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8월의 크리스마스


 

 

 

 

 

 

 

 

 

 

8월의 크리스마스 - 한석규 노래



감독 : 허진호
출연 : 한석규, 심은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볼 때까지 내게 허진호 감독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저 소소한 이야기를 잘 다루는 괜찮은 이야기꾼의 등장정도로 나는 그를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내가 그에게서 작가적인 시각을 발견한 것은 <봄날은 간다>를 통해서 였다. 그렇다고 <봄날은 간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빼어난 작품이라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작가와 이야기꾼의 결정적 차이는 결국 전체를 관류하는 자신의 관점을 지녔는가의 유무에 의해 판가름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허진호는 내게 차기 작품을 주목해서 보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감독이다. 나는 허진호 감독에 대해 쏟아지는 찬사어린 평가 이를테면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매우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보여주는 소재와 이야기가 냉정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선정한 소재들이 그의 주제를 가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기본적인 시선은 따뜻하다는 쪽보다는 냉정하게 대상을 관찰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문학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하자면 매우 하드보일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보자면 그의 소재가 이와 다른 류의 이야기들이라면 그것이 느와르가 되었던, 호러가 되었든 우리 한국 영화에 있어 새로운 영화의 출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반증하는 것은 그가 카메라를 다루는 솜씨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카메라 워크들은 전혀 현란하지 않으며 다다미쇼트까지는 아니어도, 매우 일상적이고 평범한 시선이랄 수 있는 쇼트들을 보여준다. 그는 내러티브적인 요소들 보다는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대상을 구체화한다.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기도 한 이 아름다운 작품에서 나는 유영길 촬영감독의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라는 아이러니...

그것이 인생 아닌가.

1963년 전주 출생
1989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1992년 한국 영화 아카데미 입학(9기)
1993년 한국 영화 아카데미 졸업작품
<고철을 위하여> 뱅쿠버
영화제 초청
<그섬에 가고 싶다>
(박광수 감독) 연출부
1994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박광수
감독), 시나리오 공동집필
1997년 <8월의 크리스마스>연출
2001년 <봄날은 간다> 연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파란여우 >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여주 도자기축제-도자어항 출품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메시지 > Ma and God (엄마와 하느님) - Shel Silverstein

    Ma and God

God gave us fingers---Ma says, "Use your fork."
God gave us voices---Ma says, "Don't scream."
Ma says eat broccoli, cereal and carrots.
But God gave us tasteys for maple ice cream. 

God gave us fingers---Ma says, "Use your hanky."
God gave us puddles---Ma says, "Don't splash."
Ma says, "Be quiet, your father is sleeping."
But God gave us garbage can covers to crash. 

God gave us fingers---Ma says, "Put your gloves on."
God gave us raindrops---Ma says, "Don't get wet."
Ma says be careful, and don't get too near to
Those strange lovely dogs that God gave us to pet. 

God gave us fingers---Ma says, "Go wash 'em."
But God gave us coal bins and nice dirty bodies.
And I ain't too smart, but there's one thing for certain---
Either Ma's wrong or else God is.
 

하느님이 손가락을 주셨는데 엄만 "포크를 써라" 하셔요
하느님이 목소리를 주셨는데 엄만
"소리 지르지 마라" 하시고요
엄만 브로콜리 먹어라
, 시리얼 먹어라, 당근 먹어라 하시지만
하느님은 우리에게 매플 아이스크림을 좋아할 입맛을 주셨잖아요

하느님이 손가락을 주셨는데 엄만 "손수건을 써라" 하셔요
하느님이 물웅덩이를 주셨는데 엄만
"물장 튀기지 마라" 하시고요
엄만
"조용히 해. 아빠 주무신다" 하시지만
하느님은 찌그러뜨리며 놀라고 우리에게 쓰레기통 뚜껑을 주셨잖아요
 

하느님이 손가락을 주셨는데 엄만 "장갑을 껴라." 하셔요
하느님이 빗방울을 주셨는데 엄만
"비 맞으면 안 된다." 하시고요
엄만 조심해라
, 모르는 개한테는 너무 가까이 가지 마라 하시지만
하느님은 우리에게 귀여워하라고 사랑스런 개들을 주셨잖아요
 

