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책은 재미가 있다.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같은 배신 시리즈, 지금 이 책은 애런라이크가 생동감있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부조리를 밝혀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이 책이 넘어가지 않더라. 정말 오랜 시간동안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책을 거의 두달동안 읽었던 것같다. 세훨호 사건이 벌어질 때쯤 읽어서 한참이 지난 이후에도 이 책과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무엇인가 끄적거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바쁜 것도 있지만 마음이 많이 지켰기 때문이리라. 이미 당신들의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일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한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이 난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쯤에 난 이책을 감히 펴지 못했었다.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출처는 4월 23일자 CBS 노컷 뉴스이다.(http://nocutnews.co.kr/news/4012274)

 

"내가 참 못난 부모구나, 자식을 죽인 부모구나.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 부모여서는 안 돼요. 대한민국에서 내 자식 지키려면 최소한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요".

"저 동정받을 사람 아니에요. 나 60평짜리 아파트 살아요. 대학교에서 영문학 전공했고, 입시학원 원장이고 시의원 친구도 있어요. 이 사회에서 어디 내놔도 창피할 사람 아니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워요. 우리 딸 나오길 기다리는 한 시간 한 시간이 피를 말려요".

김 씨는 이제 더는 정부도 믿을 수 없었다.

"능력이 없어서 못 하면, 한 명이라도 구하겠다고 애쓰면 저 사람들도 귀한 목숨인데 감사하죠. 그런데 구조 매뉴얼도, 장비도, 전문가도 없다면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헬리콥터 10대를 띄웠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어서 가족 대표가 가보면 1대도 없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와서 잠수부 500명을 투입했네 해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내 자식을 놓을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면 또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날이 지나서 애들 다 죽었어요".

꼼짝도 않는 정부에 던진 달걀이 바위를 더럽히지도 못하는 심정. 김 씨는 대한민국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다 정리하고 떠날 거에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인터뷰 기사 곳곳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이 묻어 있어서 읽어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여서는 안되요."라는 대목이다. 본인 스스로 말하듯이 남부러울 것 없고, 동정받을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자식하나 구해낼 수 없었다. 불가항력이라서? 아니다. 이 빌어먹을 국가를 움직일 정도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만약 국회의원의 자식이, 혹은 재벌가의 손자가 빠졌다면 그렇게 가만히 있었을까? 바닷물을 퍼내서라도, 간척사업을 벌이고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건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당장이라고 국가가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 떨었을 것이며, 국가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도 기업 차원에서라도 무엇인가를 하지 않았을까?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지금까지 국가에 충성하면, 나라를 사랑하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아니다. 미국은 탈영 논란이 있는 병사도 몇년이 지나도록 귀환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 나라 정부는 알량한 돈 때문에 구조하지 않았다. 전국민이 텔레비전을 통하여 300명의 국민이, 그것도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산채로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국민들이 어떤 마음을 품겠는가? 국가가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 나를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을 품을까?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이, 온갖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라가 망조가 들었다고 한다. 종북 빨갱이들이 수십만이네 수백만이네 외친다.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국가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이, 혹은 전시에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이 종북 좌빨의 모습이라면, 국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종북 좌빨의 기준이 된다면 아마 그 종북 좌빨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가일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이념논쟁화 시켜서 선거에 이용했던 정치인들, 의지도 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야권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세월호 특별법을 좌절시키려는 여권들! 그들은  "다 정리하고 떠날거예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라는 학부모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평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1%의 특권층도 99%의 비특권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상식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이들에게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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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도 더운데 아침부터 뚜겅이 열린다.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빡친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내가 애플을 좋아하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이상은 거의 MS 기반의 컴퓨터를 사용한다. 그런데 항상 불만이 그놈의 공인인증서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인인증서, 불편함을 덜어주겠다는 의도하게 우리에게 한없이 불편함을 안겨준 아이핀...XP가 업그레이가 종료된다고 해도 정부에서는 대비도 않더만 MS에 더 서비스 해달라고 애걸복걸을 했다.

