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속의 영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선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아니,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어서 손들고 말았다. 사실 평가단 주최측에선 그달의 책이 전성되기 전, 평가단에게 주목 받을만한 책목록을 받는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목록에 넣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끝까지 선정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추천한 책이 선정되서 좋았을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평가단이 읽기엔 다소 적절치 않은 요소들을 가지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길. 이책이 선정되길 바라셨던 분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책은 좋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듯,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이든 그책을 읽고 좋아할 사람이 있다면 그책은 그것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언제 읽느냐에 따라 책의 가치는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대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그 이야기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우선, 전에 어느 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한다. 서평단과 평가단은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때 나는 그분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름은 평가단이라면서, 선정된 도서에 대해선 리뷰를 해 달라고 한다. 나는 이게 좀 엇갈려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평가단이면 끝까지 그책을 평가해야지, 리뷰, 즉 서평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물론 평가에 서평을 포함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쓰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무엇이 평가고, 무엇이 서평인가에 대한 뜻은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전에 평가단이라면 평가 기준에 있어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있어 왔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하도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원래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게 그렇잖은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중요치 않은 일은 금세 잊어 먹는다. 그것이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 보이더라도.

폐일언하고, 좀 주제 넘어 보일지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평가단이 일반 독자와 다른 건, 그 책을 남보다 빨리 읽고 이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읽힐만한가 아닌가를 판단해주는, 말하지면 얼리어댑터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보아진다. 아니 사실은 이 기능이 그 무엇보다 앞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 서평을 쓸 때도 그 책을 강추할 것이냐 아니냐를 끝에 화룡점정처럼 남기기도 하는데, 평가단이야 더 말해 무엇할 것인가? 그랬을 때 내가 본 <사유 속의 영화>를 강추할 것이냐 말 것이냐엔 재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난 당연히 강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많다.  

무엇보다 책이 너무 어렵다. 이 책이 내가 필요해서 봐야되는 책이라고 한다면, 게다가 마침 영화를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후배나 친구가 있다면 권할만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 권한다면 돌아 오는 반응이 어떨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이 책은 프랑스(그 나라가 영화가 발달된 나라이긴 하지) 저명 철학자나 미학자들이 쓴 논문들이다. 근데 간과할 수 없는 건, 그들이 쓰긴 썼지만 그게 또 유감스럽게도 지금으로부터 2,30년전에 발표한 글들이다. 만일 이 책이 비슷한 시기에 번역 출간됐더라면 혹 읽혔을런지 모르겠다. 연대도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그땐 학문이 상아탑 안에 갇혀 그 권위를 뽐냈을 시절이다. 그 시절 대학이나 대학원 다녔을 때 어려운 전공책이나 칸트 같은 어려운 철학책 끼고 다녔으면 꽤 폼이 날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책으로는 먹히지 않는다. 지금은 얼마나 어려운 학문을 얼마나 쉬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고, 그런 책을 잘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다 싶을만한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독자가 어느 세 그런 것에 길들여져서 너무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것만을 좋아하는 것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평가단인 이상 이 책을 일반 독자에게 읽으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 난 지난 번 <101명의 화가>에 대해 거의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했었다. 그런데 내가 초두에 밝혔지만, 누가 어떤 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시각을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위의 책이 책의 권위로 보나, 판형으로 보다 더 값 나가는 책이라는 것엔 이의가 없다. 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평가단의 이름으로 했을 때는 이 책이 할 말은 더 많아 보인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리고 이즈음 난 평가단 주최측에 한 가지 의혹이 생기는데, 결국 많은 사람이 주목할만한 책을 띄운다고 하지만, 결국 칼자루는 주최측이 가지고 있다. 주최측이 최종적으로 선정된 두 권의 책에 대해서 평가단은 평가를 할 수가 있다. 좋으나, 싫으나. 그런데 이즈음 주최측은 무슨 근거를 가지고 최종 선정된 책을 보내주는지 모르겠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주최측도 평가단들이 올린 주목할만한 신간 의견들을 취합해 그중 협찬을 해 줄 출판사를 섭외하고, 섭외된 해당 출판사의 책을 최종 선정에 보내주는 것은 아닐까? 물론 출판사 섭외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협찬해 주겠다는 출판사의 책을 최종 선정도서로 하기 보단,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읽을만한 책이 무엇인가를 좀 더 생각한 후에 선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정은 아닐까? 솔직히 이번의 책은 몇몇 평가단이 선정됐으면 하는 바람만 가졌을 뿐, 꼭 되야한다는 당위성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선정에서 제외해도 되는 책은 아니었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 전문가나 전공자는 아니지 않는가?  이런 책 평가하기는 되게 어렵다. 이미 말했지만 책 자체가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읽지 말아야할 책으로 취급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더 말했다가 나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만한 좋은 책들이 배달되어 오기를 바라며, 이번 달 평가를 마무리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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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6-15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게 과거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협찬받아서 책을 주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좋은 책들을 꽤 많이 건졌거든요.^^ 읽고 싶지 않은 책이 걸릴 때 정말 의무감으로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은 못할 짓입니다.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06-1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깜짝이야. 화제의 서재글을 보다가 깜짝 놀라 댓글을 드립니다.

