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엔 자잘한 일상이 한 무더기

자술쇠 없는 열쇠와 10원짜리 동전 몇 개,

그리고 출발시간이 지난 승차권

떠나는 사람보다 배웅 나온 사람이 더 많은 플랫폼. 그 보다 많은 비둘기.

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객차마다 안개꽃이 가득 실린 기차, 손을 흔들면서 안녕, 안녕, 비둘기가 날고, 안녕, 안녕, 키스를 날리며, 안녕, 멜로 영화풍으로 다시 안녕, 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고요의 바다, 침묵의 바다에 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일출을 보려고 했다, 서울역 시계탑에서부터 비둘기가 쫓아 오고, 안녕, 침묵과 고요사이에 누워 자장가를 부르면 동시에 떠오르는 두 개의 태양, 안녕, 안녕 밀려오는 침묵과 밀려가는 고요 사이 두고 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서서히 가라앉을 때까지 은하의 마지막 별을 향해 출발하는 기차에 손 흔들며 안녕, 품에 가득 안개꽃을 안고 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달을 경우해 우주 끝까지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다.

다른쪽 호주머니엔 쓰레기가 한 무더기,

수명이 다한 건전지와 잉크 마른 볼펜 한 자루,

껌종이엔 누구의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숫자들,

떠나는 아무나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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