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 - 시선강탈 취향저격 구매유발 글쓰기
김건호 지음 / 끌리는책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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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위력 - 생각을 압축한 딱 한줄- 김건호

 

“우린 뭐도 있고, 뭐가 좋고, 뭐를 계획 중이고 등을 나열하면 길고 장황해지지만 결국 이를 정리해주는 건 한 줄입니다.” 241쪽

 

 

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텔레비전으로 볼 수 없어 유투브로 올라온 동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여러 사안들을 다 찾아 볼 수 없지만 관심 있는 분야는 많이 찾아보고 있다. 질의와 답변들을 보며 어떤 동영상은 한 번도 돌려 본적이 있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상하거나 질문부터 이해가 안될 때가 있었다. 좀 더 정돈된 말을 했다면 좋을 텐데 아쉽기도 할 때가 있었다. 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로 촌철살인을 한다면 사이다 대답일텐데.

 

 

카피라이터 저자가 쓴 [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은 충분한 설명보다 강력한 한 줄로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요즘같이 많은 미디어의 발달로 읽을거리가 풍부해졌지만 많인 텍스트는 피로를 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짧은 텍스트는 훨씬 큰 자극을 주기도 한다. 그런 부분을 가장 많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스브스의 내 놓은 자식이라고 하는 카드뉴스다. 보통 열장 정도의 카드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짧게 전달하고 있는데, 그 스브스의 카드 뉴스는 그 어떤 칼럼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 줄의 의미에 많은 생각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압축한 한 줄을 쓰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때론 반전을 주며 의미를 전달 할 수도 있고, 자신을 비하하는, 셀프 디스로 전달하는 내용은 더 극대화 할 때도 있다. 대부분 자신이 이등이라고 말하거나 나는 이것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낮추며 듣고 있는 대상을 높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자신을 낮추다보면 더 우스워 질 수도 있다.

 

 

“ 셀프디스는 잘 쓰면 효과적이지만 자칫 잘못 쓰면 가식이 되고 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목만 받는 것으로 그친다면 안하는 게 낫습니다. 남발해서도 안 되며 아무 상황에나 들어맞는 것도 아닙니다. 본질은 셀프디스 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사람에 대한 솔직하고 겸손한 태도 아닐까요? ” 64쪽

 

지금은 비행기에서 흡연이 금지되어 있지만, 99년 필리핀을 다녀오면서 탔던 비행기에서 내 뒤에 앉은 사람이 폈던 담배 연기에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그런 흡연 금지를 알리는 유머 있는 이 문장은 너무 장 만들어져서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비행기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보다. 그동안 비행기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을 못 봤는데, 미국의 비행기는 다른가. 항공사의 고달픔이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흡연은 비행기 날개 위 스카이라운지를 이용해주십시오. 그곳에선 영화 <발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 중입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이런 유머 있는 말들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30초가 넘었는데도 담당자와 연결되지 못한 고객은 8번을 눌러주십시오. 그런다고 빨리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분은 좋아질 겁니다.”

 

유머를 통한 그들의 메시지 전달은 찌푸린 인상을 충분히 펴준다.

 

 

