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결한 대머리, 그을린 피부, 깨끗이 면도한 얼굴―그 커다란 갈색 돔, 거기에 뿔테 안경 (어린아이 같은 눈썹의 숱 없음을 가려주는), 원숭이 같은 윗입술, 굵은 목선, 좀 꽉 끼는 트위드 상의 속의 장사 상체 그 시작은 제법 창대했지만, 그 끝은 홀쭉한 다리 (지금은 플란넬 바지를 입고 서로교차), 그리고 여자 발처럼 약해 보이는 발이었으니 다소미약했다. - P7

이제 비밀을 밝혀야 할 때가 왔다. 프닌 교수가 기차를잘못 탔다는 사실. 그는 그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고, 이미 객실을 향해 한 칸 한 칸 다가오고 있는 차장 역닌의시 모르고 있었다.  - P9

학생들이 그를 좋아했던것은 실력 있는 교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안경을 벗어 들고현재의 렌즈를 문지르는 동안 과거를 향해 환한 웃음을 보내면서 잊을 수 없는 여담들을 들려주는 교사였기 때문이다.  - P12

그의 큰어깨가 부들부들 들썩이는 동안, 그의 손이 그의 입을 향해날아가곤 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의 춤추는 손에그렇게 가로막히면서 학생들의 몰이해는 두 배로 늘어났지만, 웃음참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그의 모습은 불가항력적인 전염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가 웃음을 터뜨릴 때쯤에는학생들도 배를 잡고 웃어대곤 했다.  - P14

오히려 그는 지나치게 경계하는 편, 악마적인 함정들에 대한 경계가 지나치게 집요한 편, 일탈적인 주변 환경들(예측 불허의 미국)의 꾐에 빠져 엉뚱한 불찰을 저지르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에 지나치게 시달리는 편이었다. 딴생각에 빠져 있는 것은 세상이었고, 프닌에게는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의 삶은 무신경한 오브제들―그의 생활 반경 안에진입하자마자 망가지거나 그를 공격하거나 작동하기를 거부하거나 악질적으로 미아가 되는―과의 끝없는 전쟁이었다.  - P15

생명의 주요 특징중 하나가 절연성이라는 것을 누가 전에 이미 지적했는지는 모르겠다. 피부라는 막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죽는다. 인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한에서만 존재한다. 두개골은 우주여행자의 헬멧이다.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소멸된다. 죽음은 안을 벗는 것. 죽음은 밖에 닿는 것. 풍경과 섞인다는 것이 원더풀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연약한 자아의 끝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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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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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의 논리면 스탈린도 죄가 없고 히틀러도 그럴만 해서 그런거 아닐까? 플친님의 리뷰가 좋아서 읽었는데 23년간 장기 집권중인 푸틴의 만행들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도 기만적이지만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다만 앞으로 좀더 면밀히 알아보고 공부하자는 결심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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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28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을 보니 오히려 궁금증이 생기네요^^ 과연 어떻길래 하는 마음에서...

청아 2023-07-28 18:18   좋아요 3 | URL
푸틴에게 전쟁 명분을 주는 내용들이라고 느꼈어요. 모르는게 많아 이것저것 찾아보며 읽느라 힘들었는데 덕분에 계속 러시아문제를 공부할 의욕은 생겼어요. 푸틴에게 불리한건 몇 줄 있거나 혹은 쏙 빼버려서 좀 여러번 웃겼습니다.

베터라이프 2023-07-28 2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수의 미국 정치전략가들에 의해 무력화 되긴 했지만 ‘러시아의 안보’에 있어, 더이상 나토의 동진은 없을거라고 했던 당시 베이커의 확약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 소재한 핵무기를 도로 러시아로 보내면서 맺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공약이었던 부다페스트 메모랜덤도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말았죠. 이해영 교수는 바로 이런 동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해본건데, 물론 논리적 비약도 있고 무리하게 미국과 러시아의 균형추를 잡으려고 했던 점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푸틴의 광오함과 폭력성이 젤렌스키의 이익이기도 한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비록 같은 급으로 취급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교수는 이 전쟁의 정치적 맥락으로서 본질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연유에서 미국이 CIA를 동원해 남중미 아메리카에 불법적인 개입을 했덩 7~80년대의 ‘더러운 전쟁들’이 여기 한국에서는 잘 안 알려져 있지 않은 것과 유사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가 밝히는 여러 논지들 가운데 일관된 부분은 이 전쟁에 있어 선과 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젤렌스키 정권의 진면목을 알리려고 한 점은 전체적으로 글의 유익한 부분이라고 여겨지네요. 극우의 지지를 받는 젤렌스키, 국민을 졸로 보는 푸틴, 다시 전쟁을 통해 위대한 중국을 만들고자 하는 시진핑, 세계 패권을 무기로 경제적 이득과 동맹국들을 부하로 다루려고 하는 바이든.. 이들 모두는 선악의 인물들이 아니라 지극히 자신과 국가의 이익 관점에 움직이는 인물들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미미님 서재에 주절주절 쓰다보니 이리되었습니다 ^^;; 부디 아량으로 용서해주소서~~