하느님이 손가락을 주셨는데 엄만 "가서 씻어라." 하셔요
하지만 하느님은 석탄통과 지저분하고 멋진 몸뚱이를 주셨쟎아요
전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엄마가 틀렸던가 하느님이 틀렸던가 둘 중 하나예요

 

* stella09님의 서재에서 부분을 읽고 마음에 들어서 전체글을 찾아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

 

▲ 셸실버스틴(1930~1999)
우리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The Giving Tree)’로 잘 알려진 작가가 쓴 동시입니다. 천진한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꼬집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을 포기하고 무조건 효율적인 것만을 따지는 어른들, 자유로운 창의력을 짓누르고 정형만을 고집하는 세상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빠르고 크고 편리한 것만 좇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신이 내려 주신 자연과 인간의 모습에서 자꾸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Ma and God

Shel Silverstein

God gave us fingers―Ma says, “Use your fork.”

God gave us puddles―Ma says, “Don’t splash.”

God gave us raindrops―Ma says, “Don’t get wet.”

And I ain’t too smart, but there’s one thing for certain―

Either Ma’s wrong or else God is.(부분)  

엄마와 하느님

셸 실버스틴

하느님이 손가락을 주셨는데 엄만 “포크를 사용해라” 해요

하느님이 물웅덩이를 주셨는데 엄만 “물장구 튀기지 마라” 하고요

하느님이 빗방울을 주셨는데 엄만 “비 맞으면 안 된다.” 해요

난 별로 똑똑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엄마가 틀리든 하느님이 틀리든 둘 중 하나예요(부분)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메시지 2004-08-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한 울림이 있네요. 전체를 다 봤으면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아무래도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봐야겠습니다.

stella.K 2004-08-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좀 아쉬워요. 혹시 찾으시면 올려주세요.^^

하얀마녀 2004-08-2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들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둘 다 맞다고 봅니다.

바람구두 2004-08-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감동!!! 추천하고 갑니다.

stella.K 2004-08-2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바람구두님!^^

책읽는나무 2004-08-2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생각하는것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진정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실천하는 좋은부모가 되긴 힘든것 같아요!!
아마도 나도 포크 사용해라~~ 물장구 튀기지 마라~~ 등등 따라다니며 잔소리하고 화를 내고 있는 사람중의 한사람이지요!!...ㅡ.ㅡ;;

가슴에 와 닿은 시군요!!....^^

stella.K 2004-08-2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나무님은 더 하시죠? 전 저 시가 마냥 귀엽게만 들리는데 말이죠. 처녀와 아줌마의 차이가 이런 거겠죠.^^

릴케 현상 2004-08-2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stella.K 2004-08-2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처음 뵙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호주머니엔 자잘한 일상이 한 무더기

자술쇠 없는 열쇠와 10원짜리 동전 몇 개,

그리고 출발시간이 지난 승차권

떠나는 사람보다 배웅 나온 사람이 더 많은 플랫폼. 그 보다 많은 비둘기.

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객차마다 안개꽃이 가득 실린 기차, 손을 흔들면서 안녕, 안녕, 비둘기가 날고, 안녕, 안녕, 키스를 날리며, 안녕, 멜로 영화풍으로 다시 안녕, 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고요의 바다, 침묵의 바다에 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일출을 보려고 했다, 서울역 시계탑에서부터 비둘기가 쫓아 오고, 안녕, 침묵과 고요사이에 누워 자장가를 부르면 동시에 떠오르는 두 개의 태양, 안녕, 안녕 밀려오는 침묵과 밀려가는 고요 사이 두고 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서서히 가라앉을 때까지 은하의 마지막 별을 향해 출발하는 기차에 손 흔들며 안녕, 품에 가득 안개꽃을 안고 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달을 경우해 우주 끝까지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다른쪽 호주머니엔 쓰레기가 한 무더기,

수명이 다한 건전지와 잉크 마른 볼펜 한 자루,

껌종이엔 누구의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숫자들,

떠나는 아무나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윤지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