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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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 [오,수정]을 보면서 기억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중심으로 편집된 기억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기억은 나를 중심으로 이뤄진, 그러니까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기억 일 수 있고 타인은 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중심으로 기억된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장면은 진실 그 상태를 오로지 기억 할 수 없다. CCTV나 그 장면이 녹화된 테이프가 아니라면 그때의 그 순간의 기억은 백프로 사실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서 이미 내용을 전부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으면서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짜증이 난다. 뭐 이런 깐깐한 작가가 다 있을까. 1960년대부터 시작되는 1부에서는 소설의 화자인 토니와 그와 연결된 친구들 3명이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인물인 학교에서도 주변에서도 너무나 똑똑하고 명석한 에이드리언이다. 그의 총명함이 시사되는 초반에 교사와 설전을 벌이던 모습을 보면 뭔가 그의 불안한 마음이 느껴진다. 딱히 그런 대사들은 없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우울한 아우라가 책장 밖으로 나오는것 같다.

1부에서는 토니와 베로니카의 연애가 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나도 여자이지만 베로니카의 그 도도하면서 알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취향과 다른 토니의 음악 컬렉션에 뭐 그런 얼굴을 할 것까지야. 그 여자 참, 고상한척 한다는 생각에 사실 나는 베로니카가 마음에 안 들었다.

둘의 연애가 달콤하지도 않고 오로지 토니는 베로니카와 더 깊은 관계만을 원하는것 같아 남자가 원하는 연애는 뭐 이런 것뿐인가 싶어 따분해질 쯤 토니는 베로니카와 헤어졌다. 그런 상실감을 털어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영국 청년 토니는 방랑을 하며 돌아오니 그의 친구인 에이드리언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룸메이트들이 모두 떠난 주말 혼자 욕조에 물을 받고 동맥을 끊었다. 그것도 정확하게 죽을 수 있기 위해서 사선으로 그었다는 친구들의 얘기에 토니는 그냥 그의 죽음이 주변에서 말하는 것처럼 너무 똑똑해서 그랬다고만 생각했지 전혀 자신과 연관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은 하지 않는다. 물론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에이드리언은 토니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자신이 헤어진 베로니카와 사귀겠다고. 그때 토니는 불안한 청춘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담아 답장을 보냈었다. 불취한 청춘이 보낸 답장이야 뻔하지 않겠는가. 험담 아닌 험담을 늘어 놓았겠지. 더욱이 자신보다 잘난것 같은 에이드리언과 사귄다니. 하지만 그것이 그의 자살 사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에이드리언은 그런 편지 따위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일 것이라고 생각, 예감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느 유행가 가서처럼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 내가 좀 더 침착하게 혹은 여유롭게, 때로는 차분하고 너그럽게 생각했다면 그런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텐데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약에 라는 얘기는 필요 없는 것이다. 토니가 신중하게 에이드리언에게 편지를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하필 왜, 친구와 사귀었던 여자와 만나겠다고 에이드리언은 생각 했을까. 그의 알 수 없는 행동들로 그들의 결정에 어떤 의미를 담는 것도 불필요 한 것은 아닐지.

이 책의 제목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지만 반어법적 제목이니 당연히 내용도 그렇다. 에이드리언이 죽고 사십년이 지난 어느 날 토니에게서 온 편지는 잊고 있던 애인의 엄마, 사라였다. 애인도 아니고 애인의 엄마라니. 베로니카와 만나고 있을때 여름에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지내는 동안 그들의 가족은 토니에게 불친절했고 내내 토니도 그 기억이 유쾌하게 남아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의 엄마에게 온 편지는 더 놀라운 것을 담고 있었다. 그녀가 죽으면서 토니에게 500파운드의 유산을 남겨 줬다. 하지만 그녀가 돈만 준것이 아니라 원래 있어야 할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과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도 함께 보내졌었지만 그것만은 빠져 있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 토니는 아득하게 멀어진 베로니카를 만나게 만난다.

소설은 처음부터 뭐든 다 풀어 주지 않는다.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쓴 편지의 내용은 사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왜 베로니카의 집에서 머무를 때 그녀의 엄마인 사라는 베로니카를 조심하라고 했는지. 또한 베로니카는 왜 토니를 계속 만나려 하지 않는지 모두 숨겨 놓고 독자에게 알아서 찾아보라고 하니,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해지기만 한다.

