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1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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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똑똑히 들어요. 순수함에 대해서 경계하십시오. 그건 영혼의 황산염 같은 것입니다."



바다 위. 버지니아호 선장이 로빈슨에게 타로점을 봐주고 이런 경고를 한다. 타로카드에 나타난 결과는 불길하면서도 어딘지 전복적이었다. 죽음을 의미하면서도 부활을 예고했던 것. 타로점의 기이한 힘 때문이었을까? 마치 발설해선 안되는 비밀을 내뱉어 심판받듯 배는 이 말이 끝나자마자 풍랑에 휩싸이고 선장은 고꾸라진다. 난파된 배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로빈슨은 작은 무인도에서 눈을 뜬다. 슬픔수용단계에는 보통 4단계로 나뉘는데 부정,분노,타협,우울및 수용이 그것이다. 로빈슨의 여정은 마치 이 절차를 밟아가는 것만 같다. 처음에는 머지 않아 자신이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섬 한곳에 난파된 배의 일부. 그 안에 식량이 있었지만 그래서 탐내지 않았다. 그것들을 섭취하면 이 섬에 영영 발이 묶일것만 같다는 미신적인 불안감도 있었다. 하루하루 되는대로 버틴다. 열매를 따먹고 조개를 줍고 염소를 잡아 배를 채웠다. 날짜도 새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한달이, 몇년,수십년이 흘러간다. 



그 바다는 그를 더럽히고 나서 광기의 심연 속에 밀어 던지는 것이었다. 죽지 않으려면 그것에서 헤어날 수 있는 힘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섬은 그의 등 뒤에 제한된 약속들과 준엄한 교훈들로 가득 찬 채 광대하고 순수하게 펼쳐져 있었다. P.53


누구도 만날 수 없는 곳 무인도에서 고립된 채 시간의 개념마저 아득해지자 로빈슨은 비인간화되어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이전 삶이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었기에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것임을 비로소 실감한다. 철학적인 깨달음이 무서운 고요 속에서 유일하게 그의 의식속에 타오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육신은 점점 더 진창속에 빠져든다. 나오려고 발버둥칠 의미조차 상실한 그에게는 오히려 진창이 위안이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섬의 중심에 있는 동굴안에서 운명처럼 각성에 이르게 된다. 희미한 과거의 기억속에 남은 로빈슨의 어머니, 다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이해했던 어머니. 그녀의 자궁을 상징하는 동굴안에서 그는 다시한번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다시 태어난 그는 이 섬에서 자신의 왕국을 실현하려 한다. 농사를 짖고 새롭게 시작된 자신의 새 날들을 기록한다. 글이 지워져버린 책들에 잉크를 만들어 독수리 날개로 문서도 작성하고 헌장과 법전도 만들고 급기야 자신이 만들어낸 그 문서들에 주석도 단다. 곡식이 채워지고 나중을 위해 절재하는 삶이 이어지고 관습과 규제가 늘어난다. 


인간은 저마다 내부에 ㅡ그리고 그의 외부에ㅡ습관 반응, 반사 작용, 메커니즘, 골몰한 생각, 꿈 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깨어지기 쉬운 장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그의 동류들과 항구적인 접촉을 통하여 형성되고 계속 변모한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알겠다 수액이 없어지면 이 섬세한 화초는 잎이 떨어지고 시들어버린다. 내 세계의 중요한 부품인 타인....(...)인물들은 척도를 제공한다. 그 인물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감상자의 실제적인 관점에다가 필수 불가결한 잠재성을 추가하는 가능적인 관점들을 형성한다.P.66


'스페란차'라 스스로 명명한 이 섬에 로빈슨이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던 어느날. 섬에 들어온 원시부족이 인간 재물을 바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들은 그렇게 정기적으로 스페란차에 들어와 의식을 행했던 것이다. 한번은 뜻밖에도 두 명의 재물을 바치려했고 갑작스러웠기 때문인지 두 번째로 지목된 자가 놀라 도망친다. 어찌하다보니 그 인간재물을 로빈슨이 총을 쏴 돕게된다. 부족들은 도망치고 재물로 타버릴 뻔한 어린 소년은 로빈슨의 노예가 된다. 이 노예의 이름이 방드르디(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프라이데이'처럼 방드르디도 금요일이란 의미,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도 금요일이다.)다. 방드르디는 자기 목숨을 구해준 로빈슨의 발밑에 무릎꿇고 주인으로 받들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로빈슨의 규율을 깨트리기 시작한다. 이 후 두 사람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인 미셸 투르니에가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설 방드르디 에서 로빈슨의 모습은 인류의 문명과 참 많이 닮았다. 스스로 신이 되어 문명을 건설하고 나와 다른 타자를 착취하고 규율속에 가둔다. 강압과 주입은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는 방식이고 노예는 자신을 지우고 주인을 따라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문명이 보여주듯 모든 주체는 자신만의 방식을 추구하길 본능적으로 갈구하며 이로인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장기간의 고독을 통해 로빈슨은 자신안에 전복을 갈구하는 그 무엇을 축적했던 것일까? 스스로 질서를 세우려 했지만 그것을 무너뜨리고자하는 욕망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던 그는 결국 인류의 그것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에초에 난파된 배에서 홀로 살아남아 무인도에 안착한것은 로빈슨에게 행운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이야기 속 극단의 상황은 삶의 근원적 물음으로 우리를 이끌어주기에 더욱 매력적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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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3 13: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이 이런 내용이었어요? 스스로 만든 질서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궁금해집니다. 방드르니의 용어 정의, 인류의 문명과 겹쳐지는 점이 보이는걸요. 흥미로워서 찜해놔야겠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어느 곳에서든 상하관계가 생기는 이유를 요즘 들어 새삼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미 2022-09-23 13:51   좋아요 4 | URL
이웃이신 청년님이 추천해주셔서 읽었는데 철학책을 읽은 느낌이예요. 저자인 미셸 투르니에가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건데 그 책을 읽지 않았기에 나중에 그것도 읽어보고싶어졌어요.
방드르디가 혼혈흑인남자아이로 나오는데 여성이었으면 또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ㅎㅎ
페미니즘을 공부하니 저도 계급을 늘 고려하게 되는것 같아요.^^*

