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을 나와 라스베가스에서 하룻밤을 자고 우리가 향한 곳은 유타 주에 있는 자이언 캐년 국립공원이었다. 이곳은 남편이 한 달 반 동안 근무를 한 곳이라서 더 특별한 곳이기도 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세 시간 정도 가니까 자이언이 있는 스프링데일이라는 작은 동네에 도착했다.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 주와 유타 주는 한 시간의 차이가 있어서 우리 시계로는 여섯시인데 유타 주 시계로는 일곱시여서 좀 억울했다.  


인구가 500명밖에 안 되는 마을이지만 도서관, 은행, 여러 개의 갤러리까지 갖추고 있는 멋진 동네였다.  


자이언에서의 하룻밤은 남편이 그곳에 근무하는 동안 신세를 진 교포 써니와 존 선생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도착하니 이미 저녁 준비를 다 끝내놓고 우리 가족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계셨다. 시차 계산을 못한 우리가 약속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써니 선생님은 현재 자이언 국립공원 비지터센터 안에 있는 서점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한국에서 직원이 근무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정말 좋았다고 한다.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관광객이 아닌 한국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반가웠다고... 더구나 혼자서 숙식을 해결하는 애처로운 모습에 수시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친해진 것 같았다. 남편의 붙임성 좋은 성격도 한몫 했고...


써니네 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멋진 풍경 덕분인지 써니를 비롯해 은퇴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사는 것 같았다. 써니 부부는 70년대 초 캘리포니아로 이민 가서 사업에 성공한 교포다. 두 분은 도시 생활을 접고 50대 초반에 은퇴를 하고 7년 전 이 동네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여행중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은퇴지로 결정하고 땅을 구입해놓은 게 30대 후반의 일이라고... 너무 늙어서 은퇴하면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른 은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40대에 접어든 내게 은퇴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은데...  아니 그런 시기가 올까 싶은데... 두 분을 보니 후반기 인생을 멋지게 살려면 은퇴도 일찍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 있는 포도밭과 창고다. 와인을 만들 생각이라며 직접 지어놓은 와인 숙성 창고까지 보여주셨다. 은퇴를 한 두 분은 도시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듯했다. 농사를 짓고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여유를 즐기는 걸 보며 은퇴란 이런 거로구나 싶었다. 우리는 회사에서 퇴직하면 큰일나는 줄 알고 새로운 일자리 찾기에 급급한데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 180도 다른 인생을 산다면 한 번 태어나 두 가지 인생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써니의 남편인 존 선생님이 직접 지은 와인 창고다. 위쪽에 보이는 곳은 손님이 왔을 때 가든 파티를 하는 곳이란다. 직접 농사 지은 채소를 곁들여 숯불구이를~   


하지만 우리의 저녁식사는 미국식 스파게티였다. 나는 남편과 달리 처음 만난 두 분이 너무 어려워서 조심조심... 집안도 정말 멋지게, 그러면서도 약간은 한국식으로 꾸며놓았는데 사진은 못 찍겠더라.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써니를 위해 준비해 간 선물을 풀어놓았다. 박완서 책 세 권과 제주 걷기 여행 책, 그리고 남편이 특별히 부탁했던 고춧가루와 한지 부채까지... 선물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을 보이며 좋아하셔서 무겁게 들고 간 보람이 느껴졌다.     

그리고 써니 부부는 우리 아이들을 정말 예뻐라 하셨다. 한국말을 하는 아이들을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신기하다고 했다. 처음 방문한 집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우리 아들은 온 집안을 들락거리며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존 선생님을 귀찮게 했는데도 친할아버지처럼 정성껏 대답을 해주시곤 했다. 당신의 자식들은 미국에서 낳아 미국의 아이로 키웠으니 우리 아이들을 보며 떠나온 조국을 생각한 건 아닌지... 그래서 어쩌면 써니 부부에게 가장 큰 선물은 우리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우리 아이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며 메일을 주시곤 한다. 


집 안팎을 참 예쁘게 꾸며놓았는데 대부분의 시설이 존 선생님이 직접 만든 거라고 해서 더 놀랐다. 마당 한켠엔 작은 연못도 있고, 심지어는 집 한쪽에 작은 찜질방까지 만들어놓았더라는... 

 써니네 포도밭 옆에 있는 캠핑카. 써니 선생님은 여기에 집을 지을 때(2년 걸렸다고)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갔다하며 호텔에서 자는 게 불편해서 캠핑카를 구입했다고 한다. 써니는 우리보고 캠핑카랑 집 중 어디에서 자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캠핑카지요. 여행하면서 수도 없이 보아온 캠핑카에서 잘 수 있다며 아이들이 더 좋아했다. 캠핑카 안에는 2층 침대랑 부부 침대가 있고, 소파도 펼치면 침대가 되어서 6~7명은 거뜬히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불을 많이 준비해주셨는데도 새벽엔 추웠고 여관방만큼은 편안하지 않아서 난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은 일곱시도 되기 전에 먹었다. 써니는 출근하고 남편은 자이언 국립공원 100주년 기념 마라톤 참가 예정이었기 때문에 모두 일찍 서둘렀다.  

