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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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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사계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봄을 지나 한여름에 도착하면 생각이 달라졌다. 유독 열이 많이 나는 내게 여름은 무기력이라는 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달고 살아야 하는 계절이었다. 땀이 나는 것도 싫었고 습한 그 기운도 싫었다. 습도가 최고치를 기록할 때면 내 팔에서도 그 습도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애인과 팔짱을 끼는 일도 없었다. 그런 여름을 좋아하는 김남희 작가의 동남아 체류기에 숨이 턱 막혔다. 정말 그 더운 곳이 좋단 말인가? 푸껫으로 떠나기 전에 먼저 들렸던 방콕의 처음 도착한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월에 도착한 그곳은 건기였고 상당히 덥지 않다고 했지만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졌던 그 습하고 더운 공기는 한국의 한여름과는 비교 할 것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200일 동안 체류한 그녀의 이 여행을 나는 땀을 흘리지 않고 잘 읽어 나갈 수 있을까.




그녀가 선택한 도시들은 인도네시아의 발리, 태국의 치앙마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그리고 스리랑카의 도시들이었다. 더운 열기속의 나라들이지만 듣기만 해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도시들이다. 발리는 신혼여행지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니 아름답고 아늑한 휴양지의 모습을 할 것 같았고 나도 꼭 한번 가고 싶은 치앙마이는 태국의 또 다른 이국적인 모습을 가졌을 것 같다. <꽃보다 청춘>으로 너무 유명하게 된 라오스는 가지 않아도 이미 열 번은 더 갔다 온 기분이 든다. 그곳 여행지 사진들을 블로거들을 통해 너무 많이 봤다. 그런 반면 인도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스리랑카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녀가 떠나고 기록한 여행기를 좋아한다. 그녀의 <소심한 여자~>시리즈를 접하고 나는 작가 김남희 팬이 되었다. 그녀의 여행기가 좋은 것은 여행을 많이 다녀온 사람들이 풍기는 잘난 척이 없다는 것이다. 소심한 하고 겁 많고 까다로운 그녀가 선택한 여행지는 늘 그녀의 단출한 문장처럼 깔끔하고 정갈하다. 12년 동안 80개국 이상의 나라를 여행했지만 늘 처음처럼, 그리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번 책 또한 그렇다. 그녀가 이미 다녀온 도시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여행 경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일상을 기록하듯 그곳의 일상을 풀어 놓을 뿐이다. 때로는 너무 일기 같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크게 거슬려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인성을 느껴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모 작가의 여행기를 읽고 좋은 감정을 가졌다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보여준 모습을 보며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같은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책으로 풀어놓은 여행과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준 여행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실망스러워서 그 작가의 책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가 김남희는 그냥 책 속의 그녀의 모습이 진짜 그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밥을 먹는 젊은 여행가를 보며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함께 밥을 먹자고 권하고, 현지인의 초대를 받으면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챙겨가고, 장사를 나온 어린아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런 언니가 아닐까.

그녀의 처음 여행지는 어머니와 함께 한 발리 우붓이었다. 발리하면 풀 빌라들의 사진들만 떠올랐다가 사라졌는데 그녀가 찍은 우붓은 그런 럭셔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끝까지 달리고 싶어도 어디가 논두렁인지 잘 모르겠는, 좁은 길을 가진 그곳은 풍요로워 보였다.



“개발과 성장을 추구하다 전통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발리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플랜플랜’하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 속에서 지킬 것은 지키는 의연함이 엿보이니. 한마디로 발리는 자연을 파과하며 돈에 영혼을 판 그런 흔한 휴양지가 아니다. 농지 정리라며 계단식 논을 싹 밀어버리고, 주택 현대화라며 초가집을 죄다 없애고, 무조건 개발만을 오치며 살아온 나라에서 온 나는 발리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P116

