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도 적으로 만드는 말실수
전창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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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도 적으로 만드는 말실수 - 전창현



“감추고 싶은 무의식중에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프로이트의 말실수’라고 한다. 끊임없이 내면을 다스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17쪽

모임에서 유독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지인이 있었다. 그는 말솜씨가 좋아 어느 자리던 분위기 메이커였다. 하지만 그의 말에 때로는 상처 받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그가 분위기를 띄우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재미있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지만 늘 그 재미있는 소재는 주변인들의 실수담이었다. 그 실수의 대상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에는 어디 얼굴 들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주변엔 때론 남의 실수로 즐겁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를 낮추는 대화법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실수가 조롱과 재미가 되지 않고 나의 실수와 실패가 대화의 소재가 되는 그의 대화법에 감동일 때도 있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우리가 무심코 쏟아내는 말은 때론 큰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매번 천 냥 빚을 갚을 말을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실수로 인한 상처를 주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은 매번 하며 그러기 위해서 늘 마음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내 사람도 적으로 만드는 말실수>에서도 이런 부분의 예시들이 많이 들어 있다. 몇 년 전 연예시상식에서 촬영 중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급하게 점퍼 차림으로 온 배우에게 스테프인줄 알았다며 분위기 띄우려고 했던 말은 사실 그날 적절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Sns에 사과의 말을 올렸지만 그는 늘 매번 말실수를 했다. 그의 말실수는 그냥 실수가 아니라 그가 다른 사람들을 보는 관점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되고 그의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토록 말은 나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지만 인터넷엔 익명에 숨어 입에 담지 못할 얘기들을 쏟아 내는 말들이 넘쳐난다.

“마음속에 저장되어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잘못된 말습관을 찾고 교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순간순간 잘못된 말습관이 없었는지 체크해보자.” 43쪽

“말실수는 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재미로 한 말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모멸감을 느낄 수 있고, 상처가 될 수 있다. ” 115쪽



혹 나에게 말실수가 횟수가 많아 괴롭다면 나를 자극하기 좋은 챕터들이 많이 수록됐다. 실천 방안도 여러 개 있어서 체크 하며 살펴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자극적인 말들이 많지 않고 어려운 말이 없어 쉽게 쓴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은 좋다. 무엇보다 자기계발서들이 가르치는 화법이 싫을 때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이 적어 괜찮았다. 다만, 예를 든 부분들이 마치 연예 기자가 가십거리를 찾아 쓴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 빼고 슬림하게 써진 책이라 그간 나의 말실수들은 혹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지 않았나 작은 반성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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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8-0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가 꼭 읽어야할 책이네요.. ^^

오후즈음 2018-08-12 19:18   좋아요 0 | URL
아니....절대 사이러스님에게는 필요 없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 여행지보다 더 설레는 테마별 호텔 여행 28
김다영 지음 / 반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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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여행을 원할 때 -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 김다영]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한여름 금방 간다고 생각했던 지난날들은 없어지고 이토록 힘든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무서운 날들이다. 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여행간 강원도도 불볕더위에 허덕인다는 기사를 보며 요즘 한창 유행한다는 ‘호캉스’가 생각났다. 호텔에서 수영도 하고 시원한 룸에서 와인도 마시며 야경을 감상하고 룸서비스를 받는, 호텔에서 지내는 바캉스가 유행을 타는 이유는 아마도 어딜 가든 더운 열기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읽은 소설속의 주인공은 매년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좋은 호텔에서 먹고 쉬며 자신만의 힐링을 했다. 왠지 호텔은 여행지에서 선택하는 나름의 숙박의 의미만 있었던 나에게 그녀의 행보는 신기하기만 했었다. 이런 돈을 지불 할 거라면 더 괜찮은 나라로 떠나 리조트에서 묶는 것이 훨씬 멋진 힐링 포인트를 갖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요즘 같아선 그녀의 그 선택이 얼마나 아늑한 시간이었는지 이해가 된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는 세계 속 멋진 호텔들을 소개 한다. 때로는 급하게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호텔에서 제공한 가이드로 기막힌 여행을 하기도 하고, 그저 여행을 떠나 잠을 자기만 하는 곳이 아닌 특별한 혜택이 많은 호텔의 정보를 제공하는 책을 통해 여행 부스터가 발동이 되기도 한다.

