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하도 여기저기서 이석원, 이석원하길래 (드디어)나도 그의 책을 펼쳐 들었다. 그것도 신간을. 나는 글을 쓴다면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인간이지만, 소설은 워낙에 호불호가 갈리는장르인지라 아무리 평이 좋아도 선뜻 손을 내뻗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에세이는 대체로 무난하게 잘 읽힌다. 그래서 별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는 편하면서도 작가의 사유가 담겼다는 것인데, 그런 에세이도 그 모습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걸 목격한 건 일본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의 <삶의 힌트>라는 책에서였다. 우리나라엔 그다지 많이 알려진 것 같지는 않은데, 일본에서는 나름 존경 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인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뭐 조정래나 김주영 급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내가 그의 책을 읽었을 때, 기존에 에세이와는 다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기존의 에세이가 정제된 문장이라면 이츠키 히로유키의 글은 좀 더 서술적인 느낌이어서 약간의 소설 분위기도 연상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여느 에세이의 한 편의 지면 할애가 3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면 그의 글은 4, 5 페이지를 넘는 것이 보통이라 작가의 포스가 남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런데 이석원의 글은 이츠키 히로유키의 독특함을 훨씬 뛰어 넘고 있었다. 그야말로 에세이의 신세계를 경험했다고나 할까? 에세이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놀라웠다. 하긴, 에세이가 꼭 정해진 룰이나 규격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여러 형태의 글을 접할 수만 있다면 독자로서는 읽는 즐거움이 배가가 될 것이다. 

 

물론 작가 이석원은 에세이를 쓴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이미 그의 책을 읽어 본 사람도 있겠지만 독자로서의 나는 이번이 처음인지라 나의 이런 반응이 다소 호들갑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떻게 에세이의 첫 부분에서 이렇게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단 말인가? 미스테리한 게 자꾸 그 다음 장을 펼쳐들게 만든다. 구성도 어느 편의 글도 완결된 것이 없다. 무슨 생활 밀착형 미스터리나 2, 30분짜리 연속극을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작가의 솔직함이다. 이혼한 것,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너무도 솔직하고 자세하게 쓰고 있다. 하다못해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상호까지도 그대로 쓰고 있다. 보통의 작가들은 그럴 경우 가명을 쓰거나 이니셜을 쓰는 것이 보통이지 않는가? 하긴 뭐 그런다고 해서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 것인가 의아스러울 정도다. 물론 글쓰기의 기본 중 하나가 솔직함, 진솔함에 있다고 볼 때 작가는 그것에 지극히 충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솔직함 때문에 누군가는 본의 아니게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오래 전, 성석제 작가의 독자와의 만남에 가서 내가 질문했던 것도 그거였다. 그렇게 누군가를 소설에서 형상화했을 때 어떤 사람이 찾아 온 적은 없었냐고. 그래서 왜 나를 이렇게 썼냐고 따져 묻는 사람은 없었냐고. 어차피 소설은 허구라고는 하나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 경험 있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등장하면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다. 특히 작가는 솔직함을 무기로 글을 썼다지만 상대의 행위가 글로 형상화 된다면 불편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가가 될 수 있는 용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이 솔직함 때문에. 

 

그런데 이렇게 생활 밀착형 미스터리 일일연속극 같은 그의 에세이는 형식은 새로워 좋긴한데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솔직히 내 나이 정도가 되면 연애는 그림 같은 거다.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그것 아닌가? 그래서 다소 김이 빠지는 느낌도 들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맛은 있는데 하필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와의 이야기가 주라니. 물론 그것을 통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다소 쉽고 흔한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더구나 작가는 자신을 가리켜 나이탐험가라고 했다. 작가는 40대 초반의 나이다. 사랑, 연애도 2, 30대나 열나게 얘기할 수 있는 거지 4, 50대만 되어도 그 보단 인간관계나 노후 또는 추억 등에 관해서 얘기할 때다. 그런 것을 40대 초반에도 얘기하는 것을 보면 작가는 아직도 젊구나 싶었다.

 

하도 에세이가 별스럽게 느껴져서 궁금해 하던 차에 얼마 전, 예스24에서 그의 제법 오래 전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의 첫 책 <보통의 존재>를 쓰고 한 인터뷰 같은데, 책에서 본인은 못 생겼다고 적고 있지만, 같은 남자끼리는 어떨지 몰라도 여자인 내가 봤을 때 그는 결코 잘 생겼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빠지는 얼굴도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작가는 베시시 웃으며, 그럼 어떻게 스스로 못 생기지 않았다고 얘기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런 인상의 남자를 좋아할 여자(들)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음악을 하고 글을 쓴다지 않은가. 

 

8분 가량 되는 인터뷰 말미에 그는 자신을 가수 겸 작가로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탁과 함께, 자신이 기억하는 모두를 글로 쓰고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자신은 할 일이 너무 많다고도 했던 것 같다. 그제야 이 작가가 왜 사람의 이름은 물론이고, 상표고, 상호를 실명으로 쓰는지, 왜 솔직함을 무기로 글을 쓰는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나도 오래 전부터 해 보고 싶은 작업 방식이기도 하다.

 

사람의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있다. 나는 또 에세이치고 이렇게 기승전결이 있는 에세이는 처음 본다. 하긴, 요즘엔 통섭도 많이 하는데 소설 속에 에세이가 있고, 에세이 속에 소설이 왜 없겠는가? 그렇게 안 써서 일뿐. 책 표지에도 분명 밝히고 있다.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라고. 얼핏 연애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더 정확히는 성공 보다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그 인터뷰에서 서점에 가면 성공과 용기를 주는 자기계발류의 책이 대센데 자신은 그러기 보단 오히려 실패나 상처를 통해 공감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저건 내 얘기야 내지는,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느끼는 공감 말이다.   

 

그래서인지 책은 연애의 짜릿함이나 즐거움, 기쁨 보단 상대를 사랑하기 위해 이해하고 바라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고독하고 때론 신산하게 글을 썼다. 특히 어렵사리 이제 막 사랑하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실연의 아픔을 절절하게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면 생활 밀착형 미스터리 연속극은 어느새 사랑과 실연에 대한 다큐 드라마를 보는 것도 같다. 한마디로 '사랑 잃고 나는 쓰네.'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게 죽을 것 같은 실연도 먹고 살아야 하는 앞에서는 두 번째의 문제라고도 쓰고 있다. 