그녀의 두 번째 나라는 스리랑카였다. 언젠가 아시아나 광고로 봤던 스리랑카의 모습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스리랑카로 가는 직항이 생기면서 보여준 그 광고 속의 남자들이 대나무에 앉아 낚시를 하는 모습은 여태 본 이국적인 모습 중에 최고봉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개를 통해 이미 그것도 여행 상품 중에 하나로 전략했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더운 날씨에도 끝없이 펼쳐진 차밭에서 하루 종일 찻잎을 따며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을 통해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거라고, 살아내는 것만으로 세상에 태어난 몫을 다 하는 거라고” 말했다. 하루 일당 6천원에도 행복하게 아이들을 키워내는 그녀들처럼 작은 일에도 웃으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녀의 세 번째는 나의 로망의 도시 치앙마이다. 올 겨울에 떠나고 싶었던 치앙마이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카페에서 하루 종일 책 읽기였다. 여행지에 가서 왜 하필 책을 읽는 것일까. 그것은 이곳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이상하게도 여행을 떠나면 그곳의 로컬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지는 병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곳의 공기와 함께 나도 이유 없이 아까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것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지는 행위는 유일하게 독서였다. 그런 이유로 책을 읽기 위해 태국 치앙마이까지 가고 싶었지만 월급이란 20미터가 넘는 말뚝으로 나를 현실의 땅에 못 박아 놓았다. 그래서 유독 그녀의 여행지속에 치앙마이 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여행지에서 꼭 한다는 요리학교 체험은 다음에 한번 꼭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남쪽 나라는 너무나 유명한 라오스였다. 얼마 전 배낭여행을 떠난 친구에서 들려온 얘기도 그녀의 얘기처럼 동일했다. 너무 유명해진 그곳에는 현지인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훨씬 많아 보인다고. 무엇보다 친절하지 않는 태도의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많아서 라오스에서 한 달간 머물겠다는 생각을 접고 일주일 만에 다시 태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그녀가 12년 만에 다시 찾은 라오스가 그랬다. 너무 발달이 된 그곳에서는 그녀가 찾고 싶었던 고요하고 정감 있었던 그들의 웃음은 사라졌고, '네 돈을 받겠지만 네가 싫어’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을 한 그들을 보는 일이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객들이 그곳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이 들었다가 여행프로로 인해 유명해진 곳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여행객들이 갖춰야할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여행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행위임을, 그러니 우리는 발끝을 들고 조심조심 다녀가야 하는 손님일 뿐이라고.” P8

더운 습도를 견딜 자신이 없다가도 나는 그녀처럼 더위 속에 나를 던져 놓고 산책길에 오르고 싶어졌다. 언젠가 그녀처럼 현지인처럼 몇 달간 살아보는 날이 꼭 오길, 그러기 위해서 내일 출근해서 열심히 살아가겠노라. 얼마 남지 않은 2월은 여자의 짧은 치마처럼 아찔하게 남아 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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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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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에서 5일 동안 머무를 아파트를 구할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것은 역시 교통과 가격이었다. 여행지로 다닐 곳에서 너무 멀어지면 힘드니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고 쾌적하면서 싼 곳이었으면 좋을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가지고 집을 찾았었다. 그리고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교통편이 좋은 곳에 있는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저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수화물 무게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짐을 싸느라 녹초가 되어 리스본 아파트에 도착했다.


창문을 열고 멀리 보이는 리스본의 성당과 함께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보는 순간 짐을 줄이기 위해 옷가지를 몇 개 버리면서 아깝다며 버럭 화를 났던 짜증이 다 사라졌다. 5일 동안 내가 머무는 아파트가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이곳에서 한 달은 더 있다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가 길거나 짧게 흘렀었다. 그동안 내게는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숙소를 만난다는 것은 어쩔 때는 좋은 여행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집시처럼 떠돌아 다녔던 여행을 잠시 멈추고 싶었다. 스페인보다 이상하게 마음이 더 편안해졌던 포르투갈의 골목이 좋았고 언덕을 오르는 트램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했었다.

 

박연준과 장석주의 결혼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낯선 박연준의 글을 읽으면서 그녀의 섬세한 감성을 마주하며 왜, 이런 사람을 이제야 알아봤는지 아쉬워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그들의 지인이 유럽여행을 한 달 동안 가게 되었고, 그들이 그 집에서 한 달간 호주 시드니에서 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곳을 걸으며 같은 시선으로 때로는 다른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 박연준의 글이 부드러운 곡선이라면 장석주는 곧은 직선처럼 글을 쓴다. 그래서 부드러운 곡선의 박연준의 글이 훨씬 빨리 읽히고 마음에 머문 문장이 많은 반면, 다른 책들의 인용 글이 너무 많은 장석주의 글은 사실 좀 답답하게 읽혔다.

