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심리학 -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손님들이 오시면 꼭 가지고 오시던 선물이 있다. 

  "종합 선물 세트" 

  종합 선물 세트의 특징이 무엇이냐면 포장은 그럴 듯한데 내용물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들어 있지만 어린이의 입맛에 그다지 매력적인 것들은 아니다. 포장을 풀기 전까지는 한껏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그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게 되는 묘한 요술상자가 종합 선물 세트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베스트셀러에 들어갔던 책이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판매된 책이다. 게다가 제목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계라는 말과 심리학이라는 말이 모두 들어 있는 관계의 심리학이다. 매일 그 속에 살아가지만 쉽지 않은 것이 인간관계인데 이것에 대한 무엇인가 대단한 비결을 제시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반 값에 판매를 하니 금상첨화이다. 오랫동안 찜하던 책을 이 기회를 놓칠새라 구매하게 되었고, 잔뜩 고조된 기대감을 가지고 뚜껑을 열었는데, 젠장 실망이다. 어린 시절 종함 선물 세트를 열었을 때와 똑같은 배신감을 느낀다. 종합 선물 세트를 열고 실망해서 이 과자 저 과자 뒤적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먹었던 것처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특별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체념하고 앞장부터 읽기 시작한다.  

  억지로 먹으면 맛이 없듯이 억지로 읽기 시작하니 그다지 건질만한 것이 없다. 심리학에 대해서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봤음직한 심리학 실험들이 하나의 책에 종합 선물 세트처럼 모여져 있을 뿐이다. 거기에 약간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이다. 그 코멘트도 자기계발서식의 코멘트이다. 매 장이 시작할 때마다 엘레노어 루즈벨트의 말을 인용하여 놓은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 책이 심리학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절대로 심리학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매 장의 후반부에 심리 검사 설문지를 부록으로 붙여 놓았다는 것인데,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이 설문지가 얼마나 정확도가 높을 것이며 심리 상담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감안하면 혈액형별 테스트, 혹은 심심풀이로 즐기는 심리 검사 정도의 흥미를 유발하는 차원에서 멈추지 않을까? 실제로 이 심리검사지를 활용하기를 원한다면 "진지하게 설문에 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붙여 놓을 것이 아니라 심리 검사지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에 대한 종합 선물 세트! 딱 그정이다. 깊이를 원하지 말고 심심풀이로 읽는다면 적절한 수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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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1-13 13: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살포시 보관함에 담아봅니다. 다음주 중에 보내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