scott 2022-09-23 14: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셸 투르드니에가 수도사였지만 철학박사로 젊은 시절 프랑스 중고등 철학교사였습니다
이분 책 대부분 인생의 고난의시기에 인간이 어떻게 헤쳐나갈수 있는 지 지혜와 해답을 찾는 여정 인간 내면속 자아를 찾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고등 교과서에도 수록되어있고
한때 바칼로레아 출제 된적도😊

미미 2022-09-23 14:51   좋아요 3 | URL
최근에 읽은<뒷모습>의 글도 좋았는데 이 소설은 심오한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건 알았는데
중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군요?!!
바칼로레아라면 혹시 영화 ‘유콜잇러브‘에서의 그
구술시험이 포함된 시험 말씀이신가요?🤔

scott 2022-09-23 15:45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프랑스 고딩들(한국에서 2학년 쯤) 철학 과목이 필수 여서 이분의 책을 필독 ㅎㅎㅎ
영화 ‘유콜잇러브‘에서 여주가 본 시험도 구술
바칼로레아 인데
아마도 고등연구학위과정 평가 시험(이거 통과 하면 철학 교수 자격증 따고 자신이 원하는 어떤 교육기관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음/학자의 길로 가려면 기나긴 논문의 터널을 통과 해야 함 ) 인데

미미님 역쉬!
프랑스에 진심 ^^💖


미셸 투르드니에의 <예찬>과 <외면일기>
추천 합니다
가을에 읽기 좋아여 ^^


미미 2022-09-23 15:53   좋아요 2 | URL
오 스콧님 추천!!
꼭 읽어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3 14: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빈슨 크루소보다 훨씬 좋을거 같은데요.
로빈슨이 세운 질서와 무너뜨리고자 하는 욕망이 뭔지 알고 싶어서 이 책 담아갑니다. ^^

미미 2022-09-23 14:39   좋아요 4 | URL
그런가요? ^^* 무인도 서사는 워낙 영화로도 종종 접해서 그런지 방드르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요. 그래도 철학적 내용들이 흥미로워서
한번에 쭉 읽긴 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를 전에 사두었는데 은근 두껍더라구요(466쪽)
미리 그 책을 읽었다면 비교가 되었을테고 차이점을 분명히
소개했을거란 아쉬움이 조금 있어요

다락방 2022-09-23 14: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십년도 더 훨씬 전에 친구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었어요. 아주 좋은 책이라고 선물 받아 당장 읽기 시작했는데 오십페이지도 못가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뒤로 책장에 내내 꽂아두기만 했거든요. 당시에는 너무 지루하고 못읽겠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미미님의 리뷰를 읽어보니 세상 철학적일 것 같고 좋은데요? 이제 드디어 이 책과 제가 만날 때가 됐는가 봅니다.

미미 2022-09-23 14:47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 이 책 갖고 계시군요! 더구나 선물받으셨다니 그분이 어떤 분일지
아마도 철학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가진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4부작이 그랬는데요. 요즘 오디오북과
드라마로 한창 빠져있어요!!

막 재밌지는 않지만 철학책이다 생각하시면 잘 읽어지실것도 같아요ㅋㅋㅋ
다락방님 다시한번 미셸 투르니에의 세계로!^^*

얄라알라 2022-10-02 01:0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께서 읽다가 중단하셨다니, ^^ 선물해주신 분 쎈스가 엄청나시군요^^ 다락방님을 많이 사랑하는 분일 거라는 느낌.

저도 사실, 이 책 최초엔 선물받아 읽었는데^^ 꼭 만나보세요. 강추합니다!

새파랑 2022-09-23 15: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많이 읽어본 느낌이 들었었는데 <로빈슨 크루소> 였군요 ㅋ 뭔가 미미님처럼 심오함이 느껴집니다~!!

미미 2022-09-23 15:49   좋아요 4 | URL
그쵸!!ㅋㅋㅋ저 처음에 갖고있는 정보가 전혀 없어서 연결못짖다가 이름에서 혹시?했는데 나중에 성까지 나와서 그 스토리구나 했어요ㅋ 미셸 투르니에라는 작가가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쓴거예요^^*

독서괭 2022-09-23 18: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예전에 읽고 미셸 투르니에 <생각의 거울>이랑 <예찬>도 읽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방드르디는 어려웠지만^^; 로빈슨크루소보다는 훨 문학적이고 진실한(?) 느낌.. 특히 프라이데이와의 관계에서 차이가 크지요! 미미님 리뷰 잘 읽고 갑니당~^^

미미 2022-09-23 19:00   좋아요 6 | URL
괭님은 두 소설을 모두 읽어보셨군요?!! 다 읽어보신 괭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원작보다 확실히 깊이가 있나봅니다.^^*
저도 미셸 투르니에의 다른 책들 꼭 읽어봐야겠어요~♡

mini74 2022-09-23 20: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예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어렵다란 기억, 크루소가 감춰둔 더러운 진실같단 느낌 ㅎㅎ 미미님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뭔가 눈 뜬 거 같아요 ㅎㅎ

