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퍼온글] 재미있는 서재 놀이...

1. 지금 옆에서 가장 가까운 책을 집으세요.
2. 그 책의 23페이지를 여세요.
3. 다섯 번째 문장을 찾으세요.
4. 이 지시문과 함께 그 문장을 제 서재에 답글로 적어 주세요.
5. 그리고 퍼가서 다른 분들에게도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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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루쉰/ 희망은 길이다/ 예문(23쪽) 다섯째 문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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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라 독후감을 써라” 강요하지 마라


“또 해 줘.” 우리는 이 말을 잊은 지 오래다. 잠드는 머리맡에서 아빠 엄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면 우리는 그렇게 말하곤 했는데….

발레리는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또 해 줘’의 추억을 말했다. “나 또한 하고많은 마법사며 괴물, 해적, 요정 따위를 끊임없이 지어내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쳐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진이 다 빠져버린 아빠에게, ‘또 해 줘’ 하며 졸라대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저녁마다 장부의 수지타산을 맞추는 일만 했던 프란츠 카프카는 어린 시절, 이런 일기를 남겼다. “어른들은 저녁 나절, 한참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 있는 아이를 결코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그만 책을 읽고 자야만 하는 이유를 강변하는 어른들만의 논리를 아이는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말로센 연작소설, 까모 시리즈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프랑스 소설가 페나크(Pennac·60)의 이 책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소설(책)을 읽힐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첫 번째 주문은 소설을 큰 소리로 읽어주라는 것이다. 카프카가 막스 브로트(카프카 전집의 편집자이자 그의 친구)에게 ‘변신’을 읽어주면서 눈물이 나도록 웃어 젖혔던 것처럼, 강가에 앉은 마르탱 뒤가르가 앙드레 지드에게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어주었던 것처럼, 소리내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도스토예프스키가 아예 처음부터 아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에게 큰 소리로 글을 불러주며 ‘죄와 벌’을 썼던 것처럼 말이다.

문제아만 모아 놓은 35명 학급에서 소설을 읽어주면 마치 거짓말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페나크는 단언하고 있다. 처음에 심드렁하던 아이들이 점차로 책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게 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리고 새로 읽은 책 경험을 말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는 어떤 경우에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투의 강제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아이들은 소설이란 무엇보다 하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소설은 ‘소설처럼’(원제: Comme un Roman) 읽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야기를 원하는 우리의 갈구를 채우는 일이라고 페나크는 거듭 강조하고 있다.


▲ 다니엘 페나크는 '책(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읽는 것이 재미있게 읽는 것인지 몇 가지 귀중한 힌트를 주고 있을 뿐이다.


페나크는 “소설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은 작가와 나 사이에 형성되는 그 역설적인 친밀감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홀로 씌어진 그(작가)의 글이 혼자서 소리 없이 읽어내리는 나의 목소리에 의해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페나크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는 요령까지 말해 주고 있다.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마치 글을 쓰는 시간이나 연애하는 시간처럼)이므로 ‘재킷을 살 때는 먼저 주머니의 크기가 포켓판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소설을 읽을 환경이 안 된다고? 카프카는 잇속만 차리는 아버지를 거역하면서 읽었고, 플래너리 오코너(미국 여성작가)는 “아니 ‘백치’가 뭐냐? 그런 책만 싸고 돌다가 너도 그 꼴이 될라” 하던 어머니의 이죽거림을 들어가며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었다. 티보데는 베르? 전선의 참호 속에서 몽테뉴를 읽었고, 앙리 몽도르는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했던 당시 암시장에서 구한 말라르메의 시를 탐독했다.

세번째로 페나크가 권하는 말은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읽기에 길들게 하려면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을 묻지도 말고, 독후감을 요구하지도 말고,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을 동원하지도 말 일이다. 그 어떤 질문도 하지 말라. 책이란 우리 아들딸이 설명하라고 씌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면’ 읽으라고 씌어진 것이다. 독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다.

또 ‘이 책을 다 읽으면 TV를 보게 해준다’는 식으로 TV가 책보다 선망의 포상이 되도록 하지 말라. 청소년용 다이제스트를 만들지도 말라. 아니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아이가 보기에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구실로 화랑 큐레이터 중 누군가가 다시 그려보겠다고 덤비겠는가.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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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때 책 읽는 건 좋아했지만 독후감 쓰는건 고역이었죠...커서는 일기를 습관처럼 쓰지만, 그땐 일기쓰는게 의무가 되니 고역이었던거 처럼요. ^^;; 자연스럽게 쓰는게 아니라 '의무'를 만들어두면, 더 못하게 된다니까요. 윗글에 정말 동감~ ^^

프레이야 2004-05-0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페나크는 어린이책으로 먼저 알게된 소설가였어요. 바로 좋아지더군요. 늑대의 눈, 같은 책은 전율이었어요. 이 책의 뒷장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최윤정)에는 페나크의 이런 목소리가 있어요.
- 만약 어떤 소설을 그 소설이 태어나게 만든 관념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소설로서는 실패한 것입니다.

waho 2004-05-0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감이건 일기건 전 뭐든 써 내란 과제는 죄다 싫었어요. 글 솜씨가 좋지도 않은데다 제 생각을 옮기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더 싫었던건 누군가가 억지로 제 사생활을 들춰 낸단 느낌 땜에...결국 이 나이에도 글 솜씨 없이 살고 있지만요

stella.K 2004-05-03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전 지금도, 마이리뷰 쓰긴 하지만 영 어색한거 있죠.
 