먼저 스텔라님께,

일단 주최측에 대한 의혹부터..... --> 일단 한 번도 '협찬해줄 만한 출판사'로 먼저 연락을 한 적은 없고요. 신간 평가단 진행을 잘 안한다는 출판사도,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던 출판사도, 일단 순위대로 다 연락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책 순서로 컨택을 합니다. 이건 약속이었으니까요. 거절을 당할 것 같아도, 일단 거절을 거칩니다. ㅎㅎ

다만 책을 골라야 하는 경우는 동점이 발생했거나, 한 출판사 책이 한 분야에 두 권 들어왔을 때, 입니다. 혹은 모든 책이 5표 이하를 받아서 중구난방일 때, 제 의견과 담당 분야 MD의 도움을 받아 선정을 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땐 많은 사람이 읽고 공감할 만한 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긴 하지만, 그건 모든 책들이 5표 이하로 좀 고르게 선정됐을 경우에 주로 하고요, 이렇게 9명의 신간평가단 분들의 선택에 제 식견이 개입한다는 건 초기 취지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까지의 룰에서는요. 다만, 이를 위해 룰 변경을 고민해볼 수는 있겠지만, 9기 신간평가단 분들은 현재의 룰에 동의하고 들어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진행 중에 제가 마음대로 변경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 도 막 생각나네요...ㅎ) 게다가 제 시각도 완벽하지 않고요. 사유속의 영화와 같은 경우는 20명 중 9명이 추천해주셨고, 따라서 1순위로 컨택되었던 도서입니다. 9명이 추천한 책을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로 제가 만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단 신간평가단 담당자, 라는 필터는 신간평가단 분들의 추천을 취합해 출판사와 연결해 진행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 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신간평가단 분들이, 자신이 평가할 수 있는 책인지를 스스로 판단해 주시길, 그리고 출판사에서 이 책이 신간평가단 분들이 평가하시기에 적절한 책인지 결정해 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중간자의 입장에서 16권의 책을 모두 읽어보지는 못해서, 판단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읽는다 한들, 저 역시 '취향'을 가진 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사람님 아니고요, ㅎ) 제 기준으로 추천드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예술 분야 신간평가단을 만들 때 바라기는, 에세이 분야와는 좀 차별화된, 전문적인 시각과 식견을 가지고 해당 도서에 대해 평을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 모여 대중서와 더불어 조금 어려운 전문서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예술이라는 분야가 아무래도 방대하다보니, 모든 분야에 모든 분들이 전문적일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스텔라님 말씀을 읽으니 다음 번에는 해당 분야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예술 분야라고 해놓고, 가벼운 에세이류의 대중 예술서만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암튼 말씀 고맙습니다. 말씀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한사람 님께 //

1번은, 제가 답변드릴 부분이 아닌 것 같고요.

2번은 일단 최선, 이라기보다는 한단계 진화,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 명에게 동일한 책을 읽게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출판사에서 저희 쪽에 먼저 컨택을 하고 그 책을 신간 평가단 분들에게 주 1회 1~2권씩 발송하던 시스템을 보완한 체계입니다. 너무 많은 책을 드리다 보니 평가하시는 분들도 지치시고 하다보니 그 시스템을 보완한 것이 현재의 방법입니다. 책의 수를 줄이고, 원하는 책을 보내주자, 는 취지로 기획된 룰입니다. 독자분들을 책 마케팅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책을 고르고, 직접 평가하는 분들로 정의하고 싶다, 라는 욕심도 좀 작용했고요. 완벽한 시스템 아니고요, 실은 출판사에 제안할 때도 좀 죄송한 점이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를테면 비싼 책을 10분만 진행하고 싶은 분들도 계시고, 월초 출간 도서는, 신간평가단 진행시에는 이미 마케팅을 접는 사례도 발생하고요... 그럼에도, 신간평가단 분들이 워낙 책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시고, 리뷰를 잘 써주셔서 다들 진행에 호의적이시긴 합니다만...)

