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이야기> <노란 우산>으로 유명한  류재수 선생패랭이꽃그림책버스 초청으로 원주에 오셨다. 이런 작가들의 강연회가 있을 때마다 원주가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소도시 맞나 의심스러우면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림책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류재수의 <백두산 이야기>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의 시작이 바로 1988년에 출간된 <백두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초판본(통나무 출판사) <백두산 이야기>에서 70~80년대 방문 판매하는 전집 속에 들어 있던 <소공녀>나 <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히며 자식들의 영혼이 좀먹히는 줄도 모르던 끔찍한 교육열을 비판하며 류재수 선생의 <백두산 이야기>의 출간 의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연회는 박경리문학공원 박경리 선생의 옛집에서 진행되었는데 2층 사랑방이 가득찼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심지어는 학교 대신 엄마와 함께 강연을 들으러 온 아이도 있었다.  

  

선생은 우선 그림책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했다. 많은 명화를 보여주고 누구나 같은 해석이 필요한 그림보다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그림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특히 <구걸>이라는 그림을 보여주며 흠잡을데 없이 잘 그렸지만 놀라운 묘사력만 보여주는, 구걸의 느낌이 전혀 안 나는 소재주의 작품이라며 현재 나오는 많은 그림책들 역시 소재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어서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랑에 대한 표현법으로 직유와 은유를 설명했다. 남녀의 키스 장면을 노골적으로 그리는 것이 직유고, 사람은 수풀 속에 숨겨놓고 벗어놓은 신발 두 켤레로 표현하는 것이 은유라고.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할 때 더 많은 상상과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그림책도 그러해야 한다는 말씀.

  

내가 사랑하는 <노란 우산>. <노란 우산>은 2001년 출간되었지만 출간 15년 전에 시작된 책으로 일본 출장길에 순식간에 떠오른 이미지라고 했다. 15년 동안 5개의 버전을 거쳐 완성작이 나온 것이라고 하니 작가의 정성이 얼마나 깃든 책인지 알 만하다.

  

류재수 선생은 <노란 우산>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 붓터치 하나하나 고심을 했고, 특히 비 오는 날의 습도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40~50장이나 그린 중에서 첫 장면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상상과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으니... 결국 작가가 너무 많이 설명을 하고 참견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 같았다.

그 결과 볼로냐 도서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책'이라는 평을 받았고, IBBY 그림책으로 선정되면서 '세상에 문자가 없는 그림책은 많다. 그러나 스토리조차 없는 책은 없다. 전세계 어떤 나라 어린이들이 봐도 다 느낄 수 있는 책이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류재수 선생의 그림책에 대한 열정은 80~90년대 해송이라는 빈민 탁아운동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창신동(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청계천이 가까운 달동네였음) 해송에서 일한 대학 동기가 있어 더 반가웠다. 삭막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림을 그렸고, 동심을 심어주기 위해 그림책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80년대 처음으로 그렸던 해송 아기둥지 간판과 <노란 우산>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노란 우산>이 태어나게 된 계기도 해송의 아이들과  그 골목길을 떠올리며 시작된 것이라고 하니 사람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은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류재수 선생의 고집과 열정, 예술혼마저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강연이었다.

*** 류재수 작가의 책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2-02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3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2-0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류재수님의 강연을 들었다니 부럽네요~ 후기 고마워요!^^
위 세 권은 봤는데 자장자장만 갖고 있어요.
다른 책들은 도서관에서 찾아볼게요~

소나무집 2010-12-03 08:53   좋아요 0 | URL
예술이나 창작의 기본, 더 나아가 삶의 자세까지 가르쳐주는 정말 좋은 강연이었어요.
서점에 가면 나 좀 사주세요. 하고 애원하는 책이 너무 많은데, 그런 책들을 보면 부끄럽대요.

2010-12-02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12-03 08:54   좋아요 0 | URL
나도 넘 궁금해요. 창비어린이 홈피에 가서 목록을 다 확인했는데 없더라구요. 아마 다른 잡지를 잘못 알고 계신 건 아닌지...
주말에 시립도서관 가면 한 번 찾아볼게요.

꿈꾸는섬 2010-12-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강연회였겠어요. <노란우산> 보고 참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12-09 08:53   좋아요 0 | URL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모두 멋지더라구요. 특히 류재수 작가님은 요즘 그림책들이 너무 상업적인 쪽으로 치우친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게 길게 보면 아이들에게 좋은 게 아이라고요.

김민정 2011-08-1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육아잡지 Babee베이비의 김민정 기자입니다. 류재수 작가님 관련 기사를 준비중이라 블로그에 있는 강연회 사진을 쓰고 싶어서 쪽지 남깁니다. ^^ 사진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2011-08-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