돈에 쫓기는 것만큼 영혼이 파괴되는 일은 없나니, 사랑도 연애도 그 다음이나니.  ...... 이래서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하는구나. 참 안 로맨틱하고 인정하기도 싫은 너무도 현실적인 깨달음이었다.(315p)

그런데 그 일이라는 것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경우는 없더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그의 첫 책 <보통의 존재>를 내놓고 글 쓰기가 자신을 구원했다며 좋아라 했지만 다시 밥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어쩌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못하는 자의 고백'을 나름 하소연 같이 길게 늘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왜 그리도 공감이 되는 것일까?

 

재주가 메주여서일까? 평생 꿈이라곤 작가가 되는 것 외에 다른 꿈을 꿔 본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것도 해 봤더니 쉽지 않더라. 써야만 하는 글을 썼더니 내 자아는 어디로 가고 어느 순간 쓰는 기계가 되어있었다. 처음엔 나도 작가가 되었다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중엔  즐겁지 않았다. 그래도 이 써야할 글을 걔속 써야한다면 쓰고, 언젠가 그 일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때야 말로 본격적으로 내 글을 쓰리라 다짐했지만 막상 그때가 돌아왔을 때 왠지 김이 빠지면서 어느 샌가 지난 날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자에 속했던 시절엔 내 글을 보고 어떤 식으로든 반응해 주는 사람이라도 있지, 후자는 완전 독백일 뿐이다. 그렇다면 난 비록 내가 원하는 글이 아니어도 끝까지 전자의 일에 매달려 있어야 했던 것일까?

 

책의 완성은 작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독자에게 달려 있다는 말을 얼마 전에 알았다. 문득 이석원 작가는 바로 위와 같은 말을 하기 위해 그처럼 생활 밀착형 미스터리에 다큐 드라마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연애를 할 때 얼마나 부주의한 인물이며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일상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자책하듯 절절하게 쓰고 있지만, 결국 그는 그가 하는 일인 글 쓰기를 포함해서 인생을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가에 대해 조근조근 중저음의 톤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선배나 친구가 해 주는 조언이나 충고 보다 좋다. 특히 작가의 연애 실패담은 누구든 공감하지 않을까? 순수한 연애를 갈망하는 남자들은 더더욱 참고할만 하다. 사실 연애할 때처럼 자신이 적나라하게 발가벗기워질 때가 또 있을까? 그것이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그래서 연애를 하지 않겠다거나, 손해 보는 연애는 하지 않겠다거나, 요즘에 순수가 어딨냐고 일갈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뭐든 공짜는 없다. 연애를 하든 안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선택이다. 이 에세이는 또 해피 엔딩을 암시하는 반전도 있다. 그러니까 이야기로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준다는 말도 되겠다. 

 

그가 말하는 언제들어도 좋은 말은 그의 애인이 언제나 자신을 찾을 때 묻는 말 '뭐해요?'의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에 이 비슷한 문자를 가끔 보내줬던 후배가 있었다. 젊은 시절 함께 일하며 그 어려운 인간관계의 전장을 함께 굴렀던 들꽃 같은 후배였다. 분명 나와 맞지 않는 데가 있어 난 그 후배를 그리 많이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나에게 언니, 언니하며 먼저 손 내밀어 주고  챙겨준 후배였다. 가끔 그 친구가 뭐하냐고 물어 오면 그건 만나자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러면 우린 서로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또 가끔은 맥주도 마시며, 영화나 연극도 같이 보았다. 알고 보면 그 친구와의 추억이 그 어떤 사람과의 관계 보다 많았던 것도 같은데  어떤 계기로 멀어졌다. 내가 선배이기도 하니 다소의 아쉬운 마음을 접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용을 해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난 '그렇지 뭐. 처음부터 서로 맞지 않았던 사람끼리 끝까지 좋을 리 있겠어?'하며 씁쓸한 마음으로 냉소하고 멀어져 갔다. 

 

그런데 이 나이쯤 돼서 돌이켜 보면 나에게 있어 쉬운 관계는 없었다. 뭔가 코드도 맞고, 스타일도 비슷해 잘 맞을 것 같은 관계도 어느 순간 뒤돌아서면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사랑하는 관계를 크리스탈 유리잔이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세심하게 잘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꼭 사랑하는 관계만을 두고 하는 말이겠는가? 모든 인간관계는 다 어렵고, 언제든지 깨지기 쉬운 크리스탈 같은 것이다. 지금 깨닫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읽으면서 나도 그 친구가 어제 만나고 헤어졌던 것처럼 "뭐해요?"하고 물어봐 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가까이 있어 뭐해요라고 묻는 건 지금 만나자는 뜻이 되겠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뭐하며 지내니라고 묻는다면 그건 안부가 될 것이다. 언젠가 이 친구를 두고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석원처럼.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고도 하루에 단 한 두 시간도 집중해서 쓰지 못하는 나에게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석원같이 글을 쓰더라도 짝퉁이라고 놀리지 마시길. 그리고 언젠가, 언젠가는......

그리고 작가의 이 말도 기억해야겠다.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천천히 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 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앞서 간다고도 생각지 않구요.

 

오늘도 감사히 보내시길.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선물은 아닙니다.             (345P)            

작가들의 글은 대개 뭔가의 불만과 부조리함 또는 불안과 회의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않는다면 뭐 때문에 작가가 되겠는가?) 이석원 작가도 그렇게 글을 쓰다가 마지막은 이렇게 글을 맺는다. 그런 것으로 봐 작가는 글을 잘 써서 이렇게 쓰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뭔가 어려움을 극복했거나, 일이  잘 풀리거나,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초월했거나. 어쨌든 책의 마무리가 좋다. 