2022-09-23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2-09-23 23: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이 리뷰를 쓰시니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네요!
전 이 책 한20년전쯤 한번 읽어보려고 시도했는데 초반 읽다가 포기했어요.영 지루하고 진도가 나가질 않아서 못 읽겠더라구요ㅎㅎ
그래도 미미님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주시니 무슨 내용인지는 알겠네요.읽다만 책,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미미 2022-09-24 08:42   좋아요 5 | URL
예진님 다르게 느껴지셨다니 감사해요^^*
20년전쯤이면 꽤 오래되었네요? 저도 20년전에는 못읽었을것 같아요ㅋㅋㅋ 이곳은
서로 책의 재발견을 도울 수 있으니 너무너무 좋지요~^^♡

그레이스 2022-09-24 10: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로빈슨 크루소 변주한 책들 중 탁월하죠?
저도 인상깊었던 책입니다.
이 책이 문화적, 인종적 타자 이야기라면, 쿳시의 포(Foe)는 여성의 입장에서 썼어요, 읽어봤는데 번역을 장담 못하겠네요.
암튼 투르니에의 시선은 제게 너무 좋았습니다.
나아가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를 읽게 되었죠^

미미 2022-09-24 10:31   좋아요 4 | URL
아 저는 아직 <로빈슨 크루소>를 읽지않은 상태라서요.^^* 어떤 차이가 있는건지 디포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여성의 입장이라니 넘 반가워서 찾아봤는데 존 쿳시의 포가 아쉽게도 절판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4 2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계속해서 읽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과도 어느 정도 통하고 있어요. 문명의 우위로 인간을 착취하는 과정은 어느 시대에나 똑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래전에 이 책 구매했었는데 안 읽어 중간에 처분했는데 후회가 됩니다^^

미미 2022-09-24 17:17   좋아요 4 | URL
<바닷가에서>지난번 페넬로페님 리뷰읽고 최근에 준비해뒀습니다^^*
물질문명과 자본의 힘이 워낙 강력해서 이런 책들이 주는 메시지가 더 의미있고 소중하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scott 2022-09-24 22:55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구르나!
인생이 이 작품 속 상황과 맞물리네요!^^

역쉬 페넬로페님 숨은 고수 이쉼 👍👍👍

얄라알라 2022-10-02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신들린 문장력이 돋보이는 리뷰,
소설 잘 모르는 저이지만 [방드르디, ~~]는 제 인생 소설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아끼는 꿀단지 같은 소설을 요렇게 상기시켜주시니~ 연휴의 야밤에 행복합니다

미미 2022-10-02 08:57   좋아요 3 | URL
얄라님의 인생소설이었군요!!!
저는 이번에야 추천받아 알게된 책인데 의외로 여러분들이 읽었다고 하셔서 놀랐거든요. 얄라님 인생소설이라 하시니 공감됩니다. 나중에 다시한번 읽고싶은 책이예요.ㅎㅎ
남은 연휴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라이터와 기름통을 들고 여성의 집에서 서성이는 남성, 가스배관을 타고 여성의 집에 들어가 폭력을 행사한 남성...이런 일들은 여성 집단에게 언제든 나에게도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 위축을 심어주고 남성 집단에게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런것들이 가능하다는 힘과 여성과 사회의 무력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빈번하게 영화, 드라마를 통해 그런 인식을 습득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한 인간의 마음과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런사람은 자신이 살해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살해당하는 일을 끊임없이 상상해보아야 합니다. 설령 자신이 공식적인 피해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성적이고 성애화된 방식으로 묘사되는 것을 늘 영화에서 보고 책에서 읽으면,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늘 신문에서 보면, 그런 일이 언제고 자기 주변의 여자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습니다. - P9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Pessoa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길에 돌이 있다고? 나는 그것을 일일이 주워 간직한다. 그랬다가 언젠가 성을 지을 것이다." 이 책은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입니다. - P9

젊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소멸을 수많은 방식으로맞닥뜨리는 것, 혹은 소멸로부터 달아나는 것, 혹은 소멸을 깨닫기조차 회피하는 것이다. 혹은 이 모두를 동시에 겪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은 의심할 나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시적인 주제다"라고 말했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죽기보다 살기를 바라는 여성의 관점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 P15

자신의 패배가 아니라 생존을 노래하는 시를 찾으려고 애쓰는 일, 이를테면 스스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그렇게 하거나 설령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지워지고 실패하는 것을즐기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일, 이것은 많은 젊은 여성이, 아마도 거의 모든 젊은 여성이 마주치는 과제다. - P16

감독이자 작가이자 배우인 브릿 말링 Brit Marling은 최근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여자들이 힘 있는 남자의 추행이나 학대를 꾹 참으면서 그 방에 그 의자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은 여성이 다른 결말을 맞는 모습을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읽은 소설에서, 본 영화에서, 태어난 후 줄곧 들어온 이야기들에서여자들은 너무나 자주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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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1 14: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드디어 미미님 솔닛 여사님의 책속으로😻

미미 2022-09-21 14:36   좋아요 3 | URL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과도 잘 연결되네요! 역시 스콧님👍첫장부터 가슴이 뛰는 글입니다🥰

2022-09-2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9-21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폭풍독서군요~!! 전 요새 또 못읽고있는데 ㅎㅎ 폭력적인 영상도 저런 범죄에 영향을 주는거 같아요~!!

미미 2022-09-21 16:36   좋아요 4 | URL
최근 새파랑님 연달아 리뷰 올려주신 책들 넘 좋았는데요!^^*
또 다시 바빠지신건가요?ㅜ.ㅜ
드라마나 영화에서 (오늘 다락방님 글처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늘 은근하게 주입되는데
성폭력 범죄의 영향만큼 파급력이 있는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9-21 2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한동안 전 공중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갑자기 누군가 내 옆구리 찌를까봐 공포감이!!!!ㅜㅜ
안그래도 앞전에 모범형사 드라마를 본 여파로 산책 나가서 혼자 걸을 때 누군가 내 뒤에서 걷는 발소리가 들리면 옆구리 찌를 것 같은 상상이 들어 눈 찔끈 감고 그랬네요.
완전 강박증 심해서 요즘 당분간 스릴러물은 자제중입니다. 에휴~~세상 쫄보라 뉴스 보기가 겁 납니다.

