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가수> 얘기다.  

솔직히, 임재범 이후의 <나가수>는 다소 기운이 빠진 느낌이긴 하다. 이 프로가 다시 재계되고 계속 참여한 가수들은 지칠만도한데 용케 잘 버텨준다는 생각이 든다. 김범수는 정말 예능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부를 노래없고, 인기 떨어진다 싶으면 예능으로 빠져버리는 그렇고 그런 가수들 보다, 그렇게 무대에서 온갖 포퍼먼스를 보여주며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가수가 더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7명의 가수가 쟁쟁한 노래실력들을 갖췄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확실히 사람들 저마다 매력으로 느끼고, 편애하게 되는 가수는 있게 마련인 것 같다. 나는, 윤도현이나 BMK가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는 건 알겠는데, 딱히 좋아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기교나 가창력은 나무랄데가 없는데 사람을 사로잡거나 녹이는 것은 좀 약하다 싶다.  그래도 이 프로가 임재범 이후에도 계속 보게 만드는 것은, 탈락된 가수 이후 새로운 멤버가 누가될 것이냐는 것이고, 그 사람의 몰랐던 노래를 포함한 여러 면모를 볼 수 있게 되서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프로의 성과는, 쇼프로에 영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도 TV 앞에 끌어 앉혔다는 것이 될 것이다.  

아무튼 쟁쟁한 가수들을 데려다 놓으니 또 고만고만하게 도토리 키재기란 생각도 든다. 임재범 같이 자기를 넘어가는 가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눈에 띄는 사람은 꼭 있게 마련인데, 그것은 JK김동욱이다. 왜 그를 작은 임재범이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다. 나가수가 아니었다면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을 가수다. 그의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난 그의 과묵함이 마음에 들고, 신뢰가 간다. 노래 부를 때 맨발로 부르는 가수가 이은미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도 맨발로 부른다. 가히 보통의 가수라기 보단 예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그가 지난 주일 <나가수>에서 노래를 부르다 중단을 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래를 계속 부른다는 게 용납이 안돼 중단한 것이라며, 청중들에게 굉장히 미안해 했다. 가수가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야 당연한거지만, 노래 앞에 정직해지고 싶은 그것이 이 가수에겐 더 먼저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예인이란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4위의 높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며, 앞으로의 출연을 고사를 했다.  

보면서 조금 이상했던 건, 그 전에 옥주현이 노래를 부를 땐 청중들로부터 "괜찮아"란 연호를 받았지만, 김동욱은 그러질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옥주현은 제작진의 미숙 때문에 부득이하게 경연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김동욱은 본인 스스로가 중단했기 때문에 연호를 받지 못했을 뿐아니라, 최종심사에서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뭐 나름 이유가 없진 않은데, 그 연호를 김동욱은 받지 못햇다는 게 나로선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노래를 부르다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건 가수론 굉장한 부담이지만, 그래도 옥주현이 그나마 조금 낫지 않았을까? 그건 자기 실수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김동욱은 그만큼 자기 갈등이나 괴로움이 극에 달았다는 것인데, 순간 아무에게도 위로 받을 수 없었다는건 영원과 바꿀만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좋은 성적이었고, 옥주현은 꼴찌는 면했다. 

이것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또 한 가지 놀라움은, 이 프로가 이렇게까지 대중에게 신경을 쓰는 프로였나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에 김영희PD와 김건모를 빗대기도 했는데, 물론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그들이 비난을 넘어 경질까지 된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김영희PD가 경질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지금도 이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긴 하다. 한 PD의 새로운 시도에 찬사를 보내는 쪽과  스스로 룰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깨는 건, 대중을 무시한 처사라니 뭐라나. 대중이 뭘 그렇게 무시를 당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차피 대중은 뭘해도 놀이패의 한 판 신명나는 놀이를 보는 것이다.  칼은 제작진이 쥐고 있다. 무엇을 올리고, 끌어내릴 권한은 대중이 그리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은 그저 제작진이 판을 벌려주면 그거에 같이 놀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김건모가 기사회생을 했다면(그도 속으론 승부욕이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 이후에 달라진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두번 꼴찌를 하게될지도 모른다면 그쯤에서 깨끗히 손을 터는 게 낫겠지만, 승부근성이 있는 사람은 최악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만했을 것이다.  

그런 인내가 대중에게 없었기 때문에 떠나가는 김동욱도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제작진은 다시 김동욱이 돌아와 주길 바라지만, 내심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 대중에게 여보란 듯이 말이다. 난 앞서도 말했지만, 김동욱의 진지함이 마음에 든다. 음악이나, 자기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나. 무대는 나가수가 아니어도 설 곳은 많다. 아니,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그를 좋아할 사람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이렇게 진정성은 그 스스로 보여줄 때 우리는 감동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그걸 지켜봐 줄 줄 아는 안목과 인내를 키워야 하는데, 룰을 지켰느니, 말았느니 가지고 미리부터 진정성에 초를 친다. 그러면서 대중은 정당한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러다 대중에게서 특정 가수를 편애하는 훌리건이 나오지 않을까, 괜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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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1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김동욱이 자진사퇴의 의사표현을 할 때 그의 몸짓과 표정에서 자신의 노래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보이더라구요. 그런 가수의 진정성 있는 노래를 더 못 듣는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stella.K 2011-06-15 11:10   좋아요 0 | URL
찾아보면 이 사람이 서는 무대 종종 볼 수 있을 거예요.
TV에서 주말 밤 같은 때 하는 음악 프로요.
잘 챙겨보세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15 23:34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자하(紫霞) 2011-06-1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가수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요. 이소라도 떠나고...

stella.K 2011-06-15 11:11   좋아요 0 | URL
에이, 아직은 아니어요.
조금 더 지켜봐 주세요.
물론 진행 방식이 다소 마음에 안 들어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때가 올지 몰라요.
그리고 나중엔 그렇고 그런 가수들이 여길 거쳐 가겠죠.
그때까지만...^^

마립간 2011-06-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나는 가수다'에 대한 댓글
처음에는 김연우가 좋았고, 이소라가 No.1 부를 때도 놀랐지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를 때 정말 노래 잘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는 '나가수'를 떠나는데, 이것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의 무대는 '나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런 무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이크 없이 ;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소극장에서 하는 콘서트가 제 스타일 것 같아요./노래와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봤기 때문에 김동욱과 옥주현의 노래 중단 이야기는 잘 판단이 서질 않네요.
'그러면서 대중은 정당한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 인상적입니다.

stella.K 2011-06-15 11:18   좋아요 0 | URL
저는 여론이 그렇게 몰아갔는지 모르겠지만,
대중이 너무 간섭을 하는 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지난 번 김영희PD 때도 그냥 가볍게 경고 정도 할 수 있지 않았나?
뭐 그만한 걸 가지고 경질까지 했을까? 아직도 의문이예요.
그게 방송국측의 대중을 의식한 충성쇼였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이 키어들 일이 별로 없어 보이거든요.
아직도 문화를 문화로 보지 않고, 흑백논리가 너무 강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제작진도 문제지만,
대중 역시 지나치게 경직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