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체로 흐림


요즘 날씨는 날씨가 하루는 맑다가 하루는 흐리다 뭐 대충 그런 식이다.


1. 

어제 라디오를 들으니 올해 코난 도일의 책이 많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올거란다. 그것은 올해가 그의 저작권이 만료가 되어 마음껏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게 되어서라나? 근데 출판사는 아직은 조용한 편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뭔가 떠들썩 할 텐데. 내가 잘못 들었나?


2. 하긴 가면 갈수록 총기가 떨어지고 있다. 그저께던가?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숟깔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렸다. 우리 오마니 뭘 찾고 있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여깄잖아, 한다. 알고 봤더니 국 담은 대접에 찔러넣고 찾는 것이다. 야, 정말 한 해가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다. "아, 핸드폰 손에 들고 찾는다잖아. 뭐 그런 거지."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속으론 좀 덜컹했다. 웬만해서 이런 적이 없는데. 총명탕이라도 먹어야 하나?


3. 

얼마 전, 적립금 만료되는 게 있어 중고책 두 권을 샀다. 

뭐 오랫동안 보관함에 넣고 언젠가 살 책이었으니까 잘못 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사놓고 보니 웬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책을 산다면 꼭 묵혀뒀다 중고샵에 나온 책이 있으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게 된다. 

그게 아니라 지금 내게 필요한 책 또는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게 먼저가 아닐까? 그런데 마침 그게 중고샵에 나와 있다면 사는 거고 아니면 제값 주고 사는 거고. 그러다 보니 롸잇 나우라고 내가 정말 지금 읽고 싶은 책이 뭔지 잊어버리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읽고 싶은 책은 신간일 경우가 많은데 이젠 점점 신간을 사 읽을 확률은 멀어지는 것 같다. 요즘 책이 좀 비싸야 말이지. 

예를들면, 이런 책 읽고 싶은데 이런 책이 중고샵으로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떤 책은 중고샵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책은 아무리 기다려도(?) 절대로 중고로 나오지 않는 책도 있다. 그러면 또 헷갈린다. 이 책 내가 꼭 읽고 싶은 거 맞아? 아닌 것도 같고, 긴 것도 같다.

그런 것을 보면 난 독서의 의지가 그다지 강한 것 같지도 않다. 어떤 사람은 지금 꼭 읽어야 할 책을 꼿꼿하게 앉아 읽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을 사도 꼭 묶혔다 읽곤 하니 말이다.


그래도 아주 간만에 신간을 사기도 했다. 저 위의 책 두 권을 사면서 이책도 샀다. 얉은 책이고 9천원 밖에(읭?) 하지 않아 샀다. 말이 좋아 9천원이지 이런 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5, 6천원 했던 책이다. 

뭐 두껍다고 싼 책이 무조건 가성비가 좋고, 얉은 책이라고 읽을 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살이 떨렸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인터넷 서점이 다들 배송료를 올렸다는 페이퍼를 심심찮게 접하고 있는 중인데 이럴 땐 뭔가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를테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계모임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솔직히 요즘엔 4, 5만원 하는 책도 많아 한꺼번에 사면 몫돈이 드니 친목도 할겸 조금조금씩 모아 어느 날 한꺼번에 왕창 사 버리면 그도 좋지 않을까? 

하긴, 예전에 개인 이벤트가 성행했을 때 생일 이벤트라는 걸 했다. 이를테면 자신이 읽고 싶은 책목록을 올려놓고 사 달라고 떼쓰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신세진 그 사람에게 책을 사 주는 일종의 품앗이. 그거 괜찮았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죽으나 사나 중고샵족이 되거나,

아니면 리뷰나 페이퍼에 목숨 걸어 당당히 적립금 받아 책을 사던가. 

그나마 나는 오래전에 모처의 서평단 회원이었는데 최근 교*문고에 서평을 올려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생겨 그냥 이참에 손절하고 말았다. 어차피 쉽지 않은 일을 했던지라 한동안 활동을 안하다 작년 말부터 조금씩 해 볼까 했는데 그런 조항이 생기고 보니 엄두가 않나 탈퇴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그런가? 마치 오랫동안 피를 빨아 먹지 못한 프란체스카처럼 마음이 공허하고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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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2-16 2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책이 비싸져서 그런 점도 있고 나중에 사야지 하다가 잊은 적도 많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도서관을 종종 찾습니다. 도서관을 돌다 보면 전에 읽고 싶었던 책을 찾는 경우도 있고 제목에 끌려 좋은 책을 우연하게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책은 지하서고에 있어 찾느라 책먼지를 뒤집어 쓴 적도 있구요. ㅎㅎㅎ 소유에 대한 욕심을 조금 내려 놓으니 오히려 책이 더 잘 보인달까요. 날도 많이 풀렸습니다. 도서관 나들이 한번 다녀오시는 것은 어떨까요. ^^

stella.K 2023-02-16 21:43   좋아요 4 | URL
오, 맞아요! 저도 그 생각하긴 했어요. 페이퍼를 좀 급하게 쓰느라 빠졌네요. 저도 조만간 애용해 봐야겠어요. 사실 저는 책읽을 때 줄을 치는 습관이 있어서 책은 꼭 사서봐야 한다는 습관이 있어서 쉽진 않겠지만.ㅠ