 

작가의 은밀하고도 솔직함에 독자인 나로선 뭔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작가는 허투로 글을 쓰지 않는 사람 같아 신뢰감이 느껴진다.이 책은 언젠가 외롭거나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다시 한 번 펼쳐들게 될 것 같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5-10-0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이 그렇게 좋다는 말이죠? 언젠가 다시 한번 읽게 될 것 같은 책이라니.
그런데 저는 이석원이 누군지 몰라요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썼다는 것은 아는데 그것도 그 책의 저자로서만 아는데 원래 글쓰는게 직업인 사람은 아니죠? 아닌가요? ㅠㅠ

stella.K 2015-10-03 14:39   좋아요 0 | URL
가수래요. 언니네 이발관이란 인디 밴드 리던가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이 처음인데 <보통의 존재>가 성공을 거뒀던 것 같아요.
말에 의하면 <보통의 존재>가 좋긴한데 굉장히 무겁다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 에세이가 그래도 밝다고 하는데 이미 밝혔듯이
중저음톤이라 나인님껜 또 어떨지 모르겠어요.
근데 프랑스 영화 같은 느낌도 들고 어쨌든 전 좋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3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이 글 오늘의 당선작이다, 했는데 당선작되었던데.. 또 조심스럽게 점쳐봅니다. 으 글도 오늘의.. 아, 아니구나. 이 달의 당선작 추천합니다. 독자선정위원회는 이 덧글 읽으면 추천 누르시오 ! 명령이오...

stella.K 2015-10-03 14:4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곰발님 땡!
저번에 당선작이 될 것 같다고 한 그 글 실은 안 됐어요.
대신 다른 것이 됐지롱.
그런데 이 리뷰 열심히 쓴 건 사실이어요.
가끔 저의 생각에 불을 집혀주는 책이 있지요.
이 책이 그랬어요. 이번에도 되면 좋겠군요.^^

페크pek0501 2015-10-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 님의 명령에 따라 추천 눌러야 할 것 같군요. 제가 독자위원은 아니지만... 하하~~

요즘 소설보다 에세이가 좋더라고요. 소설은 쭉 이어져서 한꺼번에 읽어야 될 것 같고
에세이는 딱 딱 끊어지니까 아무 때나 읽어도 될 것 같은 건 에세이 독서의 장점.

˝짝퉁이라고 놀리지 마시길.˝
- 저, 안 놀릴 거예요. 뜨겁게 응원해 드리는 쪽이에요. ㅋ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 그러니 미래의 성공을 향해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의 삶을 어떻게 가꾸는가가 중요한 거군요.
명심하겠습니다. (빨리 나의 화단을 가꾸러 가야지.)

stella.K 2015-10-03 14:47   좋아요 0 | URL
고맙슴돠, 언니.
이미 쓰기도 했지만 전 소설은 호불호가 좀 심한 편이라
선뜻 읽기가 두렵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언니 이 에세이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아마도 읽으면 끝까지 읽으셔야 할 거예요. 안 끊어져요.ㅠㅋ

묘하게 이 책 읽고 나도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 말 정말 좋죠?^^
 

언젠가 여름이 시작될무렵 동생이 전자 모기채를 사 둔적이 있다.

흡사 베드민턴채를 닮은 그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과연 모기를 잡는데 도움이 될까 의문을 가졌었다.

모기를 잡을 때 불꽃이 튀겨 불이 날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얼핏 들을 것도 같다.

한여름 보단 늦여름에 오히려 모기가 극성인 우리집은 한동안 전자 모기향을 쓰다

요며칠새 그것의 덕을 보고 있다.

뭐 말에 의하면 전자 모기향이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하여.

물론 이 얘기는 오래 전에 듣고 있던 바였는데 최근까지도 그냥 썼다.

이것의 장점은 모기가 어딘가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날아 다니고 있을 때 휘둘러 잡을 수 있다.

몇번 헛발을 내두를 수도 있지만 모기와 정통으로 맞을 땐

정말 지직거리면서 불꽃이 난다. 감전사 하는 것이다.

어떤 땐 모기가 타는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약하게 노가리가 타는 냄새라고나 할까?

모기는 해충이라 박멸이 필수다. 

그런데 모기향을 쓸 땐 모기를 조용히 보내줄 수가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죽이니 그도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도 좀 더 써보면 왠지모를 쾌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난 어느새 사디스트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물건을 써야하나 말아야 하는 건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5-10-0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의 존재 이유...

남에게 함부로 피를 뽑아 낸다면, 모기처럼 박멸의 대상이 된다는 뜻~~~
(뭐 나름대로 이유를 붙혀 봤습니다. 시험에는 안나옵니다 ㅋ)

stella.K 2015-10-01 17:39   좋아요 1 | URL
모기는 반면교사...?ㅎㅎㅎㅎㅎ

cyrus 2015-10-0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벤더 향이 모기를 퇴치하는 천연제라고 하더군요. 향도 좋은데 그거 써보면 좋아요. 계피가루도 좋고요.

stella.K 2015-10-02 13:46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내 말은 모기도 못 되긴 하지만 인간도 못지않게 잔인하다는 걸
얘기하는 거였는데...ㅠㅋㅋㅋ
역시 너는 너다운 결론을 내는군.
좋아. 참고하겠스~!^^

cyrus 2015-10-02 23:56   좋아요 0 | URL
모기를 잡지 않아도 라벤더, 계피가루를 방안에 보관하거나 액체를 뿌리면 모기가 향이 나는 쪽으로 얼씬하지 않을거예요. 평화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서 알려준거예요. ㅎㅎㅎ
 
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지난 여름 문학 잡지 <악스트> 창간호에서 였다. 단편이 실렸길래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랄만큼 글을 잘 썼다. 주인공이 택시를 잡아 타는 것에서 시작해서 운전 기사와 나눈 이야기가 전분데, 그 이야기속에 한 남자의 인생이 담겨 있고  결말은 당연 주인공이 목적지에서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리면 끝이다. 그걸 읽으면서 어쩌면 이리도 문장이 지적이고 오돌오돌한지 마치 고기의 오돌뼈를 씹는 맛이라고나 할까? 김경욱이 이런 작가였어? 진작 알아주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다. 

 

가끔 이렇게 괜찮은 소설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마침 난 손만 뻗으면 읽을 수 있는 거리에 작가의 책을 두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몇년 전 어느 지인으로부터 그해 생일을 핑계 삼아 선물로 받은 것인데 민망스럽게도 바로 읽지도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이제야 읽은  책이다(나는 책을 선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ㅠㅠ).     