분야별로 리스트를 제시하는 방법은 리스트의 기준이라는 게 참 모호해서,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선정된 후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은 어떤 방식을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해력이 부족해 죄송합니다 ㅜㅜ

3번은 일단 보시면 아시겠지만, 신간평가단 분들이 글을 쓰는 스타일이 워낙 제각각이어서, 각자의 개성을 굳이 제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유아/실용의 경우는 또 포토리뷰도 많이 올라오고 있고요.. 저는 오히려 다양한 스타일의 글을 보는 것이 좋은데요. 정형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셨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합니다~ (진심으로 여쭙는 거에요!)

그리고, 인지자본주의는 저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책도 무려 7분이나 신청을... 하지만 인문 분야 신간평가단 분들을 한 분 한 분 뽑은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써주실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대신 기한을 좀 늘렸는데요... 아무래도 좀 어렵지요... ㅜㅜ 하지만 조명되는 것이 의미가 있는 분야라서, 신간평가단 분들에 대한 무한 신뢰로 보내드렸....ㅜㅜ


모든 책의 깊이와 난이도가 다르고, 또 그 책을 받아들이는 분들의 전문분야, 지식, 취향, 선호도가 모두 다르니, 운영해 나가는 일이 쉽지 않네요. (아, 두 분을 폄하하는 발언이 아닌 것 아시죠? 오해는 부디 마시고요. 저는 두 분의 리뷰를 오래전부터 봐 왔는걸요!) 소설의 경우도 국내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고, 외국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고, 실용서도 요리책이 좋은 분이 계시고, 여행서가 좋은 분이 계시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다보니, 제 역할은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시스템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곳에 선을 긋는 것일 수밖에 없네요. 하지만 그 선에 대해 계속 다시 고민해보고, 다시 그어보고, 하는 시도는 계속 해볼게요!

두 분 모두 말씀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stella.K 2011-06-15 19:18   좋아요 0 | URL
알라딘신간평가단도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런 글을 올리는 것도
앞으로 주최측이 좀 더 좋은 책을 선정하시는데 도움이 되시라고,
드리는 말씀이니 너무 섭섭해 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래 일이라는 게, 이쪽을 맞혀주면 저쪽이 울고, 저쪽을 맞히면 이쪽이 울고
중간을 맞추기가 어려운 법이죠.
간과할 수 없는 건, 우리 알라디너들이 책을 보는 수준이 꽤 높으시네요.
하지만 모르긴 해도, <사유 속의 영화>을 선택하셨던 분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후회하지는 않으셨을지요. 거기에 그것을 선택하지 않은 평가단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나마 선정된 두 권의 책중 한 권은 좀 쉽고, 한 권은 어렵고 또는 서로 성격이 다른 책들이 선정됐다면 아쉬움이 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예를들어, 잔뜩 기대하고 받았던 서평단의 첫 책은 둘 다 만화였습니다. 이미 밝히기도 했지만 저는 만화를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물론 신간 평가를 저의 취향에 맞출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두 권 다 만화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 집니다. 한권 정도는 다른 것으로 해서 적어도 주최측이 꽤 공정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셔야 했던 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보내 주신 책도 어렵기는 그책과 함께 선정된 <지혜로지은 한국 건축>인가 하는 책도 못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에세이류 같은 달달한 책만을 선정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런 책 받아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1-06-15 18:56   좋아요 0 | URL
한사람님, 뭐 어떻습니까?
우리 이참에 그냥 끝장토론 냅시다.ㅋㅋ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06-1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메모장에 쓸 땐 몰랐는데, 달고나니 너무 기네요~ ㅜㅜ

