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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 - 51개 주제로 본 우리민족 절반의 이야기 ㅣ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
4.27시대연구원 지음 / 도서출판 4.27시대 / 2021년 7월
평점 :
책 출판 이후 대학원 준비와 강연 준비로 제법 바쁘지만, 이 바쁜 와중에도 상당히 재밌는 책 한권을 읽었다. 이 책은 소위 북한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1945년부터 올해인 2021년까지의 현대사를 다룬 책으로, 51개의 주제로 북한사를 정리한 책이다. 책의 이름은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다. 우리에게 있어서 북한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북한의 존재란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되고 판단 되어야할 존재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한국인들 내면에 존재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긍정성은 결과적으로 ‘종북’ 혹은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십상이다.
이 책은 그런 사고관에 대한 전면적인 역사적 반박 내지는 저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알 수 없는 맹목적인 혐오와 증오 그리고 조롱은 분명히 하나의 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의 사고에는 “북한은 무조건적으로 나빠야해!” 혹은 “북한의 사회는 매머드나 잡는 수준의 사회로 인식해야만 해.”와 같은 무의식적 감각에 심취되어 있다. 이러한 시각은 탈북자들이 나와서 거짓말을 일삼는 어용매체들에 의해 손쉽게 나타난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까? 이러한 질문에는 나 자신 또한 손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워낙 정보와 자료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라는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보도나 자료들이 추정과 추측이라는 가정으로만 판단을 해야만 하는 부정확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이에 따라 탈북자들의 거짓말과 허위사실이 진실로 포장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H카가 “최근 10여 년간(1961년 기준) 영어사용권 나라에서 생산된 소련관계 문헌들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방의 반공주의 학계를 비판했던 사실이 오버랩 된다. 책은 첫 페이지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를 발췌하겠다.
“현실은 북을 적 혹은 혐오의 대상으로 보거나 심지어 아예 외국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북의 역사는 아예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왜곡되게 이해한다. 조선일보가 가짜뉴스, 왜곡보도를 일삼아도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모두 분단체제와 국가보안법이 만들어낸 분단의식, 피해의식의 반영이다. 북을 제대로 알려고만 하면 고문하고, 잡아가고, 낙인을 찍었던 역사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 p.4
북한을 알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었일까? 나는 정치적인 부분에서의 자유왕래와 평화체제 공존 그리고 사상의 탄압을 가로막는 국가 보안법의 전면적인 철폐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외에 필요한 작업은 무엇일까? 나는 소리 높여 주장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의 현대사를 바라볼 필요가 분명 있다고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은 북한의 현대사를 북한의 입장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따라서 책의 시작은 북한의 지도자였던 김일성의 개선부터다.
책 1권은 김일성의 귀국부터 시작해서 재일교포의 역사로 마무리 된다. 남한 측 자료와 북한 측 자료가 출처로 인용되었으며, 북한이 어떻게 자신들의 역사를 보는지, “북은 주장한다.” 혹은 “...이 북의 입장이다.”라는 식으로 서술했다. 예를 들면 한국사회에서 6.25전쟁 혹은 한국전쟁이라 불리는 사건을 보자. 책 1권 1장의 7번째 주제인 한국전쟁은 왜 ‘조국해방전쟁’인가?라는 주제제목을 달고 있다. 책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쟁 시기 제국주의 국가 미국에 맞서 투쟁을 벌인 점 그리고 미국이 먼저 전쟁을 시작한 점을 근거로 든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한국전쟁에 대한 입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입장과는 분명 다르다. 왜냐하면 북한은 한국전쟁을 경제난을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에서 1950년 6월 25일에 전면적인 침공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나는 냉전 이후 공개된 소련측 기밀문서 자료를 통해 북한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시작점을 바라보는 나와 북의 입장이 다르다 하더라도, 북한의 조국해방전쟁론은 근거가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조국해방전쟁론을 입증할 근거가 분명 있다고 본다.