미미 2022-09-21 23:27   좋아요 3 | URL
저도 공공화장실가면 몰카는 걍 자포자기?고요. 이번 사건 때문에 흉기에 대한 공포가 며칠간 있었어요ㅜㅜ 특히 골목에 인적없을때요.
나무님! 모범형사도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나보군요? 스릴러에서는 여성혐오, 여성살해,위협은 거의 단골소재같아요. 여성 변호사한테도 협박을 하질않나 스토커 범죄기사가 부쩍 늘었습니다.

mini74 2022-09-22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동의 자유까지 침범당하는 두려움. ㅠㅠ 공포와 두려움 위축이란 단어들이 여자들의 삶에 너무나 익숙한게 참 싫습니다 ㅠㅠ 미미님따라 솔닛책도 읽어야겠어요 *^^*

미미 2022-09-22 12:09   좋아요 3 | URL
이동의 자유, 공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데 사회적 약자들은 늘 침범당하는것 같아요ㅠㅇㅠ
갖기위해 늘 투쟁해야하고 그 자체도 시끄럽다뭐다 지적당하고요 솔닛 글 많이들 읽는 이유가 있네요 강추합니다 미니님*^^*

scott 2022-09-22 15:56   좋아요 4 | URL
솔닛 책 강추 합니다 !!


페넬로페 2022-09-22 19: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제 어디서나 공포감을 가지는 것이 참 불편하고도 고통스러운 것이죠.
어른의 역할을 좀 하고 싶어도 요즘은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요~~
겪지 않아도 그대로 주입되는 트라우마도 무시 못할듯요 ㅠㅠ

미미 2022-09-22 19:51   좋아요 4 | URL
네! 맞아요. 불편하고 어딘가 자유롭지않은 기분요. 내가 직접 겪지않았는데도 한번씩 끔찍한 뉴스에 가슴이 찌리듯 아프더라구요. 많은 여성들이 나름의 심리적, 육체적 공감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ㅠ.ㅠ
 

 



어떤 여성이, 언제, 무엇을,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Lakoff, 1975: McLellan, 2010)를 까다롭게 골라주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은 커뮤니케이션 불안에 시달린다. - P69


어제 시사기획 창에서 기획한 '너를 사랑해2 거미줄 그루밍'을 일부 시청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과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사람들과 교류하고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가상현실 플랫폼은 현실의 문제도 그대로 담고 있다. 온라인 그루밍이 그것이다. 어린 10대 여자아이들이 이곳에서 은밀한 성적 농담과 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었다. 그들의 순진함을 악용해 접근하는 남성들은 점점 수위를 높이고 맞팔을 요구하는 등 긴밀하게 접근해온다. 뻔뻔스럽게도 그들은 여자아이들이 그들의 요구에 당황하거나 거절의사를 표현하면 '너희 부모에게 이른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로인해 피해를 입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가해자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로 하여금 어린나이에 또래 여자아이들을 희롱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것은 무엇일까?





말 한번 잘못했다가 신상이 털리고, 커리어가 중단된 수많은 사례를 지켜보면서 여성들은 ‘반드시‘, ‘당연히‘와 같이 불안을 일으키는 비합리적, 당위적 사고(Ellis, 1995)를 학습한다. - P69


부르디외는 주어진 상황에서 맥락에 적절한 말을 하는 실천적 능력을언어 아비투스로 지칭했으며, 이를 통해 언어 실천이 단순히 의식적인계산의 산물이 아니라 전성찰적인 차원에서 경험되는 체화된 인지 도식이라고 보았다(심성재, 2016).
언어 아비투스에 대한 부르디외의 설명은 권력 부족에 기인하는 불안과 이를 느낀 감정의 주체가 어떠한 인지적 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인지 측면에서 불안을 느낀 주체는 불확실성의 제거를 위해 주변 상황에 끊임없는 주의를 기울이고(Marcus,Neuman & MacKuen, 2000), 스스로 정보를 더 많이 찾아 나서는 정보추구 성향을 보이며, 기존 신념과 불일치하는 정보를 수용하고, 주어지는 정보에 대한 주목도도 높다(Valentino, Brader, Groenendyk.Gregorowicz & Hutchings, 2011).- P71


 ‘남성들의 거부감이 이렇게 심한데, 수용 가능성에 대한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이 맞는가?‘라는 가상의 질문에 미리 대답을 해두자면, 이 질문은 언어 시장의 수요자를 남성일반으로 한정하는 오류와 더불어 언어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여성청자의 존재를 치워버리는 차별적 시선을 담고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 P71


미러링의 과격한 성격으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부정적 시선은 무얼 말해주는가? 여성의 발화는 그것이 남성들의 혐오에 의한 것이더라도 보다 온유하고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지극히 남성주의적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원본(여성들이 미러링한)인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당연한 것 , 거부할 수 없는 것,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미러링을 하는 여성들만을 비난한다. 또한 혐오를 막기 위한 미러링보다는 나은 방식으로 남성들이 수용가능하도록, 한명이라도 여성들 편을 들도록 유도해야만 한다는 것 또한 남성줌심적 시각임은 자명하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 P72