 

두 사람이 시드니에서 한 달 동안 살아가면서 산책을 한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느 한곳에서 머물며 오랫동안 살아 보고 싶은 충동이 느꼈던 작년 포르투갈의 여행이 떠올랐다. 낯선 곳에서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느낌. 얼마나 근사한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들은 시드니에서 머물면서 이곳에서 계속 살라고 하면 살겠냐는 질문에 고민도 없이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 작가 장석주를 잘 모르지만 그의 책을 몇 권 읽으며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나만의 감으로 그런 대답이 나올 것을 짐작했지만, 박연준은 왜 싫다고 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수없이 지나 다녔던 골목을 그리워했고, 자주 찾은 식당과 그리고 그곳에서 먹을 수 있었던 음식들을 떠 올리며 행복을 다시 한 번 찾았던 것 같다. 어쩌면 여행이란 있었던 곳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내가 있었던 곳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그래서 더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여행이 주는 미덕중에 하나가 아닐까.


 

 


“경의선숲길에 앉아, 익숙한 풍경이 주는 편안함을 만끽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이 사실이 왜 새삼 벅차오르는지 모르겠다. 먼 곳에서 이방인으로 한 달을 살아봐서 일까?” P99



 

내가 지나 다녔던 골목의 풍경을 말해주면 같이 그곳의 습한 기운까지 서로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나의 고향이자 나의 집이 있는 곳에서 잠시 벗어 날 수 있겠지만 영원히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는다는 것,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태어나면서부터 익혔던 나의 모국어로 원 없이 읽을 수 있는 나라, 그래서 ‘한국이 싫어서’ 떠났던 어떤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을 이해하지만 부러워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처음에 나는 그녀처럼 누군가 내게 이 나라를 떠 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자신이 있다고 느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 것들의 새로움보다 익숙한 것들의 낡음을 더 사랑하고 있었다. 불안한 정치와 답답한 경제 상황은 눈감고 살아 갈 수밖에 없는 무력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에 죄의식을 가지지 않으려고 매번 활짝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출근하고 있있는것, 그런 일상을 고마워하게 된 것도 어쩌면 여행에서 얻은 나만의 작은 교훈이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도시 경관 속을 걸으면서 나는 소리와 촉감과 냄새라는 매개로 시드니를 오감으로 받아들인다. 그 행위는 몸과 자아의 확장이고, 세상에 편재로 기쁨과 포만감을 몸의 그것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태평양을 끼고 펼쳐진 시드니 거리를 걸어보는 것, 그것이 시드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하고 흥미로운 모험이다. ” P159



 

익숙한 골목과 도시를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동경하며 읽었던 이 책을 통해 숨차게 올라야 집으로 갈 수 있는 언덕위의 내 집의 안락함을 떠 올려 봤다. 다시 돌아올 그들의 집이 있어 행복했다는 그들처럼 나도 리스본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아마도 골목 사이로 빠져 나가는 28번의 노랑 트램을 지겨워했을지 모른다. 돌바닥으로 만들어진 길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피곤했던 그 길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서 언제라도 전화 한통이면 만나서 폭풍 수다를 떨 수 있는 이곳의 산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쩜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이제 결혼한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게 될 그 도시의 산책은 또 얼마나 근사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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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공존 - 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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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탐구를 다룰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는 왕과 통치자, 귀족과 장군과 같은 개인뿐 아니라, 양성 관계와 사회 불평등 같은 문제와 일반 대중에 관해서도 자세히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것을 시도하려 한다. 동물이,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어떻게 역사를 변모시켰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P8


그동안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고 어떻게 시대를 함께 살아 왔는지도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여 주기도 하였다. 인간의 역사 변천사를 보여주기도 하고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보여주며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들을 해결책을 논의하려는 것들도 여러번 본적이 있다.