 

이 책 띠지엔 "소설적 재능이 만개한 폭죽다발!"이라고 써 있다. 뭐 책을 팔려면 무슨 말인들 못 쓰겠냐만 그 말이 꼭 틀린 말은 이닌 성 싶었다. 마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보면 하늘에서 팝콘 눈꽃이 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왠지 그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 작가 이 책이 첫 소설집이 아니다. 이미 2009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 말고도 지금까지 국내 유수의 문학상은 거의 다 석권하다시피 했다. 등단 나이도 빨라 약관 22세에 등단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결코 젊다고 할 수 없지만 또한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전업작가인가 본데, 그만한 실력과 학벌이라면 다른 좋은 직업을 가져도 될 텐데 그는 소설에 순정을 바쳤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책을 사 볼 사람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지 않은가? 정말 예전엔 입이 가볍고, 철 없어서 요즘 작가들 어쩌고 하며 성토했지 그것도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싶기도 하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한국 문단계의 자성의 소리가 높은데 결국 문단을 바꿀 사람들도 그들 아니겠는가? 

 

수록작은 총 8편. 물론 모두가 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그중 한 두 작품은 뭔가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특히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는 아내가 대리모인 것에 대해 뭔가 할 얘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이렇다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끝난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통해 실제로 작가가 어떤 책을 읽었을까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한다하는 작가들 또는 명사들 심지어 일반인들까지 자신이 읽은 책에 관한 책을 경쟁적으로 내고 있는데, 독자에게 그렇게 책을 직접 들이대기 보다 표제작처럼 그런 스토리 방식을 통해 작가 자신의 독서 이력을 슬쩍 끄집어 내는 방식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표제작 <위험한 독서>는 주인공이 독서치료사다. 내담자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가 각주를 달기도 했는데 이 작품을 위해 언급한 책만해도 거의 10권은 되어보임직 하다. 주인공은 내담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목록이기도 하지만 분명 작가는 그 모든 책을 섭렵하고 그 작품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불친절하게도 언급한 인용구에 대해 책 이름만 나와 있을 뿐 몇 페이지 어디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직접 찾아 보라고 한다. 약을 올리겠다는 건가? 

 

누가 무슨 책을 읽었을까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거의 관음증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는 그 책 목록중 나도 읽은 책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없으면 괜히 민망해 하기도 하고 설혹 있다고 해도 두 권 이상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아쉬워 하면서도 두 권쯤 있다는 것에서 안도감 같은 걸 교차시키겠지. 모르긴 해도 작가는 독자의 이런 반응을 계산에 넣고 이 작품을 쓰고 각주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아님 말고). 그렇다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어떤 자각 내지는 반성을 이끌어 내려고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작가도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기를 바랄 뿐이지 왜 읽지 않냐고 따져 물을 권리는 없다. 그거야 독자가 책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거지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거나 혼내킬 일은 아니니까. 어쨌든 이 단서(각주에 언급된 책 목록)를 통해 작가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추적이 가능해졌으니 오히려 약간의 스릴 같은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천년 여왕'은 또 어떠한가? 얼핏 이 작품은 남자들이 그렇게도 바라마지 않는 현모양처의 전형과 사는 것이 정말 좋기만 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하는 것도 같다. 물론 우연히는 아니겠지만 생각 보다 쉽게 작가된 남자가 본격적으로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럴 경우 배우자의 동의와 지원을 받지 않으면 그건 거의 불가능 하다. 다행히도 아내는 별 거부감 없이 남자가 전업작가가 되는 것을 동의했고, 남자는 성공하는 작가가 되기 위한 행동 지침도 수립했다. 아내는 연상이기도 하지만 지적이고 똑똑해서 남자의 작업에 적지않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내의 도움과 조언이 자신이 바라는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위축감까지 느끼게 된다. 자신이 미처 알지도 못하고 번역조차 확인 불가능한 책의 제목을 들이대며 이미 세상에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다른 책을 써 보라는 조언을 받기가 일쑤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작가 김경욱이 주인공을 통해 언급한 책 예를 들면, 훌리오 루이스 곤잘레스란 작가의 <산티아고에서 온 편지>란 책이 실제로 있는지 궁금해 졌다. 작가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낮설지도 않다. 곤잘레스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분명 남미 어디쯤 되는 사람인 것도 같다. 또한 '산티아고'가 들어 간 책이 몇 권 번역되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제목은 십중팔구는 있어 보인다. 말하자면 작가가 실제로 있는 책을 얘기하고 있는지 없는 것 가지고 구라를 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검색해 본 결과는 어땠냐고? 미안하지만 나도 안 가르쳐 준다. 궁금하면 직접 알아 보라.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작가가 독자를 쥐락펴락 하는 수준이 범상치 않다는 것이다. 작가는 '위험한 독서'에서 제발 독자들은 작가가 취급하는 작품마다 작가의 경험과 삶이 녹아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것에 관해서는 '천년 여왕'에서도 다시 한 번 다른 식으로 못 박기도 한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쓰는 것마다 어떤 나라 어느 작가가 이 비슷한 글을 썼다는 아내의 말에 매번 좌절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경험을 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아내는 해 아래 새 것이 없으니 그렇게 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는 자신을 판 다음에는 무엇을 팔 것인가. 작가에게 자신의 삶은 씨암탉이다. 배고프다고 씨암탉을 잡아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89p)하며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건 그냥 작가가 자신의 소설에서 쓴 말이거나 그러기를 바라서 쓴 말은 아닐까? 어차피 소설은 허구가 아니던가? 허구 속에서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소설이란 100% 거짓말을 쓸 수도 없고, 100% 진실만을 쓸 수도 없다. 물론 경험이 아니면 글을 쓰지 않는다는 에니 아르노란 작가도 있지만 자전 소설을 쓴 경험이 없는 작가가 과연 있을까?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작가가 있다면 그게 과연 작가일까? 자신의 경험을 펼쳐 보이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수록작 <황홀한 사춘기>는 뭔가 작가의 경험이 녹아져 있는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작가라면 누구든 자신의 사춘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런데 난 저 <천년 여왕>을 읽으면서 과연 세상에 어떤 작가가 나와 비슷한 책을 썼다고 해서 과연 엎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그게 언젠가 표절 시비에 휘말릴까 봐 그런 걸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마추어 작가일수록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소설을 쓰겠다는 의욕이 강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나만이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걸 알게된다면 창작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있었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는 것이거나, 누군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이야기를 그 작가가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과 비슷하다고 해서 소설을 못 낼 것까지야 있겠냐는 것이다. 나중에 혹시 표절 시비에 휘말린다고 해도 자신이 표절 안한 것이 확실하다면 낼 수도 있는 것 아닐까?(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읽은 안정효 작가의 '허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소설이 생각이 난다. 그 작품은 결국 창작이란 재각색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묻는 작품이 아니던가?) 

