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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와 더불어 1~8 세트 - 전8권 - 김일성 항일 회고록, 계승본
김일성 지음 / 민족사랑방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국내 출간에 대한 단상
블라디미르 레닌의 생일인 어제 어용언론 조선일보가 쓴 ˝김일성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국내 서점에서 판매 시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2011년 당시 한국에서 국가 보안법 위반에 해당한 이적표현물을 출간했다는 이야기였다. 쉽게말해 처벌 혹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늬양스의 기사였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이 태어난 시점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던 1945년까지를 다룬 회고록이다. 총 8부작으로 되어 있으며, 주로 김일성 본인의 항일무장투쟁에 초점을 두었다. 페이지는 8권까지 합치면 3,500페이지가 넘는다. 참으로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북한 측 저작을 읽는 건 국립중앙도서관에 북한 자료실 열람을 제외하면 국가보안법에 적용되는 행위이다. 그 이유는 북한 출판물 자체가 이적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 보안법이 희대의 악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온 것과 같이, 소위 민주국가에 사는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사상의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았을때, 당연히 북한에서 출판된 저작이 국내에 출판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을 준수하려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국보법 처벌‘을 운운하고 있으며, 인터넷 서점 페이지에 들어가 악플봐 비방을 일삼고 있다. 그들이 이와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대상을 단순히 적대시 하는 생각과 세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김일성의 이미지는 단순히 독재자나 폭군같은 이미지다. 미국이나 서방에서 스탈린을 2천만 명 학살했다는 거짓말을 믿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도, 한반도의 미래라는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고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김일성의 또 다른 이면을 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 북한의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 즉 독립운동을 했다는데 있다. 김일성은 1931년 만주사변 시점부터 1942년 미드웨이 해전까지 항일투쟁을 만주에서 했었다. 김일성 또한 수 차례의 전투에 참가했고, 1940년 홍기하 전투의 경우엔 일본군 100여 명 이상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쉽게 말해 김일성은 전설적인 항일투사였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김일성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편향된 한 가지 측면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또한 그것은 서방 제국주의자들이 20세기 역사에서 현실 사회주의권과 제3세계의 인물들을 대하던 태도와 똑같다. 그 결과가 한국에는 이승만 남베트남에는 응오딘지엠, 칠레에는 피노체트, 필리핀에는 마르코스와 같은 악랄한 학살자 혹은 독재자들을 지원한 동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의 입장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또한 북한 사회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도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세기와 더불어>가 과장과 뻥튀기 그리고 각색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이 책에도 신뢰가 매우 떨어지는 구절들과 사료적으로 빈약한 근거빈약의 내용들도 분명 존재한다. 또한 항일전과 기록이나 몇몇 서술들은 기존의 북한 서술이 보여주듯이 숫자의 과장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서술이 학술적인 의미에서의 신빙성이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학술적인 측면과 사료적 빈약성 그리고 부풀려진 과장 문제와는 별개로, 단순히 책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한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또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1948년 여순항쟁 이후 이승만과 친미친일 세력들이 일제의 치안 유지법을 모태로 제작한 국가 보안법의 야만성과 악랄함을 보여주는 예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감정이 앞선다. 김일성의 회고록이 문제적 시리즈라는 점과는 별개로 항일투쟁 당시의 김일성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 체취를 많이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든다. 마치 <호치민 평전>의 저자 찰스 펜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본인이 OSS에 있으면서 만났던 호치민에게 느꼈던 감정을 저작에 잘 담아냈듯이 말이다. 이런 점에서의 가치는 이 <세기와 더불어>가 충분히 있을거라 생각한다.
드디어 문제적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됐다. 참으로 기쁘고 놀라운 일이다. 국가 보안법이라는 홍콩 보안법이 새발의 피로 보일 정도로 악랄한 악법이 살아있는 이 땅에서 이런 문제적 시리즈를 출간한 출판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참으로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 <세기와 더불어>외에도 보다 많은 북한의 서적들이 출간되어, 다양한 입장과 시각에서 평가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