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강철비2를 보게 됐다. 영화 강철비22017년에 개봉했던 영화 강철비의 후속작으로 북미정상회담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후속작은 전편에 출연한 배우들이 나왔다는 점만 빼면 1편 스토리와의 연결점이 전혀 없는 다른 영화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지난 8월에 본 영화 강철비2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확실히 더 잘 만든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 자체가 지나치게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만들어 졌다는 부분과 트럼프 역할이 진중하지 않고 너무 개그캐로 갔다는 비판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세세한 부분에 대한 입장을 떠나 한국 영화의 진일보를 보여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리뷰에서 강철비2가 어떤 점에서 진일보 했는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1. 다시 일어나는 일본 제국주의

 

영화상에서 나오는 반대 세력 내지는 적이라 볼 수 있는 대상중 하나는 일본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센카쿠 열도(중국말로는 댜오위다오)를 중심으로 해상분쟁을 하는 중국과 일본의 대립구도를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을 패망시킨 미국의 힘을 업어 미국의 반공 라인으로 있으며 경제성장을 한 일본의 극우들을 통해 이들이 항상 본인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희생시키는 대상은 항상 조선반도(한반도)였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일본 극우세력의 막강한 파워 중 하나인 모리 신죠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80여 년 전 미국이 석유를 끊자 우리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전쟁을 치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태평양 전쟁이 시작됐고 여기 원폭 투하로 우리 일본은 패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위대한 일본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번엔 경제였죠. 불과 30여 년 전 도쿄의 반만 팔아도 미국의 땅 전부를 살 수 있을 만큼 세계 경제 패권은 우리 일본의 차지였습니다. 그러나 우린 미국에게 또 당했습니다. 플라자 합의라는 엔화의 인위적 절상을 통해 우리 일본은 이제 한국에게조차 무시당할 만큼 후퇴했습니다. 미국이 우리의 동맹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세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깊이 생각해봐야만 합니다.”

 

이것은 과거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범죄인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전혀 반성없는 모습의 일본과 전쟁 후 미국의 도움으로 반공의 보루로써 급격히 경제성장한 일본 그리고 미국과는 동맹이지만, 과거 일본 제국주의적 야심과 관점을 버리지 않은 일본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일본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줬다. 이 발언 이후 계속되는 모리 신죠의 대사는 다음과 같다.

 

빌어먹을 양키 놈들! 우리보고 중국과 붙으라니, 이제 더는 미국놈들한테 놀아나서는 안 돼. 이제는 우리가 미국을 이용해야 돼. 미국놈들이 원하는 대로 중국과 일전을 벌일 것 같이 뜸 들여 주면서, 우리는 빼앗긴 우리의 영토를 되찾자고!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조선반도의 6.25까지 우리 일본이 일어설 때 시작은 항상 조선반도였다. 한국과 일전을 하게 되면 잠들어있는 우리의 야마토 정신이 살아날 것이네.”

 

영화에서 나오는 이런 대사는 현재 독도를 일본땅으로 만들고, 미국을 이용하여 중국과 영토 갈등을 벌이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한반도의 문제에서 일본 제국주의와 영토 분쟁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역겨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사라 생각한다. 이렇듯, 한반도 문제를 접근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분단과 미중분쟁을 통해 얻으려는 계산이 무엇인지를 영화가 보여준 점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점이라 생각한다.

 

2. 영화상에 드러나는 미국 네오콘의 폭력성과 오만한 그리고 미중갈등

 

영화는 부제목으로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을 걸어놓았지만, 단순히 북미 관계만 보는 것이 아닌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와 갈등 그리고 중국과 싸우려는 미국 네오콘들의 폭력성과 오만함을 아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현재 미국이 생각하는 한반도의 구도란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항하는 구도일 것이다. 영화는 한반도의 이런 신냉전적 구도를 무시하지 않는다.

 

특히나 초반에 보여주는 미중분쟁과 갈등을 보여줬듯이, 영화는 중국 자체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미국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도 보여준다. 영화상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군사작전 카게무샤는 미국이 어떤 나라고,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선 스무트(트럼프)를 대신하여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은 부통령 조앤 마틴은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할 때, 다음과 같은 대사를 자기 측근에게 한다.


 

네오콘은 중국이 21세기에 나타난 나치라고 생각해. 언젠가 우리랑 한판 붙을 거라고 믿고 있지. 이왕이면 이길 수 있을 때 밟아놔야지. 안 그런가?”

 

이 대사는 현재 회고록 공개로 문제가 된 존 볼튼 같은 네오콘들 즉 북폭론자 반공주의자들이 북한과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아주 명확히 보여주는 대사다. 또한 영화에서 언급되는 카게무샤 작전의 목적은 중국의 정권교체이고, 1964년 통킹만 사건을 통해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던 것처럼 해상에서 자기들이 벌인 조작극을 중국에게 뒤집어 씌운는 것이 작전의 계획이라는 것에서도 영화가 미국 네오콘들이 어떠한 집단이고 왜 오만하고 위험한지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3. 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영화가 부제목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걸고 있듯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북핵 문제다. 실제로 남북 4.27회담과 제1,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항상 이슈가 됐던 주제중 하나가 북핵문제다. 영화는 북핵문제를 북한이 비핵화 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의 견해와는 다르지만, 한국 영화치고 매우 진일보한 관점으로 북핵문제를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김정은 역할인 조선사는 평화협정을 두고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소련이 망하고 남조선이 중국이랑 러시아랑 수교했던 30년 전 우리는 자존심 다 내려놓고 미국에 수교를 간청했습니다. 근데 미국은 조선은 망한다고 대상도 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게 핵입니다. 핵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우릴 대상이라도 해 줄 테니까 대통령께서 거기 앉기까지 30년이 걸렸습니다. 거기 종이 쪼가리에 이름만 쓰면 우리 인민들이 30년 동안 썩어지게 고생해서 만든 핵무기를 몽땅 넘기는 겁니다. 근데 그거 이름 몇 자 쓰는게 그렇게 힘듭니까?”

 

조선사의 대사처럼 실제로 북한은 냉전의 종식이라는 시대사적 격동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에게 수교를 간청했다. 그리고 미국은 동구권의 몰락을 보며 북한이 막연히 망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거기다 1994년에는 한반도 전쟁 위기까지 있었다. 즉 거기서 선택한 것이 북한의 핵개발이다. 영화 강철비는 이러한 시대사적인 맥락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영화상에서 이러한 접근을 한 것은 매우 진일보한 접근이고, 관점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의 핵문제를 단순히 북한 정권의 일탈행위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객관적으로 접근하고자 했고, 그러한 노력들을 영화상에서 상당히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영화 강철비는 상당히 높게 평가를 개인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다.

 

4. 결론

 

대표적으로 영화의 3가지 지점을 얘기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듯이, 나는 영화 강철비2를 감명깊게 봤다. 개인적으로 전작인 1편보다 더 잘 만든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의 극우반공주의자들이 빨갱이 영화라며 공염불에 가까운 이상한 비난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북한의 쿠데타라는 주제는 매우 보수적이고 반공주의자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이다. 물론 그 쿠데타라는 설정상 상당한 오류를 범하기도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를 국제적인 변화와 이해관계 그리고 맥락속에서 접근하고, 북한의 입장도 상당부분 객관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영화 강철비2는 훌륭한 수작이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종전협정 그리고 남북통일을 바라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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