앞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 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변모 시켰는지 알려주기 위해 총 여덟 동물을 등장 시킨다. 그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던 첫 번째 동물은 개다. 그리고 이후의 동물들은 염소, 양, 돼지, 소, 당나귀, 말, 낙타의 순서로 함께 살아가는 동안 동물의 쓰임이 달라지는 것들을 알게 된다. 소개한 여덟 동물 중에 개만이 가장 친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이후 다른 동물들은 인간과 함께 감정을 교류하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인간의 필요에 의한 쓰임의 도구로만 여겨지는 것 같다. 물론 돼지, 소는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을 뺀다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의 편리함과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한 필요 이상의 도구로 전략했다.


사실 나는 이 책의 나온 동물 중에 애착이 가는 동물이 없다. 하지만 책 뒷부분에 나온 말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부분은 “말”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간 인간은 많은 전쟁을 치렀고 중세 시대에 가장 많은 희생을 치룬 동물은 말이었다. 사람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방편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많지만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전쟁에 나가 희생된 말들은 총알받이가 되어 유명을 달리했다. 지금이야 말을 타고 전장으로 나가는 일은 없겠지만 수백만 마리가 전장에서 쓰러져 있었을 그때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말을 타고 전쟁에 나가야 할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이기심에 의한 동물의 희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고양이 종류들을 찾아 본 적이 있었다. 인간이 자신의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 교배하여 만들어진 종들은 삶을 마감할 때까지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자연스러운 교배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교배는 결국 책임지지 않을 고통을 그들에게 안겨주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이기심은 아마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을 종처럼 부리거나 먹거나 착취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 과정을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변화를 모색해야 할까? 그 원인이 된 배경은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해결책은 아직 없다.” P15


인간에 의한 동물의 희생은 멈출 수 없겠지만, 이기심에 의한 희생은 줄어들고, 그것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 돼야 할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생을 배우는 몇 개의 도덕적 의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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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월은 일본에서 잠시 보내고 이후에 새롭게 시작할 직장에서 끝을 맺었다.

너무 정신없는 시작이라서 책을 온종일 읽을 시간이 없었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읽은 책은 일주일동안 총 60페이지가 안된다.

구간이 짧다보니 읽을 시간이 많지가 않다. 이렇게 읽다간 한달에 한권도 읽지 못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일은 하면 할 수록 줄어 들지 않고 계속 쌓이고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먹고 사는 일이 이토록 치열하였구나....다시 생각하게 한 올 첫달.

 

이런 날을 달랠 수 있는 에세이를 골라본다.

 

 

 

 

 

 

 

 

 

 

 

 

 

 

 

1. 장진우 식당.

 

작년 처음 가본 이 식당에 나는 쫌 당황했었다.

테이블이라곤 달랑 하나가 전부인 식당.

음식값도 싸지 않다.

블로그에서 본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바뀐다고 한다.

아니 뭐 이런 식당이 있나. 거기다가 웨이팅은 왜 이렇게 길어??

 

그런데 그날 음식을 만들었던 사람이 식당 주인도 아닌것 같더라.

그런데 왜 이렇게 인기가 있지?

요즘 핫한 경리단길에 있는 이 식당의 인기를 알고 싶다.

 

 

 

 

 

 

 

 

 

 

 

 

 

 

 

 

 

2.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언젠가 고 김광석의 장례식장에서 노영심은 눈물을 흘리며 그런 말을 했었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슬퍼서 가슴이 아프다고..

박완서 선생님의 새로운 소설을 읽지 못한다는 것...그것은 너무 슬픈일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추억이라도 같이 공유하고 싶다.

 

 

 

 

 

 

 

 

 

 

 

 

 

 

 

 

3. 나만 알고 있는 유럽의 작은 도시

 

이런 제목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고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유럽의 아기자기한 그곳을 막 돌아 다니고 싶어 죽겠다.

 

 

 

 

 

 

 

 

 

 

 

 

 

 

 

 

 

4. 0이하의 날들.

 

소설가 김사과의 에세이다.

그녀의 소설을 딱 한번 읽어 본 기억 밖에 없지만 그녀의 독특함에 반했었다.

그녀가 쏟아내는 소설가의 에세이는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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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0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오후즈음 2016-02-07 18:3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6-02-0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은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오후즈음 2016-02-14 23:12   좋아요 0 | URL
이제야 덧글을 답니다.
설 연휴를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게 바람처럼 사라졌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서니데이 2016-02-0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설날 잘 보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후즈음 2016-02-14 23:1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즐거운 독서 생활 이어가시길 바랄게요. ^^
 
[우물에서 하늘 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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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는 끊임없이 희망하는 방식의 글쓰기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가 말하려는 희망은 달성되기 위한 희망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로 남기 위한 희망이다. 희망이 거기 있으니 희망하는 대상이 또한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희망이다.