남편이 무사히 마라톤도 뛰고 하루 종일 자이언 국립공원을 구경한 후 바로 브라이스 국립공원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인사를 하러 집에 들리니 써니가 저녁 먹고 하룻밤 더 자고 가라고 했다. 남편은 그래도 된다고 했지만 난 여전히 어려운 분들이었기에 하루 더 머물면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만 먹고 떠나기로 했다. 

 써니네 집을  떠나기 전에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야 남편 덕에 미국 여행 한 번 하게 된 운이 겁나게 좋은 가족이지만 이 분들은 세상에 아쉬울 게 없는 미국의 중산층이었다. 가진 것 많지 않은 우리에게 베풀면서도 늘 기분 좋게 해주셨던 두 분에게 정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사진을 찍고 두 분이 한 번씩 안아주셨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사람을 진정으로 아껴주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데 감사를 넘어 감동을 받았다. 특히 남편에게 베풀어준 호의에 감사 드릴 때마다 하셨던 말씀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나에게 되돌려주려고 하지 마라. 너의 도움이 필요한 다음 사람을 위해 베풀어라!"    


이곳은 스프링데일에 있는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동네 사람들이 기부금을 모아서 만들었다는데 써니 부부도 이 도서관을 짓는 데 기부를 했다고 한다. 입구 길쭉한 담벼락에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놓았는데 거기에 써니 부부도 있었다. 남편에게 그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돈을 많이 낸 사람일수록 위에 이름을 새겨놓는데 써니 부부의 이름은 자랑스럽게도 맨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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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간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대자연 - 자이언 국립공원 3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19 18:03 
    남편이 마라톤을 마치고 자이언 탐방에 나섰다. 마라톤을 마치고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텐데 직접 근무했던 곳이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서 마냥 신나 있었다. 이렇게 노는 일에 열정적인 남편 덕분에  우리 가족이 미국까지 가게 된 것이지 싶다.   전날 라스베가스에서 자이언으로 오는 길은 내내 황무지였다. 도로 주변엔 누런 빛깔밖에
 
 
무스탕 2009-07-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공한 이민'의 샘플을 보는듯 싶어요. 그렇다고, 나 성공한 사람이야~ 하는 거만함이 느껴지는것도 아닌 성공한 사람의 여유가 느껴져서 더욱 좋아요.
주민수에 비해 편의시설이 저렇게 갖추어져 있다니 놀랍네요. 우리나라 시골 가보세요. 병원이 어디있고 은행이 어디었어요 ㅠ.ㅠ
맨 위에 적혀있는 이름, 대한민국을 대표해 주시는듯싶어 자랑스럽습니다 ^^

소나무집 2009-07-15 11: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성공한 이민자. 정말 좋은 분들이었어요. 젊은 시절엔 조국을 잊고 살았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자꾸 생각하게 되나 봐요. 5월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 노병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그들의 이야기가 6월 24일 KBS 스페셜에서 <헬로우 가평, 굿바이 세미>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더군요.

순오기 2009-07-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민들의 기부로 세워진 도서관~ 멋진데요!
맨 윗쪽에 자리한 써니 부부의 이름도 자랑스럽고...

소나무집 2009-07-19 18:41   좋아요 0 | URL
전 어딜 가도 도서관이 젤로 부러웠어요.
완도도 저런 도서관이 하나만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제가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마을 도서관이라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언젠가는 떠나야 할 입장이라서...

꿈꾸는섬 2009-07-1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다른 재미가 있으셨겠어요. 캠핑카에서의 하룻밤ㅎㅎ
보면서 코끝이 찡하네요. 써니와 존 부부에게 아이들이 가장 큰 선물일거라는 님의 말씀에 공감이요.^^

소나무집 2009-07-19 18:42   좋아요 0 | URL
재미는 있었는데 전 넘 불편하더라구요.
써니 부부 덕분에 자이언 국립공원은 더 잊을 수 없는 여행지가 되었어요.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가 있다. 우리나라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립공원 내에 탐방안내소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고 바로 산으로 가기 바쁘다.   

미국의 경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도 얻고 자신의 여행 계획을 짠다고 한다. 직원들이 가지 말라는 곳은 절대 안 가고 안내해주는 곳만 가는 모범생들이 대부분. 만일 가지 말라는 곳에 갔다가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한다. 특히 겨울엔 문을 안 여는 곳들이 있어서 꼭 비지터 센터에 들러 확인을 해야 한다. 그랜드캐년 노스림(North Rim)의 경우 5월 중순에 문을 열고 10월까지만 방문객을 허용하는데 무턱대고 갔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그랜드캐년 비지터 센터는 우리가 가 본 미국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외부에 있는 대형 설명판엔 공원에 대한 역사나 지질학, 야생 동물에 대한 정보들이 실려 있었다. 영어 실력이 딸리는 우리는 당연 사진만 보고 패스. 
 