 

표절 의혹 받을까봐 쓸 수 없고, 씨암탉이라 쓸 수 없다면 작가는 과연 어떤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작가가 글 쓰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없다면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작가가 생각해 봐야할 것은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보다 근본적인 건 책이란 무엇이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아무리 좋은 작가라고 해도 독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책을 쓰는 작가는 도태되기 마련이니까. 저자의 말을 생각해 보자. 그는 <위험한 독서>에서, 책의 의미는 작가의 창조적 재능이 아니라 독자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책에는 독자가 메워야 할 수 많은 빈칸이 존재한다고. 독자가 그것을 채우기 전에는 모든 책이 본질적으로 미완성 원고에 불과하다(32~33p)고 했다. 

 

이렇다면 <천년 여왕>에서 주인공이 왜 자신의 작품을 엎어야 했는지 그의 고민의 실체가 좀 더 명확해 보인다. 오늘도 작가지망생을 포함한 작가들은 늘 이것 때문에 스탠드 불빛 아래서 글을 쓰고 고민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 쓰는 책이 독자에 의해 미완성 원고라도 될수 있을지 아니면 무관심속에 잊혀지는 책이 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렇게 독자를 고민하는 작가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경욱 작가는 '위험한 독서'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5-09-26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우 부지런한 작가죠. 이 양반도 소설에만 올인해서 많은 작품을 써냅니다.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눈여겨볼 작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전 이 작가가 좋더라고요...

stella.K 2015-09-26 18:2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독자로서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런데 비해 저는 너무 게으르고 동시에 웬만해서 작가에게
마음의 문을 함부로 열지않기도 하죠.ㅋ
이 작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장소] 2015-09-27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

stella.K 2015-09-27 12:11   좋아요 1 | URL
오, 김경욱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네요!^^

[그장소] 2015-09-27 12:39   좋아요 0 | URL
이 작가도 처음 시작부터 봐놔서..^^
중력이랄까..일종의 주문같이 습관같이
베어있는거 같아요.
나오면 봐야지..같은!

stella.K 2015-09-27 13:24   좋아요 1 | URL
저도 그장소님 같은 독자로서의 근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가 못해요.ㅠ
읽고 싶은 책이 워낙 많으니 한 작가를 진득하니 읽어주질 못하는 거죠.
그저 좋은 작가라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
지금도 읽으려고 하는 책이 워낙 많이 쌓이다 보니 이젠 미안할 정도죠.ㅠ

[그장소] 2015-09-27 13:31   좋아요 0 | URL
저야 ..소설 쪽을 읽으니까요..금방 후딱후딱 읽히기도 하고요. 전공분야같은 책은 골치 아픈 생각많아지기만 해서..가뜩이나 멘탈이 유리라..그런건 오래 붙들고 못있어서..능력부족^^
이걸..자랑이라고..한심하죠?
각기 잘하는 부분 있음 되는게 아닐까..저는 그러네요.

stella.K 2015-09-27 17:44   좋아요 1 | URL
멘탈이 유리...?ㅋㅋㅋ
전공이 무엇이길래요?

[그장소] 2015-09-28 08:02   좋아요 0 | URL
딱히 전공 없는게 전공!^^ (공부 많이 안했단..말을!)

yamoo 2015-09-3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김경욱의 저 단편 <위험한 독서>를 읽었더랬습니다. 이상문학상 우수문학작으로 선정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전 꽤 재밌게 봤습니다. 김경욱 작품은 대개가 실망보다는 기대쪽으로 기울더라구요. 실망한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스텔라 님 리뷰를 보니, 저하고 많은 점에서 달라 신선합니다~ 앞으로 김경욱 소설에 대한 리뷰를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ㅎ

stella.K 2015-10-01 14:01   좋아요 0 | URL
와, 야무님도 김경욱 좋아하시는군요.
전 이럴 줄 몰랐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읽어 줄 걸 후회하고 있는 중.ㅠ
김경욱에 대한 야무님과 제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전작주의 독서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2, 3권은 더 읽어주고 싶긴해요.

추석 잘 지내셨죠, 야무님?^^

페크pek0501 2015-10-0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한 독서를 읽었는데 저는 2006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읽었어요.

˝이유는 자신을 판 다음에는 무엇을 팔 것인가. 작가에게 자신의 삶은 씨암탉이다. 배고프다고 씨암탉을 잡아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89p)하며 말이다.˝
- 저는 이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요.

자기가 경험해서 가장 잘 쓸 수 있는 걸 써야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 같기 때문.
예를 들면, 경험한 것은 잘 아니깐 세밀하게 묘사하게 되어 나중에 경험하지 않은 것을 쓸 경우에도 세밀하게 쓰려고 할 것 같아요.(세밀하지 않으면 저번에 쓴 것과 비교하게 되겠지요.)

또 자기가 경험한 것을 쓰다 보면 그 이야기에서 저절로 파생되는 여러 이야기들이 생기기 때문.
하나의 이야기로 상상력이 뻗어나가지요.

`위험한 독서`를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어떤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책은 뭐하러 읽나 몰라요...ㅋ)

페크pek0501 2015-10-0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가 :
우리는 경험한 것을 글로 다 쓰지 못하고 죽는다고 하더군요...

stella.K 2015-10-01 14:0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르긴 해도 저는 그 부분에서 김경욱이 본인의 의도와 다른
얘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종의 트릭을 쓴 것 같다는 느낌.
어차피 소설은 허구를 쓰는 거니까 반어법을 써도 누가 뭐랄 사람 없잖아요.
아닌가? 히히.