stella.K 2011-06-15 18:48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저는 더 기니.ㅋ 어쨌든 이어쓰자면, 제가 저쯤에서 평가를 마친 것도 한 사람님의 말씀처럼 결국 내가 원하는 책이 선정 안됐다고 투정으로 보여질까봐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저 역시 어려운 책이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일 생각은 없습니다. 어려움도 감수하고 읽어야할 책은 읽습니다.
사실, <사유속의 영화>는 쓰면서 번역하신 분에게 결례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저어 되더군요. 그게 아니더라도 출판사측이야 좋은 의도에서 알라딘에 보내줬겠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그게 아니다 싶을 때 어떤 느낌이겠습니까?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어려운 책을 다 소화를 잘 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래서도 더더욱 주최측의 필터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냐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제라도 고민을 해 봐주신다니 그것만으로도 저는 기쁩니다.
사실 이렇게 이 분야가 어려울 줄 알았으면, 저도 에세이나 소설쪽으로 선택을 할 걸 그랬다 싶기도 해요. 사실 저 자신 저의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이즈음 후회하고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평가단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수고하십시오.^^

2011-06-16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 <나가수> 얘기다.  

솔직히, 임재범 이후의 <나가수>는 다소 기운이 빠진 느낌이긴 하다. 이 프로가 다시 재계되고 계속 참여한 가수들은 지칠만도한데 용케 잘 버텨준다는 생각이 든다. 김범수는 정말 예능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부를 노래없고, 인기 떨어진다 싶으면 예능으로 빠져버리는 그렇고 그런 가수들 보다, 그렇게 무대에서 온갖 포퍼먼스를 보여주며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가수가 더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7명의 가수가 쟁쟁한 노래실력들을 갖췄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확실히 사람들 저마다 매력으로 느끼고, 편애하게 되는 가수는 있게 마련인 것 같다. 나는, 윤도현이나 BMK가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는 건 알겠는데, 딱히 좋아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기교나 가창력은 나무랄데가 없는데 사람을 사로잡거나 녹이는 것은 좀 약하다 싶다.  그래도 이 프로가 임재범 이후에도 계속 보게 만드는 것은, 탈락된 가수 이후 새로운 멤버가 누가될 것이냐는 것이고, 그 사람의 몰랐던 노래를 포함한 여러 면모를 볼 수 있게 되서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프로의 성과는, 쇼프로에 영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도 TV 앞에 끌어 앉혔다는 것이 될 것이다.  

아무튼 쟁쟁한 가수들을 데려다 놓으니 또 고만고만하게 도토리 키재기란 생각도 든다. 임재범 같이 자기를 넘어가는 가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눈에 띄는 사람은 꼭 있게 마련인데, 그것은 JK김동욱이다. 왜 그를 작은 임재범이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다. 나가수가 아니었다면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을 가수다. 그의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난 그의 과묵함이 마음에 들고, 신뢰가 간다. 노래 부를 때 맨발로 부르는 가수가 이은미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도 맨발로 부른다. 가히 보통의 가수라기 보단 예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그가 지난 주일 <나가수>에서 노래를 부르다 중단을 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래를 계속 부른다는 게 용납이 안돼 중단한 것이라며, 청중들에게 굉장히 미안해 했다. 가수가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야 당연한거지만, 노래 앞에 정직해지고 싶은 그것이 이 가수에겐 더 먼저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예인이란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4위의 높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며, 앞으로의 출연을 고사를 했다.  

보면서 조금 이상했던 건, 그 전에 옥주현이 노래를 부를 땐 청중들로부터 "괜찮아"란 연호를 받았지만, 김동욱은 그러질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옥주현은 제작진의 미숙 때문에 부득이하게 경연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김동욱은 본인 스스로가 중단했기 때문에 연호를 받지 못했을 뿐아니라, 최종심사에서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뭐 나름 이유가 없진 않은데, 그 연호를 김동욱은 받지 못햇다는 게 나로선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노래를 부르다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건 가수론 굉장한 부담이지만, 그래도 옥주현이 그나마 조금 낫지 않았을까? 그건 자기 실수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김동욱은 그만큼 자기 갈등이나 괴로움이 극에 달았다는 것인데, 순간 아무에게도 위로 받을 수 없었다는건 영원과 바꿀만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좋은 성적이었고, 옥주현은 꼴찌는 면했다. 