우선 “한국전쟁은 누가 먼저 일으켰는가?”와는 상관없이, 제국주의 국가 미국에 저항하는 측면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됨에 따라 탈식민주의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띄기도 했다. 이것은 한국 군대의 장성들이 친일 세력들이 많은 반면, 북한의 정체성은 항일독립투쟁에서 중심을 두었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 민족해방전쟁 그리고 계급해방투쟁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북한이 한국전쟁을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요약하고 있다.
“북은 이렇듯 미국의 “부정의의 전쟁”에 맞선 자기들의 행위를 두고 정의의 조국해방전쟁은 물론, 민족해방전쟁, 반제민족해방혁명, 인민민주주의혁명, 계급투쟁 등 다양한 개념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해설하고 있다.”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 p.73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경제력을 뛰어 넘었다는 사실은 반공주의로 무장한 한국사람들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북한의 전후 재건은 신속했다. 북한은 과거 소련이 했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따라 사회주의 기초 건설은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크게 성공했다. 이 시기 공업 총생산은 1957~1960년 기간에 3.5배(목표 2.6배, 1957년 기준)로 증가했고, 농업부문도 식량 생산에서 1956년 대비 32% 증가하였고, 1959년 농업 총생산이 140%로 확대됐으며, 소비재 영역에서도 발전과 초과를 이룩했다. 책에 따르면 북한이 전후 재건과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선진적인 발전과 완비된 사회제도를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생산수단의 사회주의화(소유의 집단화)가 빠르게 이뤄진 것은 해방후 반제반봉건 민주개혁과 전쟁을 거치면서 개혁에 반대하는 친일매국노, 지주와 자본가들이 대부분 숙청되거나 월남하여 사회주의화에 반대할 세력이 없어진 상황을 환경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전시 상황에서 파괴된 농업ㆍ산업 시설들의 복구를 위한 당과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인민대중의 협동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협력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게 더 주된 요인이라고 보겠다.”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 p.139
개인적으로 책 1권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의 국제연대 사업이다.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 제3세계에 대한 북한의 지원과 반미연대는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주장들은 아직까지도 북한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심한 한국에서는 아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책에 따르면 북한은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와 호치민의 북베트남 그리고 제3세계 진영에 있던 이집트를 지원했다. 이집트에는 북한에서 보낸 고문단이 이집트군을 훈련시켰으며,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도 쿠바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으며, 북베트남에서는 북한이 보낸 공군 조종사가 미군 전투기 26대를 격추시켰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리영희 교수는 베트남 전쟁을 호치민의 독립투쟁 혹은 민족해방전쟁으로 해석했다. 그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김일성과 호치민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사이였다. 책의 내용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일찍이 북과 베트남민주공화국은 1950년에 국제관계를 맺었고 한국전쟁과 베트남 독립전쟁에서 상대의 입장을 지지하고 연대를 보냈다. 또 1957년 7월엔 호찌민 주석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북은 답례로 이듬해인 1958년 11월 김 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해 호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두 나라는 사회주의 건설에서 인민의 단결과 우애를 강조하였다.”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 p.200~201
그 외에도 이 책에서 언급된 여러 내용들은 우리 사회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내용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는 이런 점에서 아주 큰 의의가 있다. 어쨌든 북한 입장에서 북한의 현대사를 보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자신이 이 책의 내용에 다 동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책에서 언급되는 북의 조선인민혁명군 한반도 해방 주체설이나 박헌영 미제 간첩설 등이 그러하다. 그 외에도 북한에 대한 논쟁을 파고들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세부적인 논쟁 및 입장이 다르다 하더라도 나는 이 책이 이제야 출간된 사실에 더 중점을 두고 싶다. 이제야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 현대사를 바라보는 책이 나왔다는 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반북주의 한국 사화에 대한 큰 문제의식이다.
많은 부분에서 북한 현대사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책이었다. 분명히 얻어가는 점도 많은 책이다. 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2권도 읽는 대로 서평을 작성할 예정이다. 2권을 읽는 대로 2권에 대한 감상과 문제의식 등을 2권 서평에서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