책을 소개하는 표지처럼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모든 사실이 다 풀어져 있고 그것을 읽으면서 제목이 떠오르고 이내, 그간 내가 알고 있었던 기억이란 얼마나 무모한 진실인가 느끼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행했던 그 진실은 어쩌면 나를 위한 변명으로 미화 되어 있지는 않을까. 나는 또 그것이 확실한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누군가를 미워하는 날들을 살았던 것은 아닐까.

나 또한 토니처럼 에이드리언에게 그런 상처받는 편지로 그것을 말로 풀어서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그날 밤 그런 편지를 썼으리라고 전혀 알지 못한 그 편지를 보게 된 토니는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어떤 꿈을 꾸었을까. 내가 그런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에이드리언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나와 마주 했을까. 사라는 또 왜, 나에게 이런 죄책감을 안겨 주며 유산을 남겼을까.

마지막 책속의 반전은 어쩌면 그간 내가 진짜라고 믿었던 내 기억속의 진실 혹은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억은 모두 가짜 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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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8-0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 책을 6-7월에 알라딘 신림점에서 몇 번이거 들었다놨다를 반복했었습니다. 요는 중고치고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해서....20-30%세일 가였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그냥 신간을 사야지...라고 생각하고는 지금까지 못 구입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보니 다시 구입해야할 거 같아요..ㅜㅜ

오후즈음 2015-08-07 23:14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원가의 50% 이하 일때는 사는걸 엄청 고민을 하는데요. 워낙 줄리언 반스 얘기를 하루 많이 들어서 구입했어요. 후회 없이 정말 잘 읽었습니다. 완전 마지막 반전때문에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잼있습니다. 무엇보다 얇고....음 금방 읽습니다.!!
 
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한동안 책을 읽을 수 없었던 날들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닥치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내게도 닥쳤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누군가의 얘기가 귀에 들리지도 않고 눈으로 읽는 것도 힘들었다. 세상과 멀리 있고 싶었지만 그 멀어짐은 외로움이라는 친구와 함께 나를 힘들게 했다. 이번 기수를 하면서 부지런한 독자가 되겠다는 나의 결심은 사라졌고 그저 정해진 날짜를 채우며 꾸역꾸역 책을 읽어 나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라도 내가 책을 한 달에 몇 권이라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나간 달들이 아까워서 며칠 밤을 새며 놓친 달들을 보상 받으려고 했을 것이다. 고마운 평가단 활동이었지만 가장 성실하지 못했던 기수였다.

 

 

- 15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금요일엔 돌아오렴

_ 광화문에서 있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었는데 왜 이토록 특별하게 되었을까.

 

 

 

 

- 15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떠나는 이유

-일년 내내 여행을 하고 싶은 내가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책이었다.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늘 그런 얘기를 했었다. 명품 가방보다 도장이 꽉찍힌 너덜너덜한 여권을 가지고 싶다고. 그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2.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을 좋아하는 나로서 그들이 선택한 소설을 다시 읽어본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선택한 책들이 우리집에 다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쁠줄이야.

 

 

 

 

 

 

 

 

 

 

 

 

 

3. 다정한 편견

_ 예전 알라딘 소설 신간평가단을 통해 만나게 된 손홍규의 에세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두 번이나 손에 들어오다니. 이런 행복이 또 어디있겠어.

 

 

 

 

 

 

 

 

 

 

 

 

 

4.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_ 두 사람의 편지를 읽는동안 한쪽 가슴에는 고흐를 떠 올리면 읽었다. 이렇게 영혼을 닮은 친구가 있었다니 그들은 행운아들이다.

 

 

 

 

 

 

 

 

 

 

 

 

 

 