이것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또 한 가지 놀라움은, 이 프로가 이렇게까지 대중에게 신경을 쓰는 프로였나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에 김영희PD와 김건모를 빗대기도 했는데, 물론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그들이 비난을 넘어 경질까지 된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김영희PD가 경질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지금도 이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긴 하다. 한 PD의 새로운 시도에 찬사를 보내는 쪽과  스스로 룰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깨는 건, 대중을 무시한 처사라니 뭐라나. 대중이 뭘 그렇게 무시를 당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차피 대중은 뭘해도 놀이패의 한 판 신명나는 놀이를 보는 것이다.  칼은 제작진이 쥐고 있다. 무엇을 올리고, 끌어내릴 권한은 대중이 그리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은 그저 제작진이 판을 벌려주면 그거에 같이 놀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김건모가 기사회생을 했다면(그도 속으론 승부욕이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 이후에 달라진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두번 꼴찌를 하게될지도 모른다면 그쯤에서 깨끗히 손을 터는 게 낫겠지만, 승부근성이 있는 사람은 최악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만했을 것이다.  

그런 인내가 대중에게 없었기 때문에 떠나가는 김동욱도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제작진은 다시 김동욱이 돌아와 주길 바라지만, 내심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 대중에게 여보란 듯이 말이다. 난 앞서도 말했지만, 김동욱의 진지함이 마음에 든다. 음악이나, 자기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나. 무대는 나가수가 아니어도 설 곳은 많다. 아니,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그를 좋아할 사람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이렇게 진정성은 그 스스로 보여줄 때 우리는 감동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그걸 지켜봐 줄 줄 아는 안목과 인내를 키워야 하는데, 룰을 지켰느니, 말았느니 가지고 미리부터 진정성에 초를 친다. 그러면서 대중은 정당한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러다 대중에게서 특정 가수를 편애하는 훌리건이 나오지 않을까, 괜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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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1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김동욱이 자진사퇴의 의사표현을 할 때 그의 몸짓과 표정에서 자신의 노래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보이더라구요. 그런 가수의 진정성 있는 노래를 더 못 듣는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stella.K 2011-06-15 11:10   좋아요 0 | URL
찾아보면 이 사람이 서는 무대 종종 볼 수 있을 거예요.
TV에서 주말 밤 같은 때 하는 음악 프로요.
잘 챙겨보세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15 23:34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자하(紫霞) 2011-06-1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가수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요. 이소라도 떠나고...

stella.K 2011-06-15 11:11   좋아요 0 | URL
에이, 아직은 아니어요.
조금 더 지켜봐 주세요.
물론 진행 방식이 다소 마음에 안 들어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때가 올지 몰라요.
그리고 나중엔 그렇고 그런 가수들이 여길 거쳐 가겠죠.
그때까지만...^^

마립간 2011-06-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나는 가수다'에 대한 댓글
처음에는 김연우가 좋았고, 이소라가 No.1 부를 때도 놀랐지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를 때 정말 노래 잘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는 '나가수'를 떠나는데, 이것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의 무대는 '나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런 무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이크 없이 ;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소극장에서 하는 콘서트가 제 스타일 것 같아요./노래와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봤기 때문에 김동욱과 옥주현의 노래 중단 이야기는 잘 판단이 서질 않네요.
'그러면서 대중은 정당한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 인상적입니다.

stella.K 2011-06-15 11:18   좋아요 0 | URL
저는 여론이 그렇게 몰아갔는지 모르겠지만,
대중이 너무 간섭을 하는 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지난 번 김영희PD 때도 그냥 가볍게 경고 정도 할 수 있지 않았나?
뭐 그만한 걸 가지고 경질까지 했을까? 아직도 의문이예요.
그게 방송국측의 대중을 의식한 충성쇼였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이 키어들 일이 별로 없어 보이거든요.
아직도 문화를 문화로 보지 않고, 흑백논리가 너무 강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제작진도 문제지만,
대중 역시 지나치게 경직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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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 우리 건축의 구조와 과학을 읽다
김도경 지음 / 현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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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의 옛 건축물들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항상 단아하고 조용한느낌이어서, 한번 척 봐서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다. 그저 오래도록 천천히 관찰하고 느껴봐야 그것이 얼마나 기품있고, 멋있으며,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알테면 알아 봐. 나 여기 있어. 라고 말하는 게 우리나라의 건축은 아닌가 싶다.   

