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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2 ㅣ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2
존 톨랜드 지음, 민국홍 옮김 / 페이퍼로드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8월 말에 완독했던 존 톨랜드의 저서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1’을 읽은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 책을 읽고 난 이후 썼던 서평에서 2부도 리뷰 하겠다는 말을 언급했는데, 생각보다 늦어진 것 같다. 휴학생이라 집에만 주로 머물고 있는 신세라 다시 한 번 존 톨랜드가 집필한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1부를 읽던 여름 나는 이 두꺼운 책을 빨리 일겠다는 마음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1권을 다 읽고 나서 2권을 대출하고자 하던 시기에 태극기 집회로 인해 코로나가 갑자기 창궐하면서 도서관에서의 대출이 불가능해지는 불상사를 겪었다. 그래서 난 여름에 알바해서 탄 월급으로 이 책의 2부를 구매했다.
2부를 펼치기 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필자 자신이 늦장을 부린 것도 있지만, 이 책 외에도 읽고 싶었던 책이 꽤나 많았기에 결국 2부를 읽는 것이 생각보다 늦어진 감이 있다. 아무튼 내가 이 책을 펼치게 된 건 2020년 12월이었다. 지난여름에 읽었던 1부가 1889년 그의 출생부터 1938년 자신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는 시점까지 다뤘다면, 이번에 읽은 2부는 소위 1938년 수정의 밤(Kristallnacht)부터 1945년 4월 30일 그가 아내 에바 브라운과 함께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시점까지를 다루고 있다.
2부는 아돌프 히틀러가 일으켰던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책이 아돌프 히틀러의 전기이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전황과 전투 자체를 깊이 다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히틀러와 그의 나치 지도층이 어떤 식으로 독일 영토를 팽창해 나가고 세계대전을 어떻게 계획하는지 그리고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다룬다. 루프트바페(Luftwaffe)의 사령과 헤르만 괴링이나 요제프 괴벨스, 하인리히 힘러, 알베르트 슈페어, 빌헬름 카이텔, 루돌프 헤스 등 당시 나치 지도층이나 히틀러 측근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 외에 많이 언급된 인물 중에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두 인물을 뽑자면 2004년에 나온 독일 영화 몰락(Der Untergang)에 사실상 주인공으로 나왔던 히틀러의 여비서 트라우들 융에(Traudl Junge)와 오토 슈코르체니(Otto Skorzeny)다. 트라우들 융에의 경우 아돌프 히틀러가 그를 비서로 채용하는 과정부터 히틀러와의 인과관계 그리고 영화 몰락에서 나온 장면들이 매우 상세하게 책에서 나온다. 영화 몰락에서 보면 히틀러가 비서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면접을 보러 온 이들에게 독재자 혹은 폭군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매우 상냥하고 정많은 모습으로 나오는데, 톨랜드의 책 또한 이것이 사실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영화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지만, 융에는 1943년에 SS 친위대 장교였던 한스 융에와 결혼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남편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전사해버렸다. 책의 마지막 챕터인 “자정은 5분 후, 선장은 배와 함께 침몰한다”는 영화 몰락에서 나왔던 부분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서 상당히 트라우들 융에의 시각이 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영화 몰락을 본 독자라면 이런 거 읽는 재미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SS에 편재된 특수부대 지휘관이었던 오토 슈코르체니의 경우에는 아돌프 히틀러가 상당히 총애했던 인물로 책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1943년 영미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하고 이탈리아 본토로 진격하면서 체포되어 감옥에 간 무솔리니를 구출했다는 내용부터, 그가 전개했던 여러 특수 작전들이 책에서 나온다. 참고로 오토 슈코르체니의 경우 그의 자서전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했다. 슈코르체니 관련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그가 지휘했던 무솔리니 구출작전을 재밌게 읽었다. 사실 그가 무솔리니를 구출하면서 이탈리아 북부에는 여전히 독일의 지원을 받는 파시스트 이탈리아 체제가 남아있게 됐는데, 그 가교역할을 슈코르체니가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번에 리뷰했던 1부에서도 한번 언급했던 것이지만, 저자 존 톨랜드는 아돌프 히틀러라는 이 인물을 최대한 과거의 인물 그러니까 우리가 역사 속에서 크게 주관적인 평가를 하지 않고 보는 인물처럼 집필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것이 아돌프 히틀러의 반인륜적 범죄인 유대인 학살을 옹호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책의 구성을 위해서 톨랜드는 히틀러를 따랐던 사람부터 반대했던 사람들까지를 포괄해서 인터뷰했고, 그 자료들을 토대로 책을 썼다.
