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와 기름통을 들고 여성의 집에서 서성이는 남성, 가스배관을 타고 여성의 집에 들어가 폭력을 행사한 남성...이런 일들은 여성 집단에게 언제든 나에게도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 위축을 심어주고 남성 집단에게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런것들이 가능하다는 힘과 여성과 사회의 무력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빈번하게 영화, 드라마를 통해 그런 인식을 습득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한 인간의 마음과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런사람은 자신이 살해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살해당하는 일을 끊임없이 상상해보아야 합니다. 설령 자신이 공식적인 피해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성적이고 성애화된 방식으로 묘사되는 것을 늘 영화에서 보고 책에서 읽으면,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늘 신문에서 보면, 그런 일이 언제고 자기 주변의 여자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습니다. - P9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Pessoa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길에 돌이 있다고? 나는 그것을 일일이 주워 간직한다. 그랬다가 언젠가 성을 지을 것이다." 이 책은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입니다. - P9

젊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소멸을 수많은 방식으로맞닥뜨리는 것, 혹은 소멸로부터 달아나는 것, 혹은 소멸을 깨닫기조차 회피하는 것이다. 혹은 이 모두를 동시에 겪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은 의심할 나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시적인 주제다"라고 말했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죽기보다 살기를 바라는 여성의 관점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 P15

자신의 패배가 아니라 생존을 노래하는 시를 찾으려고 애쓰는 일, 이를테면 스스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그렇게 하거나 설령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지워지고 실패하는 것을즐기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일, 이것은 많은 젊은 여성이, 아마도 거의 모든 젊은 여성이 마주치는 과제다. - P16

감독이자 작가이자 배우인 브릿 말링 Brit Marling은 최근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여자들이 힘 있는 남자의 추행이나 학대를 꾹 참으면서 그 방에 그 의자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은 여성이 다른 결말을 맞는 모습을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읽은 소설에서, 본 영화에서, 태어난 후 줄곧 들어온 이야기들에서여자들은 너무나 자주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 P16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9-21 14: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드디어 미미님 솔닛 여사님의 책속으로😻

청아 2022-09-21 14:36   좋아요 3 | URL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과도 잘 연결되네요! 역시 스콧님👍첫장부터 가슴이 뛰는 글입니다🥰

2022-09-2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9-21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폭풍독서군요~!! 전 요새 또 못읽고있는데 ㅎㅎ 폭력적인 영상도 저런 범죄에 영향을 주는거 같아요~!!

청아 2022-09-21 16:36   좋아요 4 | URL
최근 새파랑님 연달아 리뷰 올려주신 책들 넘 좋았는데요!^^*
또 다시 바빠지신건가요?ㅜ.ㅜ
드라마나 영화에서 (오늘 다락방님 글처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늘 은근하게 주입되는데
성폭력 범죄의 영향만큼 파급력이 있는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9-21 2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한동안 전 공중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갑자기 누군가 내 옆구리 찌를까봐 공포감이!!!!ㅜㅜ
안그래도 앞전에 모범형사 드라마를 본 여파로 산책 나가서 혼자 걸을 때 누군가 내 뒤에서 걷는 발소리가 들리면 옆구리 찌를 것 같은 상상이 들어 눈 찔끈 감고 그랬네요.
완전 강박증 심해서 요즘 당분간 스릴러물은 자제중입니다. 에휴~~세상 쫄보라 뉴스 보기가 겁 납니다.

청아 2022-09-21 23:27   좋아요 3 | URL
저도 공공화장실가면 몰카는 걍 자포자기?고요. 이번 사건 때문에 흉기에 대한 공포가 며칠간 있었어요ㅜㅜ 특히 골목에 인적없을때요.
나무님! 모범형사도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나보군요? 스릴러에서는 여성혐오, 여성살해,위협은 거의 단골소재같아요. 여성 변호사한테도 협박을 하질않나 스토커 범죄기사가 부쩍 늘었습니다.

mini74 2022-09-22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동의 자유까지 침범당하는 두려움. ㅠㅠ 공포와 두려움 위축이란 단어들이 여자들의 삶에 너무나 익숙한게 참 싫습니다 ㅠㅠ 미미님따라 솔닛책도 읽어야겠어요 *^^*

청아 2022-09-22 12:09   좋아요 3 | URL
이동의 자유, 공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데 사회적 약자들은 늘 침범당하는것 같아요ㅠㅇㅠ
갖기위해 늘 투쟁해야하고 그 자체도 시끄럽다뭐다 지적당하고요 솔닛 글 많이들 읽는 이유가 있네요 강추합니다 미니님*^^*

scott 2022-09-22 15:56   좋아요 4 | URL
솔닛 책 강추 합니다 !!


페넬로페 2022-09-22 19: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제 어디서나 공포감을 가지는 것이 참 불편하고도 고통스러운 것이죠.
어른의 역할을 좀 하고 싶어도 요즘은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요~~
겪지 않아도 그대로 주입되는 트라우마도 무시 못할듯요 ㅠㅠ

청아 2022-09-22 19:51   좋아요 4 | URL
네! 맞아요. 불편하고 어딘가 자유롭지않은 기분요. 내가 직접 겪지않았는데도 한번씩 끔찍한 뉴스에 가슴이 찌리듯 아프더라구요. 많은 여성들이 나름의 심리적, 육체적 공감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