 

 

“호텔이라는 세계에 빠져든 계기는 나를 놀라게 하는 요소가 많은 호텔을 하나둘 찾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다른 호텔에는 없는 독특한 부대시설과 객실 디자인을 가진 호텔을 찾으면 곧장 위시리스트에 기록해두고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수년간 이 호텔에서 저 호텔로 경험치를 올려가면서, 호텔을 고르고 선택하는 기준은 여행의 목적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148쪽

 

 

저자의 말처럼 여행의 목적이 따라 숙박의 형태는 달라진다. 하지만 내게는 그동안 먼 여행을 떠나 더 많은 곳을 다니기 위해 아낄 수 있는 비용은 숙박이었다. 너무 외진 곳이 아니고 호텔의 청결이 떨어지진 않는 저가형 호텔이 여행 경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선택이었다. 그래야 맛있는 음식도 훨씬 더 많이 먹고 볼 것, 탈것도 많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자 머물렀다는 하룻밤 90만 원 대의 하와이 호텔은 아마도 내 평생 못갈 그런 곳이라고 할까. 그래서 사실 저자의 이 책이 내게 매력이 전혀 없었던 것도 그런 부분이었다. 누군들 좋은 곳에 가서 좋은 호텔에서 안자고 싶겠나. 다만 주머니 사정으로 하룻밤에 90만원의 호텔은 늘 제외 대상이 되곤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늘 멋진 뷰를 자랑하는 그런 곳에서 하룻밤의 안락함과 화려한 시간을 누리고 싶은 이중적 마음이 오가니 괴로운 선택의 시간을 줄 뿐이다.

 

 

조금은 불편해도 북적이는 로비의 외국인들과 술 한 잔을 할 수 있었던 호스텔이 좋았던 적도 있었지만 때로는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늑한 침대가 있는 호텔이 그리울 때도 있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흰 침대 커버가 있는 호텔의 침묵의 시간을 그리워 할 때도 있다.

 

 

이 책은 10만 원대의 호텔부터 90만원의 호텔까지 다양한 소개와 호텔만이 가지는 특색 있는 기능을 소개하며 호텔의 가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어 호텔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호텔 로열티 프로그램 사용법을 보면서 그동안 숙박업소 사이트만 사용했던 것에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음에 나 또한 큰 도움이 될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금은 불편하지만 사람이 북적대는 호스텔의 그 소음을 더 사랑하고 있어 조금 더 그곳에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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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선비 - 오늘의 동양과 서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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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선비는 평소에 서류를 잘 정리해둔다. 임기가 끝난 그다음 날 소리 없이 관아를 떠나는 것은 맑은 선비의 법도다. 모든 정부를 투명하고 바르게 마감하여, 절대 이러쿵저러쿵 잡음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지혜 있는 선비가 할 일이다.” 5쪽

 

 

 

“중세의 기사도와 신사도는 어떻게 서구 시민사회의 교양으로 부활했는가?”

“신사의 길과 선비의 길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저자는 이런 물음으로 책을 집필했을 것으로 본다. 비슷하면서 다른, 다른 시대와 세계에 놓은 두 개의 관점을 연결하고 비교 분석하고 싶어 했지만, 연결 되는 부분이 많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조선의 선비와 서양 중세 시대에 있었던 기사에서 그리고 신사로 이어지는 역사의 한 굴레는 저자들에게 흥미를 주기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 갈래의 부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도 많았던 것이 이 책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에 등장한 신사도가 19세기로 이어지면서 그 부분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른 영역까지 침범했다. 특히 스포츠에서 그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 스포츠맨십 교육을 유난히 강조한 학교는 영국의 퍼블릭스쿨이었다. 중세 기사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 명백하다. 퍼블릭스쿨에서는 스포츠맨십을 젠틀맨십, 곧 신사도의 실천으로 간주했다. 청소년들이 신사다운 성품을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교과목이 스포츠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 페어플레이란 곧 신사도였고, 그 근본정신은 기사도에 맞닿았다. ” 102쪽