미러링을 향한 이런 비난은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남성주의적 시각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연달아 언론에 오르내리는 스토킹범죄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헤어질때 여성들이 좀더 남성들을 따뜻하게, 친절하게 대해주었어야 했다', '너무 칼같이 거절하니 남자가 분도한 것이다'란 의견을 덧대며 2차 가해를 하곤했다. 야당의 이상훈 의원이 "너무 좋아하는데 안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한 것같다'와 같이 망언을 한 사례가 이런 일부의 비뚤어진 시선을 그대로 반증한다. 이런 식의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은 그대로 토양과 씨앗과 물, 햇볕,양분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 또 다른 폭력의 가능성으로 만발한다. 그리고 그 폭력적인 식물은 아가리를 벌려 또다른 희생양을 삼킨다. 리베카 솔닛이 말한것처럼 그 폭력은 원인인 동시에 결과인 것이다.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들의 언어 생산물이 ‘절대로 원본(의 폭력성과 현실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미러링을 만들 수 있었다. 여성들의 신체적 감각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는 누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여성들이 그동안 노출되어왔던 여성혐오적인 게시물의 규모와 거기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얼마나 주목해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작은 유희를 벗어나면 ‘끔찍한 현실‘이라는 원본이 그 그동들을 기다리고 있기에.", "미러링의 유희가 괴로움과 허탈함을 예정하는 ‘쓴웃음‘인 이유는 미러링으로 사회를 고발하는 사람들은 미러링의원본이 처절한 ‘현실‘이고, 자신이 만든 거울상은 ‘현실‘이 아님을 가장 공감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P73


어제 본 방송 '너를 사랑해2 거미줄 그루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이거였다. 온라인 그루밍관련해 아이들을 돕고 있는 한 전문가는 말했다. 온라인 성범죄에 있어 가장 전문가는 가해자들이고 반전문가는 피해자들이다. 그리고 가장 무지한 사람들은 부모와 선생님들이다. 갈수록 발달하는 미디어세계에서 우리는 더욱 현실에 걸맞는 아니 그보다 앞선 공부가 필요하다. 


폭력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영향을 받은 여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P.8-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혐오는 무지의 결과이고 미러링은 혐오의 현실을 이해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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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1 11: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는 기쁨을 오늘은 정말 최대치로 느낍니다, 미미 님. 게다가 미미님과 제가 비슷한 타이밍에 같은 부분을 읽고 있었어요. 써내는 글은 다르게 표현되어졌지만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분노와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표현해준 것에 대한 동의와 공감에 대해서는 같은 결을 가졌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정말이지, 미러링은 여성혐오 사회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아주 현명한 방법이었어요.

미미 2022-09-21 11:30   좋아요 5 | URL
저도요 다락방님!! 저는 미러링에 동의하면서도 그 기능의 숨은 의미와 파급력,가치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서 어떤분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제가 미러링에 긍정적으로 쓴 점을 지적했을때 정확하게 말 할 수 없어서 답답했거든요.(잘 모르니)그런데 이 부분 읽고 너무 명쾌했고, 남성혐오와 여성들의 미러링이 왜 제게 다르게 느껴졌는지 이유를 알게되었네요.

2022-09-21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1 1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3페이지 인용문에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나요. 개인적으로는 누적된 결과물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와닿더라구요. 여성들의 피해의식, 자신도 모르게 방어 기제들이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 다락방님도 그렇고 미미님도 함께 이야기를 전해주셔서 참 좋습니다. 많은 남성 독자분들께서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미미 2022-09-21 13:05   좋아요 3 | URL
네! 특히 미러링에 대해 잘 써주었죠!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예민하고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밖에없다는 전제도 무릎탁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남성들의 혐오는 무지의 결과이고 미러링은 공부의 결과라고 느꼈어요. 뒷부분도 잔뜩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22-09-21 1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특히 72, 73쪽) 인상깊었는데 미미님 글 읽으니 정리가 더 잘 되네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부분은 걱정스럽게ㅠㅠㅠ 공감되고요.
앞으로도 글 많이 써주세요, 미미님! 기다리고 있습니다요!

미미 2022-09-21 16:53   좋아요 3 | URL
온라인 그루밍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구요.ㅠㅠ 악질적인 이른바 ‘우쭈쭈‘들이 온라인에서 활개를 치고있어요. N번방 착취도 계속되고 있구요. 또한번 다락방님의 시의적절한 책선정에 감탄했습니다.
단발머리님도 많이많이 써주세요!*^^*

독서괭 2022-09-21 2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너를 사랑해 봤는데(보면서 욕나왔어요 ㅜㅜ 가해자들 넘 끔찍해서 ㅠㅠ) 2가 나왔나요? 미미님 덕에 찾아봐야겠어요! 미러링에 대한 내용 흥미롭네요. 저도 어서 따라가야..^^;;

미미 2022-09-21 23:19   좋아요 4 | URL
아! 제가 어제 우연히 방송 중간부터 봤거든요. 검색하니 제목이 이렇게 떴어요. 대화내용 그대로 보여주는데 정말 끔찍하더라구요.ㅠ.ㅠ 마침 이 책 읽던터라 도움이되었어요. 괭님도 이 책 좋아하실것 같아요*^^*

mini74 2022-09-22 1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미줄 그루밍 ㅠㅠ 교묘하고 끔찍하네요. 미러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미미님 글 통해 알게되네요.

미미 2022-09-22 12:18   좋아요 3 | URL
네 ㅠ.ㅠ 이 책에 ‘미러링‘이 나올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좀 더 명확히 알고 싶던 주제인데 여기서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어서 좋았어요.*^^*

2022-09-22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떤 여성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Lakoff, 1975: McLellan, 2010)를 까다롭게 골라주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은 커뮤니케이션 불안에 시달린다. - P69

말 한번 잘못했다가 신상이 털리고, 커리어가 중단된 수많은 사례를 지켜보면서 여성들은 ‘반드시‘, ‘당연히‘와 같이 불안을 일으키는 비합리적, 당위적 사고(Ellis, 1995)를 학습한다. - P69

