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5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5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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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욕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 의미를 인정받고 싶어하고, 자신이 왜 살아야하는지 삶의 의미를 알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인정의 욕구가 무너질 때 사람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예전에 자살방지 교육과 상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행해진 교육이 나에게 가르쳐 줬던 것은 내가 만나는 내담자에게 삶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고, 삶의 목적을 발견한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 교육의 핵심은 교회에서 부르는 축복송처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계속 주지시켜 주는 것이다.


  역사e 시즌 5에서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도중에 하차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다. 큰 포부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희생을 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혹은 아주 약간의 것만 얻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려서인지 이 책에 기록된 사람들에 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고, 설령 안다고 해도 극히 일부분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그리고 한국 최초의 여성 경제학자였지만 현실의 팍팍한 삶에 쫓겨 콩나물을 팔다가 요절한 여인 최영숙,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인생의 후반기를 아버지의 나라에서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 우장춘. 마지막 그에게 주어진 훈장을 받고 "드디어 조국이 나를 인정"해 줬다면서 병상에서 눈물 흘리던 우장춘. 왕의 여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궁중 음식 문화를 이어왔던 궁녀들, 여러가지 정치적인 상황에 밀려 이용당하고, 혹은 적극적으로 이용하다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보부상, 지금은 이름도 희미해진 돈의문. 새문안이라는 이름이 돈의문을 기점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서글픔이란...조선 최고의 기술자이지만 신분의 벽을 넘지 못했던 장영실....일본의 오니로 둔갑되어 버린 한국의 도깨비...


  어지보면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의미와 열심을 가지고 살았지만 결국 시대를 잘못만난 탓인지, 아니면 그들이 박복했던 것인지 역사의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최선을 다했지만 박수받지 못한 인생.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은 고사하고 박수조차 받아보지 못한 기구한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과 행적을 하나씩 곱십어 보면서 그들이 결코 실패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누구도 그들의 가치를 알아 주지 못했고, 감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날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최선을 다하고, 헌신과 희생을 했지만 아무도 몰라준다. 오히려 그 일 때문에 남겨진 이들이 힘겨워 한다. 전태일, 김구, 이회영, 장준하, 역사의 현장에서 스러져 버린 많은 사람들, 수십, 수백만의 촛불들...


  우리 삶을 바꿀 정도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그들은 박수 받지 못하고, 이름 석자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아니다. 이름 석자 남긴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리라. 이름도 없이 무명씨로, 혹은 숫자로 기록된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희생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에 역사는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종북이라,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불순 세력이라 공격을 받아도 오늘도 불을 밝히는 많은 사람들의 헌신 앞에 감사한다. 비록 박수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그들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 희생 앞에 감사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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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제강의
왕리췬 지음, 홍순도.홍광훈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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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도도 아닌 내가 이 책을 읽고 한무제에 대해서 한줄의 평가를 내린다면 "권력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이다.


  황위 계승권과는 거리가 먼 10번째 아들로 태어난 유철이 황제로 등극한 것은 꽤나 드라마틱하다. 그가 황제로 등극하는 과정만 가지고도 영화를 만들 정도이다. 권력이 사람을 얼마나 치졸하고, 음험하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황제로 등극한 다음 그의 행로는 권력이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지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무제를 지금의 중국의 영토와 시스템을 만든 사람으로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사람의 야망과 권력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흉노족에 대한 정벌, 한 사군 설치 등은 그의 정복욕과 권력욕, 그리고 오만함을 보여준다. 물론 그러한 권력욕으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 한둘이겠냐만 그가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었던 것은 그가 억세게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의 시대에 그렇게도 많은 인물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그가 행운의 사나이였다는 것으르 보여준다. 굳이 그의 공로를 찾아보자면 그가 인물을 알아보는 시각이 있었다는 점이리라.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그가 황제로서 등극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만약 그의 치세가 10년만 짧았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그의 말년을 둘러싼 광기와 비극이 없지 않았을까? 날카롭던 그의 인재 선별 시각도 그의 말년에는 무뎌졌다. 이 때문에 그는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의 장성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으며, 자기가 말년에 사랑했던 후궁도 죽여야 했다. 자기의 아들과 후궁까지 죽여가면서 유지해야했던 권력이란 무엇일까? 권력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야 했던 것일까?