청아 2023-07-28 19:24   좋아요 2 | URL
물론 유익한 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을 신뢰하지도 않고 정치적 관점은 사회주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냉정한 시선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언론뿐 아니라 1인미디어로도 현장 상황이 실시간 전달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전쟁을 바라보는 권력자들은 체스판의 말을 다루듯 -베터라이프님 말씀처럼-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기에 급급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해영 역시 비슷한 위치에서 (푸틴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객관성을 잃어버렸다고요. 중간 중간 들어간 여러 발췌문들도 그런 면에서 읽기 힘들었습니다. 집 잃고 가족을 잃은 난민들에게는 네오나치 문제나 과거 나토와의 약속은 전쟁의 명분이 될 수 없고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죠. 그런만큼 치우치지 않은 관점에서 사실을 쓰고 인용했어야한다고 그래야 미국에 대한 비판이 더 신뢰성을 얻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점에서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2023-07-28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7-28 1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요.
그 누구가 되었든 진정한 선인은 없다고 생각되네요.
제가 최근에 읽은 ‘빈곤의 가격‘에서도 푸틴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래요.
지금 말고도 그 전에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있었고, 조지아와의 전쟁도 결국 푸틴이 장기집권하기 위한 것의 한 맥락이기도 하더라고요.

청아 2023-07-28 19:21   좋아요 4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러시아에 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거였어요.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한 책입니다. 별점을 짜게 줬지만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미디어에서는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만 제공하니까요.
페넬로페님이 추천해주신 책 알아볼께요.

새파랑 2023-07-29 16:17   좋아요 2 | URL
도스토예프스키 책도더 읽어주세요 ^^

페넬로페 2023-07-29 16:40   좋아요 2 | URL
당연히 도작가님책도 완독해야죠!
우리의 찐사랑 아닙니까^^

기억의집 2023-07-28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조건 장기 집권은 권력의 집착으로 생각해서 카스트로가 아무리 혁명가여도 쿠바를 죽을때까지 집권한 독재자일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푸틴 장기권력의 개새끼일뿐이예요. 아무리 미사어구로 푸틴을 꾸며도 권력의 미친놈입니다!!

청아 2023-07-28 20:51   좋아요 1 | URL
전쟁 초기에 반대 시위하는 러시아 시민들을 차에 실어가는 모습을 뉴스로 봤는데 잊혀지지가 않아요. 전쟁 일으킨 사람들은 항상 가장 안전한데 있고 애꿎은 사람들만 희생당하고 있네요.

그레이스 2023-07-28 2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공부하자로 결론이 나는 ^^ 미미님!
그 결론에 박수, 공감, 함께 합니다~♡

청아 2023-07-28 21:21   좋아요 4 | URL
읽을수록 빈수레가 실감이 됩니다. 특히 국제정세, 경제는 심각한 수준이에요. 그레이스님 공감해주셔서 든든합니다~^^♡

추풍오장원 2023-07-31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현실주의 국제정치관에 기반해서 통념과 다른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좋은 국제관계학 입문서가 될듯 하네요.

얄라알라 2023-08-01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의 100자평에 이어지는 밀도 높은 댓글, 그 자체가 공부가 됩니다~~와우! 꾸벅!