사실 히틀러가 처음부터 유대인을 계획적으로 학살한 것은 아니었다. 그 시작은 유대인에 대한 사회적 제한이었지만, 1930년대 후반이 되면서 집단 거주지와 같은 강제 이주를 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장기화도면서 유대인이라는 종족을 계획적으로 학살하는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그것이 1941년과 1942년 사이에 있던 일이었다. 책에서도 600만 명의 유대인이 이렇게 가스실에서 학살당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이 600만이라는 수치는 단순히 과장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나치 지도부가 본인들 스스로 주장했던 학살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유대인의 절멸을 목표로 삼았었다. 책에 나온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히틀러는 여전히 자신의 최종 임무에 구속받고 있었다. 아이히만은 8월 세상에서 유대인을 제거하는 임무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는 힘러에게 400만 명은 학살 센터에서, 나머지는 기동 작전에서 제거하는 등 600만 명의 유대인을 없앴다고 말했다. 히틀러는 붉은 군대의 빠른 진격과 가차 없는 콘라트 모르겐의 계속적인 조사에 자극받아 힘러에게 아우슈비츠를 제외한 모든 학살 시설의 해체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모르겐도 약 600만 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헝가리, 우치, 슬로바키아, 테레지엔슈타트에서 잡혀온 유대인들은 가스실에 보내기 위해 남겨놓고 있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 회스는 동부 유럽 부대가 소련군의 진격을 막을 경우 남은 일을 끝내기 위한 시설을 남겨두고 있었다.”
출처: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2 p.547~548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내용은 히틀러가 시작한 폴란드 침공과 1940년의 서부 침공 작전, 덩케르크 철수, 프랑스의 항복, 영국의 본토 항공전과 1941년 그리스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침공 과정을 잘 다루고 있다. 하지만 동부전선에서의 내용은 생각보다 빈약하다. 1941년 히틀러가 감행한 바르바로사 작전과 그 과정에서의 거침없는 독일군의 진격은 생각보다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1942년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끝난 이후부터는 동부전선에서의 전황에 대한 내용은 보통 1~2페이지 아주 길어야 3페이지를 할애하는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1943년 세계 최대의 전차전이었던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내용은 말 그대로 한 페이지 정도다.
그에 반해 서부 전선에서의 전황은 생각보다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나 1944년 12월부터 1945년 1월까지 있던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의 경우 책 한 권에 한 챕터를 할애하는 분량이다. 물론 벌지 전투 챕터가 말 그대로 벌지 전투만 깊게 다룬 것은 아니지만, 그 전투 과정에서 미군들이 어떻게 싸웠고, 또 어떻게 승리했는지를 알기는 충분할 것이다. 물론 벌지 전투를 많이 할애했기에 그 전투에 대해 생각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벌지 전투가 책의 챕터 하나를 차지하는 분량이라 생각보다 자세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도 오토 슈코르체니가 미군복을 입고 교란작전에서 활약했던 내용과 더불어 미군 맥컬리프 준장이 만토이펠 장군으로부터 받은 항복 메시지를 대놓고 무시하여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거기다 2001년 미국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하고도 내용이 겹치기에 개인적으로 흥미가 가는 챕터이긴 했다. 벌지 전투는 히틀러의 마지막 도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제2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에서는 그 상징성이 높은 전투인데, 독일군은 여기서 상당히 많은 전력을 투입했다. 독일측이 투입한 전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은 책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5만의 병사와 수천의 기갑으로 이루어진 독일의 3개 군이 비밀리에 공격 개시 지점으로 이동했다. 독일군은 비행기를 낮은 고도로 비행시켜 반궤도 차량의 이동 소음을 잠재웠다. 부대들은 15일 자정 공격 시점에 집결했다. 병사들은 추위에 떨었지만 장교들이 야전원수 룬트슈테트의 메시지를 읽어 내려갈 때쯤에는 진정한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출처: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2 p.570
그 외에도 2부에선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여러 가지 자잘한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히틀러의 2인자로도 선택될 정도로 명성을 떨치다가 1941년 영국으로 가서 명성이 완벽히 무너진 헤스의 이야기나 히틀러의 주치의 관련 이야기 등등은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즐거움을 느겼던 것 같다. 학술적인 서적은 아니기에 문체 자체도 술술 읽히는 편이다. 마치 일반적인 문학 작품이나 소설 읽히듯이 말이다. 논픽션 역사책의 장점인 것 같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한계 등도 있다. 대표적으로 동부전선의 전황과 그에 대한 얘기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이 1976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시기는 미소냉전이 끝나지 않은 시기인과 동시에 동구권 문서가 공개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2부에 대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자면 분명히 앞에서 서술한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아돌프 히틀러라는 인물을 다체적으로 알기 위해선 분명히 읽어볼 가치가 높다. 물론 국내에 이미 출판된 요하임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 1,2’이나 이언 커쇼의 ‘아돌프 히틀러 I,II’에 비하면 학술적인 가치는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히틀러라는 인물을 다방면에서 쉽고 흥미롭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선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책인 건 확실하다.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많은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