 

  국민들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꼼짝않던 정부는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 한마디 언급하자 온갖 난리 법썩을 떤다. 시간이 흘러 그대로 유야무야 되는가 싶더니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또 언급했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고 지지부진 하는 그 때에 역시 빠숀 외교를 하시는 대통령은 뭐가달라도 다르다. 세월호 침몰은 유병언으로 잊고 빠숀 외교를 통하여 천송이 코트를 천송이나 팔아보자는 창조성! 이게 창조 경제일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도 인터넷에서 가족관계부 하나 발급받기 위해서 몇시간 생쑈를 했다. 날씨도 덥고 할일도 많아서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발급을 받으려고 했는데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일단 맘에 안드는 여러가지 보안프로그램과 active-X를 깔았다. 대충 8개의 프로그램을 깔고 난 다음에 내 인적 사항을 기록해 넣고 가족관계 증명서 발급 신청을 눌렀다. "오즈뷰어"라는 프로그램이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아서 설치 해달란다. 물론 설치하면 지금가지 기록해 넣은 인적 사항은 리셋이 된다. 프로그램을 갈고 다시 작성해 넣고 시도! 또 안된다. 분명히 깔았는데 인식이 안된다. 분노의 5번 연타 시도! 그대마다 인적사항을 일일이 다시 쳐 넣는다. 분노해서 전화했더니 친절한 상담원 왈!

 

"인터넷 익스플로러 버전이 11이라서 안됩니다. 7~10까지는 지원이 되는데 11은 아직 검토중입니다."

 

이런 젠장! 요즘 왠만한 컴은 다 익스플로러 11이다. 그런데 검토 중이란다. 나중에 12 나오면 11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려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다운그레이들 하던지 다른 검색 엔진을 쓰란다. 다운 그레이드가 싫어서 다른 검색 엔진을 쓰기로 했다. 몇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깔아야할 것 같아서 물었다. 스윙은 안되나요? 안된단다. 이해가 되었다. 스윙이란 검색엔진은 잘 사용하지 않으니! 다시 물었다. "크롬은요?" 당연히 안된단다. 순간 빡침이 더해졌다. 크롬이 안된다니...크롬이...뭐가 되냐고 물었더니 사파리, 파이어 폭스 이런 것이 된단다.

 

결국 다운 그레이드..내가 지랄맞은 윈도우즈7 초기 버전을 쓰기 싫어서 XP로 다운 그레이드는 해봤지만 관공서 문서 때문에 이렇게 해보기는 처음이다. 다운 그레이드 완료! 이제는 되겠지 하고 접속했다. 이런 젠장....이번에는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란다. 분노가 작렬하기 전에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내리 5번 시도...결국 접속할 수 없습니다를 확안했고. 분노해서 다시 사용자 지원센터에 전화....전화를 받은 직원은 친절한 목소리로 호환성 체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결국 이렇게 몇시간의 노력 끝에 가족관계 증명서 한장이 내 손에 들어왔다.

 

  자주 묻는 질문을 정독해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한 마디도 없었다. 열받아서 전화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컴을 잡고 씨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천송이 코트도 좋고, 창조 경제도 좋고, 보안성도 좋지만 최소한 관공서에서 가족관계 증명서 한장 뽑는 것은 별 어려움 없이 해놓아야하지 않겠나? 더 열받는 것은 주민등록 등본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11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도 귀찮은 프로그램을 5개쯤 깔았지만 말이다.

 

  참고로 주민등록 등본은 민원24에서, 가족관계 증명서는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발급을 받는다. 기관에 따라서 이렇게 서로 제멋대로 서비스하는 모습은 세월호 당시 컨트롤 타워가 없이 자기들끼리 계속 브리핑하고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역시 국민들로 하여금 열심히 자기 살길을 모색하게 만드는 이 나라는 강한 나라인가 보다.(이렇게 사용자 비친화적인 인터넷 발급 서비스도 처음이고...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없는 나라도 있겠지만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안된다.) 열받아서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다가, 지마켓만도 못한 민원처리 인터넷 서비스 보고 이걸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야할까라는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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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로드 - 3천 년을 살아남은 기묘한 음식, 국수의 길을 따라가다
이욱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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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잔치 국수, 파스타, 우동, 메밀 소바, 막국수!

 

  잔치집에 가면 뷔페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이다. 이 음식들의 특징은 국수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먹기가 매우 쉽다는 것이다. 맛또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평타는 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국수는 과연 어디에서 먼저 시작했으며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잔치국수와 막국수는 한국 음식이고, 파스타는 이탈리아 음식이고, 우동과 메밀 소바는 일본 음식이다. 짜장면과 짬뽕은 중국음식이며, 신장을 비롯한 중앙 아시아에는 라그만이라는 국수가 있다. 이 중에서 도대체 어느 민족이 어떤 이유로 국수를 먹기 시작한 것일까? 그리고 한국에서는 밀가루는 꽤나 귀한 음식 재료인데(예전 대장금에서 아주 귀한 음식 재료로 소개되었던 적이 있음을 기억해보라.) 언제부터 국수를 먹기 시작했을까?