반어법, 반전 혹은 역발상을 통해서 한 줄의 미학을 남기기도 한다. 역발상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각도를 조금만 달리하여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글 쓰는 이가 가장 크게 갖고 써야 할 부분은 저자의 후문에 나와 있다. 이걸 명심한다면 우리의 글쓰기가 훨씬 자유로워 질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누구의 입장에서 한 줄을 쓰는가’ 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바뀌어야 발상이 바뀌고 한 줄도 바뀝니다. 다른 사람들이 평소 어떤 생각,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잘 포착해내는 관찰력 또한 중요합니다. 결국 사람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앞에서 제시한 어떤 솔루션이든 시너지를 더할 수 있게 됩니다.”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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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질문법 - 상처주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질문의 기술
이혜범 지음 / 원앤원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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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를 통해 얻는 대화법 - 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질문법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무리의 리더가 되어 이야기의 방향을 이끌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런 이들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고 한다. 그런 무리 속에서 이뤄지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과 답변이 조율돼야 한다. 사회에서 혹은 가정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들도 배려라는 것이 깔리지 않는다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질문법]이라는 책 제목이지만 그것보다 배려가 깔린 질문법이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말하기, 들어주기, 호응하기라는 1:2:3 이라는 법칙으로 다가가면 훨씬 빠르게 상대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에서 나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질문을 먼저 하고, 그 대답을 들어주고 그에 따른 호응,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과 어색한 시간을 빠르게 없앨 수 있다고 한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직장 상사였던 어떤 이는 인턴들의 실수를 지적할 때 무작정 소리를 지르고 잘못한 것만 지적한 부분이 나왔다. 무엇이 틀려서 다시 해 오라고 하는 부분도 없이 인턴에게 어제 받은 스트레스를 다 쏟아 내듯 말하는 대리를 보며 마음이 씁쓸했던 것은 그것이 드라마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았던 것도 같은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던 공감 때문이었다. 드라마에만 있을 것 같은 존중받는 상사는 주변에 많지 않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때론 주변에 똑같은 질문도 상대방을 배려해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반면 같은 얘기를 해도 상대방을 비방하려고 하는 건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이야기를 해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다. 오래전 내 직장 상사는 유독 한 직원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질책이 있을시 조용히 불러 잘못 된 부분을 얘기해 주면 좋을 텐데 그 직원에게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면받을 주고 질책했다. 때로는 그 모습은 일부러 망신주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 말하는 모습에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

 

 

책속에는 이런 부분이 많은 예가 들어 있다. 같은 질문도 같은 질책도 모두 듣는 사람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그렇지만 해야 할 얘기는 꼭 전달 할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내가 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만 필요하진 않다. 듣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 할 때도 적절한 비유와 배려가 깔린 질문을 할 수 있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으니 혹, 내가 내 기분에 맞춰 말을 함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되는 이들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같은 질문이라도 적절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효율적인 삶의 일부분을 일궈 나간다고 하니, 나는 어떤 질문을 하고 있나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자.

 

 

“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유익한 정보들을 신속하게 많이 얻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곧 질문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앞으로 더욱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자. 그래서 지향하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멋진 삶을 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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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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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를 찾았나요?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프랑스 생 장 피드포르에서 시작되는 야보고 길이라고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의길. 총 800키로에 달하는 그 길은 아름다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이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야 순례가 끝이 난다.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걸었고 걸으려고 준비를 한다.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도 프랑스 생장 피드포르에서 시작되는 800키로의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일을 했고 결국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죽음의 길에 도달하고 나니 그의 남은 인생이 무의미 해졌다. 뭘 해도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 그가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책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온 여행자의 책이었고 그의 부름을 받아 그는 그와 똑같이 순례길에 올랐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른 사람들의 책을 4권정도 읽었다. 책 한권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를 순례길을 걸으면서 극복하고 싶어 했고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힘든 과정의 길에 자신을 놓고 극복을 하고 싶어 했다. 때로는 이 지독히도 힘든 길을 걷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후회도 하고 그런 마음을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이 책의 그들과 다르다.

 

 

 

