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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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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주변에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머뭇거릴 때가 있었다. 서로의 취향이 다르니 내가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는 신간 도서보다 고전을 추천해 줄때가 많았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추천했던 저자는 대부분 러시아 작가들이었다. 그러지 않을 때는 대부분 베스트셀러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보라고 말하면서 내게 제일 좋았던 책은 뭘까, 고민을 해 본적도 있었다. 그런 책 중에 아쉽게도 [위대한 개츠비]는 없었다. 내겐 게츠비는 그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기억될 몇 년 전의 영화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받았을 때도 고전을 다시 읽는 것이나 혹은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으면서 누군가를 이토록 흠모한다는 것은 이토록 치열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사랑한 저자는 오십 번도 더 읽으면서 책속의 주인공 개츠비와 저자 피츠제럴드의 삶을 자신의 인생 위에 올려놓는다. [위대한 개츠비]로 강의를 하면서 그녀는 더욱더 피츠제럴드와 개츠비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수많은 고전 중에 왜 하필 [위대한 개츠비]였을까. 그녀는 ‘위대한’ 개츠비가 아니라 ‘가장 위대한’ 개츠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문판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가 느낀 ‘개츠비’의 시와 같은 힘찬 문체를 느끼지 못해 좀 아쉽다.

 

 

 

그녀가 칭송한 [위대한 개츠비]의 아름다운 문체나 플롯들에 그녀가 설명한 부분들을 읽다보면 [위대한 개츠비]를 책장 어디 구석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곳에서 꺼내 다시 읽어야 할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녀가 칭송한 부분들을 나름 읽으면서 이 소설이 이정도 였나? 의문도 들지만 고등학교 때 딱 한번 읽어본 나와는 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그녀의 설득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칭송과 애정만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개츠비>에 관한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플롯과 과거 회상을 보면, 이 소설은 꼭 유럽의 어느 우울한 실존주의자가 쓴 작품 같다. 어떤 부분은 10년 뒤에 나온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만큼이나 암담하다.” P20

 

 

 

적절한 비평도 있었지만 이 책의 대부분은 피츠제럴드와 개츠비에 대한 애정이 넘쳐흐른다. 한권의 책을 오십 번이나 읽고도 아직도 좋아한다는 그녀를 보니, 이 사람 말고는 더 이상의 연애는 없다며 행복한 표정으로 애인을 바라보고 있는 어떤 여자의 모습이 떠올라 그녀의 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사랑을 말리고 싶지 않다.

[위대한 개츠비]를 한 번 더 읽게 된다면 나도 그녀처럼 개츠비를 만들어낸 피츠제럴드까지 좋아하게 될것 같다. 그가 살았던 1920년대의 풍족했지만 암울했던 시대 속에 꽃 같은 작품을 남겼지만 너무도 평범한 묘지에 묻힌 것을 그녀처럼 안타까워 할지 모르겠다. 그가 사랑한 저자의 묘지에 저자를 향한 연서를 쓴 책을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할까.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았다고 해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작품과 작가에 대한 깊은 세계를 볼 수 있을것 같다. 나도 그녀처럼 몇 번은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있다. 문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고단한 하루가 일주일을 만들고, 그 일주일을 버텨 한 달을 넘기는 나날 중에 만난 가장 놀랄 연애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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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김수영

 
 
 
 
취해도 쉽게 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우리는

오랜만이라며 서로 눈빛을 던지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비어버린 자리들을 세며

서로들 식어가는 것이 보인다

 
 
가슴 밑바닥에서 부서지는 파도

저마다 물결 속으로 떠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 사이의 한 섬,

그 속에 갇힌 한 사람을 생각한다

 
 
외로움보다 더 가파른 절벽은 없지

살다 보면 엉망으로 취해 아무 어깨나 기대

소리 내서 울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어디든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 발치에서

물거품으로 부서져가는 것을 본다

점점 어두워오는 바다로 가는 물결

무슨 그리움이 저 허공 뒤에 숨어 있을까

 

 

 

 

 

 

 

 

 

 

 

 

 

 

 

 

 

 

 

 

오랜만에 시를  읽고 울쩍해졌던 오늘 밤,

혼자 앉아 잊고 있던 술잔을 떠 올려봤다.

 

다카마츠 마지막날 편의점에서 사온 두개의 과일 술을 놓고

혼자 뭘 먹을까 고민했던 그날을 생각하니

며칠전 받은 상처가 쉽게 지워졌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외로움은 때론 어색한 사이에서 오는 긴 침묵보다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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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유독 쉬는 날이 많았던 2월은 참 힘든 나날들이었다.

