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성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Lakoff, 1975: McLellan, 2010)를 까다롭게 골라주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은 커뮤니케이션 불안에 시달린다. - P69
말 한번 잘못했다가 신상이 털리고, 커리어가 중단된 수많은 사례를 지켜보면서 여성들은 ‘반드시‘, ‘당연히‘와 같이 불안을 일으키는 비합리적, 당위적 사고(Ellis, 1995)를 학습한다. - P69
부르디외는 주어진 상황에서 맥락에 적절한 말을 하는 실천적 능력을언어 아비투스로 지칭했으며, 이를 통해 언어 실천이 단순히 의식적인계산의 산물이 아니라 전성찰적인 차원에서 경험되는 체화된 인지 도식이라고 보았다(심성재, 2016). 언어 아비투스에 대한 부르디외의 설명은 권력 부족에 기인하는 불안과 이를 느낀 감정의 주체가 어떠한 인지적 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인지 측면에서 불안을 느낀 주체는 불확실성의 제거를 위해 주변 상황에 끊임없는 주의를 기울이고(Marcus, Neuman & MacKuen, 2000), 스스로 정보를 더 많이 찾아 나서는 정보추구 성향을 보이며, 기존 신념과 불일치하는 정보를 수용하고, 주어지는 정보에 대한 주목도도 높다(Valentino, Brader, Groenendyk. Gregorowicz & Hutchings, 2011). - P71
‘남성들의 거부감이 이렇게 심한데, 수용 가능성에 대한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이 맞는가?‘라는 가상의 질문에 미리 대답을 해두자면, 이 질문은 언어 시장의 수요자를 남성일반으로 한정하는 오류와 더불어 언어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여성청자의 존재를 치워버리는 차별적 시선을 담고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 P71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 P72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들의 언어 생산물이 ‘절대로 원본(의 폭력성과 현실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미러링을 만들 수 있었다. 여성들의 신체적 감각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는 누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여성들이 그동안 노출되어왔던 여성혐오적인 게시물의 규모와 거기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얼마나 주목해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작은 유희를 벗어나면 ‘끔찍한 현실‘이라는 원본이 그 그동들을 기다리고 있기에.", "미러링의 유희가 괴로움과 허탈함을 예정하는 ‘쓴웃음‘인 이유는 미러링으로 사회를 고발하는 사람들은 미러링의원본이 처절한 ‘현실‘이고, 자신이 만든 거울상은 ‘현실‘이 아님을 가장 공감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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