보통은 순례길을 걸으며 순례자 숙소라고 하는 알베르게와 레퓨지오에서 잠을 자는 것이 보통인데 저자는 몇 번 레퓨지오에 머물고는 그 지독한 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11키로나 되는 배낭을 메고 하루 30키로 이상을 걷고 온 휴식처가 50여명이 땀 냄새가 가득한 곳은 그에게 지옥과 같았다. 발바닥에 잡힌 물집 때문에 그가 그토록 세상에서 제일 좋은 캐나다 산 등산화를 신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고 피레네 산맥을 걸을지라도 냄새나고 사람 많아, 잠들수도 없는 그곳을 피하고만 싶었다. 그는 그의 순례길에 타협을 했고, 42일의 순례길의 대부분을 호텔이나 급이 낮은 여관에서 머물렀다. 하루 동안 정해진 일정량의 거기를 걷고 순례자 숙소에 머물며 순례자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산티아고 순례길이지만, 그는 여관이나 호텔에서 머물렀고, 지옥 같다는 순례자 식사를 하지 않을 때도 많았고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 다음날 순례길에 오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그의 순례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 그는 순례자 숙박소에서 끈끈한 인간적인 만남을 기대했지만 호텔과 여관에서 머물러 그런 유대관계를 갖지 못했다. 혼자 걷는 것이 싫지 않았지만 그는 외로워졌다. 하루 30여키로씩 걸어야 하는 길에 오로지 혼자가 되는 것이 싫어졌고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졌었다.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독일을 여행하는 동안 나도 혼자였었다. 하루 종일 누군가와 말 할 수 있었던 기회는 식당에서 “얼마예요?”가 다였던 적도 있었다. 요즘은 구글맵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 보는 일도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지 않으니 오로지 혼자 길을 걷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숙소에 가서 잠을 자면 정말로 하루 종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10키로가 넘는 기차역까지 걷는 것은 힘들지 않았는데, 그 누군가와 이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얘기 할 사람이 없는 어느 한 순간이 너무 외로웠다. 그 외로움을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눈물로 쏟아져 내렸다.

 

 

“어느 때부터인가 누구나 길에서 울기 시작합니다. 길이 사람을 그 어느 때에 이르게 하죠. 그러면 그냥 거기 서서 울부짖게 돼요. 당신도 보게 될 거에요!” 97쪽

 

 

그런 그의 애잔함을 알 것 같아 그의 외로운 순례길이 많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 길은 결국 혼자 걸어야 했고, 그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스스로의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이 길이 여자에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앤을 보면서 느꼈다. 어떻게든 잠자리 한번 가져 보기 위해 치근대는 남자들에게 지친 그녀는 저자 한스에게도 차갑게 대했다. 그가 너에게 전혀 사심 없는 게이라고 얘기를 하자 마음을 놓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여자 혼자 쉽지 않은 길이다.

 

 

그는 길에서 이렇게 남자들에게 진절머리가 나는 앤을 만나기도 하고 유방암에 걸려 순례길을 걷다가 쓰러져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부터 그의 순례길도 많은 의미들을 담기 시작했다. 사실 그 부분부터 미소를 띠며 그의 순례길을 응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그 길이 순조롭게 끝이 나길.

 

 

그는 길을 걸으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집중했고, 그 물음의 답을 얻길 원했다. 그런 물음을 가지며 매년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순계길에 오르지만 오로지 15퍼센트만이 모든 순례를 마친 산티아고 스탬프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그 15퍼센트에 들었고 순례길을 완주 했다. 그가 길을 걸으며 물었던 ‘나는 누구인가’에 답을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례길을 통해 매일 행군하듯 걸었던 길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순간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그의 42일은 소중할지 모르겠다.

 

 

그의 이 얘기가 책과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재미있게 보았다. 그의 책이나 영화가 좋았던 부분은 그의 불평과 투덜거림이 너무나 현실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곳에 가보지 않고 가졌던 환상에 대해 알베르게나 레퓨지오로대한 정보는 현실감을 갖게 되었다. 환상에 이끌려 마주하게 된 그 현실을 떠나기 전에 미리 예견 할 수 있었다고 할까. 그의 투정이 불편했지만 이후 그의 그 불편함에 어쩌면 순례길에 오를 나의 모습을 미리 가져다 놓은 것 같아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그 지독히 외로웠던, 처음은 무조건 혼자 떠나야 한다는 그 원칙을 가지며 그가 홀로 걸었던 그 길이 부러워졌다. 11키로나 되는 배낭을 가볍게 만들어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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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1년 - 떠나고 싶은 도시인을 위한 자발적 휴식 프로젝트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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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하루, 숲으로 들어가 살아 볼까? [숲에서 1년]

 

 