5. 나는 왜 쓰는가

_ 한창훈의 글을 더 좋아하게 되었던 책이다. 그의 글 속에 담겨 있는 바다 내음이 참 기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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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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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전에 어쩌다 우연히 기고한 글이 유명한 모 영화잡지에 실리게 되었다. 독자 투고란 비슷한 것이었다. 지금은 개인정보 때문에 전체의 주소가 올라가는 일은 없지만 그때는 개인 정보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인지 내 집 주소가 전부 올라가는 바람에 한 달 동안 편지를 끊임없이 받았다. 편지가 오기 시작한 첫날은 삼백 여 통이 넘는 편지가 와서 따로 집배원 아저씨가 큰 봉투에 넣어서 주고 가셨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편지는 어느 지방 도시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편지였다. 대학생이었던 나와 그는 십여 년의 나이차이가 있었는데 문학에 대한 나의 고민을 가장 잘 아는 친구처럼 느껴져 2년째 병원 생활을 하는 그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답장을 보낸 것이 시작이 되어 그가 서울로 올라왔던 그해, 그러니까 거의 5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다. 간혹 시험기간이나 장기간 여행을 가게 된 달을 빼면 일주일에 한통씩 꼬박 편지를 썼었다. 아무런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 때문에 편지가 온전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언젠가 편지에 내게 연락할 방법이 편지 말고 아무 것도 없어 혹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나는 어떻게 소식을 알 수 있을지에 대한 무서운 고민을 써서 보냈더니 그는 내게 전보를 보내왔다. 거기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던 것 같다. “걱정마라,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네게 소식을 전해줄 이가 내 옆에 있으니까.”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보를 받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가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병원을 떠나면서 편지는 중단되었고 핸드폰이 생기면서 서로 전화 연락을 하다가 이후에는 서로 소원해졌다. 그와 연락은 더 이상 되지 않지만 나는 그와 나눴던 수많은 편지를 간혹 떠 올린다. 누군가 내 이름을 쓰고 생각하면서 종이에 한자 한자 정성들여 단어를 골라 썼을 그 시간들과 내가 보낸 편지를 그런 마음으로 읽어줬을 그 순간들을 떠 올리면 그간 지내왔던 시절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나날들이 아니었을까. 편지란 이렇게 허튼 시간이 없고 간절하다.




[선생님, 요즘 어떠하십니까]는 이오덕과 권정생의 30여 년간 오간 편지를 묶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를 떠 올렸다. 그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이유는 권정생과 같은 결핵 때문이었고 그가 입원했었기 때문에 나는 그와 오랫동안 편지를 쓸 수 있었다.

권정생의 동화를 읽고 그의 글쓰기가 계속 되기를 희망하면서 찾아간 이오덕은 1973년부터 이오덕이 생을 마감한 2003년까지 30여 년 동안 편지가 오갔었다. 평생 교회 종지기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권정생은 결핵으로 많은 시간을 병과 싸워야 했다. 그의 편지를 보면 그가 아프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오랜 시간 그는 잘나오지 않는 소변과 기침과 고열에 시달렸다. 고열에 시달리는 날은 하루 종일 누워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했고 기력이 떨어져 밖에 나가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든 그를 위로 했었던 것은 오로지 동화와 이오덕의 편지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는 한결같은 고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이들을 생각하고 글을 썼다.




“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P13

순수하지만 자신의 동화에 대한 열정은 크고, 강직하다. 그의 동화속의 등장인물의 이름이 일본어 인것을 출판사에서 바꿔 달라고 하니 그는 일본 동요곡을 어엿이 표절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문학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본 이름으로 등장되었다 해서 어려워하는 것을 (P72) 이해하지 못한다며 답답한 시국을 슬퍼했다. 하지만 적은 원고료에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의 삶은 처연하지만 그 순박함을 닮고 싶기도 하다. 그런 그를 가장 걱정해주는 사람은 역시 이오덕이었던것 같다. 그의 편지에는 늘 그가 밥은 잘 먹고 살고 있는지, 연탄은 떨어지지 않는지 걱정하며 그의 차디찬 방에 온기를 줄 수 있는 연탄을 살 돈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의 동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원고료를 받아주기 위해 애썼고 그의 책이 나오면 가장 기뻐했다. 지금도 출판 시장이 좋지 않지만 그 시대에도 좋지 않은 출판 시장으로 기획한 날짜에 책이 나오지 않자 불안해하는 권정생을 달래는 이도 이오덕이었다. 때론 그의 보챔을 보면서 짜증 한번 낼 법도 한 나이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이오덕은 편지에서 단 한 번도 아랫사람 다루듯이 그를 대하지 않고 늘 존칭을 쓰며 그를 대했다. 권정생의 시골에서는 그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교회 종지기였겠지만 이오덕에게는 한국 아동문학에 소중한 보물처럼 그를 대했다.