잘 모르고, 관심도 안 두었어서 이해하려는 뱁새의 머리회선이 탑니다 ^^;;

청아 2023-08-01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웃분들의 댓글에
정보도 얻고 공부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사회 문제를 개인들이 공론화 하기도 힘들고 모여 토론할만한 여건도 되지않는데 이런 커뮤니티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나는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 나는 나 자신에게 모호한 존재다. 나는 처음엔 달빛의 선명한 시야를 가졌었고, 그래서 하나의 순간이 죽은 뒤 영원히 죽은 상태로 접어들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해 그 순간을 뽑아낼 수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있는 건 관념들을 담은 메시지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 속에 숨겨져 있었던, 그간 내가 예견해 왔던 직관적인 황홀경이다. 또한 이것은 향연이기도 하다. 말들의 향연. 나는 목소리보다는 몸짓에 가까운 신호들로 글을 쓴다. 사물들의 내밀한 본질로 파고드는 것, 이 모든 건 그림을 그리면서 익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신을 새로 만들기 위해 그림 그리는 걸 그만둘 때가 되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을 새로 만든다. 내겐 목소리가 있다. -아구아 비바.클라리시 리스펙토르











2박 3일은 부담스럽고 당일치기로 여행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드라마가 나왔다. '박하경 여행기'! 배우 이나영의 

수수한 이미지와도 무척 어울리는 느낌이다. 원빈과 결혼한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화려함으로 경쟁하던 다른 배우들과 달리 단출한 식을 올려서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이나영. 요즘 내 눈엔 싱글 라이프가 젤루 멋지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결혼은 그렇듯 친지들만 모셔서 소소하게 하는 게 예뻐 보인다. 국어교사인 박하경은 교실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어져 기차를 타고 무려 해남으로 간다. 서울에서 5시간 걸리는 곳으로.






    






해남의 템플스테이를 예약한 것. 여기에 등장한 절이 궁금해 찾아보니 '미황사'란 곳이라고 한다. 불교인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하경은 절을 향해 산을 오르다가 돌탑? 이런걸 뭐라고 하지? 사람들이 돌을 차곡 쌓아놓은 걸 보며한마디 한다. '발로 확 차버리고 싶다.'라고.  나도 이런거 볼때마다 늘 생각하는 거라서 허걱 하고 놀랐다ㅋㅋㅋㅋㅋ (실제로 그런짓을 하진 않았습니다.) 이 대목은 배우의 애드립일까 감독의 생각일까 시나리오 작가의 의도일까 궁금하다. 아무튼 난 돌탑을 볼때마다 기도를 왜 저렇게 하지? 싶고 ... 우리 동네 산에도 하나 둘씩 늘어나다가 1,2개에서 8~9개 이상으로 어느 순간 너무 많아졌다.  알고보니 어떤 아저씨가 작업하고 있었다. 모든 돌탑을 그 아저씨가 작업하진 않았겠지만 그 아저씨는 숲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치 연작을 하듯 돌탑을 계속 몇개씩 쌓아올렸다. 아저씨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쌓고 또 쌓아올렸을까. 가파른 곳에 그렇게 만든 탓인지 폭우가 내리고 난 뒤 거의 다 사라졌다. 숲은 그냥 숲으로 두었으면 좋겠다. 












박하경은 절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마주치는데 이것도 재미진 부분. 요가 선생님, 소설가, 묵언 수행하는 불자, 수다쟁이 불자, 차를 훌륭하게 우려내 대접해 놓고 점잖게 앉아 있다가 정적을 나무라듯 시원하게 방귀를 뀌어대는 스님. 약간 기인처럼 등장한 소설가는 박하경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나중에 혼자 그녀에 관해 시를 쓰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소설가 혼자 너무 진지해서 더 웃긴ㅋ ) 자유여행은 이런 예상치 못한 만남 때문에 더 즐거운 듯.








ㅡ당일치기 여행자ㅡ


여행의 목적이 무엇일까

고민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

자기 안에 어떤 질문이 있으니까

멀리 이곳까지 왔을텐데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조차 

내가 여기 왜 왔나 싶은 모양새다.





그렇다. 박하경은 해남을 당일치기로 왔다. 템플스테이 안내자가 오늘 예약하신 분이냐고 묻자 박하경은 덧붙일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린다. 그리고 자신은 오늘 자고 가진 않을 거라고. 오늘 저녁에 떠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안내자는 황당해하며 '왜요?'라고 묻고 박하경은 말한다. '그냥.....그러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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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7-22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하경 여행기 1회 반 정도 봤어요 ㅎㅎㅎ 이나영이라서 가능한 분위기가 나는 드라마입니다 토요일 마저 잘 보내시길요!

