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일 세대 - 미래 세대를 위한 북 바로 알기
김이경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있고, 내 페친이기도 한 김이경 선생의 <우리는 통일 세대>를 읽었다. 내가 북에 대해 좀 더 북의 관점이나 반공에서 벗어난 관점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였던 것 같다. 애초에 대학교 1학년을 시작하던 2014년은 박근혜 정권 1년차라 시대적 분위기가 극우세력들의 힘을 얻고 있던 시기였다. 그 시점부터 갑자기 뉴라이트에서 마구잡이로 집필한 이승만 미화물이 줄줄이 출간했고, ‘국제시장’, ‘태양의 후예’,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등과 같은 반공정신을 고취시키는 영화나 드라마가 대대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나는 박근혜와 뉴라이트를 싫어하면서도 북한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그나마 북한을 보다 이성적인 접근을 하기 시작한 시점은 군복무 말기인 2018년이었다. 그때 읽은 신은미 선생의 책이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쓴 책 그리고 브루스 커밍스가 집필한 한국전쟁을 읽으면서 보다 북한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차원에서 인식하게 되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회담이 개최되던 2019년 초 당시 나는 북미정상회담이 잘 마무리 되면 종전협정과 남북 자주 왕래가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쉽게도 협상의 결과는 결렬이었다.

 

비록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결렬이었지만, 2018년 평창올림픽부터 시작된 남북화해무드는 이명박근혜 시절 대립과 적대주의로 포장되었던 한반도 정세에 평화라는 한 줌의 희망을 가지게 만든 원동력이었고, 북한을 새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였다. 이런 정세를 거치고 변화를 보면서 나 또한 북한이라는 존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싶었고, 실제로 자기검열이라는 차원에서 반북주의를 최대한 배척하고자 많이 노력해왔다. 2년 전 사회학 교수인 김귀옥 교수님의 수업도 북에 대한 그런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전 세계는 이 전무후무한 질병에 발목이 묶인 상태다. 해외여행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시대다. 북한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인 20201월 국경을 원천 봉쇄했다. 따라서 북한을 공식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루트는 죄다 막힌 셈이다. 물론 1월부터 국경을 원천 봉쇄했기에, 북한은 현재도 2021년 새해에 평양에 모여 신년축하행사를 그것도 집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만약에 북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다면 구호물자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받지 않았다. 그러니까 북한은 현재 내부 시스템 안에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일반적인 한국인들에게 거리낌 없이 하면 이러한 주장을 믿지 않거나 주장을 한 이를 친북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한이라는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의심하고 본다. 즉 북한이라는 존재는 무조건적으로 나빠야 하고 불행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기원은 한국이라는 국가가 그 이전부터 반공국가였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다. 물론 민주화를 거치면서 예전만큼의 반공주의는 보편적으로 희석되긴 했지만, 북에대한 인식은 여전히 객관적이지 못하다. 쉽게 말해 우편향적이다. 이러한 영향에는 저자가 주장하듯이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에서 퍼뜨린 거짓뉴스의 영향이 크다. 책에 나온 저자의 주장을 인용하겠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사회이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상적인 사회도, 절대 나쁜 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북녘을 뿌연 잿빛의 나라, 가난함과 절망이 흐르는 땅으로 알고 있을까?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주의 사회인 북이 살아가는 방식과 문화가 우리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차이를 극단적인 이분법, 빨갱이라는 잣대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나라에서 살아온 우리는 사회주의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분단 체제에 편승해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온 수구적폐 세력은 온갖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북을 악마로 만들어왔다. 북 고위층 인사가 처형되었다는 남녘의 언론 보도 후 다시 그들의 건재가 확인되어도 오보를 낸 언론은 반성하기는커녕 정정한 적이 없다.”

 

출처: 우리는 통일 세대 p.7~8

 

저자가 주장처럼 우리가 언론을 통해 받아들이는 북한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서구편향적 혹은 반공적으로 가공되는 정보가 많다. 또한 우리는 북한이라는 대상을 인식할 때, 독재나 굶주림과 같이 미국 부르주아지들이 타국가를 침략할 때 사용하는 말만 번지르르한 구실들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북한이라고 해서 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접근법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사악한 경제제재의 합리화 논리로 사용된다는 점을 적어도 인지해야 한다 생각한다. 특히나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말이다.

 