고흐와 그의 동생 태오와 오갔던 편지를 묶은 책 [영혼의 편지]를 읽을 때 고흐의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았던 나들이 떠올라 책을 다 읽는 것이 그가 그림을 힘들게 그리는 것처럼 힘들었었다. 고흐에게 태오가 없었다는 그의 삶은 얼마나 더 괴로웠을까. 권정생에게 이오덕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태오는 고흐에게 용기를 줬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돈을 보내줬다. 이오덕은 권정생에게 콩팥에서 피가 쏟아지는 아픔을 줄때까지 동화를 쓸 수 있게 한 사람이었고 저기 어디쯤 자신의 편지를 가지고 오는 발자국을 기다리게 한 사람이었다. 그들의 운명의 끊을 부러운 마음으로 본다. 누가 이렇게 자신의 일처럼 작은 것 하나까지 반가운 마음으로 다듬어 줄 것인가.


두 사람의 다정한 편지 때문에 나는 한동안 서글펐다. 왜 이토록 오랫동안 나는 편지를 잊고 살았을까. 단 한 줄의 글이라도 내 마음을 전할 이들을 이렇게 많이 놓치고 살았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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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5-07-2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ㅁㅋ~
 

 

 

 

 

 

 

책장에는 더 이상 책을 꼽을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쩌면 더 이상 진열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책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책들을 책장 앞에 다시 세웠다가 쏟아지고 말았다. 그 쏟아진 책들중 발견한 책을 보고는 마음이 섬뜩했다.

 

 

비닐 포장도 뜯기지 않을 채 숨어 있었던 책이 있었다. 물론 비닐 포장이 없다고 해서 다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없는 읽지 못한 책들이 많다. 신간 평가단을 통해 얻게 되는 책도 많지만 그것보다 사들이는 책들이 훨씬 많다. 간혹 쇼핑 목록 중에 책이 있다는 것으로 이달의 쇼핑중 가장 바람직했다고 생각했던 날들을 반성해본다.

 

 

 

유독 뭔가에 빠지면 참 많이 사들인다. 그중에 원단이 있다. 옷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서 원단을 책만큼 샀던 달이 있었는데 다 읽지 못하고 책장에 들어가는 책처럼, 원단들도 옷으로 탄생하지 못하고 그저 천 조각으로 벽장에 채워지고 있었다.

 

 

서재에 책과 원단이 섞여 있으면서 나를 노려본다.

언제 다 만들어주고 언제 다 읽을 것이냐고.

 

 

그래서 석 달 동안 책은 사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알라딘 16년 기념으로 주는 사은품들이 왜 이렇게 좋은 것이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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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부터 느꼈지만, 출판시장이 더 안 좋을수록 사은품에 의존하는 출판사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알라딘마저 출판사의 마케팅 열기에 불을 지피고요. 알라딘 사은품만 소개하는 페이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씁쓸했습니다.

오후즈음 2015-07-23 21:49   좋아요 0 | URL
그런 생각은 안해보고 그저 가지고 싶은것을 주는 사은품에 혹해서 저는 또 호로록 많이 샀네요. ㅜㅜ 아, 너무 단순하고 쉬운 여잔가 뭐 그런 자책을 ㅎㅎ . 여타 다른 인터넷 서점중에 알라딘이 사은품이 가장 후하고 많다는 느낌 간혹 받았는데 출판 시장의 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니 마음 아프네요.

AgalmA 2015-07-2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굿즈의 마케팅 효과를 다른 온라인 서점들도 이젠 간과할 수 없는 것 같더군요... 점점 비슷한 유형의 사은품이 다른 곳에서도 확산되어가는 걸 보며 씁쓸... 알라딘은 더욱 가열차 질테고;; 흐음....

오후즈음 2015-07-26 23:45   좋아요 0 | URL
씁쓸하네요...ㅠㅠ

Soul_Play 2015-07-2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중독 특히 양장본을 좋아합니다.

오후즈음 2015-07-26 23:46   좋아요 0 | URL
헉 저도 양장본! 진열_ 장식하기에는 양장본이죠 ㅠㅠ

붉은돼지 2015-07-24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책들 몇권 있죠,,
님의 경우처럼 숨어있다 나타나서 놀래키지는 않지만요..ㅎㅎㅎㅎ

