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대의 논리 창비신서 4
리영희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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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박정희가 유신독재체제를 강화하던 1970년대 이성과 논리을 가지고 펜으로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한 인물이 있었다. 그가 바로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리영희다. 해방 이후 월남하여 6.25 전쟁 당시 미군 통역장교로 참전한뒤 대한민국 군대에서 약7년간을 복무한 그는 당시의 미군 통역장교 출신들과는 다르게 미국의 팽창정책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그외의 보수정권에 맞서 싸운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는 언론사에 근무하는 언론인으로써,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써의 양심을 지킨 인물이다. 유신독재 시기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다 반공법 위반으로 2년간 감옥생활하기도 했다. 1974년 리영희 선생께서 쓴 책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그 유명한 '전환시대의 논리'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전환시대의 논리는 수많은 사회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에게 사상적으로 영향을 준 책이다. 평론가 진중권도 유시민도 그리고 현 대통령 문재인도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었고 전환시대의 논리가 그들과 같은 수많은 민주화운동가와 사회운동가에게 준 사상적 충격과 지식은 참으로 엄청났다.

 

필자가 리영희를 알게 된 것은 2년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찾아보다 리영희라는 이름을 발견하면서 부터다. 리영희의 이력이 궁금하여 위키피디아에 있는 리영희에 대한 문서를 단편적으로 나마 읽어봤고 현대사 인물 평전을 굉장히 많이 쓰신 김삼웅 선생님께서 쓰신 리영희 평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리영희 평전을 읽으면서 필자는 책 전환시대의 논리를 알게되었고 그 책을 읽게되었다. 유시민이나 진중권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받았을 만큼의 충격(혹은 그들이 느꼈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까지는)은 아니더라도 책 전환시대의 논리는 필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것 같다.

 

1. 중국혁명

 

박정희가 통치하는 한국은 반공을 제1의 국시로 삼는 백색파쇼국가였다. 반공을 제1의 국시로 삼았기에 공산주의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국가는 언제든지 나치스식 반공법을 적용하여 소위 빨갱이로 간주된 사람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 있었다. 70년대 박정희 시대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참전으로 1.4후퇴를 한지 30년도 안된 시점이었기에 6.25 컴플렉스가 지금보다 사회에 만연했었고 1920년부터 1949년까지의 중국 민중혁명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시대였다. 그런 암흑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자 리영희는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중국혁명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서술했다. 리영희는 중국 혁명 당시 장개석의 국민당군에 맞서 싸웠던 마오쩌둥의 중국혁명을 있는 그대로 서술했다. 제1차 국공내전은 1920년대 장개석의 배신으로 시작되었다. 1931년 일본군의 만추침략에도 공산당 토벌에만 집착하여 중국의 영토를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넘긴 장개석의 행동을 이 책에선 규탄 한다. 그리고 국민당군의 토벌에 맞서 유격적을 전개하고 대장정에 성공한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의 혁명전쟁을 높게 평가했다. 1937년 시작 된 중일전쟁에서의 팔로군의 항일투쟁을 재조명 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시 시작된 국공내전 당시 국민당군의 부패상을 책에 서술했다. 즉 이 책에선 1949년 중국공산당의 승리를 매우 높게 평가한 것이다. 마오쩌둥하면 "북괴를 도와 자유통일을 방해한 존재"로만 인식하던 시기 리영희가 평가한 중국혁명과 마오쩌둥은 책을 읽은 젊은이들에게 사상적 전환을 시켜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2. 한,미 관계와 일본의 부상

 

저자 리영희는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한,미 관계와 일본의 부상에 대해 다뤘다. 저자 리영희는 단순히 한미관계에 있어서"혈맹"만을 강조하는 단순도식화적인 논리를 거부하고 국가 대 국가의 관점에서 한미관계를 전망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을 미,일,중,소 4개국을 빼놓고 볼 수 없다 결론내렸다. 리영희는 경제력을 토대로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경계했다. 당시 리영희가 걱정하고 경계했던 일본의 자위대 창설과 군국주의 부활 및 미일동맹등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이다. 즉 리영희는 그 당시부터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논하고 걱정했으며 젊은이들에게 깨우쳐주고자 노력했다.

 

3. 기자 풍토

 

언론인으로써 양심을 지키며 군사독재와 보수정권에 싸워온 리영희는 기자 혹은 언론인이 가져야할 덕목과 의무에 대해 마지막 장에서 서술했다. 1960,70년대 반공주의가 극에달하던 한국의 언론은 군사정권의 나팔수였다. 국가가 원하는 내용만 보도 했고 그에 조금이라도 반대되는 내용만 있으면 검열하기 쉽상이었다. 그랬기에 과거 대한민국의 언론을 박정희를 매우 미화했고 그에 반대되는 내용을 쓰지 못하게 했으며 사실상 파시즘에 가까웠다. 과거 군사독재의 나팔수였던 대한민국 언론계의 실태를  저자 리영희는 전환시대의 논리 첫 장에서 대니얼 엘스버그의 베트남 전 폭로를 얘기하며 언론의 자유와 진실의 승리를 얘기했다. 즉 리영희는 기자(혹은 언론인)이라면 불의에 맞서 진실을 폭로하고 양심을 지켜야 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고 책에서도 그렇게 서술했다.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시기 이명박근혜 정권에 빌붙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언론만을 보도하게 하던 사람들을 생각해봤을때 다음과 같은 리영희의 주장은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4. 베트남 전쟁

