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왕의 생애 (반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말로만 듣던 쑤퉁의 소설을 이제야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쑤퉁은 상당한 이야기꾼이란 생각이 든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15세 때 왕위에 등극한 단백이 어떤 과정을 통해 몰락해 가는가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어린 나이에 왕위를 이어 받았기 때문에 어머니와 할머니의 간섭(수렴첨정이라 해야 옳겠지만 그 말은 이 소설에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과 눈치를 봐야했고, 많은 비빈들의 치마폭에 쌓여 그들의 시기와 질투를 지켜봐야 했으며, 형제들의 시해의 위험속에 살았으며, 결국 모반으로 왕위에서 쫓겨나 한낱 줄타기 광대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이것은 역대 몰락의 길을 걸었던 제왕들의 전형이다. 하지만 저자가 가상의 역사 소설이라고 했던만큼 아무리 픽션이라고는 해도 허위라도 꾸밀만한 역사적 사건 같은 것은 없다. 단지 우리나라에 <조선왕조실록>이 읽는 것처럼 이 책에도 <섭궁비사>라는 것이 있어 이야기에 비중을 실을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가상의 역사책일 뿐이다.

읽고 있노라면 꼭 동화를 읽는 듯한 분위기다. 나는 바로 저자의 이런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뻔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변주해 내는 솜씨가 가히 탁월하다. 읽고 있노라면 영화 <마지막 황제>도 생각이 나고, 광대가 마지막까지 줄타기를 즐겼던<왕의 남자>도 생각이 난다. 몰락한 제왕 단백이 마지막에 줄타기 광대가 된다는 설정에서 묘한 아우라 마져 느끼게 한다. 왕위에서 쫓겨나 궁을 나와서야 비로소 세상을 알게되고, 광대가 되어서야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것은 생의 아이러니를 알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또한 <논어>에 대한 글귀는 단 한줄도 인용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주는 미장센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잘 빚어낸 우아한 이미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가까운 시일내에 그의 또다른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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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3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번째 줄에 전형다>>>전형이다. 수정해 주셔용^^
쑤퉁의 이름을 많이 들으면서 저도 참 궁금했던 작가에요. 오늘 오랜만에 책장 정리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 새해에는 가급적 새 책 안 사기 운동을 펼쳐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어요. 그래도 언젠가 쑤퉁을 만나볼 겁니다. 스텔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stella.K 2007-12-31 18:21   좋아요 0 | URL
ㅎㅎ 역시 예리하시군요. 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좀 나뉘는 것 같은데, 저는 좋았습니다. 마노아님도 기회 있으면 꼭 한번 읽어 보세요. 님도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