청아 2023-07-22 17:24   좋아요 1 | URL
길지 않은데도 한번에 쭉 보기엔 뭔가 심심한데가 있죠?ㅋㅋㅋ 정말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가 없네요^^

얄라알라 2023-08-01 12:47   좋아요 2 | URL
서곡님과 미미님 말씀에
이나영 배우의 매력이 궁금해지네요.

제대로 그 배우의 연기를 본 적이 없다는 걸 지금 댓글 달면서 깨달았어요

청아 2023-08-01 15:1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나영 배우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영화는 몇편 봤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시리즈가 가장 느낌이 좋았습니다. 7,8화는 조금 지루했지만 나머지 회차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했어요.

서곡 2023-07-22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 보기엔 심심 ㅋㅋ 자극적인 걸 본 후 찾아보면 중화가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청아 2023-07-22 17:35   좋아요 1 | URL
제가 그랬어요ㅋ 조금 폭력적인(재미 없었음ㅠ) 영화 보고 난뒤 보니 순두부찌게로 해장한 기분였어요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2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저 오늘 내일 이 페이퍼 쓰려고 했는데 찌찌뽕 입니다! 저는 2편이 너무 좋아서 자꾸 생각나고 친구들에게도 얘기해요. 2편 얘기 하려고요. 아 그 뒤는 아직 안봤습니다. 미미 님은 저랑 아주 다른 분이시지만(리스펙토르) 가끔 저랑 굉장히 같아요.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요? 훗.
그리고 필체 참 좋습니다.

청아 2023-07-22 21:42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도 보셨군요!! 찌찌뽕! ㅠ.ㅠ 저 이 드라마 좋아져서 아껴 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오늘 2편 보다가
조금 울었어요. 다락방님 어떤 이야길 써 주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도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자주 그런 감정을
느낍니다. 저보다 훨 매력적이고 풍부한 감성, 깊이를 가지셔서 당연한 일이지만요. 헤헷

필체...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07-23 0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일치기 여행 좋아해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면 하루 묵을 준비도 안해도 되고 가볍고 좋더라고요.
이 드라마 좋을 것 같은데 이 ott가 없어 아쉬워요.
유튜브에서라도 찾아봐야겠어요^^

청아 2023-07-23 09:39   좋아요 2 | URL
네!^^ 당일치기면 일단 가볍게 갈 수 있어 좋지요. 기차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설레더군요. ㅎㅎ 웨이브에서 하는데 참고로 첫달은 100원이에요. 제 생각엔<나의 해방일지>의 감성이 아주조금 담겼어요.

호시우행 2023-07-23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일치기 여행지로 해남은 너무 멀어요. 이나영이 연기한다니 한번 보고 싶은 드라마네요. 어린 딸을 데리고 전라도 쪽 사찰을 두루 여행했던 그 시절이 생각나게 하네요.

청아 2023-07-23 09:44   좋아요 0 | URL
왕복 10시간은 멀어도 너무 멀죠 ㅋㅋ이나영에게 잘 어울리는 드라마고 역할이라고 느꼈어요. 사찰 여행 다니셨군요! 딸에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겠네요 ^^

책읽는나무 2023-07-23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혜리 기자의 팟빵에서 이 드라마 소개가 있었는데 실제 인물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보고 싶은데 그 플랫폼엔 가입이 안되어 있어서....요즘 넷플 왓챠 끊고 웨이브나 티빙으로 갈아탈까? 싶다가도 그럼 삶이 끝장날 것 같아 참고 있어요.ㅋㅋㅋ
근데 미미 님도 글씨체가 몽글몽글 이쁜 글씨체로군요? 닮고 싶은 몽글몽글 아기자기한 글씨입니다^^

청아 2023-07-23 15:15   좋아요 1 | URL
나무님 삶이 끝장 나다니요ㅋㅋㅋㅋ 저는 넷플 끊고 웨이브 첫달 100원이라고 해서 보고 있는데 기간 끝나면 해지할거에요. 삶이 계속되고 있습니다.ㅋㅋㅋㅋ 실제 인물 이야기인줄 몰랐어요!!
김혜리 기자 팟빵도 들어봐야겠습니다. 나무님도 딱 좋아하실만한 분위기의 드라마예요. 편당 24분짜리 짧막한
이야기들인데 잔잔한 파문을 남깁니다. 저절로 홍보대사가 되버린 저ㅋㅋ

글씨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3-07-23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봐야겠네요

