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제주 시댁에서 출발한 남편이 사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서 애간장을 태우다가 3일째 되는 날 완도로 돌아와 보니 메일이 와 있었다. 컴에 한글 폰트가 있을 리 없는 오지 공공도서관에서 쓴 다섯 줄짜리 영어 메일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구나 싶은 마음에 안심 안심!
남편이 간 곳은 미국 유타 주에 있는 자이언(Zion) 국립공원이다. LA에서 미국 국내선을 타고 1시간 40분을 더 간 세인트조지라는 도시에서 다시 1시간 이상 승용차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협곡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규모는 우리나라 지리산 정도. 남편이 이곳에서 하는 일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관한 것인 듯.
오늘 온 두번째 메일에는 사진 몇 장을 함께 보내왔다. 한국에서 가져간 노트북을 쓸 수 있게 되어 우리말로 하고 싶은 말 다 써서 보냈다. 사진을 보니 정말 오지라는 걸 알겠다.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Zion 국립공원 사무소. 해발 1300미터의 고지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날씨도 한국보다 훨씬 춥다고 한다. 추운 걸 제일 싫어하는 남편이 내복부터 챙긴 이유를 알겠다.
남편이 묵고 있는 숙소.
동네 공공 도서관의 모습. 전체 인구 500명밖에 안 되는 오지라는데 공공 도서관이 있는 모양이다. 공공도서관의 역사가 시작된 미국답다. 겉모습은 저래 보여도 훌륭하댄다.
남편은 복이 많은 남자인 게 확실하다. 그곳에 도착하고 동네에 나갔다가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고 한다. 500명밖에 안 되는 인구 중에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국 구석구석 한국인이 안 사는 동네가 없는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7년 전 은퇴하고 오지에 들어와 정착해 살면서 그곳 동네와 국립공원에서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남편은 벌써 그 분들 집에 초대도 받고 쉬는 날 함께 근처 유적지도 둘러보았다고 한다.
자이언 국립공원이 있는 유타주는 몰몬교도가 대다수인데 그들 중 일부가 1860년대 이 오지까지 와서 정착 생활을 하다가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다른 곳으로 이주했단다.
사진에 보이는 유적지는 초기 몰몬교도들이 정착했던 교회와 집인데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마당에서 자건거를 타며 놀던 장면을 촬영한 장소라고. 한 번 찾아봐야겠다.
교포분이 사는 집. 파란 하늘이랑 어울려서 정말 그림 같다.
교포분의 이웃에 사는 친구네 집이란다. 멕시코풍이라는데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주변 자연 환경이랑도 잘 어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