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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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쉬는 시간 짬짬이 시간을 내어서 읽었다. 영화도 책도 보지 않았지만 워낙 이슈가 되었던 사건인지라 내용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커다란 바위를 얹은 것처럼 답답해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분노와 불편함과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책을 읽어 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는 것이 더 쉽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읽을 수가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덮은 시간은 새벽 3시! 몇 시간 자고 일어나야할 나에게 무척이나 피곤한 시간이었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슴에 얹힌 커다란 바위가 계속 남아 있었던 까닭이다. 

  강인호가 자신의 승용차에 간단한 이삿짐을 싣고 서울을 출발할 무엽 무진시에는 해무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희 짐승이 바다로부터 솟아올라 축축하고 미세한 털로 뒤덮인 발을 성큼 성큼 내딛듯 안개는 그렇게 육지로 진군해홨다. 안개의 품에 빨려들어간 사물들은 이미 패색을 감지한 병사들처럼 미세한 수증기 알갱이에 윤곽을 내어주며 스스로를 흐리멍덩하게 만들어버렸다. 바닷가 절벽 위에 선 사층짜리 석조건물 자애학원도 그렇게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일층 식당에서 뻗어나와 반짝이는 노란 불칩이 마요네즈 빛깔로 희미해질 때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왔다.(p7) 

  희미한 안개에 포근하게 감싸여 있는 무진시와 자애학원의 전원적인 풍경을 한폭의 그림처럼 묘사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한폭의 풍경화에서 왠지 모르게 야만과 폭력, 그리고 음산한 귀기가 묻어 나온다. 그렇게 묻어나온 기운들이 숨을 턱 막히게 만든다. 단 9줄의 묘사이지만 공지영의 필력과 작품의 집필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치 퇴폐적인 일본 만화의 한자락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하다. 계속 책을 읽어야 하나 갈등이 된다. 그럼에도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 비슷한 것이 나로 하여금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든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내용은 충격이다. 단순히 변태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불의와 모순이 너무나 강고하다. 약자를 배려의 대상이 아닌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그래서 약자는 강자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한다는 지극히 야만적인 생각,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불의에 눈막고 귀막은 침묵의 카르텔,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단 하루의 생존을 위해서 합의서를 써줄 수밖에 없는 피해자 가족들의 절박함, 왜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용서하느냐는 피해자의 절규, 믿었던 법정에 대한 철저한 배신감! 소설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리얼하다. "손녀 딸을 팔아서 아비 병원비를 대겠다는 것이 잘못된 줄은 알지만, 아닌 줄은 알지만 원하는대로 주겠다는 그들의 목소리가 자꾸 귀에 맴돌더이다. 손녀딸도 자식놈도 들을 수 없는 그 소리가 이 늙은이의 귀에는 자꾸 맴돌더이다."라는 할머니의 처절한 넋두리에 이르러서는 나도 터져나오는 슬픔을 삭힐 수 없어서 숨죽여 꺽꺽대며 울었다.  

  자애학원의 문제를 고발한 주인공을 전교조로 몰아서 붙이는 색깔론, 아직 어려서 사랑에 대해 진지하고 책임있게 다가가지 못해 발생한 비극 때문에 평생 가슴에 슬픔을 담고 살아온 그를 제자를 성폭행 파렴치범으로 몰아붙이고, 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해서 목숨걸고 싸우는 주인공의 여선배를 이혼녀로 그리고 품행이 바르지 못한 여인으로 몰아붙이는 가해자들의 행태! 같은 교회 일원이라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교인들, 자신의 잘못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모든 일은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사탄의 계략이라고 선언해 버리는 목사의 행위 앞에서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왜? 충분히 그럴 수가 있다는 생각에서도, 그렇다고 반기독교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서 그렇다. 기독교인인 내가 지금까지 목격한 한국 기독교회의 작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한나라당 모 인사가 공지영을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아마도 그는 소설이 던져주는 현실성에 몰입한 나머지 그런 말을 했던 것이리라. 마치 드라마를 보면서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열혈 드라마 시청자처럼 말이다. 