그레이스 2023-07-23 22:32   좋아요 2 | URL
찾았어요. 웨이브에서 ㅎㅎ
˝19세기말 프랑스에서는 갑자기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처음부터 확 끌리네요~♡

청아 2023-07-23 22:52   좋아요 2 | URL
그렇죠?!!ㅎㅎ 저도 한 편 보면서 자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새파랑 2023-07-23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일치기 여행은 정말 힘든데 ㅋ 해남까지 기차가 간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무궁화호 일까요? ㅋ

청아 2023-07-24 00:03   좋아요 1 | URL
ㅋㅋㅋ기차 타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새파랑님은 출장 한번씩 가시잖아요^^ 장마 끝나면 이번엔 꼭 가까운데라도 다녀와야겠어요ㅋ

레삭매냐 2023-07-25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구아 비바, 어젯밤에 조금
읽다 말구 잤는데...

허허 참 난해하더군요.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야겠지요.

청아 2023-07-25 14:14   좋아요 1 | URL
저도 다른 책이랑 번갈아가며 조금씩 읽고 있어요ㅎㅎ

사막을 걷는 것 같은
글인데 한번씩 오아시스가 나타납니다^^

기억의집 2023-07-27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돌탑 싫어하는데.. 저걸 왜 쌓고 계시나 싶습니다. 이 영화 흥미롭네요. 그러고 싶어서요.. 대사는 이나영식 말투로 혼자 상상하게 돼요!!

청아 2023-07-28 10:40   좋아요 0 | URL
‘돌탑 발로차고 싶다‘는 표현만큼 기존 통념을 깨는 장면들이 더러 등장해요. 편당 24분 시리즈인데 정적인 분위기와달리 얘깃거리가 많다는 느낌 받았어요. ^^

zazajaja 2023-07-30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아름다운 중력gravity의 힘에 대하여...
 


  



여기 한번 앉아보시겠어요?

결국 내가 의자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주목을 끌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지만 그즈음에 이르러서는 조심스럽게 우리를 따라다니던 사람들의 눈빛이 노골적으로 우리 쪽을 향해 있었다. 여기서 화장실 안이 다 보이거든요. 사람들도 계속 지나다니고요. 제가 이 주 전에 예약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옮겨주세요. 나는 거듭 요청했다.215



코로나 시기에는 극장에 워낙 빈자리가 많아서 중앙 아무 데나 자리를 잡았지만 보통은 맨 뒷자리를 선호한다. 뒷자리에서 발로 차는 걸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랄까. 걷기를 좋아하던 너와 거의 매주 종로의 극장을 찾았었다. 그날도 기분 좋게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뒷자리에서 자꾸만 발로 쿵쿵 내 의자를 찼다. 몇 번은 그냥 넘겼는데 영화에 집중할만하면 또 차고 또 차서 나는 뒤를 돌아보고 조심해달라고 최대한 작게 주의를 줬다. 그런 일이 극장에서 두 번 정도 있었다. 너는 그때마다 나에게 참으라고 말했고 나는 화가 났다기보다 불편한 상황을 멈추고 평온하게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나를 대하는 너의 태도로 인해 오히려 기분이 상했던 걸로 기억한다. 너는 왜 내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고 앞으로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그들에게 쩔쩔맸을까? 왜 죄 없는 나는 유난스럽고 예민한 사람이 되어버렸을까. 그 두 번 중 한번은 네가 그래도 나를 생각해 자리를 바꿔주었는데 그럼에도 뒷자리에서 발로 차는 게 옆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놀라서 돌아보면 악의적으로 그럴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굳이 영화관에서 그런 악취미로 시간 낭비할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너무 좁은 의자 간격의 문제도 있었을 테고 다리가 의도치 않게 너무 길어 감당이 되질 않았던지, 가만히 앉아 있는 게 그저 답답해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다 보니 그랬을 수 있다. 그래도 앞 자리에서 눈치를 주면 조심해야지. 




좋은 게 좋다니. 누구에게 좋다는 걸까.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그런 걸 따져 묻지는 못했다. 그게 뭐든 네 의도가 선하다는 것을 나 역시 모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너는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생기는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이고, 그건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야..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217




이 책은 작가가 경험한 여러 '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너라는 생활'을 지켜보는 나(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야기들 속 '너'는 유독 EP 성향이고 '나'는 IJ 성향이라 불꽃은 어쩜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독 사람들은 다른 성향을 만나 사서고생을 하는건지...'너라는 생활'을 읽으며 사사롭지만 결코 사사롭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린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자는 사람들, 도대체 그게 왜 누구에게 좋은 거냐고 묻는 사람들. 차별 당하면서 차별하는 사람들. 혼란스러운 얼굴들, 모순적인 표정들. 매일 볼 수 있는, 그러나 대부분 글로 남겨지지 않았던 흘려보냈던 일들을 작가는 잘 포착해냈다. 