그런 날이 수첩에 적어 놓은 시시한 문장처럼 지나고 나니

참 아쉽기만 한 날이었다고 느끼며

맘 속에 담아 놓은 몇 글자를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혼자 훌쩍였다.

그런 생각으로 3월의 에세이를 골라본다.

 

 

 

 

 

 

 

 

 

 

 

 

 

 

 

 

 

 

1. 울지마, 당신

 

 

오늘 회사에 놓고 온 물건때문에 다시 가느라 오전중의 시간을 다 버리고 말았다.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으며 걷고 있는데, 어느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 왔다.

 

"혹이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으신가요?"

"얼굴에 뭔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타이르는 모습이 보이시네요. 그런데, 오늘 많이 힘드셨나봐요. 외롭고 쓸쓸하게도 보이시구요. 잠깐 얘기 하실래요?"

 

이 남자는.....

"도를 아시나요?"의 그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막 누군가 툭치면 쏟아질것 같은 눈물을 감추고 있는 나를 어떻게 알았나 싶어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바쁘다고 말했다.

이내, 남자는 "와, 이제야 대답을 해주시네요!"라며 기뻐했다. 그 남자와 같이 걷다가 나는 멈췄고 그리고 남자를 한동안 슬프게 쳐다보았다. 남자는 혼자 계속 말을 걸어오다가 멈춰서 보고 있는 나를 보며 이내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번 씩 웃고는

"힘내세요"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때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런날이 있다. 누군가 내게 울지 말라고 하면서 울고 싶고, 울라고 하면 버티고 싶은.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아 있을 것 같은 이책을 읽고 싶다.

 

 

 

 

 

 

 

 

 

 

 

 

 

 

 

2. 꽃은 많을수록 좋다.

 

김중미 작가가 만석동에 들어가서 30여년동안 있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꽃피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그동안 어딜 떠나는 유럽 여행에 미쳐서 나는 주변을 돌아 보는 일을 놓치고 있었던것 같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 아마도 아직 땅에 닿지 않은 그 발을 내려 놓고 천천히 그들을 살펴 보겠지.

 

 

 

 

 

 

 

 

 

 

 

 

 

 

3. 마크툽

 

코엘료의 책을 몇권 읽어보지 못했다. 난 이상하게 유명하면 안읽게 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처음으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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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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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사계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봄을 지나 한여름에 도착하면 생각이 달라졌다. 유독 열이 많이 나는 내게 여름은 무기력이라는 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달고 살아야 하는 계절이었다. 땀이 나는 것도 싫었고 습한 그 기운도 싫었다. 습도가 최고치를 기록할 때면 내 팔에서도 그 습도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애인과 팔짱을 끼는 일도 없었다. 그런 여름을 좋아하는 김남희 작가의 동남아 체류기에 숨이 턱 막혔다. 정말 그 더운 곳이 좋단 말인가? 푸껫으로 떠나기 전에 먼저 들렸던 방콕의 처음 도착한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월에 도착한 그곳은 건기였고 상당히 덥지 않다고 했지만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졌던 그 습하고 더운 공기는 한국의 한여름과는 비교 할 것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200일 동안 체류한 그녀의 이 여행을 나는 땀을 흘리지 않고 잘 읽어 나갈 수 있을까.




그녀가 선택한 도시들은 인도네시아의 발리, 태국의 치앙마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그리고 스리랑카의 도시들이었다. 더운 열기속의 나라들이지만 듣기만 해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도시들이다. 발리는 신혼여행지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니 아름답고 아늑한 휴양지의 모습을 할 것 같았고 나도 꼭 한번 가고 싶은 치앙마이는 태국의 또 다른 이국적인 모습을 가졌을 것 같다. <꽃보다 청춘>으로 너무 유명하게 된 라오스는 가지 않아도 이미 열 번은 더 갔다 온 기분이 든다. 그곳 여행지 사진들을 블로거들을 통해 너무 많이 봤다. 그런 반면 인도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스리랑카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녀가 떠나고 기록한 여행기를 좋아한다. 그녀의 <소심한 여자~>시리즈를 접하고 나는 작가 김남희 팬이 되었다. 그녀의 여행기가 좋은 것은 여행을 많이 다녀온 사람들이 풍기는 잘난 척이 없다는 것이다. 소심한 하고 겁 많고 까다로운 그녀가 선택한 여행지는 늘 그녀의 단출한 문장처럼 깔끔하고 정갈하다. 12년 동안 80개국 이상의 나라를 여행했지만 늘 처음처럼, 그리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번 책 또한 그렇다. 그녀가 이미 다녀온 도시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여행 경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일상을 기록하듯 그곳의 일상을 풀어 놓을 뿐이다. 때로는 너무 일기 같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크게 거슬려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인성을 느껴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모 작가의 여행기를 읽고 좋은 감정을 가졌다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보여준 모습을 보며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같은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책으로 풀어놓은 여행과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준 여행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실망스러워서 그 작가의 책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가 김남희는 그냥 책 속의 그녀의 모습이 진짜 그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밥을 먹는 젊은 여행가를 보며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함께 밥을 먹자고 권하고, 현지인의 초대를 받으면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챙겨가고, 장사를 나온 어린아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런 언니가 아닐까.