  세종에게 안정적인 권력을 물려주기 위한 태종의 인간적인 고뇌도 그의 삶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마음껏 누리다가 죽은 불쌍한 사람만이 발견된다. 권력에 휘둘리다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죽은 불쌍한 사람만이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무제를 중국의 위대한 황제 가운데 한 사람으로 뽑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를 가르쳐 준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가운데 알렉산더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와 대단하다, 이렇게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다니."라는 생각으로 그가 위인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도대체 알렉산더가 왜 위인으로 분류되는지 모르겠다. 그는 땅끝까지 정복하겠다는 정복욕에 사로잡혀 권력을 마음것 휘둘렀다. 한무제와 차이가 있다면 그는 요절했다는 정도? 만약 알렉산더가 장수했다면 어땠을까? 여러가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인전에 등장하기를 했겠지만 말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한무제를 꿈꾼다.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말도 안되는 용어를 통해서 제국주의를 표방한다. 이런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뜬금없이, 그리고 억울하게 광개토대왕이 소환된다. 아마 중국에서는 한무제를 소환하지 않을까? 거대 제국 건설이라는 포장지를 한꺼풀 벗겨내면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다가 권력의 노예가 되고, 권력에 미친 광인이라는 불쌍한 사람인데 그를 소환하여 그 사람을 본받자라고 말하는 것은 권력을 추구하는 우리의 추잡한 본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권력에 미쳐 돌아가는 이 시대 속에서 한무제를 다시 평가하는 것은 꽤나 유의미한 작업이 아닐까? 여하튼 왕뤼친과 같은 이야기꾼을 키워낸 중국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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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을 사람을 미치게 한다.. 올해 청와대 병신년을 보면서 느낀 제 감정이었습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aint236 2016-12-28 20:56   좋아요 0 | URL
참 권력이란 것이 무엇이라고 저렇게 미치는지 모르겠네요

transient-guest 2016-12-30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친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것도 큰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거대한 권력이나 재물이 주어지면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만, 최근 한국의 문제는 권력이나 재물이 주어지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중심부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aint236 2016-12-30 07:01   좋아요 0 | URL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권력이 주어지지 말아야할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진 것도 그 권력에 미친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요
 
유비 평전 - 사람을 아껴 난세를 헤쳐 나간 불굴의 영웅 중국 역대 제왕 전기 시리즈
장쭤야오 지음, 남종진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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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삼국지덕후다. 삼국지 관련한 책들은 꽤 많이 섭렵했다. 시중에 나온 삼국지 책은 거의 다 보는 편이다. 물론 내가 보는 삼국지는 정사 삼국지가 아니라 삼국지 연의에 기반을 둔 책들이 중심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사 삼국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수의 정사 삼국지는 보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정사 삼국지는 보지 않았지만 정사 삼국지를 비롯해서 삼국지에 관련된 여러가지 역사적인 내용들을 점검해보면서 비평을 가하는 삼국지 관련 서적들은 꽤 많이 봤다.


  유비, 관우, 장비, 조운, 황충, 마초, 조조, 하후돈, 하우연, 장합, 허저, 손권, 감녕, 제갈공명, 가후, 주유 등등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을 이야기하라면 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주워 섬길 정도는 된다. 이는 내가 특별하기 때문은 아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빠져살던 고등학생 시절 이문열의 삼국지를 만났다. 그리고 삼국지를 이렇게 비평하면서 읽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이문열은 오늘날의 이문열하고는 좀 달랐다. 게다가 평역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신선했었다. 채 1년이 되지 않아 창천항로라는 만화를 접하고 조조 중심으로 읽는 삼국지에 대해서 신선함을 느꼈다. 만약 스토리 작가가 작고하지 않았다면 대작이 되었을 것이기에 꽤나 안타까웠다. 용랑전이라는 만화와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에 빠져 살면서 삼국지의 전투가 어떠한 과정으로 전개되었는지 잘 모르는 중국 지도를 펴 놓고 전략 연구에 골몰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내게 유비 평전, 역사를 기반으로 실제적인 유비의 모습을 살펴보자는 책 소개는 주저없이 이 책을 사게 만들었고,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가 시간을 내어서 읽게 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삼국지 연의와 삼국지에 대한 비평 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인가 신선한 내용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꼈던 것은 유비가 사람을 대하는 기준이 우리가 아는 것과는 약간은 달라다는 것이다.


