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 고통받고 있는 현재 2021년은 21세기의 시작을 알린 9.11 테러와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20주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거나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20019월에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21년인 현재까지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 1차 유행이 있던 20202월 전쟁을 하고 있던 미군측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측과 이른바 도하합의를 성사시켰고, 올해인 2021년에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전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2020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군은 대략 12,000명이었는데, 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현재는 대략 3,500명이 남아 있다.

 

미군 500명 이상이 전사했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숫자가 11만 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는 많이 철수한 시점이다. 2의 베트남 전쟁이라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은 과거 존F.케네디와 린든B.존슨 그리고 리처드 닉슨이 밟았던 절차를 거의 그대로 밟아온 것 같다.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리처드 닉슨이 베트남 전쟁에서 추진했던 닉슨 독트린과 비슷하다.

 

1968년 구정 공세 시기 남베트남 주둔 미군은 549,000명을 넘겼는데 1973년 파리 평화회담 이후 남베트남에는 아주 극소수의 고문단만 남았던 역사를 생각하면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과거 베트남 전쟁의 상황과 소름끼칠정도로 닮은 부분이 있다.

 

1973년 파리 평화 협정 이후 완벽히 철수한 이후 2년 뒤에 베트남 전쟁은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났는데, 올해 미군이 완벽히 철수하고 현재 미국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정권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분명히 올해 안에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완벽히 철수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벽히 철수하면,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그랬듯이 약간의 미군고문단이 대사관을 중심으로 남을 것이다.

 

미군 정규군이 철수하면 탈레반 측은 자신들이 확보한 거점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상대로 전투에 총 공격에 나설 것이다.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군벌 집합체에 소수민족의 통합도 안된 상태다. 거기다 이들의 부정부패는 과거 남베트남의 친미관료들 못지 않다. 어쨌든 탈레반은 총공격에 나서 아프가니스탄을 단기간에 접수할 것이다. 즉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제2의 베트남 전쟁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서의 북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민족해방을 싸웠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을지는 몰라도 북베트남이나 베트콩의 경우 남녀평등과 부의 불평등 해소, 식민주의 타도 그리고 사회주의를 위해 싸운 것이라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반미 반공이다. 또한 희잡을 쓰지 않은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뿌릴정도로 전근대적인 이들이다.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분명히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조치들이 취해질 것이다. 또한 관념적이기 짝이 없는 종교적인 교리를 인민들에게 강요하고 전근대적인 가치들을 사회영역에 뿌리내릴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탈레반을 지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전쟁은 베트남 전쟁처럼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경쟁에서 일어난 침략전쟁이라는 점을 절대로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이들이 과거에 주장했던 아프가니스탄의 무슬림 여성들 해방이나 민주주의 전파가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지를 알아야 하며, 이런 점에서 역시 미국을 지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그런 누구를 지지해야 하느냐?"와 같은 질문 말이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건 맞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탈레반이나 미국을 지지하는건 좌파들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물론 미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이들의 투쟁을 방어하고 옹호해야한다. 그러나 이것이 탈레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동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답은 중동지역에 남아있는 잔존좌파들을 지지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빈약한 대답이다.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에선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의 킬 팀 사건이나 2013년의 칸다하르 학살 그리고 그외에 미군 폭격으로 인한 아프간 민간인 학살 등에 있어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의 폭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제국주의적 전쟁범죄들은 비판받아야 한다. 어쨌든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평화의 길이 열리는 것 같다. 이들이 더 이상 전쟁으로 고통받지 말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