  도가니! 말 그대로 이 소설은 광란의 도가니이다. 부와 권력이 결탁하였을 때, 비록 아주 사소한 그래서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용인될 수 있는 형태로라도 결탁하였을 때 그 결탁이 어떠한 형태로 사회적인 약자를 궁지로 몰아 넣는지를 살펴보면 광란과 광기의 도가니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부와 권력과 명예욕 등등 인간의 모든 욕구가 도가니 안에서 풀어져 이기심이라는 하나의 강고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음을 깨닫는다면 도가니라는 제목이 얼마나 적절한지 알게 된다. 만약 소설이 이것을 보여 주는 것에서 멈추어 버렸다면 이 책은 절대적인 절망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도가니가 모든 불순한 물건을 태워 없애고 보다 순수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자애 학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주목하면서 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불의한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그리고 그 불의들을 도가니 안으로 밀어넣어 불순한 것들을 태워버리고 보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오랜 세월동안 묻혀져 있던, 그래서 고독하게 투쟁해야 했던 그들의 삶을 소설로, 그리고 영화로 제작하고,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법적인 조치들을 이끌어 낸다. 지금 도가니는 불의와 야만, 부조리 그리고 협잡이라는 불순물들을 녹이고 제하여 버리는 과정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나는 거기에서 희망을 본다. 공지영 또한 거기에서 희망을 보고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답답함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이 사회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그들이 희망의 싹이 될 것이다. 공지영에게 정말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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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심리학 -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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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손님들이 오시면 꼭 가지고 오시던 선물이 있다. 

  "종합 선물 세트" 

  종합 선물 세트의 특징이 무엇이냐면 포장은 그럴 듯한데 내용물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들어 있지만 어린이의 입맛에 그다지 매력적인 것들은 아니다. 포장을 풀기 전까지는 한껏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그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게 되는 묘한 요술상자가 종합 선물 세트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베스트셀러에 들어갔던 책이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판매된 책이다. 게다가 제목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계라는 말과 심리학이라는 말이 모두 들어 있는 관계의 심리학이다. 매일 그 속에 살아가지만 쉽지 않은 것이 인간관계인데 이것에 대한 무엇인가 대단한 비결을 제시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반 값에 판매를 하니 금상첨화이다. 오랫동안 찜하던 책을 이 기회를 놓칠새라 구매하게 되었고, 잔뜩 고조된 기대감을 가지고 뚜껑을 열었는데, 젠장 실망이다. 어린 시절 종함 선물 세트를 열었을 때와 똑같은 배신감을 느낀다. 종합 선물 세트를 열고 실망해서 이 과자 저 과자 뒤적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먹었던 것처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특별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체념하고 앞장부터 읽기 시작한다.  

  억지로 먹으면 맛이 없듯이 억지로 읽기 시작하니 그다지 건질만한 것이 없다. 심리학에 대해서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봤음직한 심리학 실험들이 하나의 책에 종합 선물 세트처럼 모여져 있을 뿐이다. 거기에 약간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이다. 그 코멘트도 자기계발서식의 코멘트이다. 매 장이 시작할 때마다 엘레노어 루즈벨트의 말을 인용하여 놓은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 책이 심리학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절대로 심리학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매 장의 후반부에 심리 검사 설문지를 부록으로 붙여 놓았다는 것인데,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이 설문지가 얼마나 정확도가 높을 것이며 심리 상담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감안하면 혈액형별 테스트, 혹은 심심풀이로 즐기는 심리 검사 정도의 흥미를 유발하는 차원에서 멈추지 않을까? 실제로 이 심리검사지를 활용하기를 원한다면 "진지하게 설문에 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붙여 놓을 것이 아니라 심리 검사지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에 대한 종합 선물 세트! 딱 그정이다. 깊이를 원하지 말고 심심풀이로 읽는다면 적절한 수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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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1-13 13: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살포시 보관함에 담아봅니다. 다음주 중에 보내 드릴께요.
 
차이의 전략 - 명품 인재를 만드는 퍼스널 브랜딩의 모든 것
윌리엄 아루다.커스틴 딕슨 지음, 김현정 옮김 / 아고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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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PR의 시대라고 한다. 과거처럼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말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겸손을 떠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일한만큼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그래서일지 몰라도 곳곳에서 자기가 얼마만큼 대단한 사람인지 나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전파하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이야기하는 저자들에게 이런 세태가 당연한 것이요, 바람직한 삶의 방법이겠지만 왠지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익숙하지 않다기보다 거부감이 생긴다로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가령 블로그를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글이 정말로 죽여준다. 대단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와 어떻게 이런 사람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횡재한 것 같아서 기분이 한없이 좋아진다. 당장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그 사람의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에 아무리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저 하나하나 글을 쓰다보니 그 내공이 축적된 것이 아니라 자꾸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해서 알려진다면 정이 잘 안간다. 왠지 그렇게 글을 쓰는 자체도 다른 사람들에 자신을 알리려는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다. 묵묵하게 내공을 쌓다가 인정을 받는 것과 아예 처음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 둘이 주는 감동의 차이는 확연하다. (다음에 시사 정치 분야의 글을 꾸준히 올리시는 아이앰피터님의 블로그를 전자의 예로 들 수 있다. http://impeter.tistory.com/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일자리의 유동성"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저자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일자리의 유동성이 당연한 사회 현상이요 나아가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일자리의 유동성! 우리가 더 잘아는 말로 바꾸면, 고용 유연성 즉 비정규직이라는 말이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요즘같은 시대에 묵묵하게 맡은 자리에서 일하는 것은 상당히 미련한 일이요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라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라는 말은 차별화를 통하여 자신의 중요성을 어필하라는 말인데, 요즘 나오는 자기 계발서들이 하나같이 이런 주장을 펼친다. 대표적인 예를 꼽자면 이지성씨의 자기 계발서들이 그런 부류이다. 능력이 없으니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니 능력을 키워라 뭐 대체로 이런 말이다. 이렇게 각박한 세상 속에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금과옥조같은 말이지만 나는 "무한경쟁의 현실"이라는 말에 태클을 걸고 싶다. 그게 바람직한 사회냐는 것이다.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성공으로 가는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뜬 구름 잡는 식의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하여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혹 자기 브랜드화가 절실한 사람들이라면 꼭 사서 달달 외울 정도로 읽기를 권한다. 그러나 만약 자기 브랜드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왜냐고? 깊은 실망과 절망 속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한다.  

