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 종교를 보는 새로운 시각, 심층종교에 대한 두 종교학자의 대담
오강남.성해영 지음 / 북성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서 밑줄을 긋지 않는 페이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렇게 읽었다. 그만큼 공감도 하고, 마음은 후련하며, 정신은 점점 맑아자는 느낌이었다.   

요즘 부쩍 많이 느끼는 거지만, 무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겠다 싶다. 무지야 깨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조금 알게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조금 알면 더 이상의 넓이와 깊이로 나가지 않으며, 그 조금 알게된 것 가지고 아는 척을 한다. 그래서 문제다. 그래서 또한 인간은 편견의 존재다. 요즘 나는,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존잰지 깨달을 때마다, 내가 나한테 속고 있다는 걸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그런 나와 자주 자주 마주치곤 했다.  

솔직히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오강남. 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가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라는 건 알겠는데, 예전부터 그가 펴낸 책들의 제목이 꽤나 도발적이고 수상한 느낌이었다.  난 그렇게 처음부터 깨끗한 느낌을 갖지 못하는 책들은 아예 마음을 두지 않았다. 괜히 복잡하고 흔들릴 것 같아 싫었던 것이다. 교회 어느 목사가 그의 책을 언급했다면 사 볼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게 아니어도 난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도 많고, 읽을 책도 많은데 뭐 이런에 까지 마음을 두나 생각을 덮어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읽고난 지금, 진작에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정도다.  

책은 오강남, 성해영이란 두 종교학자가 간의 대담집이다. 무엇보다 성해영 씨는 오강남 교수의 제자였다고 한다. 잘 키운 제자 하나 열 제자 부럽지 않다고, 오강남 교수 시종 대담에 임하면서 흐뭇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언뜻 스치기도 했다.  

그들은 먼저 표층종교가 무엇이고, 심층종교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들어간다. 나중에 책을  보면 알겠지만, 한마디로 표층종교는 이제까지 우리가 종교를 갖는 표면적인 이유들, 이를테면 병고침 받고, 잘 살고, 마음에 평안을 얻는 등의 기복적인 류의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심층종교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깊이있게, 신의 뜻을 알고, 나와 우주삼라만상의 깊은 뜻을 알게되고 그래서 깨달음을 얻는 그런 것이라고 하면 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우리나라 타종교는 몰라도 기독교는 이 두 사람이 말하는 표층종교 그것에서 어쩌면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을까? 놀라울 지경이었다. 더구나 내가 다녔던 학교는  정통 보수 신학을 가르쳤던 학교로서, 그맘도 20 몇년 전을 헤아린다. 나는 그때 배우기를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은 이단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보수 신학 계열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는 분야였다. 또한 여성신학은 태동기였거나, 아직 태동하기도 전이었다. 그러니 신학이란 학문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 또는 여성신학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알게 되었을 때, 어쩌면 내가 배웠던 신학은 서양의 백인 신학은 아니었을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분야의 신학을 어떻게 강의하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학문도 시대마다 그 조류를 달리하는 것처럼, 신학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은 이들 분야을 조금이라도 우호적으로 가르치고, 배우지 않을까?  

아무튼 왜 한국의 기독교는 표층종교, 그 이상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교회도 보수적인 교회이고 보면,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은 공부할 필요가 없는, 아니 하면 안 되는 분야로 치부되었고, 타종교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기독교는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다. 그러다 보니 열혈 신도는 그 도를 넘어서 오히려 타종교를 핍박하는 것이 자기의 신앙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가 받는 것은 핍박이고, 내가 타종교를 핍박하면 그건 충성인 줄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기독교만 있어 온 것은 아니다. 조금씩 차이와 양상은 달라도 종교는 이러면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공존해 오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교회가 이럴수밖에 없는 건 꼭 유일신을 섬기는 그 정통 때문마는 아닐 것이다. 교회 역시도 보면, 형태는 조금씩 변해갔을지 몰라도 그 근본은 발전시키지 못했다. 난 그것이 신도들의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의 한도를 정하는 문제 때문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렸다는 것은 미리 정하므로 신도의 누수를 막고, 교회는 그야말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오는만큼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포괄적인 은혜가 무엇인가를 상정하다 보니 기복, 즉 표층의 수준에서 머물렀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다 보니 성직자들의 타성과 나타함 역시 이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선교와 불우이웃 돕기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좋은 눈으로 보면 좋은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교회에서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있다. 신성한 절대권력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가 부동산 매매에 들어간다. 교회가 더 이상 사람의 삶에 어떠한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창 배고픈 시절에 교회를 알았던 사람만이 교회의 그루터기로 남아 있다. 이 공동화 현상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맴돌았던 생각들이다. 

이제 교회가, 아니 종교가 사람의 생애 전반을 한층 성숙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간의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간 전쟁의 거의 대부분은 종교 전쟁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종교우월주의와 아직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의 믿는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해영 씨는 말한다. 만약 종교가 갈등과 반목을 조장해 우리 삶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더 힘있게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인간의 행복에 꼭 필요한 것(174p) 이라고.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고, 여전히 전쟁 같은 위협으로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무슨 종교라 말할 수 있겠는가?  자기네들이 믿는 종교가 그토록이나 귀하고, 선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젠 그것의 깊이와 넓이를 가르치고 인간 삶의 지평을 넓혀 가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한 가지만 아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던 사람은 독일의 시성 괴테가 한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거라고 말했던 건, 바로 이런 의미다. 나의 뿌리는 여전히 기독교인채, 특정한 종교적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의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214p), 이것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두 대담자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그것은 아직 교회가 해 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을 말할 때 종교없이 말할 수 없고, 종교를 말할 때 역시 인간을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21세기를 전망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날과 같은 물질만능주의에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말하지 말자. 오히려 물질과 과학만능주의의 시대 일수록,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때 종교가 대안이 될수없다면 그 종교는 반드시 도태될 것이다.    

이 책은 정말 책상 책꽂이에 꽂아두고 수시로 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내가 당장 종교학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이 책 뒤에 나와있는 부록의 읽을 거리를 참조하면서, 표층종교인에서 심층종교로의 이행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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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세상엔 읽어야할 책도 읽고 싶은 책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허둥대거나 게을러지거나 그렇게 된다고 했던가요, 김현 선생이요.
오늘저녁 라디오에서 정은아씨의 멘트였어요.

종교가 갈등과 반목이 씨앗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힘있게 살게 해주는 의미로
작용한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어요. 저도 기독교 세례는 받았지만 불충한 신자랍니다.

stella.K 2011-06-09 11: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요즘 버나드 쇼의 말이 너무 실감나요.
갈팡질팡하다 이럴 줄 알았다고, 이러다 아무 것도 못하고 천국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ㅋㅋ
오강남의 책들은 지금이라도 정말 읽어보고 싶더군요.
근데 잘 지내고 있는 거죠?^^

꼬마요정 2011-06-0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교는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답니다. 마음이 너무 어지럽고 힘든 시절에 도움도 많이 받았구요.. 살면서 반성하게 만들고, 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게 해 주니까요~^^

stella.K 2011-06-09 11: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제 종교는 인생 전반, 죽음까지도 포용하고
이해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책 꼭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