그래도 국립공원이나 생물학적 지질학적 지식이 잡다한 남편 덕분에 수박의 겉은 핥으면서 지나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풍경. 


미국 전역에 있는 국립공원과 미국국립공원청(NPS)이 관리하는 다양한 보호 지역, 역사 유적지, 각종 국가 기념물(링컨기념관, 백악관도 NPS에서 관리) 등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  


미국의 국립공원은 모두 55개 정도인데 서부 지역에 제일 많다고 한다. 초록색 부분이 국립공원 지역. 미국 전도로 보니 우리가 다녀온 곳은 미국의 한 귀퉁이로구만! 


그날 그날의 날씨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다녀보니 미국 서부 지역의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곤 해서 사계절 옷이 다 필요했다. 저때만 해도 해님이 반짝인데 저녁엔 눈이 왔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위해 화씨와 섭씨를 같이 표기하고 있다.


그랜드캐년의 지층을 보여주는 단면도. 꼭대기층이 우리가 서 있는 그랜드캐년의 사우스림 지역으로 2억7천만 년 전 지층이고, 바닥층은 현재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지역으로 16억~18억년 전에 형성된  지층이다. 그리고 다음에 방문할 자이언 국립공원의 바닥 지층은 그랜드캐년의 꼭대기층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 간단한 책자를 하나를 받아서(보통은 무료, 자이언의 경우는 1달러를 지불하고 구입) 해당 공원에 대한 공부를 한 후 직원의 검사를 맡으면 선서를 하고 주니어레인저 뱃지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걸 안 직원이 천천히 한 단어씩 끊어서 말해주는 센스를 보였다. 비지터 센터는 안내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도 한몫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에 나와 있는 걸 다 하려면 3~4 시간은 머물면서 책에서 지시한 내용을 찾아다니며 확인을 하고 퍼즐도 맞춰야 하는데 우리는 구경 다니느라 다 못해서 아이들이 무척 아쉬워했다.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건물 실내 곳곳에 그랜드 캐년에 사는 동물과 곤충을 부조로 만들어놓고 아이들에게 찾아보게 했다. 아이들 앞에 있는 건 방문 날짜를 찍을 수 있는 스탬프.  


벽에서 찾은 식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그랜드캐년에서 자라는 유카.  


대부분의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 안에 책과 기념품을 파는 서점이 같이 있었는데 그랜드캐년은 비지터 센터 건너편에 서점 건물이 따로 있었다.  


국립공원 서점에는 책과 다양한 기념품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꼭 구경하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우리는 여기서 22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아이들 보드 게임(왼쪽 앞에 보이는)을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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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5 
    동쪽 전망대(Watchtower)가 있는 곳은 단체 여행객은 없고 우리 같은 승용차 여행객이나 가는 곳인 듯했다. 전망대 안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하니 볼 것이 많았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본 전망대의 모습이 꼭 경주에 있는 첨성대랑 닮았다.   안에 들어가니 1층엔 기념품 매장과 서점이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마그네
  2.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7 
    윌리엄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무렵.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긴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 하나쯤 없겠나 싶은 심정으로 Inn 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좀 괜찮다 싶은 곳은 빈 방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동네 제일 끄트머리에서 좀 허름하긴 했지만 빈 방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 &
 
 
꿈꾸는섬 2009-07-0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정말 거대한 나라라는게 실감나요.

소나무집 2009-07-03 12:04   좋아요 0 | URL
엄청 넓다며 돌아다녔는데 지도로 보니 서부 한 쪽 동네네요.
그래서 미국 얘들도 지네 나라의 도시가 어디 붙었는지도 잘 모른다고 해더라구요.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꼭 들러야 하는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동쪽 전망대(Watchtower)가 있는 곳은 단체 여행객은 없고 우리 같은 승용차 여행객이나 가는 곳인 듯했다. 전망대 안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하니 볼 것이 많았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본 전망대의 모습이 꼭 경주에 있는 첨성대랑 닮았다.  




안에 들어가니 1층엔 기념품 매장과 서점이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마그네틱. 우리도 기념품으로 가는 곳마다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마그네틱을 하나씩 사서 모았다. 이유는 기념품 중 가장 싸서...


