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백설공주>를 봤다.
몇년 전, 줄리아 로버츠가 악한 계모역을 맡았다는 바로 그 버전이다. 90년대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았던(좀 식상한 표현이긴 하다) 우리의 줄리아가 일선에서 물러나 조연을 맡았다. 그것도 악역이라니. 그래도 조연이라고 하기엔 제법 비중이 있는 역할이라 그냥 쓰리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미국 영화는 비주얼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또 그런만큼 이 영화는 비주얼 갑이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이야기와 조금은 다르게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래도 뭐 크게 바뀐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기도 한데, 백설공주를 일종의 전사로 만들어 놓은 건 나쁘지 않은데, 계모에 대한 이미지가 아쉽다. 계모가 남편을 죽게 만들고 세금을 자기 치장에 써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드는데 왜 여자는 그런 인물로만 그리는지 모르겠다. 남자를 악인으로 만들면 최소한 사치하는 인간으로는 안 그리던데...
그래도 볼만하다. 그런데 엔딩은 좀.. 감독의 취향인 것 같긴한데 무슨 인도풍의 노래를 부르고 끝난다. 차리리 발리우드 버전으로 영화를 만들어 그렇게 끝난다면 이해하겠는데 다와서 이건 뭐지 싶기도 하다.
백설공주 역의 릴리 콜린스는 처음 보는 배운데 진한 눈썹을 제외하면 진짜 예쁘긴 하다. 줄리아의 시대는 가고 릴리가 온 줄도 몰랐구나 싶다. 그나저나 줄리아 이 영화 이후 출연작이 있나 했더니 2018년까지 그래도 꾸준히 영화 출연을 했네. 내가 그동안 이 친구의 출세작 몇 작품 외엔 너무 관심이 없었구나 싶다. 그저 메릴 스트립만큼이나 오래 가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주일 날 아침에 tv에서 영화 채널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본다고 해도 끝까지 볼 수도 없고. 그런데 <사운드 오브 뮤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반가운 마음에 옛 시절을 생각하며 봤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중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영화속에 흘렀던 노래들은 지금도 흥얼거릴만큼 어렵지않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가끔은 좀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도 잘 나간다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도 음악은 좋지만 따라나 부를 수 있나. '도레미 송'이나 '에델베이스' 못 부르는 사람 있는가? 중학시절 영화가 너무 좋아 책도 사 봤다. 하지만 책은 좀 별로였다.
그런데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서보니 새삼 영화가 현실성이 별로 없지 싶다. 스토리 배경이 2차 대전 전후였던 것 같은데 전혀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문득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이 났다. 마치 당대 유럽의 어느 유명한 호텔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느낌이다. 과연 유럽에 잘 사는 귀족들은 얼마만한 부를 가지고 있을까 새삼 궁금하기도 했다. 뭐 그도 부모에게 물려 받은 재산이 많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개 장교가 혼자 7명이나 되는 자녀 양육에, 입주 가정교사와 적지않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호텔 수준의 연회가 전시 상황에서 가능할까? 새삼 이런 것들이 보이더라. 역시 이런 영화는 한 번만 봐야한다.
내용은 잘 이해 못하겠는데 몇 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보여주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픽사 애니메이션도 좋긴한데 둘중 어느 것부터 보겠냐고 묻는다면 난 당연 프랑스 것부터다. 그만큼 프랑스 애니메이션은 독특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다. 더구나 이 애니메이션은 밤의 이미지를 극대화 했다. 그러면 난 환장한다. 더불어 아프리카와 이집트풍을 적절히 믹스한 느낌이다. 나중에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