분노는 방향을 틀고 너에게로 간다. 나에게도 너만 믿고 너를 의지한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걸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만큼은 그런 시간 전부를 잊은 것 같다. 너는 시시때때로 공과 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람이고, 일과 생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모두를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 속에 몰어넣는 사람이고, 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면서 거듭 우리의 생활을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이고. 그 순간엔 그런식으로 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부풀리는 데에 또다시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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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21 15: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만남이라는게 성향이 맞는 사람하고 꼭 만나지는 건 아니잖아요.
성향의 차이는 정말 힘들기는 해요.
그렇다고 그 만남을 안할 수는 없고요.
피곤하지만 서로 배려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것도 안되면 그때는 할수 없이 만남을 포기해야하고요^^

청아 2023-07-21 15:42   좋아요 3 | URL
저와 다른 성향에 끌리곤 했네요.ㅎㅎㅎ
글로 쓰는 건 주로 이런 이야기들이지만
좋은 점들이 많아서 다 오래 만났던 것 같아요.
저에게 많은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요.^^

새파랑 2023-07-21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자리 발로 차는 사람 정말 싫죠 ㅋ 조금만 신경쓰면 좋을덴데요 ㅎㅎ

그래서 전 극장엘 안간지 몇년 됐습니다 ㅋㅋㅋ

청아 2023-07-21 15:49   좋아요 2 | URL
저런 일 있고 난 뒤에 다른 분들도 많이들 경험하셨는지 영화 시작 전에 앞자리 차지 말라는 멘트가
나오더라고요. 이 얘기도 전에 한 것 같은데ㅋ 책을 읽다가 생각나서 써봤네요.

요즘은 좌석 스타일도 다양하고...그렇지만 저도 잘 안갑니다ㅋㅋㅋㅋ

자목련 2023-07-22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혜진의 소설, 애정해요❤️❤️❤️

청아 2023-07-22 13:05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하게 됐어요ㅎㅎ♥
김혜진의 다른 소설들도 더 읽어보려고요^^

그레이스 2023-07-23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
맞아요 맞아!

바빠져서 좋아요만 눌러놓고 북플을 도망치듯 빠져나오곤 하다가, 겨우 여유가 생겨 페이퍼 하나 쓰고 알림받은 내용들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 책 읽고 싶네요.
딸에 대하여 좋았어요.

청아 2023-07-23 22:28   좋아요 1 | URL
그 대목 때문에 간략하게 나마 글을 꼭 남기고 싶었어요.
그레이스님이 딱 알아봐 주시네요^^*

이 책 좋았습니다.<딸에 대하여>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3-08-07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혜진 작가의 소설들 좋아합니다.
이제 보았네요^^
정희진 샘이 윤리적인 작가라고 칭찬하셨는데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합니다.
조용하지만 센....젊은 여성작가들 참 많아요.
김혜진 최은영 백수린 김금희 황정은 등등...
사랑스런 작가들이에요^^
그 중 김혜진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면 왠지 매번 마음이 꽤 힘들어 지기도 했네요.^^;;

청아 2023-08-07 23:38   좋아요 0 | URL
제가 국내 작가들에게 소홀했는데 이번에 이 책 읽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무님은 이미 여럿 읽어오셨군요! 황정은 작가를 제외하곤 다 읽어본적이 없네요. 메모해둡니다^^
저도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래서 딱히 독후감이라기엔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감상이 되어버림요ㅎㅎ 김혜진 작가의 다른 책들 다 대출중이라 예약걸어놨어요>.<
 

 

  





