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중앙일보에 실린 뉴스를 보았다. T-50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훈련기 교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 있는데 여기에 T-50을 수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었을 때 미치는 경제 파급효과는 17조라는 골자의 기사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17조라는 효과이다. 아마도 기사가 다분히 그러한 효과를 노리고 제목을 뽑은 것 같다. 아마 그 기사의 의도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으면서 17조의 굥제효과를 불러 일으키다니 대단한걸 이라면서 지지율이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17조라는 단어를 보면서전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어지간히도 신뢰를 하지 않고 있는가 보다.) 내가 17조효과라는 단어를 보고 떠 올린 생각은 "이거 어디서 본거 같은데. 또 17조 효과야?"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미래부에서 전파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그 파급효과가 17조원이라고 했다. 특별히 700MHz 주파수 분할에 관해서 17조의 경제 효과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에 관한 기사 내용의 링크는 이렇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40526501(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70610821(한국경제)

 

  한중일 FTA 체결 효과로 17조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는 기사도 있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1210/e2012102417470470070.htm(

 

  정부 규제개혁으로 17조 효과라는 기사도 있다. 메이저 신문에서도 이야기했을텐데 찾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신문사의 기사를 링크한다.

http://news.tf.co.kr/read/economy/1406246.htm(더팩트)

 

  언제는 팔려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제2 여객터미널을 만든단다. 그리고 그 효과도 17조란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9261372i(한국경제)

 

  이 외에도 찾아보면 많이 나오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17조란 숫자에 억지로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은 10년간 17조의 효과 어느 것은 30년간 17조의 효과 이런 식이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17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건 마치 지난 이명박 대통령 정권 시절에는 22조에 모든 것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4대강도 22조, 세종시도 22조 등등.(이런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보다 딱 5조원만큼 스케일이 크다.)

 

  당장 17조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수출이 성립되면 발생하는 효과다. 그리고 그 수출이 성립되는 것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우리나라에서 전투기를 사오는 나라가 미국이다. 게다가 그 미국은 자국의 군수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방국들에게 전투기를 비싼 값에 강매하고 있는 나라이다. 기술도, 군수산업을 지탱해야할 이유의 절심함도 한국보다 강력한 나라에서 자국의 비행기를 두고 굳이 한국의 훈련기를 살 이유가 있을까? 결론은 미국이 한국의 비행기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고로 17조의 경제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 17조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 말것인가는 차후의 문제로 치고 말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그런 기자회견을 한 것일까? 그것도 비행기를 뒤에다 두고 말이다. 밀덕 중의 밀덕인 노무현 대통령도 탱크나 비행기 프라모델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실제 비행기를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배짱은 꽤 오랫만인것 같다. 왜 이런 배경까지 동원을 했을까?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멋있고 그럴듯한 사진 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이슈가 잠잠해질 때쯤이면, 혹은 자신의 존재감이 많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대통령은 패션 모델인 것처럼 화보를 찍어 오셨다. 지난달에는 파리까지 다녀오시면서 화보를 찍으셨다. 요즘 안철수, 문재인 등등 야당의 이슈로 신문이 도배된다. 여당에게 나쁠 것이 하나도 없지만 대통령은 이러한 현실이 불편하셨나보다. 그래서 사진 한장을 찍으시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하고 계신다.

 

"나를 돌아봐 그대 나를"(듀스의 나를 돌아봐를 배경음악으로 깔면 좋을 듯)

 

  그럴리 없겠지만 나처럼 삐딱하니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17조의 효과도 그저 사진 한장 찍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이. 너무 뻔해서 이젠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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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진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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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이 다르게 느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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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이를 출석시키던 길에 갑자기 아이가 물었다.

 

  "아빠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

 

  "박근혜 대통령 욕학면 우리 나라에서 쫓겨나?"

 

  순간 움찔했다. 아이는 정말 진지하게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누가 그래? 어디서 그런 말 들었어?"

 

  "응. 같은 반 친구가 그랬어."

 

  그 후에 대통령이 왕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 등등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학교 앞에 도착했다. 채 1분이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1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데 입맛이 쓰다. 내아이가 18살이었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아직 8살이다. 그 나이 때에는 친구들하고 노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학원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아내에게 타박을 주던 나이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나이 때에는 정치도, 사회 문제도 뒷전이어야하고, 하루하루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에서 대인관계를 배워야할 나이인데 그런 말을 하다니... 요즘 신문을 보면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은 물대포라는 시도 있고, 소설도 있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 꼬집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런 글을 보면서 사람들은 의식있는 아이, 생각이 있는 아이, 싹수가 있는 아이라고 추켜올리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아이들에게 그런 상황을 물려준 우리의 잘못이고, 그런 상황 속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깨어있다고 미래가 밝다고 마냥 박수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큰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일이다. 채 돌이 되지 않은 아이를 앞에다 두고 아빠가 미안하다고 울었다. 어이 없이 바라보는 아내를 옆에 두고도 정말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해가 MB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해였다. 앞으로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막지 못하고 우리의 손으로 열어 주었다는 생각에 한참을 울었다. 그 뒤로 8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오히려 더 암담해졌다. 아이 입에서 대통령 욕하면 쫓겨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그 증거다.

 

  그런데도 언론은 매일 이딴 기사나 올리고 있다.

 

 

  대통령 연설에 기립박수를 했네, 해외 순방을 했네 등등. 과거 전통 시절에 했던 땡전 뉴스가 반복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언론만 그런가? 정치인들은? 역대 야당이 이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했던 적이 있었는가? 그러면서 이렇게 삽질하는 경우가 있었는가? 새정련은 매일 연합이다. 이놈 저놈 연합하다가 끝난다. 정권잡겠다고 연합하더니 자기들끼리 사분오열이다. 한쪽에서는 문재인이 문제인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철수해야 하는데 안 철수한다고 난리다. 어른들은 어린 것들이 예의가 없다고, 너희들이 6.25를 아냐고 묻는다. 어린 사람들은 그런 어른들은 임진왜란을 아느냐면서 응수한다.

 

  해외 순방 다녀오신 분은 자기를 칠푼이로 불렀던 그 어른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이콧 했다. 아마 뒤끝도 뒤끝이지만 장례식장에서는 빠션쇼를 하기 힘들어서 보이콧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장례식장에 그분이 나서셨던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아이의 질문을 들으면서 일주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야 여기에 끄적거린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행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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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1-2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쫓겨가지 않고 잡혀가더군요.ㅠ.ㅠ

saint236 2015-11-2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래도 그걸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으니

건조기후 2015-11-2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라는 말에 심장이 다 떨리는 기분이네요. 어쩌면이 아니라는 걸 매일매일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아연해서...

saint236 2015-11-2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라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이명박보다 더 한 게 박근혜일걸... 이라고 해서 내가 이명박보다 더한 놈이 잇을까 ? 라고 반문했는데.... 그게 실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saint236 2015-11-27 20:37   좋아요 0 | URL
세상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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