그녀의 처음 여행지는 어머니와 함께 한 발리 우붓이었다. 발리하면 풀 빌라들의 사진들만 떠올랐다가 사라졌는데 그녀가 찍은 우붓은 그런 럭셔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끝까지 달리고 싶어도 어디가 논두렁인지 잘 모르겠는, 좁은 길을 가진 그곳은 풍요로워 보였다.



“개발과 성장을 추구하다 전통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발리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플랜플랜’하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 속에서 지킬 것은 지키는 의연함이 엿보이니. 한마디로 발리는 자연을 파과하며 돈에 영혼을 판 그런 흔한 휴양지가 아니다. 농지 정리라며 계단식 논을 싹 밀어버리고, 주택 현대화라며 초가집을 죄다 없애고, 무조건 개발만을 오치며 살아온 나라에서 온 나는 발리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P116

그녀의 두 번째 나라는 스리랑카였다. 언젠가 아시아나 광고로 봤던 스리랑카의 모습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스리랑카로 가는 직항이 생기면서 보여준 그 광고 속의 남자들이 대나무에 앉아 낚시를 하는 모습은 여태 본 이국적인 모습 중에 최고봉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개를 통해 이미 그것도 여행 상품 중에 하나로 전략했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더운 날씨에도 끝없이 펼쳐진 차밭에서 하루 종일 찻잎을 따며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을 통해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거라고, 살아내는 것만으로 세상에 태어난 몫을 다 하는 거라고” 말했다. 하루 일당 6천원에도 행복하게 아이들을 키워내는 그녀들처럼 작은 일에도 웃으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녀의 세 번째는 나의 로망의 도시 치앙마이다. 올 겨울에 떠나고 싶었던 치앙마이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카페에서 하루 종일 책 읽기였다. 여행지에 가서 왜 하필 책을 읽는 것일까. 그것은 이곳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이상하게도 여행을 떠나면 그곳의 로컬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지는 병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곳의 공기와 함께 나도 이유 없이 아까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것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지는 행위는 유일하게 독서였다. 그런 이유로 책을 읽기 위해 태국 치앙마이까지 가고 싶었지만 월급이란 20미터가 넘는 말뚝으로 나를 현실의 땅에 못 박아 놓았다. 그래서 유독 그녀의 여행지속에 치앙마이 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여행지에서 꼭 한다는 요리학교 체험은 다음에 한번 꼭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남쪽 나라는 너무나 유명한 라오스였다. 얼마 전 배낭여행을 떠난 친구에서 들려온 얘기도 그녀의 얘기처럼 동일했다. 너무 유명해진 그곳에는 현지인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훨씬 많아 보인다고. 무엇보다 친절하지 않는 태도의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많아서 라오스에서 한 달간 머물겠다는 생각을 접고 일주일 만에 다시 태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그녀가 12년 만에 다시 찾은 라오스가 그랬다. 너무 발달이 된 그곳에서는 그녀가 찾고 싶었던 고요하고 정감 있었던 그들의 웃음은 사라졌고, '네 돈을 받겠지만 네가 싫어’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을 한 그들을 보는 일이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객들이 그곳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이 들었다가 여행프로로 인해 유명해진 곳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여행객들이 갖춰야할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여행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행위임을, 그러니 우리는 발끝을 들고 조심조심 다녀가야 하는 손님일 뿐이라고.” P8

더운 습도를 견딜 자신이 없다가도 나는 그녀처럼 더위 속에 나를 던져 놓고 산책길에 오르고 싶어졌다. 언젠가 그녀처럼 현지인처럼 몇 달간 살아보는 날이 꼭 오길, 그러기 위해서 내일 출근해서 열심히 살아가겠노라. 얼마 남지 않은 2월은 여자의 짧은 치마처럼 아찔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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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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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에서 5일 동안 머무를 아파트를 구할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것은 역시 교통과 가격이었다. 여행지로 다닐 곳에서 너무 멀어지면 힘드니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고 쾌적하면서 싼 곳이었으면 좋을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가지고 집을 찾았었다. 그리고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교통편이 좋은 곳에 있는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저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수화물 무게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짐을 싸느라 녹초가 되어 리스본 아파트에 도착했다.


