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이를 출석시키던 길에 갑자기 아이가 물었다.
"아빠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
"박근혜 대통령 욕학면 우리 나라에서 쫓겨나?"
순간 움찔했다. 아이는 정말 진지하게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누가 그래? 어디서 그런 말 들었어?"
"응. 같은 반 친구가 그랬어."
그 후에 대통령이 왕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 등등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학교 앞에 도착했다. 채 1분이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1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데 입맛이 쓰다. 내아이가 18살이었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아직 8살이다. 그 나이 때에는 친구들하고 노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학원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아내에게 타박을 주던 나이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나이 때에는 정치도, 사회 문제도 뒷전이어야하고, 하루하루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에서 대인관계를 배워야할 나이인데 그런 말을 하다니... 요즘 신문을 보면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은 물대포라는 시도 있고, 소설도 있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 꼬집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런 글을 보면서 사람들은 의식있는 아이, 생각이 있는 아이, 싹수가 있는 아이라고 추켜올리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아이들에게 그런 상황을 물려준 우리의 잘못이고, 그런 상황 속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깨어있다고 미래가 밝다고 마냥 박수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큰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일이다. 채 돌이 되지 않은 아이를 앞에다 두고 아빠가 미안하다고 울었다. 어이 없이 바라보는 아내를 옆에 두고도 정말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해가 MB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해였다. 앞으로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막지 못하고 우리의 손으로 열어 주었다는 생각에 한참을 울었다. 그 뒤로 8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오히려 더 암담해졌다. 아이 입에서 대통령 욕하면 쫓겨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그 증거다.
그런데도 언론은 매일 이딴 기사나 올리고 있다.
대통령 연설에 기립박수를 했네, 해외 순방을 했네 등등. 과거 전통 시절에 했던 땡전 뉴스가 반복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언론만 그런가? 정치인들은? 역대 야당이 이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했던 적이 있었는가? 그러면서 이렇게 삽질하는 경우가 있었는가? 새정련은 매일 연합이다. 이놈 저놈 연합하다가 끝난다. 정권잡겠다고 연합하더니 자기들끼리 사분오열이다. 한쪽에서는 문재인이 문제인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철수해야 하는데 안 철수한다고 난리다. 어른들은 어린 것들이 예의가 없다고, 너희들이 6.25를 아냐고 묻는다. 어린 사람들은 그런 어른들은 임진왜란을 아느냐면서 응수한다.
해외 순방 다녀오신 분은 자기를 칠푼이로 불렀던 그 어른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이콧 했다. 아마 뒤끝도 뒤끝이지만 장례식장에서는 빠션쇼를 하기 힘들어서 보이콧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장례식장에 그분이 나서셨던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아이의 질문을 들으면서 일주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야 여기에 끄적거린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행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