  "자신을 팔만한 상품으로 만들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라. 그러면 구매자들이 알아서 올 것이다." 

  나를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품으로 잘 포장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포장한다면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말이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라는 영화가 있다. 로맨틱 코메디인데 이 영화에 정확하게 나오는 것이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잘나가는 아트 디렉터인 남자 주인공을 헤드헌터인 여자 주인공이 찾아내어 GQ에 입사시킨다. 물론 이 둘이 처음부터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남자 주인공의 홈페이지, 블로그,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을 천거한다. 물론 GQ도 인터넷을 통하여 남자 주인공의 능력과 일처림에 대해서 뒷조사가 들어갔을 것이다. LA에서 태어나 한번도 그곳을 벗어나본 적도 없고, 벗어날 생각도 없는 그가 어떻게 GQ의 책임자로 스카웃되었는가? 퍼스런 브랜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신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글에 한편으로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한 사람의 인간을, 그것도 타인이 아닌 자신을 철저하게 팔릴만한 상품으로 만들라는 경제논리 때문이다. 차별화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차별화가 정당한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 책이다. 

ps.승자독식사회<로버트 프랭크/웅진지식하우스>와 함께 읽어보면 꽤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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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예비군 훈련을 전후로 책에 관한 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1. 책을 읽으면서 여려워서가 아니라 답답해서, 자꾸 가슴이 답답해서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단 한순간도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중요한 회의를 하는 짬짬이 읽기 시작해서 새벽 3시까지 읽었다. 책을 보고 나서 한마디 하자면 "이런 젠장이다." 

 

 

 

 

 

 

 

  2. 꽤 많은 책 선물을 받았다. "신간평가단 탈락을 기념하며"라는 아주 발칙한 글과 함께 빵가게님이 보내주신 책 "직설(예비군 훈련을 위해 남겨 두었으나 아직 못 읽었다.)", 지구로 귀환하신 엘신님이 보내주신 4권의 책 "엽전의 처세술,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떠오르는 국영 석유 기업,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잘 받았습니다. 웃긴건 책 입양을 신청하신 모든 분들이(물론 나를 포함하여) 택배 받을 주소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엘신님의 간절한 요청에 의하여 아주 거만하게 택배 3종 세트를 받았다.^^; 조만간 빨리 읽고 감상을 적어야 겠다. 책을 받고 난 다음 엘신님과 나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각 책 첫 표지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는지를 기록하는 습관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소심한 나를 책에 낙서하는 것 같아서 그것을 구석에 조그맣게 기록한다는 정도? 

  

 

 

 

 

  

  3. 예비군 훈련을 가서 통제 간부들의 온갖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2권을 읽고 왔다. 실은 6권을 싸가지고 갔는데 첫째날은 잠시 교정볼 것이 있어서 그것 하느라 못보고 둘째날부터 열심히 달렸다.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읽었다. 조만간 감상평을 올릴 예정이다.  

 

 

 

 

 

 

 

 

 

  4. 싸가지고 갔으나 읽지 못한 책(빵가게님이 보내주신 책이다.). 세계 영화사 강의는 막 읽기 시작했고, 영화 분석과 기호학은 시작도 못했다. 위대한 연설은 절반 정도 읽었다. 