또 그것이 어찌보면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하고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놓고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지는 않지 않던가? 그저 남이 알아주면 좋은 거고, 몰라줘도 원망할 줄 모르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이 소위 말하는 끝발이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은근한 카리스마가 있는 민족이 아닌가? 그런 민족의 정서는 곳곳에 베어있어 우리나라 건축물도 예외는 아닌 성 싶다.  솔직히 광화문이나 경복궁을 보라. 그것이 단숨에 사람을 사로잡을만한 위용이 있는지?  하긴, 그도 모를 일이긴 하다. 옛날엔 그 건물을 크게 봤을지 누가 아는가? 하지만 그 건축물이 지어졌을 당시로 돌아가도 사람들은 그 건물을 크다지 크게 봤을 것 같지는 않다. 정말 애써 돋보기를 대고 보듯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현대식 건물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여기 그것을 알 수 있을만한 꼼꼼한 안내서가 나왔다. 총 7개의 쳅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쳅터마다 3개내지 4개의 소제목으로 분류에 도판과 함께 꼼꼼한 설명을 더했다. 읽다보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아 생소한 느낌을 가질수도 있다. 아니, 차라리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극을 그렇게 많이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극에 나온 배우에 대해 떠들줄만 알았지 도무지 그 나머지에 대해선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는 자책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자책하진 말기를. 어차피 자기 전문 분야만이라도 잘 하는 것도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거야 이렇게 책으로 읽고 교양을 쌓을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건물이 그저 사람의 몸이 거하기 위해서만 있지 않고, 거기에 우주 삼라만상의 원리를 담아 짓고, 거기에 인간이 거할 것을 생각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오늘 날의 건축 정신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게된 것만으로 나는 이 책이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의 백과사전적 글에 경의는 표하지만, 너무 건조한 느낌이 들어 끝까지 읽기엔 다소 버거운 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쉬운 문체로 풀어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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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 종교를 보는 새로운 시각, 심층종교에 대한 두 종교학자의 대담
오강남.성해영 지음 / 북성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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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으며서 밑줄을 긋지 않는 페이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렇게 읽었다. 그만큼 공감도 하고, 마음은 후련하며, 정신은 점점 맑아자는 느낌이었다.   

요즘 부쩍 많이 느끼는 거지만, 무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겠다 싶다. 무지야 깨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조금 알게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조금 알면 더 이상의 넓이와 깊이로 나가지 않으며, 그 조금 알게된 것 가지고 아는 척을 한다. 그래서 문제다. 그래서 또한 인간은 편견의 존재다. 요즘 나는,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존잰지 깨달을 때마다, 내가 나한테 속고 있다는 걸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그런 나와 자주 자주 마주치곤 했다.  

솔직히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오강남. 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가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라는 건 알겠는데, 예전부터 그가 펴낸 책들의 제목이 꽤나 도발적이고 수상한 느낌이었다.  난 그렇게 처음부터 깨끗한 느낌을 갖지 못하는 책들은 아예 마음을 두지 않았다. 괜히 복잡하고 흔들릴 것 같아 싫었던 것이다. 교회 어느 목사가 그의 책을 언급했다면 사 볼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게 아니어도 난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도 많고, 읽을 책도 많은데 뭐 이런에 까지 마음을 두나 생각을 덮어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읽고난 지금, 진작에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정도다.  

책은 오강남, 성해영이란 두 종교학자가 간의 대담집이다. 무엇보다 성해영 씨는 오강남 교수의 제자였다고 한다. 잘 키운 제자 하나 열 제자 부럽지 않다고, 오강남 교수 시종 대담에 임하면서 흐뭇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언뜻 스치기도 했다.  