부르디외는 주어진 상황에서 맥락에 적절한 말을 하는 실천적 능력을언어 아비투스로 지칭했으며, 이를 통해 언어 실천이 단순히 의식적인계산의 산물이 아니라 전성찰적인 차원에서 경험되는 체화된 인지 도식이라고 보았다(심성재, 2016).
언어 아비투스에 대한 부르디외의 설명은 권력 부족에 기인하는 불안과 이를 느낀 감정의 주체가 어떠한 인지적 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인지 측면에서 불안을 느낀 주체는 불확실성의 제거를 위해 주변 상황에 끊임없는 주의를 기울이고(Marcus,
Neuman & MacKuen, 2000), 스스로 정보를 더 많이 찾아 나서는 정보추구 성향을 보이며, 기존 신념과 불일치하는 정보를 수용하고, 주어지는 정보에 대한 주목도도 높다(Valentino, Brader, Groenendyk.
Gregorowicz & Hutchings, 2011).
- P71

 ‘남성들의 거부감이 이렇게 심한데, 수용 가능성에 대한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이 맞는가?‘라는 가상의 질문에 미리 대답을 해두자면, 이 질문은 언어 시장의 수요자를 남성일반으로 한정하는 오류와 더불어 언어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여성청자의 존재를 치워버리는 차별적 시선을 담고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 P71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 P72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들의 언어 생산물이 ‘절대로 원본(의 폭력성과 현실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미러링을 만들 수 있었다. 여성들의 신체적 감각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는 누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여성들이 그동안 노출되어왔던 여성혐오적인 게시물의 규모와 거기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얼마나 주목해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작은 유희를 벗어나면 ‘끔찍한 현실‘이라는 원본이 그 그동들을 기다리고 있기에.", "미러링의 유희가 괴로움과 허탈함을 예정하는 ‘쓴웃음‘인 이유는 미러링으로 사회를 고발하는 사람들은 미러링의원본이 처절한 ‘현실‘이고, 자신이 만든 거울상은 ‘현실‘이 아님을 가장 공감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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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1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오늘 같은 부분을 읽고 있었군요!! >.<

미미 2022-09-21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파트 너무너무 좋아요 다락방님!! 미러링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었어요!! >.<
 




대표적으로 미디어는 행복 이미지를 나날이 다각화하고 새롭게 개발하여 유통시킨다. - P24



자본주의는 똑똑하다. 똑똑할 수 밖에 없다. 상품을 더 많이 더 오래 팔기위해선 막강한 자본과 그로써 얻어낸 두뇌들을 총 동원해 사람들의 의식속에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집어 넣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건 단순히 물건에 대한 욕망이 될 수도 있지만 이제는 행복과 같은 '가치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치관'의 스펙트럼에는 욕망보다 더 포괄적인 것들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갈수록 이 방식은 교묘하고 지능화되고 있다. 마치 구매자들이 스스로가 원해서 자본주의의 방식에 따라가는것처럼. 자본주의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본주의를 '이용'하는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에 천착하는 이론가들이 늘어나고있다.




나는 이론가들만큼 똑똑하지 않지만 내 삶에서 자본주의의 힘을 냉정하게 보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편이다. 그게 늘 실천으로 이어져 제대로 견제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할 수 있는한 견제하고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쓴다. 늘 말하지만 넋놓고 당하는것 보다야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는 편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니까. 노력이 쌓이다보면 결과적으로 침해당하는 일이 어느정도 쌓이더라도 과정에서 각성이라는 순기능 또한 적립된다고 믿는다. 예를들면 어떤 뉴스기사들은 디지털성범죄에 착취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필수품이긴 하지만 (어떤면에서) 여성의 대상화,상품화할 수 있는 제품들을 나란히 광고한다. 수년째 큰아버지에게 강간당한 소녀의 기사에 브라광고가 뜬다던지, 성형광고, 부부관계를 원활하게 해준다는 상품이 전시되는 식이다. (물론 어떤 것들은 내가 검색한 키워드나 조회한 것들을 기반으로 타깃광고가 뜨는데 앞의 예로 든 것들은 내가 요즘 검색하고 있지 않는 유형이다. ) 물론 광고는 외주를 주는 방식이고 그러한 광고료없이 생존할 수 없는게 언론사의 현실이란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적어도 어떤 종류의 기사에 어떤 광고를 올릴지는 '선택'이 가능하지 않은가? 잘 찾아보면 민감한 내용의 기사에는 아예 광고를 걸지 않는 언론사도 있다. 비교가 된다.



이러한 자본의 맹렬한 공격 속에서 우리는 '행복'의 정의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외부적으로 주입된 고정적이고 자본주의화된 행복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와 만나는 사건으로서 정동의 흐름에 부유하는 '행복'으로 말이다. 마르크스,레닌의 사회주의가 그랬고 프로이트의 이론이 그랬듯 기존에 주어졌던 한정적 개념에 자유로운 인식이 더해져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러한 '행복'이 길을 열어줄 것이다. 


원망, 가능, 의지로서 정동의 운동력이 행복을 향해 움직일 때 그것을 행복의 윤리라고 할 수 있다면 ㅡ 푸코가 윤리의 요소로서 '윤리의 재료, 주체화의 양식, 윤리적 실천, 목표를 제시했듯이ㅡ행복은 그러한 요소들을 아우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P.27


구별되어진 소수자들은 기성의 질서 안에서 자신의 다름을 감추고 침묵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행동을 하고 말을 시작하여 소수성이 수행될 때, 세계' 일반'이 유지하고자 하는 거짓된 흥, 부당한 즐거움,헐거운 평화의 허상이 깨지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생성될 수 있다.P.29


