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함께 춤을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비 정신을 찾아서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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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비 정신을 찾아보자 [선비와 함께 춤을 -백승종]

 

 

 

‘선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정갈하게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어야 하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 선비 같다는 말을 하면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선비와 함께 춤을>속에 등장하는 선비들은 그런 이미지의 선비들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는 그런 느낌이 들지만 그와 정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선비들도 등장한다. 조선 시대의 선비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도산 안창호와 안중근, 시인 백석, 리영희, 김홍섭 판사와 최대교 검사도 등장한다.

 

 

“진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가 아닐까. 허위를 물리치고, 허상을 깨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성실한 사람일 것이다. 결코 성리학의 나라 조선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선비의 마음으로 공정하고 따듯한 미래를 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에게 있어 선비란 이런 존재라고 했다. 그가 가진 의미로 바라본 조선 전후기에 있었던 선비들의 여러 면모들을 책속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가슴에 찡하게 읽었던 부분은 안중근 의사의 얘기였다. 그중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형이 얼마 남지 않은 아들에게 명주 수의를 마련해 보내면서 남긴 편지 한 장이었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어미의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편지가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일 것이다. 네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잘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P 68

 

 

 

새파랗게 젊은 아들의 죽음을 바다 건너 지켜보면서 어머니는 이런 편지를 보냈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그는 3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런 강직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들의 고결한 행동에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그와 마찬가지로 안창호는 어떤가. 모진 고문을 당해 피가 부족해지면서 병석에 누워 죽을 날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일본인 미와는 안창호와 인연이 있었고 그를 도와주고 싶은 심저에 부인과 함께 찾아가 헌혈까지 하려고 했지만 안창호는 조국의 원수였던 일본인의 피를 받는 것을 거부 했다. 물론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는 미와가 찾아온 이후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죽음 앞에서 조금 더 살아보고자 했던 처절한 몸부림도 거절했던 일본의 손길이었다. 그들의 강직함에 지금의 우리들은 어떤 모습인가 생각하게 된다.

 

 

많은 역사가들이 정조를 찬양했다. 그를 ‘문예부흥’을 일으킨 ‘개혁 군주’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강이천은 화가이자 시인으로 이름을 떨친 강세황의 손자였다. 그는 일찍이 명과 청의 신문학 작품을 즐겨 읽으며 보수적인 성리학자들이 고집하는 사회질서의 타당성을 의심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정조가 보수 세력이라면 강이천은 진보 세력인 셈이다. 정조는 강이천의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를 결국 유배 보냈으며 그와 연관된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일을 겪게 하였다. 강이천은 종조의 ‘블랙리스트’였다.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해 주지 않았던 조선 시대의 정조에게도 이런 내면의 모습이 숨겨 있다니 놀라웠다.

 

 

 

“한국의 기득권층은 허다한 사건들, 가령 세월호 사건이든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도구화 전력을 구사한다. 그들은 주류 언론과 국회 및 사법부를 움직여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고, 자신들의 대척점에 있는 진보진영까지도 은근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굴복시킨다.” P 244

 

 

한 지인이 그런 얘기를 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좋은 세상 올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아직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진영으로 바뀌었을 뿐, 더 많은 것들이 올바르게 변화해야 하고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니 왜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냐고 하지 말고 휘어진 역사를 바로 쓰도록 노력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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