 전출처 : 메시지 > 마르셀 마르소의 마임



2003년 4월 23일 전주 공연 팜플렛의 표지이다. 공연 당시의 나이는 80세. 두 시간이나 되는 공연을 혼자 힘으로 끌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의 그의 몸은 젊었다. 생동감과  에너지가 넘쳐났다.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보냈다. 손이 새빨갛게 올라와도 아프지않았다. 눈물도 글썽였던가. 내 생애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마임에 대한 나의 시각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길거리에서 운좋게 만나 공짜로 풍선 하나 얻고, 그 빨간 전구같은 코를 가진 광대를 가벼히 웃고 바라보던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말없는 그들의 몸짓과 표정에 웃음과 울음의 의미가 절묘하게 담겨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는 침묵으로 말하고 우린 가슴으로 듣는다."

말과 침묵은 결국 같은 뿌리이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

말은 수많은 진실을 속이고,  자극하고,  상처 입히고,

우리가 사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침묵으로 끝단다.

여기서 우리의 팬터마임은 시작된다.

왜냐하면 침묵은 말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생 땍쥐배리의  '어린왕자'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떠오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우리는 그것을 마음으로만 볼 수 있어."

-마르셀 마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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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0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과 침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waho 2004-05-0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임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재미 없을거란 편견이 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한번쯤 보고 싶어지네요
 

선교사들의 한국이해 담긴 보물창고
19세기말 서양 선교사와 한국사회
유영렬·윤정란 지음 | 경인문화사 | 402쪽 


저자들은 한말(韓末) 선교사들의 간행물인 ‘한국의 보고(寶庫)(The Korean Repository)’에서 한국 근대사 사료의 보물섬을 발견했다. 그 보물의 저장자인 초기 장로교와 감리교의 한국 선교사들은 선교지 한국에 대한 문화적 호기심에 충만하였다. 당시 서구사회에 ‘은둔의 나라’(그리피스)로 알려진 한국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실질적으로는 그들 스스로가 선교를 수행해 나가야 할 선교 대상지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필수적 과제였고, 그 성과가 근대적 한국학의 효시가 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1892년 1월부터 1898년 12월까지 월간으로 발행(1892년 12월부터 1895년까지는 휴간)된 통권 50권의 ‘The Korean Repository’는 한말 선교사들의 한국 이해가 담긴 대표적인 문서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한국 기독교사의 연구와 근대사의 일정한 주제, 혹은 관련 인물에 대한 연구에서 이 사료가 활용된 적이 있지만, 이제 이번 연구서로 ‘보물’ 전체가 발굴되고 체계화된 것이다.

이 책은 우선 한국 기독교 선교 주체에 대한 이해를 자료 안에서 도출하였다. 그것은 한국 선교에 착수한 교파들과 선교사 개인에 대한 이해이다. 즉 보물 저장자들의 성향과 의도, 꿈을 발굴된 보물 자체로 유추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자료의 필자들과 그 소속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정교하게 하는 것은 자료 비평의 제1차적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어서 이들이 남긴 한국 이해의 영역을 주제별로 정리하였는데, 당 시대의 정치와 외교, 사회와 문화, 기행을 통한 인문지리적 환경을 분석하였으며, 끝으로 선교사들의 본분인 선교활동에 대한 분야·방법·효과를 정리하였다.

‘The Korean Repository’는 특히 당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평에 있어 괄목할 만한 자료이다. 대표적으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보고가 상세하게 정리되었다. 이 책에서도 명성황후 사건에 대한 보도와 비평에 크게 주목하고 관련 기사 9편의 목록을 표로 정리하였으며 개요도 자세히 설명하였다.


▲ 서정민 연세대교수·한국개신교사
특히 일본의 무력이 독립국가인 한국의 왕실을 유린한 사건에 대한 선교사들의 당혹스러운 정황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이 사건이 전개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지도층의 태도와 민중의 정서적 변화까지 잘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는 대표적 친한파 선교사로 분류되는 헐버트 등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선교사의 공헌이 크다. 다만 한국의 문화나 풍속 등을 소개하는 자료 중에는 다소 동떨어진 이해나 문화적 우월감이 배어 있는 부분이 있지만 한국 민족의 시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은 탁월하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이 자료의 성격과 특성에 대한 연구 부분이 부족한 것이다. 총론에서 편집 간행의 역사 등을 다루고 있고, 제1부에서 필자나 선교부에 대한 소개는 어느 정도 되어 있으나 심층적인 자료 분석보다는 내용 소개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좀더 심층적인 연구를 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서정민·연세대교수·한국개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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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프레이야님의 "[퍼온글] 재미있는 서재 놀이..."

아이들은 나를 배웅하면서 어디까지 와도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길은 여기에/미우라 아야꼬/ 설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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