기념품 중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삶의 터전을 다 빼앗고 이제는 보호 구역 안에 가둬놓았으면서 관광지 곳곳에서 파는 기념품은 원주민들과 관련된 것이라니... 이런 아메리카 원주민과 관련된 기념품을 볼 때마다 속에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대리석 돌로 깎아서 만든 건데 수공예품이라서 그런지 작은 것도 엄청 비쌌다. 그나마 이런 걸 만드는 원주민들은 미국 내에서 예술가로 인정도 받으면서 잘 사는 편이라고 한다. 


2층에 있는 쉼터. 벽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가 앉았던 의자. 나무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의자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의자에 앉아 올려다본 모습.   

 3층 전망대에는 창문이 나 있어서 망원경으로 내다 볼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건 메사. 메사(mesa)는 꼭대기가 평평하고 주위가 급경사를 이룬 탁자 모양의 지형을 말하는데 육지가 침식될 때 지층 위의 단단한 암석층이 남아 이루어진다고 한다.

  망원경은 25센트짜리 동전을 넣게 되어 있었는데 그 동전이 없어서 혹시나 하고 100원을 넣었더니 글쎄 망원경이 작동하더라는... 망원경으로 보니 계곡에 물결 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다 보여서 국가 망신인 줄 알면서도 100원짜리 동전을 또 넣게 되더라. 

  

전망대에서 한층 위로 올라가면 이렇게 야외로 나갈 수 있었다. 요건 벽난로 굴뚝이란다.  


굴뚝 옆에 서서 내려다본 모습.  



 내려가는 계단. 갑자기 우리나라 첨성대 내부에도 이런 계단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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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0 
    윌리엄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무렵.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긴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 하나쯤 없겠나 싶은 심정으로 Inn 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좀 괜찮다 싶은 곳은 빈 방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동네 제일 끄트머리에서 좀 허름하긴 했지만 빈 방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 &
  2.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2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Visitor Senter)가 있다. 우리나라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립공원 내에 탐방안내소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고 바로 산으로 가기 바쁘다.    미국의 경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도 얻고 자신의 여행 계획을 짠다고 한다.
 
 
꿈꾸는섬 2009-06-27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첨성대랑 닮았어요. 첨성대 안에도 계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신라역사과학관에 있던 모형에 내부엔 계단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랜드캐년 정말 멋지네요. 전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ㅎㅎ

소나무집 2009-07-02 11:55   좋아요 0 | URL
몇 년 전에 경주 가서 첨성대를 보긴 했는데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사진 같은 건 구경을 못 한 것 같아요.
들어갈 수 없으니까 사진이라도 공개해주면 더 좋겠다 싶네요.

순오기 2009-07-0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예요~ 100원짜리를 계속 넣고 보다닛!ㅠㅠ

소나무집 2009-12-28 11: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래미 2009-12-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신 곳이 '데저트 뷰' - 즉 '사막 보이는 곳'이라는 뎁니다. 그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그랜드 캐년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광대한 곳이 사막입니다. 정말 넓더군요. 그곳이 바로 나바호 인디언 보호 구역인데. 미국을 가다 보면, 숲이 우거진 곳은 '내셔날 포레스트', 경치가 멋 있는 곳은 '내셔날 파크', 그리고 저런데서 사람이 살 수 있나 싶은 황량한 곳은 '인디언 보호 구역' - 뭐 그렇습니다.
데저트 부에서 사막 저 끝을 보면, 버밀리온 클맆(절벽)과 에코 클맆(절벽)이 보입니다.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꼭 들러야 하는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윌리엄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무렵.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긴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 하나쯤 없겠나 싶은 심정으로 Inn 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좀 괜찮다 싶은 곳은 빈 방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동네 제일 끄트머리에서 좀 허름하긴 했지만 빈 방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   


윌리엄스는 순전히 그랜드 캐년 때문에 생긴 작은 마을이다. 동네 이름은 서부 개척 시대에 길 안내자였던 빌 윌리엄스의 이름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캐년 안에도 숙박 시설이 있긴 하지만 이미 3~4 개월 전에 예약이 끝났고, 거의 A 급 호텔 가격이라고 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랜드캐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주변 도시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숙소. 1층 오른쪽 끝에 있는 방. 허름해 보이지만 아침도 안 주면서 숙박비는 세금 포함 70달러나 했다. 우리가 아침에 숙소를 나선 시간이 9시 전이었는데 주차장을 가득 채웠던 차가 한 대만 남아 있다. 여행자가 되면 부지런해야 하는데 우리는 늘 밤늦게 도착해서 지각 출발을 하곤 했다.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 나지막한 소나무숲이 이어진 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었다. 평지 같아 보이지만 해발 2000 미터가 넘는다. 1950 미터인 한라산 정상보다도 더 높다는 얘기. 


매표소를 멀찍이 두고 만난 그랜드캐년 랜드마크. 말로만 듣던 그랜드캐년에 온 게 실감이 나는군! 그랜드캐년(홈페이지 바로가기)은 애리조나 주 북쪽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협곡으로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9년에 일찌감치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마일로 된 걸 우리가 익숙한 평수로 계산해 보면14억 평 정도라네... 그랜드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겠다.  