  우리는 유비가 사람을 정말 아껴서 사람을 얻기 위해서 꽤 많은 애를 썼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등용한 사람은 전폭적으로 신뢰했고, 이것이 절대적인 열세에 있었던 유비가 중국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황제를 칭하게 된 비결이라고 거의 모든 자게서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약간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유비가 사람을 아끼는 것은 맞고,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람을 등용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사람을 아껴 난세를 헤쳐나간 불굴의 영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사람을 아낀다"는 부분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사람을 아낀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일단 내 사람으로 등용을 하면 전폭적으로 신뢰를 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이 밝힌 유비의 모습은 약간 다르다. 수어지교라는 말의 주인공인 제갈량조차도 유비에게 전적인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유비의 후계자인 유선을 구해온 조자룡조차도 유비가 죽기 전까지는 황충에 비해서 한단계 낮은 대우를 받았다는 것, 촉 출신의 인사들 중에서 유비에 의해서 중용된 사람이 손가락 안에 꼽는다는 것은 그가 사람을 아끼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유비가 사람을 아끼는 기준은 그 사람이 언제부터 그와 함께 있었는지, 개인적으로 그와 어느 정도의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의 명령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라는 것은 그가 진정으로 사람을 아낀다는 것이 한 나라의 왕이 되어서도 그가 여전히 유협집단의 지도자라는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가 아낀 사람은 유협집단 시절 자기와 함께 호형호제했던 사람들, 자기에게 항상 예스맨으로 일관했던 사람들에 한정된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유비가 한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가 삼국 중에서 가장 먼저 멸망한 이유도 분명해진다. 유비는 사람을 아낀다는 평판을 들었지만 그 평판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을 뿐이다. 한 나라를 세우는 것은 팔이 안으로 굽는 것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나라를 유지하는 것은 절대로 이것으로는 불가능하다. 천하인으로서 유비에게 부족했었던 것은 진정으로 인재를 아끼는 태도였다.


  유비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인가 묘한 느낌을 받는다. 꽤 친숙하다는 것, 어디선가 많이 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매일 텔레비전을 통하여 만나게 되는 모습들이다. 정권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내 사람만으로 가능할 수 있다. 내가 데리고 있는 사람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것을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정권을 유지하고, 정권을 획득한 이후 역사에 좋은 기록을 남길만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인재풀이 넓어져야 한다. 내게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침없이 대드는 사람들도 받아들여야 그 안에서 내가 보지 못하는 일들을 보게 된다. 끊임없이 인재풀의 외연을 확장하기를 멈추는 순간, 그 집단은 고인물이 되고, 결국 썩을 수밖에 없다.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있다. 인재풀 돌려막기라고도 한다. 어느 정권이고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돌려막기가 유별났다. 그런데 현 정권은 더 하다. 회전문 인사라는 말 앞에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데 그 회전문 인사도 유비에게 관우와 장비급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 비극이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말할 정도로 아끼는 인물은 따로 있었다. 진짜 재미있는 것은 유비의 몰락을 초래했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관우와 장비에 의해서 비롯되었던 것처럼, 현 정권의 몰락을 가져 온 것은 대통령이 그렇게 아끼던 최순실과 그 일당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비단 정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기업의 가신단으로 비롯해서, 각 조직에서 조직의 수장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동일한 일이 일어난다. 조직이 몰락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은 조직이 몰락하고 난 다음에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 더 비극적이다. 인재를 사랑한다는 이미지 메이팅에 열중했던 유비, 그리고 거의 비슷하게 이미지 메이킹에 집중하는 정부의 수장! 이 정권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삼국지 연의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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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영과 젊은 그들 - 아나키스트가 된 조선 명문가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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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역사e를 통하여 우당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 놓았던 이회영 평전이 내 서재에 꽂혀 있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이덕일의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책을 먼저 읽고, 바로 이어서 이회영 평전을 읽었다. 이회영 평전은 이회영이라는 사람의 일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이회영과 그를 출러싼 아나키스트 그룹의 성장과 몰락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청산리 전투를 비롯해서 한국의 독립 운동사에 있어서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던 항일 무장 행동들의 대부분이 이회영이라는 사람을 통하여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왜 이 사람을 아직까지도 몰랐던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흥무관학교라는 학교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이 학교가 이회영 일가가 세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우당이 그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며, 북한과 남한 양쪽에게서 조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산주의 진영에 투신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승만을 필두로 하는 이들의 입장에 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광복을 맞기 전에 중국에서 임종을 맞이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제도권 밖의 길을 묵묵히 택했던 이회영과 그의 동지들, 그리고 그와 함께 조선을 등지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주로 떠난 많은 이들. 우리가 그들에게 빚진 것은 너무 많은데 아무도 그들을 몰라준다. 오히려 나라를 팔아 작위를 하사받고 보상금을 두둑히 챙긴 사람들, 나라를 넘기고 가문을 유지하는데 관심을 기울인 조선의 왕가에 대한 이야기들만 넘쳐난다.