창문을 열고 멀리 보이는 리스본의 성당과 함께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보는 순간 짐을 줄이기 위해 옷가지를 몇 개 버리면서 아깝다며 버럭 화를 났던 짜증이 다 사라졌다. 5일 동안 내가 머무는 아파트가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이곳에서 한 달은 더 있다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가 길거나 짧게 흘렀었다. 그동안 내게는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숙소를 만난다는 것은 어쩔 때는 좋은 여행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집시처럼 떠돌아 다녔던 여행을 잠시 멈추고 싶었다. 스페인보다 이상하게 마음이 더 편안해졌던 포르투갈의 골목이 좋았고 언덕을 오르는 트램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했었다.

 

박연준과 장석주의 결혼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낯선 박연준의 글을 읽으면서 그녀의 섬세한 감성을 마주하며 왜, 이런 사람을 이제야 알아봤는지 아쉬워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그들의 지인이 유럽여행을 한 달 동안 가게 되었고, 그들이 그 집에서 한 달간 호주 시드니에서 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곳을 걸으며 같은 시선으로 때로는 다른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 박연준의 글이 부드러운 곡선이라면 장석주는 곧은 직선처럼 글을 쓴다. 그래서 부드러운 곡선의 박연준의 글이 훨씬 빨리 읽히고 마음에 머문 문장이 많은 반면, 다른 책들의 인용 글이 너무 많은 장석주의 글은 사실 좀 답답하게 읽혔다.

 

두 사람이 시드니에서 한 달 동안 살아가면서 산책을 한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느 한곳에서 머물며 오랫동안 살아 보고 싶은 충동이 느꼈던 작년 포르투갈의 여행이 떠올랐다. 낯선 곳에서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느낌. 얼마나 근사한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들은 시드니에서 머물면서 이곳에서 계속 살라고 하면 살겠냐는 질문에 고민도 없이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 작가 장석주를 잘 모르지만 그의 책을 몇 권 읽으며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나만의 감으로 그런 대답이 나올 것을 짐작했지만, 박연준은 왜 싫다고 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수없이 지나 다녔던 골목을 그리워했고, 자주 찾은 식당과 그리고 그곳에서 먹을 수 있었던 음식들을 떠 올리며 행복을 다시 한 번 찾았던 것 같다. 어쩌면 여행이란 있었던 곳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내가 있었던 곳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그래서 더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여행이 주는 미덕중에 하나가 아닐까.


 

 


“경의선숲길에 앉아, 익숙한 풍경이 주는 편안함을 만끽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이 사실이 왜 새삼 벅차오르는지 모르겠다. 먼 곳에서 이방인으로 한 달을 살아봐서 일까?” P99



 

내가 지나 다녔던 골목의 풍경을 말해주면 같이 그곳의 습한 기운까지 서로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나의 고향이자 나의 집이 있는 곳에서 잠시 벗어 날 수 있겠지만 영원히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는다는 것,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태어나면서부터 익혔던 나의 모국어로 원 없이 읽을 수 있는 나라, 그래서 ‘한국이 싫어서’ 떠났던 어떤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을 이해하지만 부러워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처음에 나는 그녀처럼 누군가 내게 이 나라를 떠 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자신이 있다고 느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 것들의 새로움보다 익숙한 것들의 낡음을 더 사랑하고 있었다. 불안한 정치와 답답한 경제 상황은 눈감고 살아 갈 수밖에 없는 무력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에 죄의식을 가지지 않으려고 매번 활짝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출근하고 있있는것, 그런 일상을 고마워하게 된 것도 어쩌면 여행에서 얻은 나만의 작은 교훈이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도시 경관 속을 걸으면서 나는 소리와 촉감과 냄새라는 매개로 시드니를 오감으로 받아들인다. 그 행위는 몸과 자아의 확장이고, 세상에 편재로 기쁨과 포만감을 몸의 그것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태평양을 끼고 펼쳐진 시드니 거리를 걸어보는 것, 그것이 시드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하고 흥미로운 모험이다. ” P159



 

익숙한 골목과 도시를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동경하며 읽었던 이 책을 통해 숨차게 올라야 집으로 갈 수 있는 언덕위의 내 집의 안락함을 떠 올려 봤다. 다시 돌아올 그들의 집이 있어 행복했다는 그들처럼 나도 리스본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아마도 골목 사이로 빠져 나가는 28번의 노랑 트램을 지겨워했을지 모른다. 돌바닥으로 만들어진 길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피곤했던 그 길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서 언제라도 전화 한통이면 만나서 폭풍 수다를 떨 수 있는 이곳의 산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쩜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이제 결혼한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게 될 그 도시의 산책은 또 얼마나 근사할지 궁금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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