매표소에 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오른쪽에 있는 회색 차가 우리가 렌트한 차. 차 안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니 남편이 내려서 찍으라고 하는 바람에 우리 차가 사진에 나오는 영광을.  

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없지만 미국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상당히 비싸다. 각 국립공원마다 입장료가 조금씩 다른데 그랜드캐년의 경우 차 한 대당 25달러였다.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 수와 상관 없이 무조건 차 한 대당 입장료를 계산한다. 이 티켓 하나를 끊으면 일주일 동안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한 공원만 갈 거라면 25달러 내고 들어가는 게 싸지만 네 군데 이상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80달러짜리 연간 회원권을 끊는 게 더 싸다. 우리는 물론 이 연간 회원권을 끊어 가지고 다녔다.


도로를 달리다가 처음 만난 포인트에서 차를 세우고 몇 발자국 걸어가니 바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 보는 계곡의 모습에 놀라 온 가족이 와~ 와~ 하루 종일 그랜드캐년에서 내지른 경탄의 소리는 헤아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랜드 캐년의 진면목을 보려면 계곡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제일 짧은 트래킹 코스도 내려가는 데 하루, 올라오는 데 하루 해서 이틀은 걸린다고 하니 하루 일정으로 간 우리는 뷰포인트만 돌기도 바빴다.


나바호 포인트에서. 전날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는 봄날씨였는데 그랜드캐년은 우리의 2월 날씨쯤 되었다. 있는 대로 옷을 다 껴입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졌을 정도. 여행을 하면서 만난 미국 얘들의 옷차림은 진짜 제멋대로였다. 한 장소에서 두꺼운 점퍼를 입은 사람과 나시티에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을 동시에 만나곤 했다. 땅이 워낙 넓어 사람들마다 온 곳이 다르다 보니 자기 식대로 옷차림을 하는 것 같았는데 옷차림을 보고 신기해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도 나중에는 이런 모습에 덤덤해졌지만.  

그랜드캐년 동서남북 중 우리가 간 곳은 사우스림(South Rim)이다. 림(Rim)은 계곡의 가장자리를 말하는데 이 림을 따라 곳곳에 우리 식으로 하면 전망 좋은 곳, 즉 뷰포인트(View point)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사우스림의 캐년 빌리지 부근인데 우리는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더 들어가는 동쪽 전망대(Watchtower)까지 들어갔다가 되돌아왔다.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공원 내 숲이 불에 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게 왠일인가 싶은데 남편의 말에 의하면 공원 직원들이 일부러 낸 불이라고 했다. 내 상식으로는 숲에 불을 낸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 미국은 생태계 유지를 위해 일부러 숲을 태운다고 했다. 한마디로 숲이 너무 빽빽해지면 살아갈 수 없는 식물과 동물들에 대한 배려라고.  


국립공원 초기에 돌로 지은 전망대. 모두 일일이 돌을 쌓아서 만든 거라고 한다. 전망대 내부 소개는 여기를 클릭.  

  전망대에서 줌~해서 찍은 콜로라도 강줄기의 모습이다. 바로 이 강물이 드넓은 콜로라도 평원을 수십억 년 동안 깎아서 거대한 협곡으로 만들어놓았다. 저 계곡까지의 깊이가 1500 미터이고 너비도 좁은 곳은 6 킬로지만 넓은 곳은 30 킬로나 되는데 지금도 계속 깎여서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위대함이여!!! 
 





마더포인트에서. 마더는 미국의 국립공원청(NPS)을 만든 사람이란다.  



그랜드캐년 비지터 센터. 규모가 엄청나다. 비지터 센터는 여기를 클릭.  

 
그랜드캐년에는 빌리지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숙박 시설(Lodge)이다. 



역사 박물관을 겸한 기념품 판매장이다. 건물에서 오래된 느낌이 난다. 그래 봐야 백 년도 안 되었지만 미국은 이런 건물도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관리를 했다. 옛날 미국 사람들은 여기까지 마차를 타고 올라와서 구경을 하고 간 모양이었다. 설명판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니. 


빌리지 내 랏지(Ladge) 앞에서 바라본 풍경. 



그랜드캐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피 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풍경. 한쪽에선 구름이 몰려오고 한쪽엔 햇살이 비쳐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는 승용차 출입을 통제하고 셔틀 버스만 타고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어서 한 시간 정도면 돌아 나오겠지 하고 셔틀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중간 중간 내려서 구경하다 보니 두 시간이 넘게 걸리고 말았다.  



구름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점점 추워졌다. 그리고 처음엔 거대한 계곡 앞에서 놀라워 입이 딱 벌어졌지만 하루 종일 아찔하고 무시무시한 계곡만 내려다 봤더니 지겨운 생각도 들더라는 말씀. 더구나 계곡 아래로 걸어 내려가 보질 않아서 그런지 자연과 교감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만 들었다. 