너무 힘들게 일했던 몇 년 전 어느 날, 거리를 지나다가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앞에 놓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저런 시간을 평일에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시간이 되니 문득 다시 치열하게 회의하며 혹은 앞에서 톤을 높여 이야기하고 있었던 그 순간이 그리워졌다. 이 모든 것은 다 타인의 거울 속에서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일지 모르겠다. 때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모두가 비극일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자는 어느 날 모든 것을 다 놓고 숲으로 떠나 살고 싶었다. 하지만 숲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녹녹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누리는 것에서 벗어나면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다. 불편한 잠자리, 음식을 먹는 시간도 모두 생각보다 낭만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했다. 핸드폰도 끄고 세상사의 모든 짐들을 내려놓고 사계절을 누리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생활을 위한 경제수단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것은 한 달에 하루만 숲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오전에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숲으로 들어가서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런 그의 소망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은 한 달에 한번 숲에서의 하루를 줬다. 여름은 가족들과 함께 숲에 머물렀다. 그렇게 그는 숲에서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까지 꼬박 1년의 모습을 기억하고 마음속에 담아 볼 수 있었다.

 

 

그의 첫 숲에서의 하룻밤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모두 필요 할 것 같아 챙겨온 짐들은 하룻밤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가 생각했던 텐트 바닥 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했던 것이다. 다음 달 그는 조금씩 불필요 없는 것들을 덜고 조금 더 가벼운 가방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가방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그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면 필요 있는 것들과 불필요 한 것들을 가려지는 눈이 조금 길러지는 것 같다. 처음 유럽을 떠났을 때의 가방의 크기가 24인치 꽉 찬 캐리어라면 이후 22인치로 조금 줄고 다음은 20인치까지 줄일 수 있었다는 지인의 말에 일정부분은 공감하지만 사실 내 캐리어는 늘 24인치에서 머문다. 아직 뭔가 버릴 수 있는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일지도.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저자의 가방은 한결 가벼워 졌고 침낭 같은 것들은 훨씬 더 견고한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숲에 필요 없는 것들을 더 많이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7월과 5월은 정반대였다. 문명 속의 불만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아예 문명을 입에 올리는 일조차 사라졌다.” 154쪽

 

 

 

모든 것들이 익어가고 삶을 마무리 하는 가을에 저자 또한 마음의 안식을 느꼈다. 겨울잠을 자러 가는 분위기속에 저물어가는 것들을 정리하는 그 시간을 맞는 가을을 기다린 저자는 숲속의 고요함을 느끼며 다시 다가올 계절들을 기다렸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생각을 하니 살짝 위안이 되었다. 뜻 깊기도 했다. 그러니까 마이크로 탐험을 마치고 숲에서 1년을 보낸 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어디서 주워들었을 수도 있고 내 머리에서 나왔을 수도 있는 바로 이런 지혜인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위대해질 필요가 있다.” 257쪽

 

 

모두가 숲으로 들어가 1년을 살 수 없다. 그가 선택한 한 달에 하루의 숲속에서의 하루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인 선택이라서 사실 많이 끌리는 이벤트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들기 전까지 유투브와 팟케스트를 보고 기사를 검색하며 잠드는 일상에서 벗어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없는 혹은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있는 그 숲에서 하루를 보내는 밤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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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처럼 소통하라 - 편지로 상대의 마음을 얻은 옛사람들의 소통 비결
정창권 지음 / 사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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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그리움을 낳았다.[정조처럼 소통하라 - 정창권]

 

 

 

이메일이 생기면서 편지를 쓰는 일이 극도로 줄어들었다. 이메일이 생길 때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찾아 편지를 보내셨다. 제자가 스승을 찾아야 하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찾으셨다. 그날 새벽까지 작업을 하는 동안 메일 확인하고 너무 놀란 마음에 바로 답장을 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오늘 보낸 메일을 바로 확인하고 답장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즐거워 하셨다. 그간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몇 안 되는 아끼는 제자라는 사랑고백도 받고, 선생님께서 낳으신 딸들과 함께 저녁 식사도 약속했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와도 실시간 메일이 가능한 시대에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메일을 보내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그리움을 쏟아 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메일도 보내지 않고 인터넷 SNS로 소식을 보거나 메신저로 안부를 나누다 보니 오랜 시절 나눴던 편지는 그 순간들이 아득하게 그리워진다.

