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메시지 > 마르셀 마르소의 마임



2003년 4월 23일 전주 공연 팜플렛의 표지이다. 공연 당시의 나이는 80세. 두 시간이나 되는 공연을 혼자 힘으로 끌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의 그의 몸은 젊었다. 생동감과  에너지가 넘쳐났다.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보냈다. 손이 새빨갛게 올라와도 아프지않았다. 눈물도 글썽였던가. 내 생애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마임에 대한 나의 시각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길거리에서 운좋게 만나 공짜로 풍선 하나 얻고, 그 빨간 전구같은 코를 가진 광대를 가벼히 웃고 바라보던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말없는 그들의 몸짓과 표정에 웃음과 울음의 의미가 절묘하게 담겨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는 침묵으로 말하고 우린 가슴으로 듣는다."

말과 침묵은 결국 같은 뿌리이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

말은 수많은 진실을 속이고,  자극하고,  상처 입히고,

우리가 사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침묵으로 끝단다.

여기서 우리의 팬터마임은 시작된다.

왜냐하면 침묵은 말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생 땍쥐배리의  '어린왕자'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떠오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우리는 그것을 마음으로만 볼 수 있어."

-마르셀 마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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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0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과 침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waho 2004-05-0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임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재미 없을거란 편견이 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한번쯤 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