 


돌아가는 셔틀 버스를 탔다가 이산 가족이 될뻔한 에피소드. 돌아가는 셔틀 버스를 탔는데 한 정거장 가서 멈추더니 운전 기사가 뭐라뭐라 하면서 한참을 서 있었다. 남편은 여기서 좀 오래 머문다니까 내려서 구경을 더 하고 오라고 했다. 마침 남편은 잠든 아들을 안고 있느라 모녀만 차에서 내렸는데 열 발자국도 걷지 않아서 갑자기 버스가 붕~ 떠나버리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앞에서 한 말은 다 잘라먹고 구경하라는 마지막 한마디만 알아들은 남편이 우리에게 내리라고 한 것이었어! 

이런 황당... 버스를 쫓아가면서 소리소리 질렀지만 이 놈의 버스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란 말이지. 닭 쫓던 개마냥 서서 황당했던 모녀. 영어도 못하는 모녀가 그랜드캐년 미아 되는 줄 알고 아찔했던 순간. 나중에 만난 남편에게 왜 차를 안 세웠냐고 따졌더니 당황하니까 STOP! 이라는 말이 생각이 안 나서 멍하니 있었대나. 우리 가족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꽝인지 드러난 사건. 이런 영어 실력으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 아니고 뭐야! 

버스가 여러 방향으로 다니기 때문에 잘 보지 않으면 반대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상황. 침착하게 빌리지행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가 30분 만에 주차장에서 남편을 만났을 때의 감격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주차장 주변에서 마주친 생뚱맞기 그지없는 기차. 우리가 묵었던 동네 윌리엄스에서 그랜드캐년 사우스림 빌리지까지 왕복하는 관광 열차로 1901년에 개통되었다고 하니 이것도 놀라워라.  



주차장 옆에서 만난 엘크. 야생 동물인데도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더라. 아, 벌써 그랜드 캐년에서 하루를 보내고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떠날 시간이 되면 늘 아쉽다. 정~말 나중에 또 그랜드캐년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2박 3일쯤 머무르고 싶다.


구름이 몰려오더니 우리가 그랜드캐년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엄청난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4월에 그랜드캐년에서 만난 반가운 눈이다. 빌리지 안에 있는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한 보따리 사 들고 출발한 시간이 7시가 넘었으니 예약한 호텔이 있는 라스베가스에는 12시 무렵에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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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지터 센터 - 그랜드캐년 3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3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Visitor Senter)가 있다. 우리나라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립공원 내에 탐방안내소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고 바로 산으로 가기 바쁘다.    미국의 경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도 얻고 자신의 여행 계획을 짠다고 한다.
  2. 동쪽 전망대 내부 - 그랜드캐년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7-02 11:04 
    동쪽 전망대(Watchtower)가 있는 곳은 단체 여행객은 없고 우리 같은 승용차 여행객이나 가는 곳인 듯했다. 전망대 안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하니 볼 것이 많았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본 전망대의 모습이 꼭 경주에 있는 첨성대랑 닮았다.   안에 들어가니 1층엔 기념품 매장과 서점이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마그네
 
 
프레이야 2009-06-26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나마 잘 봤습니다.
엄청나게 내리는 4월의 눈, 돌로 만든 전망대, 그외에..
저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면 와~ 입이 안 다물어지겠죠.ㅎㅎ

소나무집 2009-06-26 10:15   좋아요 0 | URL
뭐든지 너무 커서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또 주눅들게 만드는 곳이었어요.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지층을 하나하나 다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신기하더라구요. 눈도 정말 많이 내려서 금방 도로에 수북하게 쌓여서 겁이 날 정도였어요.

전호인 2009-06-2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빤따스틱해요. ㅎㅎ
가보고 싶은 욕심 팍팍 ^*^

소나무집 2009-07-02 10:53   좋아요 0 | URL
멋지기에 앞서 정말 놀라웠어요.
꼭 가보세요.
아이들 지리 공부 팍팍 됩니다.

꿈꾸는섬 2009-06-27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 가슴이 탁 터지네요. 소나무집님 덕분에 구경 잘 하고 있네요.ㅎㅎ
근데 정말 놀라셨겠어요. 이산가족 될뻔한 사건때문이라도 그랜드캐년을 더 잊지 못하시겠어요.^^

소나무집 2009-07-02 10:54   좋아요 0 | URL
이산 가족 첨엔 놀랐는데 나중엔 뭐 어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
이젠 그랜드캐년 하면 풍경보다 그때 생각만 난다니까요.

