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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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비효과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이지만 나중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이론은 로렌츠가 〈결정론적인 비주기적 유동 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결정론적 카오스(Deterministic Chaos)의 개념을 일깨운 새로운 유형의 과학 이론이었다. 로렌츠는 컴퓨터를 사용하여 기상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커져서 결국 그 결과에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나비효과는 이렇듯 처음에는 과학이론에서 발전했으나 점차 경제학과 일반 사회학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었다. 가령 1930년대의 대공황이 미국의 어느 시골 은행의 부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이것은 나비효과의 한 예가 되는 것이다. 또한 1달 후나 1년 후의 정확한 기상예보가 불가능하듯이 주식이나 경기의 장기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이러한 나비효과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브리태니커 사전 중에서> 

  과학에 대하여 무지한 사람이라고 해도 한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이론이다. 처음에 시작한 아주 작은 운동이 몇 차례의 단계를 밟으면서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이론의 핵심은 "관계, 네트워킹"이다. 이 지구상에는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전혀 별개의 사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어다보면 그것들은 아주 중요한 인과관계의 고리 속에 묶여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모기지론 붕괴와 세계 경제 붕괴는 별개의 사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도 그 둘을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시작된 모기지론의 붕괴는 미국 경제의 위기를 유발했고, 미국 경제의 위기는 세계 경제의 위기를, 그리고 한국 경제에도 엄청난 위기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또 한 예를 들어보자.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과 한국의 무주택 인구의 생활고 사이의 상관관계가 무엇인가?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해 건축 자재가 중국으로빨려 들어가고 이것은 건축 자재의 상승을 불러 일으키고, 이는 한국 주택 건설 단가를 높인다. 그렇게 높아진 주택 건설 단가는 결국 한국 무주택 인구가 지불하는 주거 비용을 올려 생활고를 유발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아마 W가 몇년만 늦게 나왔다면 분명히 일본의 대지진에 대해서도 다뤘을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의 여파와 한국내 오징어 판매 급증의 상관관계는? 일본의 지진은 방사능 유출을 유발했고, 이는 향후 동해에서의 포획될 오징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으며, 그 결과 현재 확보되어 있는 물량을 사재기하는 결과를 유발한다. 몇 단계를 더 건너가면 일본의 대지진은 한국내 홈쇼핑의 매출과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아주 황당한 부분까지 나아가게 된다. 

  무슨 말인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독야청청이라는 말은 현재 세계에서는 거의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일들이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에도, 미국의 광우병에도, 동남아시아의 쓰나미와 지진에도 온통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닌가? 

  W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지식e가 인문학적인 지식들을 다루고 있다면 W는 제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해현장과 반인권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취재하고 그것을 방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것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 냈다는 점에서는 지식e와 W가 다를 것이 없지만, 그 둘이 추구하는 것과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지식e는 인문학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효과에 대해서만큼은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영혼 그 자체에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면 지식e는 밥값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지식e를 통하여 어떠한 사회적인 행위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W는 철저하게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상황들을 고발하면서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프로그램의 속성상 W는 철저하게 행동하게 만든다. "우리의 음악이 단지 즐거움을 주고 행동을 고무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음악은 실패한 것이다."라는 첨바웜바의 말처럼 W가 어떤 행동도 고무시키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은 실패한 것이다. W가 갖는 한계이자 W가 갖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무시할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는 다른 이들의 아픔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행동을 촉구한다.  

  예전에 아프간에 선교를 갔던 선교팀이 인질로 잡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하면서 했던 말이 무엇이냐면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왜 외국에 나가서 그러느냐?"이다. 내가 그들을 편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분명 잘못했다. 그렇지만 봉사활동하러 갔다는 말에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외국에 나가서 왜 그러느냐는 식의 비난은 상당히 유치한 비난이었다.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그 비난이 맞다면 W도 같은 이유로 비난을 당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는 지구촌이다. 홀로 독야청청한다는 말은 대원군의 쇄국정책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우리는 철저하게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좋든싫든 말이다. W는 이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책을 덮고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할 숙제이다.   

  마지막으로 시사프로그램을 정리해서 책으로 냈기 때문일까? 지식e에 비하여 상당한 손색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ps. "지식채널e"와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최세진/메이데이)"를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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