책의 제목 우리는 통일 세대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미래의 통일 세대와 현재 통일을 준비하는 세대들에게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한 북한을 알려주고자 책을 쓴 것 같다. 책은 북한 청소년들의 교육과정이나 성장기, 북한 인민들의 일반적인 삶, 북한의 종교활동, 북한의 의료 정책, 북한의 경제 활동 등을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의 근현대사와 더불어 북한의 문화예술 그리고 부록으로 수도 평양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처음 알기도 했다. 얘를 들면 북한의 김일성 대학 교수들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매주 한 번씩 금요노동을 자발적으로 나간다는 내용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이 점에선 쿠바 혁명 이후 체게바라가 쿠바의 고위직에 있으면서 자발적으로 노동을 했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심지어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2005년 당시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공학부에 항생제 제작 공장 시설 건설을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저자와 한국의 기술자들이 런닝 바람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던 분들이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수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책을 읽은 나 또한 이 부분에서 매우 놀랐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그리고 무상주택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의 사회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틀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에는 토착 자본가가 없다. 물론 북한에도 빈부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빈부의 차이가 있지만 돈이 많은 사람이 자신의 돈을 자본의 형태로 투자하여 가치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즉 자본가가 없다는 것은 땅, 건물, 공장과 같은 사회의 공공재들이 개인 소유가 아니며, ‘자산소득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별 초과이익은 기업소 노동자들에게 배분된다. 또한 북한의 회사나 사회 시스템은 상명하복식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으로 온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불편함을 겪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은 쿠바와 더불어 무상의료 시스템을 사회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기술이나 설비부분에서 부족함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틀은 무상의료다. 일례로 의도치않게 탈북하여 한국에 온 김련희씨의 경우 한국 생활 초기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그냥 나왔다가 길거리까지 간호사가 달려와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북에서는 무상의료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1947년부터 사회보험법을 제정하여 일단 노동자와 사무원, 임산부와 3세 미만 아동까지 무상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가던 19531월 무상의료의 범위를 개인상공업자와 개인농을 제외한 전 인민으로 확대했으며, 전후복구를 완수한 1958년에는 개인병원이 완전히 사라졌다.

 

따라서 북한은 무상의료제도를 1950년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유지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무상의료는 진단, 검사, 치료, 수술, 입원 등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 일체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부담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뜻이다. 책 저자에 따르면 북한은 2012년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에 무상의료 체제를 다른 나라의 일반의료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주제를 얘기하자면 북한의 군대 관련한 얘기다. 대한민국에 사는 남성이라면 무조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한다. 최소한 면제를 받지 않으면 말이다. 우리는 군복무 2년만 해도 사회의 불만이 많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북한은 군복무를 10년씩이나 해도 내부의 불만이 생각보다 없다. 이런 궁금증은 개인적으로 항상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궁금증이 풀렸다. 책에 따르면 북한이 완벽한 징병제라고 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일단 북한에서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일단 중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 전문학교 진학자는 졸업 후 모집 대상으로 검토되고 직장에 취업한 지 3년이 넘으면 모집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체검사 불합격자, 적대계층 자녀, 과학기술산업 관련자, 예술교육 종사자, 특수 영재학교 학생, 부모가 고령인 독자 등은 처음부터 제외된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당 간부의 자녀일수록 군 복무가 필수사항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부모가 군 복무를 반대하면 입대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이런 점에서 우리하고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인민들이 군대를 인식하는 것도 우리하고는 다르다. 북한에서는 군대가 주민들에게 선망 받는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 인민군의 뿌리가 1932년 만주에서 시작된 항일 유격대에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인민들은 자신들의 군대가 역사적으로 항일투쟁을 했고, 소련, 중국과 더불어 조국해방에 기여했다는 자긍심이 강하다. 이런 점은 현재 중국인민해방군이나 베트남의 베트민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북한에 대해 정말 다방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쉽고 재밌게 알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의 그런 점이 좋았다. 하지만 일부 내용들은 신빙성이라는 측면에서 의심이 가는 부분들도 있다. 그런 부분들은 솔직히 학계의 교차검증과 더불어 팩트체크가 필요하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였다. 조선인민혁명군(동북항일연군)이 소련군보다 앞서 해방구를 만들었다는 얘기나, 평양의 단군릉 혹은 북측 학계에서 주장하는 대동강 문명 등은 솔직히 역사학을 공부한 나로썬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그렇다 해서 책 자체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굳이 책의 내용에 대해 내가 얼마만큼 공감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80%는 공감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아까 전에 지적한 그런 부분은 나머지 20%에 해당한다.

 

부록에서 평양 설명하며 다룬 릉라도의 곱등어관에 대해서도 한번 얘기하자면, 책에는 곱등어란 돌고래의 일종이라고 나온다. 사실 돌고래를 얘기했을 때 떠올리는 대부분의 돌고래는 큰돌고래(혹은 병코 돌고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국내에 많이 서식하는 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인데, 책에 첨부된 사진을 봐서는 남방큰돌고래보단 큰돌고래 그러니까 병코 돌고래 같기도 하다. 개인적인 추측으론 아마 북에서 얘기하는 곱등어는 병코 돌고래를 뜻하는 것 같다.(어디까지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게 나을 것이다.) 한가지 사실을 더 붙이자면 물개쇼에 등장한 물개는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바다사자(강치)가 분명하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북에 있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남북교류가 형성되면 나 또한 공식적으로 북을 방문해보고 싶다. 그것이 평양이 됐던 개성공단이 됐든 금강산이 됐든 말이다. 아무튼 책 내용이 대체로 좋다. 저자가 한국의 극단적 반공주의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상당히 공감된다. 나 또한 평양에 놀러 가보고 싶다. 물론 합법적인 선에서 말이다. 여러 종류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양의 동물원과 곱등어관도 방문하고 싶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항일 유적지도 답사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에 대한 얘기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