 

필자가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으며 가장 주의깊게 그리고 가장 집중해서 읽은 파트는 바로 베트남 전쟁 파트였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전쟁과 호치민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필자는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기전 리영희 선생이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단편적으로 나마 알고 있었고 1980년대 리영희 선생께서 쓴 <베트남 전쟁>이라는 책을 작년에 읽었었다. 박정희 정권시기 베트남 전쟁에 5만 이상의 군대를 파병했고 언론은 베트남 전쟁을 "북베트남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 혹은 자유월남을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미화했다. 저자 리영희는 베트남 전쟁을 단순히 자본주의vs공산주의의 전쟁이 아닌 민족해방세력vs민족반역세력의 전쟁으로 해석했다.

베트남 전쟁의 기원을 19세기 프랑스의 식민지시기부터 시작해서 태평양 전쟁,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까지의 흐름을 책에서 설명했다.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 응오딘지엠의 부패상과 독재정치와 그리고 남베트남 정권 출신들이 과거 프랑스 식민지시기 민족을 배반하고 사리사욕을 채운 친프랑스민족반역자였다는 사실또한 이 책에서 아주 명확하게 드러난다. 리영희의 말대로 베트남 전쟁은 민족해방세력 대 민족반역세력의 전쟁이었고 미국과 한국은 민족반역자 정권을 도왔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리영희 선생의 관점은 현재기준으로 생각해봐도 명확한 사실에 근거한 관점이다. 베트남 전쟁을 자유월남을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선전하던 시기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이 책에서 진실을 알았을때 받았을 충격언 어마어마 했을 것이다.

 

5. 전환시대 논리의 한계

 

어느 책이든 간에 한계가 있다. 리영희 선생께서 쓴 전환시대의 논리 또한 마찬가지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다룬 중국관련 부분에서 리영희 선생이 1960년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심각하게 미화환 부분을 적잖게 봤다. 마오의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은 말 그대로 광기에 휩싸였다. 문화대혁명 시기 수많은 중국의 문화재들의 파괴됐고 지식인들은 마오쩌둥을 광신적으로 추종하는 홍위병들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하고 구타탕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그런식으로 총150만명 이상이 숙청됐다. 무엇보다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했던 이유는 1958년 추진했던 대약진 운동이라는 크나큰 과를 덮어버리기 위해 벌인 마오쩌둥의 학살극이었다. 그러나 리영희 선생께선 문화대혁명 시기 신세대를 자처한 뒤 숙청을 자행했던 홍위병들을 마치 구체제를 타파하고 위대한 사회를 건설하는 역군으로 묘사했고 문화대혁명을 굉장히 자유롭고 치열한 사상적 논쟁을 통하여 국가를 각성하는 위대한 사회적 변혁운동으로 묘사했다. 이부분은 명확히 리영희 선생의 과오다. 리영희 선생의 문화대혁명 미화에 대해 굳이 변론을 하자면 68혁명시기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던 신좌파세력들은 모순론과 같은 마오쩌둥이 쓴 책을 읽고 문화대혁명과 마오쩌둥을 굉장히 미화했던 적이 있다. 거기다 마오쩌둥의 중국은 언론을 통제하고 굉장히 만흔 은폐했기 때문에 문화대혁명의 진실이 서방세계에 제대로 알려질 수가 없었다. 68혁명이라는 흐름을 탔던 리영희 선생 또한 마찬가지로 진실을 잘 몰랐기 때문에 문화대혁명을 미화했던 것일수도 있다. 물론 그런 시대적 상황이 그렇다 할지라도 흑역사는 흑역사다. 그래도 리영희 선생께선 후에 자신이 문화대혁명을 지나치게 미화했던 과오를 인정했다. 따라서 당시 문화대혁명을 지나치게 미화한 리영희 선생의 행적을 한가지 측면에서만 보면서 그를  맹목적으로 비난만 하는 것 또한 잘못된 관점이고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6. 글을 마치며

 

전환시대의 논리는 꼭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정말 괜찮은 철학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필자는 리영희 선생의 쓴 전환시대의 논리를 군사독재에 저항한 위대한 철학책이라 정의하고 싶다. 지성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니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이다. 사회의 변혁과 이상적인 사회를 원하고 갈망하는 진보라면 마르크스나 레닌 그외의 사회주의 서적을 읽는 것도 의미있지만 대한민국 운동권 세대에게 사상적 영향을 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또한 마찬가지로 읽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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