그래서 이석원 작가는 자신의 기억 모두를 글로 쓰고 싶다고 얘기했나 봐요.
저도 이렇게 소설을 못 쓸 봐엔 내가 기억하는 모든 걸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나이 탓일까요...?ㅠ

명절 잘 보내고 오신 거죠?^^

페크pek0501 2015-10-01 14:24   좋아요 0 | URL
`위험한 독서`(단편으로)를 오늘 다시 읽었어요. 두 번 읽은 거죠. 읽으니깐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밑줄도 긋고 뭔가 써 넣기도 했더라고요. `이렇게 나도 인용문 넣어 써 볼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글이더라고요.
님 덕분에 두 번 읽은 책 목록이 추가되었어요. 감사드려요.

예. 잘 보냈어요. 님도 명절 잘 보내셨나요?

stella.K 2015-10-01 14:32   좋아요 0 | URL
문체가 좋아서 베껴쓰기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생각만 그렇게 할뿐 실제로 할 것은 아니지만...ㅠㅋ
 

단언컨대 작년 내가 본 최고의 드라마는 '미생'이었다. 물론 이 드라마 못지 않게 좋은 드라마도 적지 않겠지만 작년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이 드라마만큼 그 감동과 잔상이 많이 남은 드라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럴까? 별로 관심은 없지만 얼마 전 열렸던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인가 뭔가를 탔다고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올해 최고의 드라마는 어떤 게 될까?

 

물론 올해도 3개월 여가 남은 상황에서 성급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 본 올해 최고의 드라마는 <어셈블리>가 아닐까 한다.  

 

 

사실 이 드라마는 정현민 작가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는데, 그는 작년에 방영된 정통 사극 <정도전>를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전작의 드라마도 그렇지만 그는 좋은 대사를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왜 있는 사람들을 돈을 쓰는 건 투자라고 하면서 없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는 건 비용이라고 하는 거냐고 진상필이 외친다. 그때 얼마나 가슴을 후려치던지. 그것 말고도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대사가 무수히 많지만 그 많은 대사를 다 옮겨 적을 수도 없거니와 내가 다 기억할 리도 없다(요즘엔 뒤돌아서면 잃어버리는지라...ㅠ). 

 

하지만 대사 몇 줄 잘 썼다고 좋은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가 어떤 드라마에 사로잡히느냐를 알아야 할터인데, 그냥 단순하게 나를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나는 단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드라마가 좋다. 드라마 '미생'이 그랬고, 이 드라마 역시 그렇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일도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드라마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의 여러 가지 역할 중 하나는 시청자의 의식을 깨우친다는 측면에서(이런 드라마가 몇 편이나 되겠냐마는) 드라마가 환상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드라마는 자기계발이나 치료에 유용한 드라마도 있는 있는 것이다. 

 

가끔 난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 물론 나도 드라마 마니아는 아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드라마는 꼭 본다. 드라마를 얕잡아 보면 안 된다.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중 하나가 의식을 깨우친다 측면을 얘기하곤 하는데, 잘된 드라마도 그에 못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을 압도하는 작가가 있다면 나는 바로 이 정현민 작가를 들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한간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좋은 드러마가 시청률이 낮다닛! 그렇다면 정현민 작가에게 수식어가 붙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사극을 잘 쓰는 작가'라는 수식어. 하지만 내가 볼 때 그는 현대물도 못지 않게 잘 쓰는 작가다. 그는 어느 날인가 이 드라마 대사에서 정치를 잘하는 사람을 가리켜 '정치 공학'이란 표현을 썼는데, 그는 '스토리 공학'을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일 것이다.  

혹자는 이런 작가라면 언뜻 작가 김수현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가 드라마의 여제인 건 사실이지만 스토리 공학을 구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그저 배우들로 하여금 히스테리와 넘쳐나는 대사로 혹사시키는 작가로 인식되는지라 그런 수식어가 그다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가 다른 사람 아니겠는가. 

 

예전에 글 공부를 했을 때 사부(이 사부는 내가 지금까지 자주 언급했던 사부가 아니다)는 '시나리오는 공학'이라는 말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셨다. 말이 좋아 '시나리오는 공학'이라고 외치는거지 이것을 도통하기란 면벽수행을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 그 공학이 무슨 의민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쪽대본으로 드라마를 만들던 시대는 갔다고 생각한다. 모르긴 해도 작가는 1부부터 20부까지 어떤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를 이미 큰 그림을 그렸고, 배우들 특히 주인공이 차례 차례로 누구와 대결하게 하고 어떻게 문제해결을 해 나갈지, 최종목표가 무엇인지를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앞서 정치인을 가리켜 '정치 공학'이란 표현을 썼는데, 일반인으로 보자면 그것은 그다지 최고의 찬사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 자체로 봤을 때는 최고의 찬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치인에게 영혼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본다면 공학이 맞는 얘기고 그게 최고의 찬사인 것이다. 하지만 진상필이란 인물을 통해 작가는 영혼이 있는 정치를 할 수도 있지 않냐고 드라마에 주문을 거는 것이다.

 

주인공 진상필은 다소 아니 아주 많이 외눈박이 또는 돈키호테적 영혼을 가졌다. 한 가지 밖에 모른다. 그래서 가장에서도 이혼 위기를 겪는 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그는 정치인이란 명예나 권력엔 관심이 없다. 오직 억압 받은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됐을 뿐이다. 그리고 배달수를 위해서. 하지만 국회에 들어와 그가 부딪혀야 하는 현실은 소위 상위 1%의 인간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자기 아집으로 똘똘뭉쳐 있고, 얼마나 이합집산을 잘하는 인간들인가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러다보면 물들 수도 있고,  자기 이익 내지는 타성에 젖을 수 있으며, 그러다보면 애초에 자신이 가졌던 소신 내지는 목표가 흔들릴 수도 있는데 그는 한결 같다. 물론 그래서 손해 보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지만 한결같은 소신으로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명예 보단 평범한 소시민적 영웅으로 거듭난다. 또한 그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소신있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그것을 버릴 때다.  또한 그로인해 정치인의 허위의식을 여지없이 보여주기도 하는데 궁금한 건 진상필의 실제 모델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없기 때문에 그런 인물을 상상하여 그린 걸까?

