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45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워너뮤직(WEA)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학 동기 형이랑 치맥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동기 형은 나한테 ‘서울 1945’라는 드라마를 추천해줬다. 그 얘기를 들은 뒤 나는 드라마 서울 1945를 보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봤고, 인터넷 다운로드 사이트에 들어가 1화부터 71화까지 전부 다 다운로드 받았다. 그게 2015년 1월이었다. 드라마의 이름을 알려준 형은 “해방전후사를 그럭저럭 잘 보여준 드라마”라고 나에게 얘기해줬기에, 난 그냥 막연히“그런가 보다!!”했다. 드라마 서울 1945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게 된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현대사를 보는 관점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서울 1945를 다 본 나는 이후 이 드라마를 3번씩이나 정주행했다. 왜냐하면 그만큼 정주행할 가치가 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서울 1945는 1930년대 일제시기부터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까지의 해방전후사를 기존의 반공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친일파와, 사회주의자들을 역사 속에서 재조명한 수작이다. 단순히 친일파에 대한 비판에서만 멈추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해서 친일파가 되었는지 그리고 사회주의자들은 왜 그 시기에 사회주의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매우 잘 보여줬다. 무엇보다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잊혀진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 선생과 좌우합작운동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 졌다.(이 드라마를 통해서 몽양 여운형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역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만(예를 들면 인민군 나쁜 놈 국군 정의의 사도?) 보지 않으려 했던 것도 이 드라마를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드라마 서울 1945에서 개인적으로 혁명가 최운혁의 삶이 가장 가슴이 아팠고 많은 감동을 줬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법관이 되려다 실패한 인재→소련유학→동북항일연군에 복무하며 독립운동에 투신→해방 이후 소련군과 함께 입성→이후 서울대학 법학교수로 활동→여운형 노선에 합류하여 좌우합작운동에 투신→여운형 암살 이후 월북하여 남로당에 입당→남로당 입당 이후 남파공작원으로 활동→한국전쟁 발발 이후 인민군 중좌(중령)로 참전 및 법관으로써 활동→1.4후퇴 이후 빨치산으로 게릴라 투쟁을 하다 1951년 8월 체포당한 혁명가 최운혁의 일생이 참으로 많은 여운을 남겼다. 드라마 서울 1945는 최운혁의 일대기를 통해 해방전후사와 분단의 비극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선 인간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 최운혁의 모습도 매우 잘 보여준다. 1930,40년대 사회주의자가 되었지만 해방 후 좌우익 연합을 위해 헌신하는 최운혁의 모습, 남북의 분단정부 수립이 기정사실이 됐음에도 통일정부 수립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최운혁의 모습, 한국전쟁이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알자 전쟁에 대해 매우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전쟁에 반대하던 최운혁의 모습, 한국전쟁 시기 인민군의 무분별한 인민재판으로 무고한 양민들 까지 죽어나가자 이에 대해 슬픔과 죄책감을 느끼는 최운혁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시대의 지식인이 느꼈을 고뇌를 아주 잘 보여줬다.

혁명가 최운혁의 일생을 보면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사회주의를 지지했지만 통일정부수립을 바라다 결국 전쟁 시기 빨치산으로 갈 수 밖에 없던 그의 운명이 참으로 가슴 아팠다. 드라마 서울 1945를 보고나서 한국현대사를 보는 나의 관점과 인식에 새로운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고,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 또한 그 시기 부조리한 체제에 맞서 독립운동에 나선 혁명가들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으며, 좌우를 막론하고 좌우익 합작과 통일 정부 수립에 나섰던 몽양 여운형을 매우 존경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가 나온지도 이제 12년이 흘렀다. 그러나 서울 1945가 나온 이후로 우리 근현대사를 재조명한 영화들은 좀 있었지만, 드라마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권 교체가 된지 1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서울 1945와 같은 수작이 나올 차례라 본다. 내년에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다고 들었다. 좋은 드라마일 거라 기대한다. 비단 약산 김원봉 뿐만 아니라 서울 1945와 같은 한국근현대사를 잘 재조명한 드라마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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