느린산책 2009-06-28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아~ 파란 하늘 펼쳐진 하얀 구름, 손 내밀어 조금 떼어 먹고 싶네요 ㅋ 전망대 천장도 아기자기 재미있어 인상적이구요~ 그저 부러울뿐입니다 ^^

소나무집 2009-07-02 10:55   좋아요 0 | URL
맘껏 떼어 드세요.ㅎㅎㅎ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9-07-0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뉴스 특종 타고 왔어요~ 뒤늦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에요.
정말 사람을 기죽게 하는 자연이군요.^^

소나무집 2009-07-02 10:56   좋아요 0 | URL
그죠?
미국 여행기 쓸 때마다 특종 되니 좀 미안하네요.
다 잊어먹기 전에 여행기 써야 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분주해서 언제 다 쓰려나 모르겠어요.
 

원래 디즈니랜드에서 다음 가기로 한 곳은 그랜드캐년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지도를 보던 남편이 애너하임에서 동쪽으로 세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들렀다 가자고 했다. 이 공원에 들르면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저녁 먹을 시간이면 그랜드 캐년에 도착할 거라는 계산. 요때만 해도 이게 얼마나 무모한 계산인지 몰랐다.

지도를 보고 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이 '조금'에 늘 놀라곤 한다. 지도상 거리로 보면 한두 시간이면 갈 것 같은데 네다섯 시간을 가야 했다. 그래서 여행하면서 미국 땅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워낙 넓은 땅을 줄여서 지도로 만들다 보니 축척의 감이 우리랑은 다른 듯했다. 우리가 여행하면서 들고 다닌 지도가 미국 서부 전도, 각 주의 지도, 국립공원 지도 등 작은 가방으로 하나였다. 처음엔 영어로 쓰여진 글자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남편이 어디 지났느냐고 물어봐도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나중엔 안 되겠다 싶어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이틀쯤 지나니까 영어로 된 미국 지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도로 시설은 우리나라만큼 친절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도로표지판으로도 도착 지점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지루할 만하면 나오는 휴게소에 들러 얼마든지 먹고 비우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도로 표지판이 하도 띄엄띄엄 있어서 어쩌다 표지판을 놓치면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잃을 때마다 불친절한 미국 도로표지판 욕을 엄청 해대곤 했다. 그리고 휴게소라는 것도 우리랑은 완전히 개념이 달라서 식당이 아닌 숙소 위주의 휴게소였다. 그나마도 어찌나 가끔씩 있는지 휴게소 찾다가 아이들에게 노상 방뇨를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좋은 건 고속도로(프리웨이) 통행료가 없다는 거. 통행료를 안 받으니까 그 정도 관리밖에 안 하는 건지 원...  

어쨌거나 출발할 때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아이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놀았기 때문에 차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고, 남편과 나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풍경들을 즐기며 밀린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수다 떨다 표지판을 놓치는 바람에 길을 물어보려고 왔던 길을 한 시간이나 되돌아가 가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4월인데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엔 눈이 하얗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 지대라서 산에 나무 한 그루 없이 삭막하다. 


가는 도중에 만난 풍력 발전 시설이다. 바람이 많아서 그런지 제주도에서 본 적이 있는 풍력 발전소 시설이 엄청 많았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모하비 사막에 있어서 내내 황량한 풍경만 보다 저런 모습을 보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가 장관이었다. 


드디어 첫번째 국립공원인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 도착. 매표소보다 먼저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비지터 센터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인데 하는 일이 아주 다양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199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100 년 이상 된 국립공원이 즐비한 미국에서 역사가 아주 짧은 공원 중 한 곳이다.    



비지터 센터 앞에는 작은 선인장 정원이 있었는데 모두 처음 보는 선인장 종류였다.


비지터 센터 내부에는 공원 내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동물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트래킹 코스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트래킹을 하려면 하루 시간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우리는 차만 타고 통과하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규모만 보아도 사람들이 많이 안 오는 공원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소박했다. 다음에 가는 그랜드 캐년 비지터 센터랑 비교하면 문간방 수준이라고나 할까.

  이게 바로 조슈아 트리. 조슈아 트리는 1851년 여행중인 몰몬교도가 발견했는데 나무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여호수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조슈아 트리(Joshua Tree)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큰 나무는 키가 9 미터까지 자라기도 하고, 별로 안 튼튼하게 생긴 것과 달리 천 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고 해서 헐~ 했다.



도대체 나무 같지 않은데 나무라고 하네 그랴!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뿌연 사막의 느낌이랑 너무나 비슷하다 싶을 정도로 삭막했다. 푸른 잎도 멀리서 보면 솔잎처럼 생겼는데 가까이 가서 만져보니 선인장처럼 단단한 가시였다. 찔리면 꽤나 아플 듯.  

나무 기둥도 바나나나무처럼 껍질이 층층이 벗겨지게 생겼는데 천 년을 살 수도 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막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막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한다. 죽어서 넘어져 있는 나무를 보니 속이 텅 비어 있었다. 헤집어 보진 않았지만 그 속에 작은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듯.