행복은 정동의 휘몰아치는 운동의 흐름을 겪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우연의 궤적들이다.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픈 마주침을 체험, 체현하면서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고 다른 나이며 새로운 나로 태어난다. 되어간다. 또 다시 태어난다. 이로써 매순간 더 이상 자신에게 갇히지 않고 자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자아와 만나는 사건, 그러한 사건들의 지속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원히 회귀하는 과정속에서 주체에게 부여되었던 취약성이 생성과 차이와 변화를 포괄하는 긍정의 힘으로 전환되면서 행복이 생성된다. 아니 끊임없이 행복이 "약속"(Ahmed, 2010)된다. - P37


행복을 향하는 움직임은 곧 주체로 되어가기와 가능성의 열림이므로 행복은 "주체의 도래"를 뜻한다.P.35


정동은 존재와 행위의 능력으로, 무엇에게 무엇인가를 바라고 지향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다. 그 문자 의미 그대로 정동은 고정되거나 획일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이다. 정동의 선율에서 기쁨은 고양과 강화의 힘이고 슬픔은 저하와 약화의 힘이다(김예란,2018b).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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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19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본의 맹렬한 공격 속에서 행복의 정의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글 공감 100배입니다 *^^*

미미 2022-09-19 16:21   좋아요 3 | URL
남성 기득권자들은 많은 땅(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지만 여성들은 이미 자본주의 맹폭 속에서(여성들에게 더 집중되어있고 더 냉혹한) 생존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는것 같습니다. 미니님*^^*

scott 2022-09-19 16:56   좋아요 2 | URL
미미님 이 페이퍼 넘 좋아여!
(و ˃̵ᴗ˂̵)و

미미 2022-09-19 17:12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스콧님ㅎㅎ(୨୧ ❛ᴗ❛)✧

새파랑 2022-09-19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알라딘과 북플에는 그져 무릎을 꿇게 됩니다...

미미 2022-09-19 17:07   좋아요 3 | URL
아아 저도 마찬가지예요 새파랑님! 북플의 책자본주의에는 무기력하게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리는ㅋㅋㅋㅋㅋㅋ

scott 2022-09-19 16: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구별되어진 소수자들은 기성의 질서 안에서 자신의 다름을 감추고 침묵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밑 줄 쫘악!(۶•̀ᴗ•́)۶
자본의 맹렬한 공격 속에서(쉼없이 울리는 알라딘 앱 알람 유혹)
이 책 미미님에게
(*ˊᗜˋ*)ᵗʰᵃⁿᵏ To
를 날려요

나는 야 자본주의 노예
(̵̵́╹ᴥ╹)̵̵̀

미미 2022-09-19 17:11   좋아요 3 | URL
아핫 감사해요 스콧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두 자본주의 노예!
아직 초반 읽고 있지만 이 책에는 요즘 시기에 질문하게 되는
논쟁꺼리가 가득 담겨 있어요.

시작부터 감탄연속이어서 앞으로
이 책에 대해 페이퍼 많이 쓸것 같습니다(๑>ᴗ<๑)

건수하 2022-09-19 18: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페이퍼가 어렵지만 날카롭고.. 좋습니다.

자본의 공격이 참 은근하고 지속적이죠.. 인터넷 SNS등에서 얼마나 지능적으로 그 부분을 조절하는지. 비건이라거나 친환경 같은 가치는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소비를 조장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여가를 즐겨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강박인 것 같아요. 다름을 감추지 않고 말하기 시작하는 것 또 그걸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미 2022-09-19 18:36   좋아요 5 | URL
이번책이 어려워서 그렇게 느끼셨나봐요 정동 개념이 아직도 좀 헷갈려요.
반면 제 글은 참 쉽지요?ㅎㅎㅎ

오늘 한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나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친구인데 뭔가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거든요. 배움은 자신을 위해 좋은 것이고 또 그게 나중에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자꾸만 새로운 구매로 이어지더란거죠.
그러다보니 조금 짐스럽게 여겨진다구요.

정희진님의 최근 책에서 자본이 무서운건 ‘선택‘을 스스로 한다고 여기게끔 자본의 영향력을
숨긴다던가 하는 말이 있었는데 떠올랐고 와닿았어요.

친환경, 여가, 스포츠에도 말씀하신 모순들이 있고요. 페미니즘에서 탈코르셋에 관한 문제도 나이든 여성들은
결코 그런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의 잣대로 강요해선 안된다고 봐요.
항상 염두해 둬야할 문제네요.^^*

책읽는나무 2022-09-19 1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제법 어렵네요??
아직도 행복편에서 마구 헤매고 있습니다ㅋㅋ
특히 ‘정동‘ 어젠 갑자기 정동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거에요.
어렴풋하게 그런 뜻인가? 했는데 지금 또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전 워낙 찔끔찔끔 끊어 읽다 보니 앞에서 읽다가 놓친 듯 하여 정말 날 잡고 정신차려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금 읽던 책들 모조리 읽고 읽으려구요^^

자본주의의 광고문구가 늘 우리 주변에 미디어로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미미님 글을 읽고 보니 그렇네?? 하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광고문구를 눈여겨 보지 않았거든요. 강간당한 기사에 그러한 상품광고라니??
그러고 보니 몇 개의 기사를 찾아 읽다가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어떤 날은 유독 거슬리는 광고를 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이 기자 누구지? 막 찾아 보기도 했었어요.
미미님의 글이 갈수록 날카롭고 통찰력이 깊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고 감히 평가했습니다ㅋㅋㅋ

미미 2022-09-19 21:05   좋아요 4 | URL
그것도 방법같아요!*^^* 저도 요즘 이 책 저 책 자꾸
한 눈 팔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됩니다.
<다미여>대비 읽어야 할 책들에, 매일 북플에서 유혹하는 리뷰들,
페미니즘 관련책들의 점점 강해지는
무시무시한 유혹까지ㅋㅋㅋㅋ

간혹 어떤 광고들은 넘 심한것같아 신문사에 전화하고 싶을때도
있었어요. 유튭도 소소하게 공부에 활용중인데 초반 봐야하는
광고시간도 계속 늘어가고 하나였던 광고가 두 개가 되고...
(극장광고도 마찬가지)