 

 

 

조선 시대에는 이런 실시간 소식을 나눌 매체가 없으니 오직 편지 밖에 없었다. 편지로 많은 소통을 다룬 [정조처럼 소통하라] 책에는 몰랐던 이들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정조부터 박지원, 이순신, 정약용 그리고 명성황후까지 많은 이들이 편지로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하고 소통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정조는 편지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달인이었다. 그는 신하들에게도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에는 그의 마음을 솔직하게 녹아냈다. 그의 편지를 받아 본 신하들은 왕의 권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여 공감을 만들어 냈다. 자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심환지에게도 비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정사를 논하고 정조의 유쾌한 언어 소통 능력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선시대에 드물게 성리학을 공부한 강정일당이라는 인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녀가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며 공부를 시키고 게을리 하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다독이고 급한 성질로 화를 잘 내는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 성품의 못남을 지적했다. 그녀가 남편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도 아니고 한집에 살면서 쪽지 한통으로 남편에게 언쟁을 높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였다. 이런 현명한 아내가 어디 있을까? 편지로 남편의 잘한 점을 많이 칭찬해주며 남편의 기를 살려 주고 못난 점을 편지로 생각할 순간을 만들어 줬다.

 

 

 

“조금 전에는 무슨 일로 사람을 그리 심하게 꾸짖었는지요? 과중한 책망이 아닙니까? 안색이나 언어는 군자가 더욱 마땅히 수양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남에게 따뜻하고 공손함이여, 아, 덕성의 바탕이라네!” 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남을 심히 꾸짖을 때는 자못 온화한 기운이 없으므로 감히 아룁니다.” 52쪽

 

 

 

많은 이들에겐 수많은 책을 쓰고 여러 기술적 업적을 남긴 실학자 정약용은 유배를 가며 자신의 가족이 폐족이 되었음에도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길 일렀다. 자신의 아들에게도 수많은 공부를 하길 원했고 멀리서 그것이 못 마땅해 보이면 유배지로 내려와 자신의 밑에서 공부를 시켰다. 그는 엄격하고 깐깐한 아버지였으며 학자였지만 유배지에서 들인 첩과 그 사이에서 낳은 딸에겐 모진 아버지였다. 자신의 아들들에게는 그렇게 많은 편지를 보내 소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배가 끝나 다시 돌아가는 길에 유배지에서 낳은 딸과 첩은 두고 떠났으며 몇 년 후 찾아 왔을 때도 못 본척했으며 단 한 번도 그 두 여자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때로는 그의 업적이 이런 일화 하나로 인간적인부분에서는 절대로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된다. 그가 낳은 업적이 인격과는 다른 부분인 것인가 의문이 든다. 이런 소통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그 위인들이 다소 다르게 보인다. 위인들은 뭔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면에 그들의 약한 부분들이 나타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연암 박지원은 초상화로 보면 강해 보이는 인물이지만 손수 반찬을 만들어 자식들을 먹이고, 이른 나이에 부인이 세상을 떠났지만 끝내 더 이상 부인을 맞거나 첩을 들이지도 않고 부인에 대한 애도하는 마음을 이어 갔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말이나 행동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것 역시 불통인 것이다. 불통이란 대개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앞에서 살펴본 김훈의 경우처럼 계속해서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법이다.” 242쪽

 

 

조선시대보다 소통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훨씬 많은 세상이지만 그때보다 더 못한 소통의 우물에 살고 있다. 독일에 머물며 도시가 바뀔 때 지인들에게 엽서를 보냈다. 그때 지인들에게 도장이 찍힌 엽서를 받아본 기억이 몇 년 만이라며 즐거워했다. 때로는 보내는 마음과 받는 마음의 시간이 더딜지라도 그 시간을 기다리며 더 그리워지는 마음이 증폭되는 것 같다. 그렇게 소통을 하는 마음을 넓혀 갈 수 있었던 지난날들을 떠 올리며 또 편지를 써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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