 

 

 

 

 

 

 

  5. 돌아와 오랫만에 알라딘에 들어 왔더니 이주의 리뷰에 당선이 되었다. "각하는 괴로움"이다. 알라딘의 랜덤한 선물이 지난 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내게 돌아왔다. 정말 무슨 기준으로 뽑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난 달에 작성했던 감상평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축에 속했었는데... 이렇게 모은 적립금으로 책을 확 질렀다. 지름신이 다시 강림하신 것이다. 적립금 다 털어 넣고 17000원을 더 주고 몇 권의 책을 샀다. "진보의 재탄생, 조국현상을 말하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공부하려고 산 책이고, "열국지 교양 강의"는 교양 강의 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사서 읽고 있기 때문에, "중용 인간의 맛"은 EBS를 통해, 그리고 얼마전 이슈화 되었던 사건을 통해 알게 된 책이기에, "울지마 팔레스타인"은 기독교인으로서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에 대뜸 구매해 버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지 못하고 쌓아 놓은 책들은 어찌할까나...정말 열심히 읽어서 책 폭탄을 피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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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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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효과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이지만 나중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이론은 로렌츠가 〈결정론적인 비주기적 유동 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결정론적 카오스(Deterministic Chaos)의 개념을 일깨운 새로운 유형의 과학 이론이었다. 로렌츠는 컴퓨터를 사용하여 기상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커져서 결국 그 결과에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나비효과는 이렇듯 처음에는 과학이론에서 발전했으나 점차 경제학과 일반 사회학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었다. 가령 1930년대의 대공황이 미국의 어느 시골 은행의 부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이것은 나비효과의 한 예가 되는 것이다. 또한 1달 후나 1년 후의 정확한 기상예보가 불가능하듯이 주식이나 경기의 장기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이러한 나비효과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브리태니커 사전 중에서> 

  과학에 대하여 무지한 사람이라고 해도 한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이론이다. 처음에 시작한 아주 작은 운동이 몇 차례의 단계를 밟으면서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이론의 핵심은 "관계, 네트워킹"이다. 이 지구상에는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전혀 별개의 사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어다보면 그것들은 아주 중요한 인과관계의 고리 속에 묶여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모기지론 붕괴와 세계 경제 붕괴는 별개의 사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도 그 둘을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시작된 모기지론의 붕괴는 미국 경제의 위기를 유발했고, 미국 경제의 위기는 세계 경제의 위기를, 그리고 한국 경제에도 엄청난 위기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또 한 예를 들어보자.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과 한국의 무주택 인구의 생활고 사이의 상관관계가 무엇인가?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해 건축 자재가 중국으로빨려 들어가고 이것은 건축 자재의 상승을 불러 일으키고, 이는 한국 주택 건설 단가를 높인다. 그렇게 높아진 주택 건설 단가는 결국 한국 무주택 인구가 지불하는 주거 비용을 올려 생활고를 유발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아마 W가 몇년만 늦게 나왔다면 분명히 일본의 대지진에 대해서도 다뤘을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의 여파와 한국내 오징어 판매 급증의 상관관계는? 일본의 지진은 방사능 유출을 유발했고, 이는 향후 동해에서의 포획될 오징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으며, 그 결과 현재 확보되어 있는 물량을 사재기하는 결과를 유발한다. 몇 단계를 더 건너가면 일본의 대지진은 한국내 홈쇼핑의 매출과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아주 황당한 부분까지 나아가게 된다. 

  무슨 말인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독야청청이라는 말은 현재 세계에서는 거의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일들이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에도, 미국의 광우병에도, 동남아시아의 쓰나미와 지진에도 온통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닌가? 

  W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지식e가 인문학적인 지식들을 다루고 있다면 W는 제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해현장과 반인권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취재하고 그것을 방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것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 냈다는 점에서는 지식e와 W가 다를 것이 없지만, 그 둘이 추구하는 것과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지식e는 인문학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효과에 대해서만큼은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영혼 그 자체에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면 지식e는 밥값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지식e를 통하여 어떠한 사회적인 행위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W는 철저하게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상황들을 고발하면서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프로그램의 속성상 W는 철저하게 행동하게 만든다. "우리의 음악이 단지 즐거움을 주고 행동을 고무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음악은 실패한 것이다."라는 첨바웜바의 말처럼 W가 어떤 행동도 고무시키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은 실패한 것이다. W가 갖는 한계이자 W가 갖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무시할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는 다른 이들의 아픔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행동을 촉구한다.  

  예전에 아프간에 선교를 갔던 선교팀이 인질로 잡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하면서 했던 말이 무엇이냐면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왜 외국에 나가서 그러느냐?"이다. 내가 그들을 편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분명 잘못했다. 그렇지만 봉사활동하러 갔다는 말에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외국에 나가서 왜 그러느냐는 식의 비난은 상당히 유치한 비난이었다.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그 비난이 맞다면 W도 같은 이유로 비난을 당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는 지구촌이다. 홀로 독야청청한다는 말은 대원군의 쇄국정책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우리는 철저하게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좋든싫든 말이다. W는 이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책을 덮고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할 숙제이다.   

  마지막으로 시사프로그램을 정리해서 책으로 냈기 때문일까? 지식e에 비하여 상당한 손색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ps. "지식채널e"와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최세진/메이데이)"를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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