바람돌이 2023-02-16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관 ^^ 그리고 신간은 도서관의 희망도서 신청기능을 이용합니다. 집주변의 도서관 2곳에서요. 신청해서 받아놓고 다 읽지도 못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새책을 제일 먼저 받아보는 기분은 항상 좋네요. ^^

stella.K 2023-02-17 14:24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저는 특히 책을 늦게 읽는 편이라
대출기간이 2주 정도 되지 않나요?
그럴 경우 전 1권 정도 밖엔 못 빌릴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젠 도서관 이용 필수일 것 같아요.
출판사로선 울상이겠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출판사를
응원해 줘야하는데...ㅠ

니르바나 2023-02-16 2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요즘 책값이 좀 비싸긴 하죠.
정가12,000원 하던 시절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15,000원 하던 책이 10% 할인해서 13,500원에 팔리더니
최근에는 단행본 19,000원 하는 책을 10% 할인가 17,100원에 몇번째 구입하고 있습니다.
책값 때문에 서점에 가서 정가 그대로 지불하고 책을 구입하기는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월급은 그대론데 책값만 점점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ㅠㅠ


stella.K 2023-02-17 14:29   좋아요 1 | URL
오프라인 서점도 무슨 회원 등록만하면
10% DC된 가격으로 판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나가서 사 본적이 없어서...
예전에 헌책은 아닌데 역전이나 육교에서 싸게 파는 책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거라도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어요.
책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파지 공장으로 간다던데
그러지 말고요.ㅋㅋ

초란공 2023-02-17 0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이 세상에 요지부동인 건 월급뿐인것 같습니다. ^^; 세금은 좀 더 나가더군요. 그런데 서울 시장이란 인간이 작은 도서관 비용을 전액 삭감해서 제가 잘 가는 작은 도서관이 주말에는 문을 닫아요. 평일에는 7시에 닫고 ㅜㅜ 작은 도서관 접근을 못하게 되었네요. ㅜㅜ

stella.K 2023-02-17 14:38   좋아요 1 | URL
아, 정말요? 경제가 안 좋아지면 그런 것부터 없어지거나
삭감하잖아요.
저는 도서관을 이용한다면 집에서 3분 거리인 동사무소
안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거기도 동사무소 문 닫는
시간에 문을 닫는 것 같더군요. 그런덴 예외로 오래 문을 열어 놓으면
좋을텐데 아쉽더군요.
작은 도서관은 그냥 책이나 빌려 가고오고하는 기능 밖엔 안 되는가 봅니다.

아참, 쩌그 옆동네에서 좋은 소식 들리던데
가만보믄 초란공님 은근 글을 잘 쓰시는 것 가터요.
축하합니다.^^

박균호 2023-02-17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자판기 커피가 400원 이더라구요 ㅠㅠ

stella.K 2023-02-17 14:44   좋아요 0 | URL
아, 도서관 자판기 코피가 4백원이라고요?
그럼 아직 싼 거 아닌가요? 더 싼 적도 있었나 보죠?
글치 않아도 버스 타고 교회 가면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하나 있는데 아직 900원이라고 써 붙였더라구요,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눈물의 장사를 하겠구나 싶더군요.
그러면서 저 900이란 숫자가 언제 바뀔까 싶기도하고. ㅠ

레삭매냐 2023-02-17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말씀하시는 줄 알고 뜨끔
했습니다.

신간을 중고로 맹글어 읽는
분야가 있다면 단연 제가
1등이지 않을까 추정해 봅
니다.

그러면서도 또 신간에 기웃
거리는 내 모습이라 -
아마 배송료 정책 때문에 예
전처럼 과감(?)하게 신간을
지르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묵혀둔 책만으로
도 수년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stella.K 2023-02-17 14:48   좋아요 2 | URL
ㅎㅎ 다들 비슷하죠.
저도 그래 볼 참입니다.
재독도하고, 이참에 고전에 매달리기도 하고.
고전 문학책은 상대적으로 싸 잖아요.
아, 매냐님은 고전문학 다 읽으셨나요?
저는 읽은 것 보다 안 읽은 게 더 많아서
이참에 고상하게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ㅎ

잠자냥 2023-02-17 14: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종이값이 40% 가까이 인상된 요인이 크답니다..... ㅎㅎㅎ
(환율급등으로 저작권료도 올랐고요....)