 

  이 책은 누들(국수)이라는 음식을 문명사적으로 접근해 가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꽤 자세하고 재미있게 기록하고 있다. 잊혀지지 않는 것은 중국에서 국수는 자국의 음식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하여 조작의 냄새가 다분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초의 국수 유물인 신장 지역의 국수 유물을 놓고도 그걸 몰라서 5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리고 그 유물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발굴 후 얼마되지 않아서 사그라져 버렸다는 웃긴 변명을 늘어 놓고 있는 모습은 꽤나 재미있어서 이번 인사 청문회를 보는 듯 했다.

 

  지난 열흘간 키르기스스탄이라는 낯선 중앙 아시아에 여행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구 소련 연방에서 해체된 나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다.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거의 알려진바가 없는 나라였지만 어찌어찌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가볍게 읽을 책이라 생각하고 가지고간 책은 내게 꽤나 흥미로운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책이 말하는 내용을 책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매일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흔하게 먹는 음식 가운데 라그만이라는 것이 있다. 볶음 짬뽕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나는 이 음식을 먹으면서도 이 음식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렇게 며칠을 지낸 후 7시간을 차를 타고 가면서 꺼내든 책에는 놀랍게도 신장에서 발견된 국수 유물과 국수 음식의 종류로 내가 방금전까지 먹었던 라그만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라그만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먹었던 음식이고, 조리법도 오랜 시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을 접하면서 책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읽고 체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차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이 길을 따라서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면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가 있고, 동쪽으로 계속 이동하면 라그만의 신장, 다양한 면요리의 중국을 거쳐, 막국수와 잔치국수의 한국, 우동의 일본에 까지 이르게 된다. 시대적으로 보면 라그만이라는 오랫된 음식에서부터 인스턴트 라면이라는 초현대식 음식까지 이르게 되는데 우리가 매일 접하는 한 그릇의 음식 속에, 내가 방금전까지 먹고 즐겼던 그 음식 속에 인류 문명의 태동과 접촉, 변화와 발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국수 한 그릇에 담겨 있는 인류의 문명에 감탄하고, 도보로 이동하고, 차를 타고 이동하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국수가 내가 걸은 그 길을 걸어서 전파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경이롭고, 꽤나 재미있다. 국수를 조리해 먹던 사람들이 이 중앙 아시아의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했을 상상을 하면서 마치 내가 그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된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독서의 즐거움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다큐멘터리를 책을 만든 것이라 그런지 삽입된 그림과 사진들이 선명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사진에 대한 설명이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보강이 된다면 이 책은 젊은 친구들도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화사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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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곰과 안경
곤노 히토미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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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딸 진이가 둘째 현준이가 어린이 집에서 책을 빌려온다. 같이 놀아 주는 시간이 없어서 가능하면 아이들이 빌려오는 책은 내가 읽어 주려고 한다. 같이 놀아 주지 않고 책만 읽어 준다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놀라고 아내는 내게 잔소리를 늘어 놓지만 아이들이 빌려온 책만큼은 읽어주려 애쓴다.

 

  큰 딸 진이가 3살인가 4살 때 빌더 베어에 가서 비싼 돈을 들여서 곰 인형을 사줬다. 혹 아이들을 데리고 곰 인형을 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빌더 베어를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싸긴 하지만 곰 인형을 그냥 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고르게 하고, 그 인형에게 심장도 넣어주고, 탯줄을 끊듯이 봉제를 하고 남은 실을 끊는 시간까지 준다.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인형을 사주었지만 진이는 아직까지도 그 곰 인형을 무척이나 아낀다. 매일 냄새를 맡으면서 잠자리에 든다. 곰 인형 이름은 내가 지어줬는데 "웅이"다.

 

