 2010-11-12 19:14   좋아요 0 | URL
난 왜 울 엄마 피부를 안 닮은 건지...

순오기 2010-11-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은 모습인요~ 두 분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길 기도해요.
소나무집님이 엄마를 많이 닮은 거 같아요.

소나무집 2010-11-12 19:15   좋아요 0 | URL
늘 티격태격하시는 모습을 보면 일부러 투정 부리는 것 같아서 귀여워요.^^

hnine 2010-11-1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두분 모두 오래 오래 건강하시기를 저도 기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부모님께서도 자제분들께서도 얼마나 흐뭇한 시간이었을까요. 사진 속의 가족들 모두 웃음꽃이 활짝 피었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젠 농사일 하느라 너무 힘들어하세요. 농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부모님 좋아하시는 걸 보니까 자식들 마음도 좋았어요.

프레이야 2010-11-1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다복해보입니다.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참 보기 좋으네요.
전 얼마전 시어머니 칠순이었는데 저렇게 큰절 올리기 이런 거 없고
좋게 말하면 완전 현대판으로 했네요. 좀 서운하셨을 듯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9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는 삼남매가 별 탈 없어 잘 살고 잇는데 요즘은 그게 효도라고 하시더라구요. 옷도 한 벌씩 해드린다고 했더니 다 필요없대요. 행사용 옷 그런 거 입을 일 없다고... 그래서 있던 거 그냥 입으셨어요. 저희 부모님이야 시골 사니까 시골 분위기에 맞춰서 했어요.

세실 2010-11-1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어머님 참 고우세요.
감사패 받으시며 얼마나 흐뭇하셨을까요.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소나무집 2010-11-12 19:19   좋아요 0 | URL
불현듯 감사패 같은 걸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했는데 은근히 좋아하셨어요.

BRINY 2010-11-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서 행복하시겠어요.
소나무집님 한복이 예쁘네요.

소나무집 2010-11-12 19:21   좋아요 0 | URL
네, 내내 좋아하셨어요. 손님들께 은근히 자식 자랑도 하시고... 시골 분들은 자식 자랑하는 재미에 살거든요.^^ 한복은 대여점에서 딸 둘만 똑같은 걸로 빌렸어요.^^

꿈꾸는섬 2010-11-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맘이 다 짠해요.^^
친정부모님께 감사패도 올리시고, 큰손주의 편지는 정말 감동적이었겠단 생각을 했네요.
가족들만의 단촐한 잔치 정말 좋았겠어요.
친정부모님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소나무집 2010-11-13 07:41   좋아요 0 | URL
손님이 많으면 저렇게 못했을 거예요.
이젠 자식들보다 손주들이 뭘 해드리는 걸 더 좋아하세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