stella.K 2023-02-17 14:54   좋아요 2 | URL
오, 잠자냥님!
그래서 그렇게 비싸진 걸까요?
전쟁이 종식되고 종이값이 안정되면
다시 책값이 싸질까요?
한번 올라간 가격은 내려올 줄 모른다고 하던데...
와, 다른 나라 전쟁은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인데
러-우 전쟁은 미치는 여파가 크네요.
밀도 그렇게 올랐다잖아요.ㅠ

잠자냥 2023-02-17 15:07   좋아요 2 | URL
독자들은 책값에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있고, 출판계는 종이값(작년에만 3번이나 올랐어요)+인쇄비+제본비+저작권료까지 올랐으니 결국 책값을 안 올릴 수는 없는데... 한국에선 독서 인구도 넓지 않고... 다들 사생결단입니다. :(

stella.K 2023-02-17 15:18   좋아요 2 | URL
와, 그런 게 있었네요.
그런 거 생각하면 한 권이라도 더 사(주)는 게 맞는데
물가 올랐다고 하면 그런 것부터 줄일려고 하니
출판사분들 얼마나 힘들까요?
횟수를 줄이더라도 조금이라도 사는 방향이 좋겠군요.
저 하나 그런다고 출판사가 크게 달라질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ㅋ

추풍오장원 2023-02-17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값 너무 비싸죠. 전 알라딘에선 중고책만 삽니다. 알라단의 유일한 하지만 큰 장점이지요...

stella.K 2023-02-18 13: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중고샵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싶기도 해요.
그게 없었으면 책을 안 읽을 명분이 확실해지는건데. ㅎㅎ
사실 이렇게 저렇게 찾으면 방법이 없진 않을 거예요.
신간은 좀 그렇지만 오르기 전에 나왔던 책들은 아직도
판매되고 있으니 그런 걸 찾아 읽은 거죠. ㅋㅋ

transient-guest 2023-02-18 0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아지니 중고로 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도 자주 합니다. 가벼운 소설인데 갖고 싶은 책은 - 추리소설 같은 - 중고로 사려고 노력은 합니다. 값도 비싸고 여기서 받은 배송비는 덤이네요. 그나마 원/달러환율에 따라 조금 나은 때도 있지만 확실히 책구매에 많은 돈을 쓰기는 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작년부터 느끼기 시작한 걸 느끼시는군요. 제가 그래서 50대 중반까지는 은퇴의 첫 발을 디딜 수 있게 하고 싶은 거에요. 실수가 발생하면 안되는 일에 실수가 조금씩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그 이후로는 slow down해서 일에서 떠나거나 조금만 해야할 것 같아요.

stella.K 2023-02-18 13:15   좋아요 1 | URL
특히 봄되면 더한 것 같기도 해요. ㅋ
그 생각 잘하시는 것 같아요. 한국은 50 넘어서도
일이나 공부다 열심히 살더군요.
뭐 그게 악바리 근성일 수도 있고 때로 부럽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 못 살겠더군요. 욕심 안 부리고 가늘고 길게 살기로 했어요. ㅎㅎ
나이들면 건강이 제일 걱정이더군요.
자신도 못 견디고 주위 사람도 걱정 만들고.
잘 생각하셨습니다.

페크pek0501 2023-02-20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윌라의 오디오북, 무료 체험을 하고 있는데 들어 보고 좋은 것만 종이책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1년에 십만 원 이하인 것 같아 아예 윌라 1년 구독을 신청해서 말이죠.
9만 9천원만인가 내면 1년 동안 전자책 120만권을 볼 수 있는 밀리의 서재도 있어요. 이것을 딸애는잘 애용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종이책이 좋은 지라...
모든 게 다 인상되고 책값도 비싸서 절약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 같습니다. 관리비도 엄청 나왔어요...

stella.K 2023-02-21 13: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앞으론 오디오북이 대세일 것 같네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 옛날부터 많이하고 살았는데 그래도 어떻게 살아지긴 했지만...ㅠ

yamoo 2023-02-21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은 책이 중고서점에 나올 확률은 10퍼센트도 안된다고 봐요. 개중에 정말 우연히 리스트에 있는 책이 중고서점에서 보면 묻지마 구매를 하게 됩니다.

그런 류의 책들 중에 카잔차키스 전집이 있었는데요. 이게 엔날 고려원판으로 모았던 것이 책이 누렇게 뜨고 변해서 열린책들 새판본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가뭄에 콩나듯이 한권 한권 보였지만, 저번 주에 간만에 간 중고서점에 카잔차키스 전집이 60퍼 세일가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걍 묻지만 지름신이 강림했지요..ㅎㅎ

책을 안 사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ㅎㅎ

stella.K 2023-02-21 16:42   좋아요 0 | URL
와우,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고래를 낚으셨네요. ㅎ 그러니까요? 그렇게라도 낚시질 해야하는데 그냥 운에 맞기는거죠. 암튼 정말 좋으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