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전투 : 3부작 '역사의 멈춰진 미래로부터' (3disc)
지니어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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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전투 감상평 : 노동자 민중 권력의 투쟁사를 보며

라틴 아메리카의 근현대사는 한국 근현대사 처럼 여러모로 다이나믹하다. 슬픈일도 많았고, 믿기 힘들일도 많았으며, 희망찬 일도 있었다. 1967년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투쟁을 하다 그린베레가 이끄는 토벌대에 체포되어 목숨을 잃은 체게바라는 68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당시 서구의 젊은이들은 마오쩌둥과 호치민 그리고 체게바라의 초상화를 들고 거리로 나왔었다.

체게바라의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주의 확장이 멈추는 것 처럼 보였다. 1959년에 혁명이 성공한 쿠바는 여전히 미국의 정치공작과 경제제재에 시달렸고,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CIA의 개입은 더 극심해졌다. 그러던 1970년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는 세계적으로 놀랄 일이 일어났다. 바로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영화 칠레 전투는 총 3부작으로 되어있다. 영화는 칠레의 아옌데 정권이 당선되는 시기부터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집권기 3년 동안 노동자 민중이 어떠한 힘을 발휘했는지도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옌데 정권은 소위 민주적인 의회제도를 기반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해 나가고자 했다. 특히나 미국 독점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던 칠레 구리광산에 대한 국유화 및 교육과 의료 그리고 주거등의 무상복지 정책 실현이 그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회주의자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례는 그 당시 기준으로 없었다. 영화 초반에는 당시 칠레의 선거 분위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익들은 김칫국부터 마시며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최종적인 개표결과 좌파의 승리였다.

아옌데 집권 3년 칠레는 참으로 많은 조직들이 활동했다. 당장 좌파만 보더라도 마오주의 성향 단체부터, 사회당, 공산당 그외의 좌파단체가 우후죽순 처럼 퍼져있었다. 우익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들부터, 아예 나치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파시스트들 그리고 아옌데와 우익 사이에서 물타기를 하는 기독민주당 등이 있었다. 즉 이것은 다양한 세력들이 칠레에 있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아옌데 정부를 반대했던 우익들의 논리는 확실했다. 사회주의자가 정권을 잡으면서 나라가 혼란 스러워졌고, 사회가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혼란과 사회의 마비를 초래하는 이유의 대다수는 바로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우익들에게 있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바와 같이 사회주의 정권 초기부터 칠레에선 CIA의 지원을 받은 정치공작과 테러리즘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1972년에 있던 어용운수노조의 대대적인 파업도 그것의 연장선상이었다.

우익들과 어용노조는 이런 혼란을 야기시킴으로써 아옌데 정부를 압박했지만, 민중과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왜일까?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한 사회적 빈곤에도 불구하고, 민중은 왜 아옌데를 선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아옌데 정부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착취받고 억압받아온 민중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영화 상에서 등장하는 칠레의 일반인민들은 아옌데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들 대다수는 ˝아옌데가 집권한 이후 경제가 어려워도 우리를 위한 정책을 했고, 그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바로 민중이 아옌데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이 민중권력은 결국 무너졌다. 그 이유는 바로 닉슨 정부가 계획한 쿠데타 때문이었다. 닉슨과 키신저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 군부 세력은 9월 11일에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대통령궁을 전투기로 폭격하고 탱크의 지원을 받는 군대로 포위했다. 이 과정에서 아옌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닉슨 정부가 쿠데타라는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해가며 칠레의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배를 견딜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일까? 이유가 어찌됐든 그들이 칠레에서 저지른 짓은 명백한 테러리즘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인 3부는 제목처럼 칠레 ‘민중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민중가요인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처럼 단결한 민중의 힘은 참으로 감동적이고 위대했다. 이들의 단결한 힘은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 전까지 제국주의와 우익들의 온갖 공작과 음해 그리고 테러리즘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를 수호했다. 영화 보는 내내 이러한 모습들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특히 민중에게 단결을 호소하는 아옌데의 연설은 감동 그 자체다.

영화에서 아옌데 정권을 지키려는 민중들의 모습은 절대적으로 능동적이다. 아옌데 또한 민중들에게 능동적 참여를 호소하여 제국주의와 우익들의 거짓과 왜곡에 맞서 투쟁한다. 사회주의가 왜 옳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았을 때 민중이 가지는 힘과 위력이 어떤 것인지, 즉 프롤레타리아트가 단결했을 때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영화상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최근들어 칠레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힘을 얻었고, 올해 10월에는 신자유주의의 잔재와도 같은 피노체트 헌법을 폐지했다. 또한 아옌데의 유산이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영화 칠레 전투는 우리에게 있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역사를 생생히 기록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단결한 민중의 힘은 패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무너진 경험이 있었더라도 말이다. 정말 감동적인 영화를 봤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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