 

 

우리가 선비라고 생각하는 대상은 어떤 사람들일까. 곧은 절개와 청렴은 기상을 갖고 스스로를 바로 잡기 위해 애를 썼던 사람일 텐데 그 시대에 있었던 그 많던 선비들은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그 가치와 판단도 달라지겠지만 기본 정신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살피면 많이 아쉬운 요즘이다.

 

 

“선비들에게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폐쇄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선비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 선비에게는 물질적 유혹으로 꺾지 못할 정도 강직함이 있었다. 제 한 몸의 부귀영화를 초개처럼 여길 줄 아는 큰 뜻이 있었다. 공동체를 향한 헌신의 열정이 있었가. 무엇보다도 개인의 삶과 우주자연을 하나로 꿰뚫는 유기적 인식이 있었다. 이기심과 탐욕이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서 더욱 그러한가. 선비의 청고한 기상. 그의 호연함이 그리울 때가 적지 않다. ” 157쪽

 

 

이 책의 서평을 쓰는 날 우연치 않게 좋아하는 한 정치인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가 선비와 같은 기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분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해악적인 그 말과 언어에 늘 감탄을 갖고 있었는데 그의 죽음을 앞에 두고 가슴이 아파 하루 종일 눈물이 났다. 물질적 유혹을 꺾으며 살아가고자 했던 선비의 정신을 갖고 있었던 그는 그것을 지키지 못한 마음의 부끄러움을 그렇게 밖에 표현 할 수 없었나 묻고 싶었지만, 이제 그에게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다. 부디, 이름 없는 그 세상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지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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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마흔 - 두근거림과 여유가 있는 마흔의 라이프스타일 43
야나기사와 고노미 지음, 이승빈 옮김 / 반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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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연스럽게 나이들고 싶을 뿐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기로 한 후배는 요즘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다고 했다. 너무 태평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가 좀 걱정된다는 듯, 노후는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물어보는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일정한 나이에 집을 장만하고 차를 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아가는 것만이 성공의 지표일까.

 

[나답게, 마흔]을 읽으면서 내내 마흔을 나답게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인가 궁금했다.

그녀는 시간을 쓰더라도 잘 짜인 시간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행복의 지표로 작용하며 삶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일을 하는 그녀는 45분 간격으로 일을 하고 있다. 45분 일, 그리고 15분의 휴식을 주면서 시간을 쪼개 집중해서 일할 수 있고 다른 일로 빨리 전환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이런 부분을 사실 생각하지 못하고 나는 집에서 작업 할 때가 많았다. 무작정 일에 매진하는 몇 시간 후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휴식의 개념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집에서 작업하니 일정한 기준 없이 늘어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짜임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녀의 행복지수의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집에서 늘 일정 시간을 정해서 출근하듯이 글을 쓴다고 하니, 계획적인 타임 테이블은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나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인생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여행이 있는 인생과 여행이 없는 인생. 낙타처럼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를 자신의 몸에 담고 그 활력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기운이 바닥을 드러내면 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동하며 공기의 짙음이나 느낌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는 것만으로 살아 있다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111쪽

 

여행의 잔상은 때론 힘들 날들을 이겨 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그것 때문에 다른 여행지에서 느낄 설렘을 기대와 상상으로 남은 나날들을 견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행만이 오로지 나의 삶을 힐링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이 아니라도 다른 것으로 마음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의 43개의 스타일라이프를 읽으며 나와 맞지 않는 것들도 많았지만 이것은 오로지 그녀가 찾은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에 알아야 한다. 때론 이런 책들을 통해 나는 그와 같지 않다는 것으로 반성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고 다채로우니 그런 것에 부러워하거나 자책 없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오로지 마흔 네 살이 된 그녀가 느끼는 자신의 라이프일뿐이다. 때로는 그녀의 라이프에 몇 챕터들은 반감도 있었지만, 나와 그녀의 다름에서 오는 반론일 뿐이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시계와 지갑을 살피며 자신 나름의 삶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꼭 시간 테이블을 만들어 하루를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여행만이 나를 힐링 시켜 준다며 무리하게 매년 몇 번씩 해외를 나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이에 맞게 살기위해 강박적인 날들을 맞이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를 자연스럽게 맞이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삶의 방식으로 나 스스로는 그렇게 정했다.