오후즈음 2015-07-26 23:46   좋아요 0 | URL
올해는 저 비닐포장된 책을 모두 읽는것이 목표입니다. ㅠㅠ

서니데이 2015-07-2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그렇지만 원단도 한 번 사면 있는데도 계속 사게 되는 것 같아요,
오후즈음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오후즈음 2015-07-26 23:47   좋아요 1 | URL
그쵸...특히 원단...저, 정말 걱정일만큼 많아서요...부지런히 좀 만들어야 하는데
봉틀신이 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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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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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참 따뜻한 소설을 만났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에 있는 아저씨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배경이 된 <이슬람 정육점>속의 심성이 착하고 고운 주인공을 잊지 않고 있다. <완득이>를 읽으면서 작가가 지녀야 할 덕목은 착한 심성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잘 표현해준 김려령을 좋아하게 되었었다. <이슬람 정육점> 또한 그랬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작가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고 아직까지는 이런 따뜻한 얘기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이 들어 그의 신작을 만나면 오랜 친구의 연락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나가는 떨림을 갖게 했다고 할까. 2008년에서부터 2015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들을 묶어 놓은 그의 일상의 얘기들은 여전히 그의 고향처럼 정겹다.



총 4부로 이뤄진 내용 중 그의 소설쓰기의 초창기 모습을 회상하는 부분이 가장 많은 1부의 내용들이 훨씬 마음에 가는 것은 그의 고생담이 안쓰럽다기보다 그의 하루가 문득 나의 하루와 오버랩 되었던 어떤 날의 모습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원고지 4.5매라는 분량으로만 써야 했던 그의 짧은 글속에 그가 골라내야 했던 단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 단어들을 골라내기 위해 애썼던 그의 모습들을 떠올려 보면 마치 하루일과중에 나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쉽게 쏟아진 말들에 가끔은 집에 돌아오면서 죄책감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계속 마음이 쓰여서 그 동료에게 혹 나의 말에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문자를 넣었던 적도 있었다. 긴 얘기를 하기보다는 짧은 단문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손홍규 작가의 글을 통해 느껴 본다. 그가 골라냈던 말들은 아마도 상처를 주거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들은 모두 걷어 들였을 것이다.


 

그의 짧은 글속에는 그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일들이 그의 하루를 지나갔는지 알 수 있다. 그에게 글을 쓰는 일이란 어떤 것인지, 서울로 올라온 후 스무 번이 넘는 이사를 한 그가 집을 더럽게 썼다고 투정하는 주인에게 멋쩍게 던진 “그동안 잘 살고 갑니다.”라는 말에 환한 얼굴로 그를 응대했던 주인의 얼굴처럼 서울이 때로는 쌀쌀맞다가 다정한 친구가 되어준 모습들을 떠 올리면 아직은 그래도 세상이 살맛은 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다정한 글들 속에 “팔을 번쩍 드시오”의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다. 송년회에 지쳐 내키지 않아도 참석해야 하는 자리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그에게 찾아온 불알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을 때, 친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나가고 싶지 않은 그의 마음이 훨씬 컸지만 막상 추운 겨울 외투를 여미고 있는 친구가 자신을 보자 팔을 번쩍 들며 인사를 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화답하듯(작가의 표현대로) 팔을 번쩍 들어 반가운 마음을 보였던 그 순간,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만남이 불편했던 그 잠깐의 순간이 미안해지고 나를 한눈에 알아봐 줬던 친구의 눈빛이 고마워 졌을 것이다. 친구를 만나지 않으려 했었던 그 잠깐의 고민은 눈밭에 흩날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니 가슴이 뜨거워 졌다. 문득 오래토록 만나지 못했던 나의 그리운 친구들도 생각이 났고, 나도 친구들을 기다리며 반가운 발걸음 소리만으로 기척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의 소설가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삶이 평탄지 않았지만 그는 모질게 이분법된 세상에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치우침 없는 소식에 그가 말하는 다정한 편견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면서 나는 그의 삶이 더 빛나 보였다. 비록 그가 살고 있는 곳이 강변이 보이는 최고의 멋진 아파트가 아닐지라도 그의 작은 방에는 분명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창이 있을 것이고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가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물음의 답을 채워 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언젠가 지금의 나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 다음의 생은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봤는데 작가는 이런 얘기를 했다.

“바로 지금부터 다음 생이 시작되는 법이니까. 이번 생은 틀렸어. 다음 생에는 잘 살아볼 거야. 이렇게 투덜대던 벗이여 다음 생은 벌써 시작되었다.” P81

내게 몇 달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 답해주는 것 같은 문장이었다. 매일 괴로웠던 날들을 생각해보니 나는 매일 시작되는 다음 생을 고통으로 끝내고 있었다니 정신이 번쩍 났다. 이제는 정말로 다음 생을 본격적으로 맞이해야 할 때 인가. 그러기 위해선 더운 여름날에도 심하게 열나는 파이팅이 필요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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