그들은 먼저 표층종교가 무엇이고, 심층종교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들어간다. 나중에 책을  보면 알겠지만, 한마디로 표층종교는 이제까지 우리가 종교를 갖는 표면적인 이유들, 이를테면 병고침 받고, 잘 살고, 마음에 평안을 얻는 등의 기복적인 류의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심층종교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깊이있게, 신의 뜻을 알고, 나와 우주삼라만상의 깊은 뜻을 알게되고 그래서 깨달음을 얻는 그런 것이라고 하면 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우리나라 타종교는 몰라도 기독교는 이 두 사람이 말하는 표층종교 그것에서 어쩌면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을까? 놀라울 지경이었다. 더구나 내가 다녔던 학교는  정통 보수 신학을 가르쳤던 학교로서, 그맘도 20 몇년 전을 헤아린다. 나는 그때 배우기를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은 이단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보수 신학 계열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는 분야였다. 또한 여성신학은 태동기였거나, 아직 태동하기도 전이었다. 그러니 신학이란 학문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 또는 여성신학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알게 되었을 때, 어쩌면 내가 배웠던 신학은 서양의 백인 신학은 아니었을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분야의 신학을 어떻게 강의하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학문도 시대마다 그 조류를 달리하는 것처럼, 신학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은 이들 분야을 조금이라도 우호적으로 가르치고, 배우지 않을까?  

아무튼 왜 한국의 기독교는 표층종교, 그 이상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교회도 보수적인 교회이고 보면,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은 공부할 필요가 없는, 아니 하면 안 되는 분야로 치부되었고, 타종교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기독교는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다. 그러다 보니 열혈 신도는 그 도를 넘어서 오히려 타종교를 핍박하는 것이 자기의 신앙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가 받는 것은 핍박이고, 내가 타종교를 핍박하면 그건 충성인 줄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기독교만 있어 온 것은 아니다. 조금씩 차이와 양상은 달라도 종교는 이러면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공존해 오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교회가 이럴수밖에 없는 건 꼭 유일신을 섬기는 그 정통 때문마는 아닐 것이다. 교회 역시도 보면, 형태는 조금씩 변해갔을지 몰라도 그 근본은 발전시키지 못했다. 난 그것이 신도들의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의 한도를 정하는 문제 때문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렸다는 것은 미리 정하므로 신도의 누수를 막고, 교회는 그야말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오는만큼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포괄적인 은혜가 무엇인가를 상정하다 보니 기복, 즉 표층의 수준에서 머물렀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다 보니 성직자들의 타성과 나타함 역시 이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선교와 불우이웃 돕기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좋은 눈으로 보면 좋은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교회에서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있다. 신성한 절대권력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가 부동산 매매에 들어간다. 교회가 더 이상 사람의 삶에 어떠한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창 배고픈 시절에 교회를 알았던 사람만이 교회의 그루터기로 남아 있다. 이 공동화 현상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맴돌았던 생각들이다. 

이제 교회가, 아니 종교가 사람의 생애 전반을 한층 성숙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간의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간 전쟁의 거의 대부분은 종교 전쟁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종교우월주의와 아직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의 믿는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해영 씨는 말한다. 만약 종교가 갈등과 반목을 조장해 우리 삶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더 힘있게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인간의 행복에 꼭 필요한 것(174p) 이라고.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고, 여전히 전쟁 같은 위협으로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무슨 종교라 말할 수 있겠는가?  자기네들이 믿는 종교가 그토록이나 귀하고, 선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젠 그것의 깊이와 넓이를 가르치고 인간 삶의 지평을 넓혀 가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한 가지만 아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던 사람은 독일의 시성 괴테가 한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거라고 말했던 건, 바로 이런 의미다. 나의 뿌리는 여전히 기독교인채, 특정한 종교적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의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214p), 이것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두 대담자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그것은 아직 교회가 해 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을 말할 때 종교없이 말할 수 없고, 종교를 말할 때 역시 인간을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21세기를 전망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날과 같은 물질만능주의에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말하지 말자. 오히려 물질과 과학만능주의의 시대 일수록,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때 종교가 대안이 될수없다면 그 종교는 반드시 도태될 것이다.    

이 책은 정말 책상 책꽂이에 꽂아두고 수시로 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내가 당장 종교학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이 책 뒤에 나와있는 부록의 읽을 거리를 참조하면서, 표층종교인에서 심층종교로의 이행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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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세상엔 읽어야할 책도 읽고 싶은 책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허둥대거나 게을러지거나 그렇게 된다고 했던가요, 김현 선생이요.
오늘저녁 라디오에서 정은아씨의 멘트였어요.