 

 

나만을 사랑하는 것은 때론 나를 파괴하는 방법일수도 있으니 함께, 라는 것을 많이 생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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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함께 춤을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비 정신을 찾아서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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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비 정신을 찾아보자 [선비와 함께 춤을 -백승종]

 

 

 

‘선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정갈하게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어야 하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 선비 같다는 말을 하면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선비와 함께 춤을>속에 등장하는 선비들은 그런 이미지의 선비들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는 그런 느낌이 들지만 그와 정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선비들도 등장한다. 조선 시대의 선비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도산 안창호와 안중근, 시인 백석, 리영희, 김홍섭 판사와 최대교 검사도 등장한다.

 

 

“진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가 아닐까. 허위를 물리치고, 허상을 깨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성실한 사람일 것이다. 결코 성리학의 나라 조선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선비의 마음으로 공정하고 따듯한 미래를 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에게 있어 선비란 이런 존재라고 했다. 그가 가진 의미로 바라본 조선 전후기에 있었던 선비들의 여러 면모들을 책속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가슴에 찡하게 읽었던 부분은 안중근 의사의 얘기였다. 그중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형이 얼마 남지 않은 아들에게 명주 수의를 마련해 보내면서 남긴 편지 한 장이었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어미의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편지가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일 것이다. 네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잘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P 68

 

 

 

새파랗게 젊은 아들의 죽음을 바다 건너 지켜보면서 어머니는 이런 편지를 보냈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그는 3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런 강직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들의 고결한 행동에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그와 마찬가지로 안창호는 어떤가. 모진 고문을 당해 피가 부족해지면서 병석에 누워 죽을 날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일본인 미와는 안창호와 인연이 있었고 그를 도와주고 싶은 심저에 부인과 함께 찾아가 헌혈까지 하려고 했지만 안창호는 조국의 원수였던 일본인의 피를 받는 것을 거부 했다. 물론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는 미와가 찾아온 이후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죽음 앞에서 조금 더 살아보고자 했던 처절한 몸부림도 거절했던 일본의 손길이었다. 그들의 강직함에 지금의 우리들은 어떤 모습인가 생각하게 된다.

 

 

많은 역사가들이 정조를 찬양했다. 그를 ‘문예부흥’을 일으킨 ‘개혁 군주’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강이천은 화가이자 시인으로 이름을 떨친 강세황의 손자였다. 그는 일찍이 명과 청의 신문학 작품을 즐겨 읽으며 보수적인 성리학자들이 고집하는 사회질서의 타당성을 의심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정조가 보수 세력이라면 강이천은 진보 세력인 셈이다. 정조는 강이천의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를 결국 유배 보냈으며 그와 연관된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일을 겪게 하였다. 강이천은 종조의 ‘블랙리스트’였다.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해 주지 않았던 조선 시대의 정조에게도 이런 내면의 모습이 숨겨 있다니 놀라웠다.

 

 

 

“한국의 기득권층은 허다한 사건들, 가령 세월호 사건이든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도구화 전력을 구사한다. 그들은 주류 언론과 국회 및 사법부를 움직여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고, 자신들의 대척점에 있는 진보진영까지도 은근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굴복시킨다.” P 244

 

 

한 지인이 그런 얘기를 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좋은 세상 올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아직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진영으로 바뀌었을 뿐, 더 많은 것들이 올바르게 변화해야 하고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니 왜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냐고 하지 말고 휘어진 역사를 바로 쓰도록 노력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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