  얼마 전 덕혜 옹주라는 영화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영화를 통하여 사람들이 역사적인 사건을 잘못 알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입에 게거품을 물고 평론을 해대던 많은 평론가들이 있었다. 그들의 글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반응을 해야하는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영화 이상으로 포장하여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사람들도 참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난 영화는 그냥 영화로 생각해야지, 그것을 현실로 가져오려고 하는 순간 영화를 이데올로기라는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덕혜옹주를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난 그 영화를 현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힐 뿐이다. 이름만 빼고 무엇하나 역사에 근거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덕혜 옹주를 보고 영화 평론을 통하여 사람들을 계몽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대중들의 생각을 너무 짧게 봤다고 말하고 싶다. 약간 각도가 다르긴 하지만 그들도 대중을 개돼지 정도로 보는,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엘리트 주의에 경도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지만 학교에서 이 책을 한번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독립 운동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치려면 공산진영, 자유진영, 그리고 아나키스트 그룹의 독립운동사까지 전부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가 이 세 그룹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리고 모든 독립 운동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장소의 주인이자, 그 장소를 마련해 준 이회영이라면 더더욱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언젠가 독립운동을 다루는 영화가 또 나온다면, 이회영을 중심으로 제작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회영 평전이 이회영 개인의 삶에 집중한 경향이 있다면 이 책은 이회영을 둘러싼 아나키스트 그룹에 대해서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덕일답지 않게 날카로운 비평은 없지만, 이회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아나키스트라는 독립 운동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류에 대해서 알게 해준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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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영 평전 - 항일무장투쟁의 전위, 자유정신의 아나키스트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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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아직 친일이 청산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 주장을 생각해 본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역사라는 것이, 식민주의 사관에 입각하여 기록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민족주의 사관을 살펴보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해보았지만 놀랍게도 이회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약산 김원봉의 경우도 암살이라는 영화를 통하여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지금까지 한국의 양반들은 일제에 부역했던 존재들이었으며, 몇몇 사람 정도만 을사늑약에 저항하여 자살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렇지만 이 책은 우당 이회영과 그의 일족의 삶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왔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양반으로 태어나서 아나키스트라는 특이한 길을 걸어간 그의 이력은 내게 많은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좌도 우도 아닌 아나키스트의 삶을 살아갔기 때문에 그가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것에 비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일제와의 투쟁을 통하여 우리 민족은 둘로 갈라졌다. 하나는 자유주의 진영,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 진영! 사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공산주의 진영에 투신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유주의 진영에 투신하였다. 아니다 자유주의 진영에 투신하였다기 보다는 공산주의 진영에 투신하기를 거부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자유주의 진영에 투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회영처럼 제 3의 길을 걸은 사람이 있다. 물론 약산 김원봉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은 순수하게 대한민국의 독립을 원했다. 이들은 힘도 없으면서 외교적인 독립운동을 진행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며, 설령 독립이 된다고 할지라도 일제에서 미국으로, 혹은 소련으로 지배의 주체만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시간을 보내면서 독립을 준비하자는 주장도 일축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일제에게 맞서서 지금 할 수 있는 있는 일은 무엇인가? 무장 행동이다. 다만 무장 행동은 일제에 항거하기 위한 수단이지 다른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우리 민족은 물론 당시 일본과 싸우고 있던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본과의 투쟁을 위해서 그어느 단체와도 사심 없이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이회영과 같은 거목이 중심을 잡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로이면서도 아랫 사람들을 다스리지 않고, 강압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오해를 사서 자신이 지도했던 단체에 의해 암살의 위협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자기의 신념을 한번도 꺾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길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서 달려갔다. 대접받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절대로 책임자의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순수한, 그리고 진실한 독립 운동가의 대명사, 그가 우당 이회영이다. 자신의 재산을 다 처분하여 독립운동에 바쳤고, 그 결과 형제들과 그 가족들 가운데 아사자가 있었고, 병으로 죽고, 투옥당하고, 살해당하고. 부인과 생이별하고, 자녀들을 무장투쟁의 길로 인도하고. 개인적으로 그가 겪었을 그의 아픔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글의 행간에서 읽힌다. 그렇지만 이런 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오늘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나라 걱정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고 진실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회영 선생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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