이 책이 한국에 처음 번역된 게 1983년이라고 한다. 나에게 닿기까지 40년이 걸린 셈 이다. 초등학교 때는 그렇다 쳐도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 때까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란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친구가 알라딘 서재라는 공간을 추천해주지 않았다면 영영 모르고 살았을지 모른다. 왜 신사임당, 유관순, 박경리,박완서, 나이팅게일은 교과서에 실리고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나혜석, 시몬드 보부아르, 토니 모리슨, 버지니아 울프, 도리스 레싱, 수전 손택, 필리스 체슬러는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전달되지 않았을까? 이 논쟁적이고 통쾌한 글을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 그에 비해 남성 문학은 얼마나 과잉 대표되고 있는가. 억울할 지경이다. 과해도 너무 과해서 그들의 자의식은 하늘을 찔러 미투가 한국에서 한창일 때 그 피바람은 놀랍게도 문학계, 예술계에서 불어왔다. 당시에는 왜?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저런 현상들이 거의 다 납득이 된다. 한쪽은 스스로 감당도 안 될 만큼 비대해지고 다른 한쪽은 존재마저 부정하려는 듯 희미해지고 굶주리고 있는 이유를. 이 굶주림은 단지 심리적인 것만이 아니다. 44사이즈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이상적인 몸매가 되어 정신적인 삶은 추구할 시간조차 없다. 시간도 없고 필요도 없는데(그렇게 믿는 게 바람직해지고 편해지는) 이 굴욕과 억압을 언제,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지식인 남성이 아내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상태가 자신을 피해자라고 정의하는 근거가 된다. 나아가 그는 피억압자로서 탈출을 꿈꾼다. 착취자가 피해자고 그래서 해방을 꿈꾼다? 성별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남편이 여자 손님을 상대로 집에서 성을 파는 '호스트'고,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돈과 식사를 요구한다. 그런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아내가 남편에게 심리적 적개심을 가지고 자신이 피해자라 운운한다면, 스릴러가 될 것이다. 성매매처럼 성별화된 문명은 없다. 우리는 아무도 '인류 최고最古의 직업이 남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성별을 바꾼 '날개'의 서사는 상상할 수 없다. p.204 정희진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사방에서 다이어트나 미용 강좌, 옷과 화장, 그리고 엉터리 왕자가 꿈꾸는 소녀가 되기 위해서라면 억지로 훼손시켜서라도 몸을 유리구두에 꽉꽉 눌러 넣으려고 달려든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만일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받게 되는 벌은 엄청나다. 그들의 사회적 정당성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점점 더 닮아 보이게 된다. 동시에 육체적 외형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기대된다. (...)이러한 갈등 그 자체가 중요한 정치적 기능을 하고 있다. 여성이 점점 더 닮아 보이기 시작하고 가공의 이상과 다른 정도에 의해서만 구별될 때, 더 쉽게 계급으로서 정형화될 수 있다. p.221 성의 변증법





여권이 신장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도 하고. 과연 그럴까? 이제 미의 기준은 너무나 절대적이고 공고하여 백인 바비와 유사한 점이 없어도 너무 없는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하자 소셜에서 꽤나 비난받았다. 차별은 더 교묘해지고 치밀해졌을 뿐이다. 투표권이 생기고 법적 권리가 과거에 비해 늘어났지만 과거에 비해 늘어났을 뿐이지 절반인 남성에 비해 여전히 부정의에 시달린다. 오히려 유혹은 더 많아졌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다양한 소비문화의 집중포화를 감당해 내야 한다. 제대로 인식하고 사유하려면 이겨내야 할 것들이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많다. 남자는 알을 깨고 나오면 되지만 여성은 알을 깨야 할 필요성을 느낄 새도 없다. 대한민국 어디엔가  제2의 파이어스톤이, 보부아르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있을 가능성보다 스스로의 잠재된 재능을 깨닫지 못한 채 화장이나 성형에 관심을 두고 취집을 꿈꿀 가능성이 아직은 조금 더 높아 보인다. 비혼주의 여성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여성들이 알을 깨는데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 공부가 더 널리 퍼져나가야 한다. 여성들은 더 읽어야 한다. 