 

사실 난 후자쪽에 무게를 더 두는 편인데 그것은  진상필이 어떤 한 사람을 국회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25시간 '빌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안건의 통과를 막기 위해 장시간 발언하는 본 회의 무제한 토론)'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에서 였다.  이건 확실히 작가의 상상력이겠구나 싶다. 아무리 강철 같은 몸이라고 해도 국회 연단을 25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지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배우 서준영은 영화 배우 정재영을 가리켜 연기 짐승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가리켜 그런 표현을 했는데 그 점은 나도 동감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도  못지 않게 연기를 잘한다. 처음엔 그 존재감이 별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핏발 선 충혈된 눈과 다소 쉰 목소리는 일부러 만들어낸 것 같다. 그렇게 소 같은 사람이 연단에만 서면 국회의원들에게 B급 언어로 칼날 같은 폭격을 난사하고 국민을 대변한다. 과연 진상필이 정재영 같고, 정재영이 진상필 같다.

 

특히 이 드라마가 정말로 괜찮다고 느낀 건, 드라마 작가들 걸핏하면 러브 라인을 그려넣는 것을 서슴치 않는데 그건 확실히 자신이 쓰는 드라마가 자신 없으면 잘 쓰는 수법 같다. 이 드라마에서도 보라. 이혼의 위기를 겪고 있고, 미녀 보좌관의 헌신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어느 지점에서 러브 라인을 그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작가가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힘있게 그려나갈 수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의학 드라마만큼이나 정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정말 사람냄새 나는 좋은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안 봤다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드라마에서조차 위로를 받을 수 없다면 어디서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09-20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9-21 11:39   좋아요 0 | URL
원래 전작 드라마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 배우들이 있긴 하죠.
박영규가 여기선 좀 더 세게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전 작가가 사극 보단 현대극이 더 잘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국회는 똑똑하고 배웠다는 사람의 각축장이 아니라
정말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드라마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이 드라마를 얼마나 봤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ㅋ

페크pek0501 2015-09-2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를 못 봤네요.

님이 드라마도 배울 점이 있음을 말씀하시니
제가 어떤 드라마에서 배운 게 하나 생각나네요.
아버지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데 자식들이 얘기하고 장난치는 (대충 이런)
모습을 보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장면이었죠.
저 소리를 들어 봐.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족끼리 왜 이래>인 것 같아요.
계속 보진 못했는데 그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살 날이 많지 않은 사람에겐
가족의 말소리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는, 우리는 그것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새롭게 세상을 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읽혀졌어요.

좋은 드라마에선 소설 못지않게 작가의 통찰이 느껴지지요.
저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중에서 재밌게 본 게 많아요.
재능이란, 능력이란 참 멋진 거구나 싶어요.

stella.K 2015-09-25 14:26   좋아요 0 | URL
그건 그래요. 김수현 작가.
그런데 그 특유의 따따거리는 대사가 전 여간해서 적응이
안 되더라구요. 그런 와중에도 정말 고급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드라마도 있지요. 뭔지 제목은 잊어버렸는데,
김희애가 친구의 남편을 좋아하는 불륜녀로 나오는 드라마나,
수애가 조기 치매로 죽는 드라마 같은거요.
주로 여류 작가들은 대삿발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분명 그것도 재능이긴 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조가 약하지 않나 싶죠.

암튼 어셈블리 한 번 보세요.
일상이 무료하다가도 괜찮은 책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면 그나마 활력이
되기도 하더라구요.ㅋ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2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 건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란 책에서 였다. 그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접해왔던 책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 관한 생각들과 향수를 풀어낸 책으로  한 개인이 향유한 문화를 통해 하나의 자서전 내지 연대기로도 읽혀  재미있으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저자는 참 부지런한 사람인가 보다. 앞서 말한 책이 올봄에 나왔는데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한 권의 책을 더 냈다. 바로 이 책이다. 사실 문학을 나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그 스펙트럼이 그리 넓지 못한 나는 기껏해야 순수 문학에 한정되어 있을 뿐, 하드보일드 문학을 말할 때 따라 나오는 레이먼드 챈들러나 헤밍웨이는 아직 읽지도 못했다. '하드보일드' 문학라...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가 하드보일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말하자면 저자가 읽은 이쪽 방면의 책에 대한 정리를 하고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나의 의문을 풀어 줄 수 있을까? 그런데 왠걸, 내가 이 하드보일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나 보다. 막상 책을 펴보니 저자가 읽어 온 장르문학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하드보일드는 '창작의 한 태도로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수법'을 의미하지 않는가? 하긴, 책 제목에 하드보일드 대신 장르문학을 넣으면 조금은 없어 보이긴 할 것이다.    

 

요즘 심심찮게 명사들의 책 읽기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장르문학만을 따로 엄선해서 보여주는 것도 나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그 시도는 이 책의 저자가 처음은 아닌 듯 싶다. 이미 2011년 장르문학 매니아였던 고 홍윤 씨가 실아생전 '물만두'란 닉네임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을 때 그녀가 쓴 리뷰들를 모아 펴낸 <물만두의 추리책방>이 더 앞서고 있으니. 또한 이전에 장르문학 서평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본적이 없으니 우리나라 최초는 아니었을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장르문학은 꽤 오랫동안 변방의 문학으로 취급 받아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지난 90년 대를 거쳐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지금은 인식이 꽤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국내 작가가 주목 받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고, 주로 외국 작가를 소개하는 정도여서 그 점은 아직도 아쉽다.  