종교가 갈등과 반목이 씨앗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힘있게 살게 해주는 의미로
작용한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어요. 저도 기독교 세례는 받았지만 불충한 신자랍니다.

stella.K 2011-06-09 11: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요즘 버나드 쇼의 말이 너무 실감나요.
갈팡질팡하다 이럴 줄 알았다고, 이러다 아무 것도 못하고 천국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ㅋㅋ
오강남의 책들은 지금이라도 정말 읽어보고 싶더군요.
근데 잘 지내고 있는 거죠?^^

꼬마요정 2011-06-0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교는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답니다. 마음이 너무 어지럽고 힘든 시절에 도움도 많이 받았구요.. 살면서 반성하게 만들고, 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게 해 주니까요~^^

stella.K 2011-06-09 11: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제 종교는 인생 전반, 죽음까지도 포용하고
이해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책 꼭 읽어 보세요.^^
 

가수 임재범이가 나가수를 하차한 것이, 그의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는 설이 제기 되었다. 말하지면 PD가 압력을 행사해서 그런 거라고 한다. 나도 그 비슷한 의혹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임재범은 남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그런 카리스마가 있다. 애초에 그를 나가수에 세우는 것 자체가 과했던 건 아닐까? 그래도 본인이 흔쾌히 나가겠다고 했고 그래서 제작진과도 합의가 끝난 상황이었고, 시청자들이야 너무 좋은 기회를 만난 것인데, 뭔가 이건 아니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나 보지. 나오는 것도 뭔가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처럼, 나오지 않는 것도 합의가 있으니까 하차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판세를 뒤집으려니 만만한 게 건강상의 문제였을테고. 솔직히 가수가 그만한 인기를 누리기까지 병 없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하지만, 내막이야 어떻든 가수들 역시 철저히 상업적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일 것이다.  PD가 압력을 행사했건, 임재범이 고사를 했건, 그들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시간 가면 밝혀질 일이겠지만, 난 그것에 관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내가 더 참을 수 없는 건, '나가수'를 둘러 싼 추측성 보도가 이젠 신물이 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럴 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엔 가수 윤도현이도 한 입 거들더만. 이왕 말하지 않을 것 같으면 끝까지 쿨해지던가? 내가 입 열면 여러 사람 다쳐. 뭐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좀 우습지 않나? 그래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건 나의 양심이었어. 이런 거라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걸까? 노래 경연이면 끝까지 그것으로만 가면 안 될까? 아, 우리나라 기자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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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6-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스포일러 따위 신경 안 쓸려고요. ^^;;
스포일러 기사뿐만 아니라 나가수 관련 기사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나가수 탈락 예상 가수에 대해 분석한답시고 쓰는 기사도 마음에 안 들어요.
오늘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는데,, 흠 잡을데 없이 정말 훌륭한 가수들의 가창력을
즐겼으면 좋겠는데 왜 기자들까지 평가하고 분석하려고 나서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방송에서 김범수 말대로 정말 평가라는 것을 잊은 채 그저 음악을 즐겼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stella.K 2011-06-07 09:5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기자들의 보도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데,
기자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있나요?
언제부터 기자들이 스포일러며, 평가까지 주제넘게 하고 앉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마치 칼자루는 내가 쥐었다. 하잖아요. 웃기고들 있어요.쩝

꼬마요정 2011-06-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티즌들이 악플을 다니, 악플러 때문에 누가 죽니.. 뭐 이런 얘기들을 안 하면 좋겠어요. 악플의 원인제공은 대부분이 기자들의 기사 때문인데다가 모든 죽음의 원인을 악플로 몰아가서는 정작 진짜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하잖아요..

나가수 역시 이런 식으로 분란 만들어서 검색어 순위 올리고 프로그램 화제 만들고 이러려는 거 같은데 정말 경연만 보고 딴 건 안 본답니다. 첨에 나가수라는 프로그램 한다고 할 때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좋았는데 점점 실망스러워요ㅜㅜ

stella.K 2011-06-07 09: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빵 터뜨리는 건 기자들인데
그래놓고 잘도 숨어요. 자기는 마치 아무런 책이 없다는 양.
기자들 뭐라거나 말거나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그러면 자기네들이 잘하는 줄 알거 아니예요?
저도 나가수 좋았는데, 이쯤되면 아예 폐지하는 편이 낫지않까 싶어요.
자꾸 안 좋은 소리 들으니까 좋은 마음으로 볼 수가 없을 것 같고,
거기 나오는 가수들 안 됐다 싶어요.
그들한테는 좋은 기횐데 왜들 기자들이 난린지 모르겠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