  그렇게 웅이를 끼고 사는 진이라서 아기곰이 나오는 책만 보면 좋아한다. 웅이라고 하면서 빌려온 것이다. 그렇게 빌려온 책을 읽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아기곰은 매일 안경을 쓰고 생활한다. 그 안경은 할머니의 안경인데 할머니가 죽고 난 이후에 그 안경을 쓰고 있으면 할머니를 잃은 슬픔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안경은 돋보기인지라 세상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먹고 생활하는 것도 어렵다. 매일 할머니와의 추억에 빠져 슬픔을 잊고 사는데 그런 아기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친구가 있다. 아기 토끼다. 매일 아기곰을 위해서 도토리를 집 앞에 두고 가지만 아기곰은 안경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기곰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쓰러진다. 아기 토끼가 아기곰을 위해서 도토리 스프를 만들어서 먹인다. 아기곰이 기운을 차리고 밖으로 나오다가 미끄러져서 안경이 벗겨진다. 멀리 날아간 안경은 나무에 부딪혀 깨지게 되고 아기곰은 한참을 운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 아기곰을 바라보는 아기 토끼도 슬퍼서 함께 운다. 울음소리를 들은 아기곰은 자기를 위해 울고 있는 아기 토끼를 발견한다. 그가 지금까지 자기 옆에 있어 주었다는 것을 깨달은 아기곰은 아기 토끼에게 다가가 지금까지 네가 내 옆에 있었구나라면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아이 동화책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눈 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도 한참 울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순간에 멈추어 현실을 포기하려는 아기곰과 그런 아기곰을 안타깝게 여기고 함께 울어주는 아기 토끼의 모습은 내게 사랑과 위로, 공감의 의미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주중에 시사인을 받았다. 그 안에 노란 봉투가 들어 있었다. 지난번 노란 봉투를 보내지 못해서 미안해 하던 내게 노란봉투는 기다리던 것이다. 이번에는 기필고 43,000원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번 봉투는 다른 내용물을 넣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내는 위로의 손길을 넣어달라는 것이다. 세월호가 이렇게 묻히지 않도록 서명을 담아서 보내달라는 것이다. 20명의 서명을 담아서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난 최소한 우리 가족의 서명만이라도 넣어서 보내고 싶다. 그것이 아기 토끼가 아기곰에게 건네준 작은 도토리 스프와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들은 4월의 그 날에 시간이 멈추어져 있다. 아이들의 사진을 하염없이 보고 또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내일로 나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울까? 팽목항에 가져다 놓은 신발을 보면서, 메이커 옷들을 보면서, 라면이 빠져버린 식탁을 보면서 부모들의 마음이 손에 잡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죽을만큼 아프다. 그런데 그들을 향하여 모 의원은 유가족은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 호통을 친다. 어느 벌레들은 시체 장사한다고 한다. 벌레의 도를 넘어서 무뇌충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을 가지고 성적인 이야기를 지껄이면서 자신들의 현실에 대한 진통제로 삼는다. 공권력은 안경을 벗겨 주기 보다는 아예 안경을 눈에 이식해 버리려고 한다.

 

  그런 그들이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까? 하나님의 이름으로 망언을 내뱉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을까?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아이들을 죽이더니 이제는 자신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호통치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을까? 어디에도 희망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죽었으면 싶을지도 모른다. 비단 그들만 그렇겠는가? 세상에는 아기곰들이 너무 많다. 쌍차도, 재능교욱도, 콜텍도, 용산 참사 희생자들도, 성수대교 희생자들도, 삼풍백화점 희생자들도, 월드컵의 희생자들도, 그리고 우리도...세상에는 아기곰들이 널려 있다. 누가 그들의 눈에서 안경을 벗겨줄 것인가? 누가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함께 아파하고 울어줄 것인가? 누가 아기 토끼의 역할을 감당할 것인가?

 

  짧은 아이들의 동화책이지만 내겐 너무 많은 것들을 한번에 던져준 책이다. 이런 책을 빌려온 진이에게 너무나 고맙고, 진이가 아기 토끼처럼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자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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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7-06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는 아이와 그림책을 들고 가까운 공원이나 놀이터에 가셔서
그림책도 함께 읽고 놀이터에서도 함께 놀아 보셔요.
두 가지 다 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알라딘과 함께한 2447일의 기간 동안 1,047권 324,461 페이지의 책들을 만났습니다.

 

당신이 만난 책들을 모두 쌓는다면 아파트 8.11층 만큼의 높이입니다.

 

당신은 알라딘 회원 중 3,236번째로 많은 페이지의 책을 만났습니다.

 

- 중략 -

 

당신은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이 분야의 책들을 가장 많이 만났습니다.

기독교 - 비평/칼럼 - 교양 인문학 - 테마로 보는 역사

 

앞으로 다시 15년, 혹은 더 긴 시간동안, 우리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그 날까지 당신과 함께 만들어갈 기록을 기대합니다.

 

 

많이 샀고, 많이 읽었고, 아직도 읽지 못한 많은 책들이 있다.

그 동안 만났던 많은 알라디너들도 있고, 그 들 중에는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다. 엘신님, 빵가게님 등등...메피님도 요즘 뜸하시다. 내가 뜸한 건지 그분이 뜸하신 건지, 아니면 둘다인지...앞으로의 알라딘에서의 삶도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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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7-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틀에 한 권이 살짝 안 되는 꼴로
대단하게 만나셨군요!

앞으로도 씩씩하게 나아가셔요~

saint236 2014-07-01 23: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직도 읽을 것은 많고 요즘 약간 뜸한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