사람들이 팔을 벌린 모습이랑 비슷한가?  우리 아이들은 <몬스터주식회사>에 나오는 털북숭이 설리반을 닮은 나무라고 했다. 


물기 하나 없이 바스락거리는 모래 바닥에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다는 게 신기한데, 바닥엔 하얗게 노랗게 꽃을 피운 작은 야생화들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쌩하니 지나쳤다면 결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생명들이었다.    


이 공원엔 조슈아 트리뿐만 아니라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금이 간 화강암 바위들이 곳곳에 있었다.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 와락 부서지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한 바위도 많았다.  


조슈아 트리 국립 공원의 명물인 해골 바위. 멀리서 보면 정말 이마가 넓은 해골처럼 생겼다. 쑥 들어간 눈이며 콧구멍까지... 주변에 있는 식물들은 모두 사막 식물답게 잎이 뾰족뾰족... 한곳에 시선을 두고 한참 서 있으니까 따뜻한 바위 위로 도마뱀이 들락거리는 것도 보였다. 


사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아름답지는 않았다. 늘 푸른 산에 익숙해 있던 한국 아줌마의 눈에는 그저 삭막했을 뿐이다. 하지만 메마른 자연 속에 서 있다 보면 한 번도 마주해 본 적 없는 가슴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이곤 했다. 그리고 가진 것이 적다고 투덜댔던 나의 삶이 참으로 풍요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새삼 고마워졌다.  

만약에 세상 살기가 너무 각박해서 죽음을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조슈아 트리, 메마른 모래와 부서진 바위 틈에서 자라는 생명들을 보는 순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되살아날 것만 같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지역을 지나 끝없이 이어지던 황량한 들판. 집 하나, 차 하나 발견할 수 없는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이러다 우리 굶어 죽는 건 아닌가 공포감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이런 곳에서 길을 잃으면 물도 먹을 것도 없어서 구조되지 못하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싶었다. 이런 풍경의 길을 세 시간 이상 달리다 만난 프리웨이가 사막에서 만나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길을 잃은 줄 알았다가 만난 프리웨이가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 믿지도 않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 근처 작은 도시인 윌리엄스까지 가는 데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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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6-2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조슈아 트리군요.
그것앞의 노란 야생화와 대조적이면서도 잘 어울려 보여요.
그렇게저렇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겠죠.
저무는 프리웨이를 비롯해 풍경들이 멋져요.

소나무집 2009-06-21 14:5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보는 나무라서 참 신기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으면 저런 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까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저는 늘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곳을 지날 때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더 무섭더라구요.

씩씩하니 2009-06-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오늘도 님 덕분에 미국여행....아!나는 언제나~~~
거문도 잘 다녀왔어요...백도도...
날씨가 좋아서 맘껏 보고 듣고 했어요...절벽 하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이야기들이 다 담겨있어서...ㅋㅋ 한편 재밌고 경이롭다해야할까...
귀에 붙인 멀미약에 취해서 거문도 도착했을 때 다리가 휘청거려서 직원들이 엄청 웃었어요~~ㅎㅎㅎ 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소나무집 2009-06-22 11:40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셨군요.
미국 여행은 고생길이에요. 운전을 넘 많이 해야 돼서...
운전 안 하는 여행사 패키지는 쫓기듯 여행해야 되니 재미없구...

꿈꾸는섬 2009-06-23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모래 위에 곱게 핀 노란 꽃, 인상적이에요.^^

소나무집 2009-06-23 08:38   좋아요 0 | URL
오히려 사진으로 보니까 멋진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멋지다 싶진 않았어요. 저렇게 피어 있는 야생화도 몸을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에게만 허락되는 아름다움이었어요. 저절로 몸을 낮추게 되는 곳. 그래서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되는 곳요.

CANO 2009-11-1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강영숙의 소설 '양털 모자'에 조슈아 트리가 나오길래 무엇인지 찾다가 들릅니다ㅎㅎ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셨다니.. 왠지 소설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소나무집 2009-11-21 09:40   좋아요 0 | URL
여기까지 검색이 되는군요.
찾아와주셔서 감사!!!

아래미 2009-12-2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몰몬 교도가 조슈아 트리를 발견한 것이 1951년이 아니라, 아마 1851년일 겁니다. 브리검 영이 솔트 레이크에 온게 1846년 무렵이고, 그 이후 몰몬들이 유타 주변을 탐험합니다.
제가 가본 미국 고속도로의 휴게소는 식당도 여관도 없고, 단지 화장실하고 야외 식탁 뿐이더군요. 먹거나 자거나 기름 넣으려면, 고속도로 출구로 나가면 있더군요.
저도 이번에 조슈아 트리 국립 공원 가려고 하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09-12-2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51년이 맞아요. 좋은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