사실 유튭은 영상을 무료로 즐기는 대신 광고를 우리가 보는건데
그 짐?이 은근슬쩍 점점 커지잖아요? 냉정하게 보면 광고시간이 상당히 길어져서
우리에게 돈을 주고 보여줘야 할 정도인데 영영 그럴것 같진 않고.
나무님의 평가 부끄럽습니다. 함께 읽으면서 더불어 성장한다는 느낌이
요즘 부쩍 들어요. 그래서 계속 읽게 되는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9-19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인용문만 봐도 너무 어려워요 ㅠㅠ
자본주의가 똑똑하게 인간의 삶을 지배하다보니 행복이 자본과 동떨어져 있다고는 이제 말 못하겠어요.
다만 미디어에 의해 현혹되거나 전복당하지 않도록 저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는 정도예요^^

미미 2022-09-19 21:04   좋아요 4 | URL
네 이 책 어느 부분은 논문수준으로 조금 어려워서
읽던 곳 다시 읽은적이 많아요. 그런데 집중해서 읽다보면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과 맥락적으로 이어져서
기분 좋기도 하고 개념을 쌓아가는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주는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참 좋은데 이걸 나중에 리뷰에
잘 담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이 없어요.ㅎㅎ

네~페넬로페님!! 행복도 자본이 규정하고 있다는 부분이 놀라웠어요
그래도 책을 읽고 보여지는것 이상을 보려 애쓰는 사람들은
말씀처럼 일정부분 스스로 감시체계를 발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베터라이프 2022-09-19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미미님 ^^ 아마도 미미님 글에 처음 댓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과거에 안토니오 네그리가 언급했던 것 중에 하나 인 것 같은데요. 작금의 자본주의가 시민들, 자신들의 몸까지 상품화 시킨다는 요지였습니다. 이런 주장에 가장 동의했던 사람도 지그문트 바우만이었죠. 개인적으로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화에서 가장 비판해야 할게 여성에 대한 성품화라고 생각합니다. 실로 안타까운 전개 과정이에요. 이 성상품화에는 여러가지 말도 되지 않는 논리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건 자본주의의 왜곡된 가부장적인 양태의 진면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케이트 만의 글도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미미 2022-09-19 22:06   좋아요 3 | URL
네! 안녕하세요 베터라이프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케이트 만의 <남성특권>저도 읽어보고 싶었어요.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들도 궁금하네요.

미인대회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는것과 UFC에서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이른바 옥타곤걸로 관객의 열광을 고조시키는등의 표면화된 상품화부터 미디어에서 은근히 암시되는 상품화까지 자본주의에서 없어선 안될 요소로 자리잡고 있죠. 여기에 대해선 문제제기와 비판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여성의 권리가 갈수록 나아진다고해도 늘 이런 고착화된 상품화의 요소들이 아직 갈길이 멀다는걸 보여주는듯 합니다.

바람돌이 2022-09-19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행복이라는 개념도 자본의 광고가 만들어주는 시대죠. 심지어 내가 지금 하고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자본주의가 만들어서 나에게 주입시킨 것인지 그것도 헷갈리는....
저도 내일부터 이 책 읽기 시작합니다. 우리 열심히 화이팅해요. ^^

미미 2022-09-19 22:44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이예요. 내가 쌓아온 지식도 어떤 경로로 내게 온 것인지 정확히 인식하는게 어렵다는걸 보면 뭐든 확신한다는건 다 착각일지 모른단 생각도 듭니다. 그저 고여있지 않기위해 계속 읽고 쓰는것만이 인식을 확장하기 위한 최선이겠죠? 이 책 지금까진 꽤 마음에 듭니다. 바람돌이님은 어떤 것들을 느끼고 써주실지 궁금해요 화이팅!!*^^*

레삭매냐 2022-09-20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걸 죄다 집어 삼키는
자본의 맹렬한 공격에서도
우리 닝겡이들은 여전히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군요.

점점 자본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왠지
서글픈 생각이... 그렇네요.

미미 2022-09-20 19:39   좋아요 3 | URL
자본의 맹공이 갈수록 비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두렵고 암울하네요.

그래도 우리 깨어있고자 하는 닝겡이들의 힘도
결코 무력하지만은 않음을 희망적으로
생각하려구요*^^*

그레이스 2022-09-20 2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본은 다 많은 자본을 축척하는 방향으로 영리하죠. 모든것으로 이익을 남기는것,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그 모든 것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진저리쳐지죠.

미미 2022-09-20 21:50   좋아요 3 | URL
네 그레이스님! 예전에는 그냥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는것으로 여겼어요.
지금도 많이 아는건 아니지만 너무 무지했던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갈수록 노골적으로 느껴지구요. 그만큼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협소하다는 의미일수도 있겠다 싶어요.*^^*

공쟝쟝 2022-09-21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과 함께 자본주으 뿌셔뿌셔 ㅋㅋㅋ

미미 2022-09-21 10:41   좋아요 1 | URL
이노무 자본주의 다 부셔버리고 싶어요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1 10:57   좋아요 1 | URL
저랑 같이 무인도에서 농사나 지으실래요? ㅋㅋㅋ

미미 2022-09-21 11:01   좋아요 1 | URL
저 어제 마침 방드르디(로빈슨 크루소이야기)읽어서 잘 살수 있을거같애요!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1 11: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아 ㅋㅋㅋ 근데 책도 끊어야할텐데 ㅋㅋㅋㅋ (이게 고민)

미미 2022-09-21 12:19   좋아요 2 | URL
아아ㅋㅋㅋㅋ그것땜 우리 둘다 지금 못가고 이러고 있는걸꺼예요ㅋㅋ(찡끗찡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