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들의 한국이해 담긴 보물창고
19세기말 서양 선교사와 한국사회
유영렬·윤정란 지음 | 경인문화사 | 402쪽
저자들은 한말(韓末) 선교사들의 간행물인 ‘한국의 보고(寶庫)(The Korean Repository)’에서 한국 근대사 사료의 보물섬을 발견했다. 그 보물의 저장자인 초기 장로교와 감리교의 한국 선교사들은 선교지 한국에 대한 문화적 호기심에 충만하였다. 당시 서구사회에 ‘은둔의 나라’(그리피스)로 알려진 한국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실질적으로는 그들 스스로가 선교를 수행해 나가야 할 선교 대상지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필수적 과제였고, 그 성과가 근대적 한국학의 효시가 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1892년 1월부터 1898년 12월까지 월간으로 발행(1892년 12월부터 1895년까지는 휴간)된 통권 50권의 ‘The Korean Repository’는 한말 선교사들의 한국 이해가 담긴 대표적인 문서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한국 기독교사의 연구와 근대사의 일정한 주제, 혹은 관련 인물에 대한 연구에서 이 사료가 활용된 적이 있지만, 이제 이번 연구서로 ‘보물’ 전체가 발굴되고 체계화된 것이다.
이 책은 우선 한국 기독교 선교 주체에 대한 이해를 자료 안에서 도출하였다. 그것은 한국 선교에 착수한 교파들과 선교사 개인에 대한 이해이다. 즉 보물 저장자들의 성향과 의도, 꿈을 발굴된 보물 자체로 유추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자료의 필자들과 그 소속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정교하게 하는 것은 자료 비평의 제1차적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어서 이들이 남긴 한국 이해의 영역을 주제별로 정리하였는데, 당 시대의 정치와 외교, 사회와 문화, 기행을 통한 인문지리적 환경을 분석하였으며, 끝으로 선교사들의 본분인 선교활동에 대한 분야·방법·효과를 정리하였다.
‘The Korean Repository’는 특히 당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평에 있어 괄목할 만한 자료이다. 대표적으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보고가 상세하게 정리되었다. 이 책에서도 명성황후 사건에 대한 보도와 비평에 크게 주목하고 관련 기사 9편의 목록을 표로 정리하였으며 개요도 자세히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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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민 연세대교수·한국개신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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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의 무력이 독립국가인 한국의 왕실을 유린한 사건에 대한 선교사들의 당혹스러운 정황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이 사건이 전개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지도층의 태도와 민중의 정서적 변화까지 잘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는 대표적 친한파 선교사로 분류되는 헐버트 등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선교사의 공헌이 크다. 다만 한국의 문화나 풍속 등을 소개하는 자료 중에는 다소 동떨어진 이해나 문화적 우월감이 배어 있는 부분이 있지만 한국 민족의 시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은 탁월하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이 자료의 성격과 특성에 대한 연구 부분이 부족한 것이다. 총론에서 편집 간행의 역사 등을 다루고 있고, 제1부에서 필자나 선교부에 대한 소개는 어느 정도 되어 있으나 심층적인 자료 분석보다는 내용 소개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좀더 심층적인 연구를 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서정민·연세대교수·한국개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