 

그런데 나는 왜 책을 고르려 할 때 장르문학은 마지막까지 선택을 미루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꼭 장르문학이 다른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이유에서만도 아닐 것이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봤더니, 나는 이 분야에 대해 지극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무서운 영화를 보면 그날 밤 가위 눌린다는 속설이 있는 것처럼 장르문학을 읽으면 내 영혼이 나쁜 악마에게 점령 당할 것만 같아 읽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게다가 책을 읽을 때 생을 관조하고, 통찰하는 이야기를 읽어도 부족한 판에 그렇게 음습하고, 칙칙한 이야기를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인가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난 이 분야의 책을 아직도 쉽게 좋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장르 문학은 영화나 드라마에선 액션이나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붙일 법한데 이런 분야도 극히 가려 보는 마당에 내가 장르문학을 볼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물만두님이 살아계셨을 때 이렇게 장르문학에 쑥맥인 나 같은 독자에게 추천할만한 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물만두님은 정말 매니아답게 나를 위한 추천 목록을 알려 준  기억이 난다. 더불어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귀 기울여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범죄는 그 시대를, 그 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읽기에 가장 좋은 재료다. 범죄를 통해서 언제나 서로를 죽여왔던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범죄란 가장 흥미진진한 이 시대의 축소판이다(7p). 

 

무엇보다 나는 저자의 앞선 책에서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는데 이 분야에 관해서도 이토록이나 많은 책을 읽어 왔을 줄은 몰랐다. 이 책에서 다룬 책은 40권 쯤 되지만 굴비를 엮듯 관련된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당하다 싶다. 특히 요즘 장르문학에서 핫한 작가의 작품을 다룰 땐 아예 작가론에 버금하는 글을 쓰고 있어 나 같은 장르문학 문외한에겐 적지않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국내에 가장 많이 번역되고 있는 작가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나, <87분서> 시리즈 또는 <살인의 쐐기>를 쓴 나에겐 다소 생소한 에드 맥베인에 관해 쓴 글은 가히 탁월하다 싶고 당장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에 비하면 읽는 맛은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분야의)책을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을까, 특별히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의 성실한 책 읽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5-09-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풀러 이웃분들도 대단 대단..ㅎㅎㅎㅎ

stella.K 2015-09-19 19:10   좋아요 0 | URL
고인이 되신 물만두님은 정말 이 방면에선 거의 타의추종을
불허하셨죠. 그분의 책이 나오고 모처에서 출판 기념회에 초대되서
간적이 있었는데 역시 초대되어 오신 어떤 분이 이런 서평집은
우리나라에선 거의 전무후무 하다면서 일본에 번역 출판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번역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cyrus 2015-09-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게 많아서 행복하면서도 절반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 애서가의 아이러니한 운명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분야의 독서에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해요.

stella.K 2015-09-13 19:07   좋아요 0 | URL
맞아. 그게 딜레마야.
사람들은 편독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나는 어느 한 분야라도
재대로 파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저자는 뭐 이 분야만 팠던 사람은 아니지만 대단한 사람 같아.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장르 문학 접하게 되면 생경해서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그 튝유의 클리쉐가 있어요.
그때부터 재미집니다.... 장르소설은 약간의 마니아적 너그러움이 있어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요..

stella.K 2015-09-13 19: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몇년 전 북유럽 장르문학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서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뭐 이런 작품이 있냐고
깠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볼 땐 별로 대단치도 않은데
잔뜩 분위기만 잡을 뿐 빵 터뜨려주는 뭔가가 없더라구요.
다른 사람은 좋다고 하는데 저만 안 좋다고해서 얼마나 민망하던지...
그후 장르문학 서평 이벤트 참가는 함부로 못하겠더라구요.ㅠ

yamoo 2015-09-1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르 문학과 별로 친하지 않은데, 유일하게 빠진 장르가 무협이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ㅎㅎ 에스에프는 빠지려는 찰나에 그냥 관심이 흐지부지...

스텔라 님께서 장르적특성에 적응하시면 시시한 것도 대단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장르만의 아우라라는 게 있거든요. 예컨대 공보영화의 대명사인 헬레이저의 경우 저는 되게 재미없게 봤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명작으로 회자됩니다. 평점도 아주 높고요.

스텔라 님의 장르 문학 섭렵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4 20: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맞습니다. 헬레이져는 공포 마니아 사이에서 거의 신적 언급...
헬리이저 싫어하면 마니아 아니라는 정서가 있죠. 전 사실 헬레이저 안 좋아하거든요.그런데 그런 태도를 비판할 수는 없더라고요......

제가 애마부인을 열렬히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죠. 전 이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에로 영화인데 티븨에서 하길래 봤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ㅎㅎㅎ

stella.K 2015-09-15 11:45   좋아요 0 | URL
장르문학은 아직도 저에겐 낮설고 친하게 지낼 자신이 없어요.
그래도 책 표지가 반이라고 요즘엔 장르문학도 인상적인 게 많아서
마음이 가기도 해요. 혹시 읽고 리뷰 올리면 냉큼 와서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ㅋㅋㅋ

페크pek0501 2015-09-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편식하는 독서를 하는 것 같아요. 한쪽으로 치우치게 돼요.
독서 취미가(혹자는,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저는 독서도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수명이 긴 이유는 한 분야의 책을 읽다가 싫증나면 다른 분야의 책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인 것 같아요. 책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 새로 출간될 것이므로 신간의 유혹은 끝이 없고
그러니 독서 취미도 끝이 나지 않는 점도 있고요.

취미가,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는 것인데 제가 알기론,
독서 취미에 한 번 빠져 버린 사람은 끝까지 갈 걸로 보입니다.

stella.K 2015-09-17 15: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길들여진 독서가 지금까지 가는 것을 보면
아마도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가지 않을까요 싶어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책에 대한 관심이 줄지 않는 것을 보면...

저는 편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어차피 다양한 분야를 다 알 수는 없으니.
또 그렇게 편식을 하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게되고
어느 한 분파만을 알게 되지는 않잖아요.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건드리기만 하는 것 보다야 한 분야를 깊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그런 의미에서 언니의 독서를 편식이라고
누가 감히 말하겠습니까?^^

푸른기침 2015-09-17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 머리가 말랑말랑해졌음 좋겠습니다. ㅎㅎ (뭔소리 ㅎㅎ)
즐겁고도 즐거운 가을 되세요.^^

stella.K 2015-09-18 13:49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십니까?
자주 뵈면 좋을텐데 너무 뜸하십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