꽃을 희망한다는 것은 꽃을 거기 피게 한 어떤 아름다운 명령에 대한 희망이며, 맑은 물을 희망한다는 것은 물을 그렇게 맑게 한 어떤 순결한 명령에 대한 희망이다. 시를 읽고 쓰는 일은 희망을 단단히 간직하는 일이다.” P262

 

 

 

내게 꼭 필요했던 이번 여행은 <우물에서 하늘 보기>책으로 정하고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이 책은 그간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것 중에 스물일곱 개를 추려 낸 책이었다. 시인이 자신의 연재글속에서 추려낸 시들은 나의 여행지와 잘 맞아 떨어진 곳이 있었다. 간혹 시 한편을 다 읽고 다시 길을 걷다가 한참을 시인이 읽어준 그 구절에 가슴에 박혀 눈물이 핑 돌았던 적이 있었다. 세월호와 관련된 부분은 여전히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져서 이 추운 날 아직도 나오지 못한 남겨진 그들이 떠올라 한동안 혼자 가슴을 쓰려 내렸다.

 

 

 

이상하게도 주변에는 시를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 소설책을 읽거나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은 많지만 문학의 한 장르인 시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 간혹 아쉬울 때가 있다. 언젠가 구입한 시집의 한 페이지에 담긴 한 문장 때문에 그동안 읽지 않고 방관했던 시간을 탓하며 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같이 공감해줄 사람들이 없다는 현실에 쓸쓸했던 적이 있었다. 왜, 이토록 주변에는 시를 읽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일까. 대부분은 시가 어려워서라는 말을 많이 하겠지만, 사실 ‘시’라는 것이 그냥 내가 받아들이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는 단순무식한 독자인 나에게는 어렵다는 생각보다 시 한 페이지를 읽는 동안 생각에 너무 잠겨 버려서 한권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시집을 멀리했던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도 있다.

 

 

 

그런데 백석과 이용악 두 시인의 이야기를 해줬던 챕터에 두 시인의 시를 비교했던 부분을 읽는 동안 내가 왜 시를 기피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뭔가 재미있는 구성이 있어야만 가슴에 와 닿아서 계속 자꾸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내게서 멀어졌던 시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던 것은 여행을 통해서였다.

 

 

 

이번 여행은 유적지를 보거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 나라의 어느 골목을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생각이 필요했다. 그때 필요했던 이 책속의 시를 통해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떠났던 미뤄진 마음들을 좀 추스를 수 있었다. 행간의 여운이 필요했던 마음이었나 보다. 시인의 말을 떠 올려 본다. 내게 필요했던 희망의 문장에 밑줄도 그어 봤다.

 

 

 

“산문은 이 세계를 쓸고 닦고 수선한다. 그렇게 이 세계를 모시고 저 세계로 간다. 그것은 시의 방법이 아니다. 시가 보기에 쓸고 닦아야 할 삶이 이 세상에는 없다. 시는 이를 갈고 이 세계를 깨뜨려 저 세계를 본다.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무정하다는 것이다.” P271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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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 들고 낯선 골목을 걸으면서 생각하는 여행! 참 멋지네요.

오후즈음 2016-01-20 20:03   좋아요 0 | URL
모처럼 부려본 여유의 시간이었습니다. ^^

오거서 2016-01-21 19:59   좋아요 0 | URL
그런 여유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요~ ^^

해피북 2016-01-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오후즈음님 글에 공감해요. 시를 어려워했던 이유가 스토리텔링이 많지 않아서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버겁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그동안 생각했던 고민이 명쾌해진 기분이예요^~^ 여행의 여독은 잘 풀고 계신가요? 바람이 날이 무척 차갑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따뜻한 음식 드시며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길 바랄께요^~^

오후즈음 2016-01-22 13:50   좋아요 0 | URL
여독은 얼추 풀려 가는데, 한국와서 바로 감기 걸렸네요. 너무 추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