가장 창조적인 시기의 주요 에너지가 '괜찮은 남자를 낚기 위해'쓰여지고 일생의 대부분은 낚은 것을 '유지하기'위해 쓰여진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남성에게 직업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는 전일근무 직업이 될 수 있다). 이 경주에서 낙오를 선택하는 여성은 사랑 없는 삶을 선택하는 것으로, 그것은 우리가 보아온 대로 대부분의 남성이 그렇게 할 용기를 가지지 못한 것과 같은 것이다. (...) 여성은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여자 이상이어야 하며, 자신이 열등하다는 정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를 끊임없이 찾아야만 한다. 남성만이 그녀에게 은총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여성은 더 큰(남성)사회에서의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이 거의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ㅡ그리고 그런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ㅡ많은 남성보다는 한 남성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이다. 사실상 바로 이것이 대부분의 여성이 하는 선택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는 좋은 사랑의 현상이 계급적 맥락 때문에 왜곡된다. 여성은 건전한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사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p.201. 성의 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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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7-20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잉대표˝
그런 경향성에 문제의식 전혀 없던 사람까지 뜨끔하게 만드는 말씀이십니다.
저도 어슐러 르 귄의 인터뷰집을 읽기 전까지는, 예를 들어 SF 문학계에서 남성의 과잉대표 문제에 대해 한 번도 궁금해 하지도 생각해본적도 없었거든요.
미미님 말씀처럼 교과서 수록 선별 인물들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겠네요.....관성적인 위인이 아니라.
생각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미미님.

청아 2023-07-20 09:34   좋아요 1 | URL
<성의 변증법>과<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함께 읽었는데
문학계의 문제를 실감했습니다. SF 문학계도 마찬가지군요? 어슐러 르 귄 읽다만 저.. ㅠ.ㅠ
자연과학 쪽에 대부분 남성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합니다.
학교 교육이 성차별을 내면화 시키는 요충지인 만큼
이런 식으로 치우친 교육은 계속해서 더 많은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 2023-07-20 0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휴 너무 좋네요.
저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면서, 다른 분들이 여성주의 책들을 읽고 이렇듯 본인의 생각과 감상을 적어주시는 일이 너무 좋고 뿌듯합니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어도, 다른 부분에서 인상을 남겨도 너무 짜릿해요! 그래서 오래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출근길에 사랑에 대한 부분 읽었는데, 와 파이어스톤 님 너무나 대천재 이십니다. 저 스물다섯에 뭘했을까요 ㅠㅠ

잠자냥 2023-07-20 08:38   좋아요 3 | URL
스물다섯에 다락방은



많이 먹었다.

다락방 2023-07-20 09:31   좋아요 3 | URL
마시기도 오지게 마셨고요, 나쁜 연애도 시작했습니다. 하- 치욕스러운 과거를 만들었어요. ㅠㅠ

청아 2023-07-20 09:45   좋아요 3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20대에 여성학을 지금만큼 공부했더라면 연애에 시간 낭비를 안 했을 거란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파이어스톤은 보부아르 보다 급진적으로 한 발 더 내디뎠다는 느낌이었고요.

아.. 사랑 포함한 4,5,6,7,8 장이 너무 좋았습니다. 재독 삼독해야만 하는 책ㅜ.ㅜ

건수하 2023-07-20 10:56   좋아요 1 | URL
미미님/ 극공감이요! 그때 연애 (연애, 소개팅, 다른 이들의 연애 상담 등등) 에 시간 안 쓰고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요.

책읽는나무 2023-07-20 11:33   좋아요 1 | URL
나도 20대 때 모했나?
더듬어 봅니다.ㅋㅋㅋ
연애만 했네요. 아..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아! 넘 바빴네요.ㅜㅜ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없었...그래서 이런 세상이 있는 줄도 몰랐...ㅜㅜ

여자는 알을 깨야 할 필요성을 느낄 새도 없다!!! 저였군요!! 저!!! ㅋㅋㅋ

청아 2023-07-20 11:40   좋아요 2 | URL
나무님/ 여성들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책무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ㅜ.ㅜ
자각할 때 즈음에는 이미 나이 들고 지쳐버리는...
그래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 저는 앞으로도 아는 것을 선택하겠어요. 쭈욱ㅋㅋㅋㅋ

건수하 2023-07-20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알을 깨고 나오면 되지만 여성은 알을 깨야 할 필요성을 느낄 새도 없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전일근무 직업이 될 수 있다.. 정말 뼈때리는 말이었어요.
결혼하니까 더 이상 연애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연애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서 오히려 편했어요.
기혼 여성이 페미니즘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일지도..

청아 2023-07-20 11:30   좋아요 2 | URL
저도 20대에 넘치는 에너지를,시간을 연애에 거의 다 쏟아부었어요.
여성에게 주어진 현실을 알게 해주는 이런 책들을 교과서 대신 읽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적어도 젊은 여성들에게 선택의 길이 더 열리겠죠. 알게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이 책 뼈 때리는 말들 가득하죠!ㅎㅎㅎ

함께 읽으며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늘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