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제강의
왕리췬 지음, 홍순도.홍광훈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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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도도 아닌 내가 이 책을 읽고 한무제에 대해서 한줄의 평가를 내린다면 "권력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이다.


  황위 계승권과는 거리가 먼 10번째 아들로 태어난 유철이 황제로 등극한 것은 꽤나 드라마틱하다. 그가 황제로 등극하는 과정만 가지고도 영화를 만들 정도이다. 권력이 사람을 얼마나 치졸하고, 음험하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황제로 등극한 다음 그의 행로는 권력이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지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무제를 지금의 중국의 영토와 시스템을 만든 사람으로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사람의 야망과 권력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흉노족에 대한 정벌, 한 사군 설치 등은 그의 정복욕과 권력욕, 그리고 오만함을 보여준다. 물론 그러한 권력욕으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 한둘이겠냐만 그가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었던 것은 그가 억세게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의 시대에 그렇게도 많은 인물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그가 행운의 사나이였다는 것으르 보여준다. 굳이 그의 공로를 찾아보자면 그가 인물을 알아보는 시각이 있었다는 점이리라.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그가 황제로서 등극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만약 그의 치세가 10년만 짧았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그의 말년을 둘러싼 광기와 비극이 없지 않았을까? 날카롭던 그의 인재 선별 시각도 그의 말년에는 무뎌졌다. 이 때문에 그는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의 장성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으며, 자기가 말년에 사랑했던 후궁도 죽여야 했다. 자기의 아들과 후궁까지 죽여가면서 유지해야했던 권력이란 무엇일까? 권력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야 했던 것일까?


  세종에게 안정적인 권력을 물려주기 위한 태종의 인간적인 고뇌도 그의 삶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마음껏 누리다가 죽은 불쌍한 사람만이 발견된다. 권력에 휘둘리다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죽은 불쌍한 사람만이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무제를 중국의 위대한 황제 가운데 한 사람으로 뽑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를 가르쳐 준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가운데 알렉산더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와 대단하다, 이렇게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다니."라는 생각으로 그가 위인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도대체 알렉산더가 왜 위인으로 분류되는지 모르겠다. 그는 땅끝까지 정복하겠다는 정복욕에 사로잡혀 권력을 마음것 휘둘렀다. 한무제와 차이가 있다면 그는 요절했다는 정도? 만약 알렉산더가 장수했다면 어땠을까? 여러가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인전에 등장하기를 했겠지만 말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한무제를 꿈꾼다.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말도 안되는 용어를 통해서 제국주의를 표방한다. 이런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뜬금없이, 그리고 억울하게 광개토대왕이 소환된다. 아마 중국에서는 한무제를 소환하지 않을까? 거대 제국 건설이라는 포장지를 한꺼풀 벗겨내면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다가 권력의 노예가 되고, 권력에 미친 광인이라는 불쌍한 사람인데 그를 소환하여 그 사람을 본받자라고 말하는 것은 권력을 추구하는 우리의 추잡한 본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권력에 미쳐 돌아가는 이 시대 속에서 한무제를 다시 평가하는 것은 꽤나 유의미한 작업이 아닐까? 여하튼 왕뤼친과 같은 이야기꾼을 키워낸 중국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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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을 사람을 미치게 한다.. 올해 청와대 병신년을 보면서 느낀 제 감정이었습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aint236 2016-12-28 20:56   좋아요 0 | URL
참 권력이란 것이 무엇이라고 저렇게 미치는지 모르겠네요

transient-guest 2016-12-30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친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것도 큰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거대한 권력이나 재물이 주어지면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만, 최근 한국의 문제는 권력이나 재물이 주어지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중심부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aint236 2016-12-30 07:01   좋아요 0 | URL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권력이 주어지지 말아야할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진 것도 그 권력에 미친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