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 나는 나 자신에게 모호한 존재다. 나는 처음엔 달빛의 선명한 시야를 가졌었고, 그래서 하나의 순간이 죽은 뒤 영원히 죽은 상태로 접어들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해 그 순간을 뽑아낼 수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있는 건 관념들을 담은 메시지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 속에 숨겨져 있었던, 그간 내가 예견해 왔던 직관적인 황홀경이다. 또한 이것은 향연이기도 하다. 말들의 향연. 나는 목소리보다는 몸짓에 가까운 신호들로 글을 쓴다. 사물들의 내밀한 본질로 파고드는 것, 이 모든 건 그림을 그리면서 익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신을 새로 만들기 위해 그림 그리는 걸 그만둘 때가 되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을 새로 만든다. 내겐 목소리가 있다. -아구아 비바.클라리시 리스펙토르











2박 3일은 부담스럽고 당일치기로 여행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드라마가 나왔다. '박하경 여행기'! 배우 이나영의 

수수한 이미지와도 무척 어울리는 느낌이다. 원빈과 결혼한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화려함으로 경쟁하던 다른 배우들과 달리 단출한 식을 올려서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이나영. 요즘 내 눈엔 싱글 라이프가 젤루 멋지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결혼은 그렇듯 친지들만 모셔서 소소하게 하는 게 예뻐 보인다. 국어교사인 박하경은 교실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어져 기차를 타고 무려 해남으로 간다. 서울에서 5시간 걸리는 곳으로.






    






해남의 템플스테이를 예약한 것. 여기에 등장한 절이 궁금해 찾아보니 '미황사'란 곳이라고 한다. 불교인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하경은 절을 향해 산을 오르다가 돌탑? 이런걸 뭐라고 하지? 사람들이 돌을 차곡 쌓아놓은 걸 보며한마디 한다. '발로 확 차버리고 싶다.'라고.  나도 이런거 볼때마다 늘 생각하는 거라서 허걱 하고 놀랐다ㅋㅋㅋㅋㅋ (실제로 그런짓을 하진 않았습니다.) 이 대목은 배우의 애드립일까 감독의 생각일까 시나리오 작가의 의도일까 궁금하다. 아무튼 난 돌탑을 볼때마다 기도를 왜 저렇게 하지? 싶고 ... 우리 동네 산에도 하나 둘씩 늘어나다가 1,2개에서 8~9개 이상으로 어느 순간 너무 많아졌다.  알고보니 어떤 아저씨가 작업하고 있었다. 모든 돌탑을 그 아저씨가 작업하진 않았겠지만 그 아저씨는 숲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치 연작을 하듯 돌탑을 계속 몇개씩 쌓아올렸다. 아저씨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쌓고 또 쌓아올렸을까. 가파른 곳에 그렇게 만든 탓인지 폭우가 내리고 난 뒤 거의 다 사라졌다. 숲은 그냥 숲으로 두었으면 좋겠다. 












박하경은 절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마주치는데 이것도 재미진 부분. 요가 선생님, 소설가, 묵언 수행하는 불자, 수다쟁이 불자, 차를 훌륭하게 우려내 대접해 놓고 점잖게 앉아 있다가 정적을 나무라듯 시원하게 방귀를 뀌어대는 스님. 약간 기인처럼 등장한 소설가는 박하경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나중에 혼자 그녀에 관해 시를 쓰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소설가 혼자 너무 진지해서 더 웃긴ㅋ ) 자유여행은 이런 예상치 못한 만남 때문에 더 즐거운 듯.








ㅡ당일치기 여행자ㅡ


여행의 목적이 무엇일까

고민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

자기 안에 어떤 질문이 있으니까

멀리 이곳까지 왔을텐데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조차 

내가 여기 왜 왔나 싶은 모양새다.





그렇다. 박하경은 해남을 당일치기로 왔다. 템플스테이 안내자가 오늘 예약하신 분이냐고 묻자 박하경은 덧붙일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린다. 그리고 자신은 오늘 자고 가진 않을 거라고. 오늘 저녁에 떠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안내자는 황당해하며 '왜요?'라고 묻고 박하경은 말한다. '그냥.....그러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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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7-22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하경 여행기 1회 반 정도 봤어요 ㅎㅎㅎ 이나영이라서 가능한 분위기가 나는 드라마입니다 토요일 마저 잘 보내시길요!

미미 2023-07-22 17:24   좋아요 1 | URL
길지 않은데도 한번에 쭉 보기엔 뭔가 심심한데가 있죠?ㅋㅋㅋ 정말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가 없네요^^

얄라알라 2023-08-01 12:47   좋아요 2 | URL
서곡님과 미미님 말씀에
이나영 배우의 매력이 궁금해지네요.

제대로 그 배우의 연기를 본 적이 없다는 걸 지금 댓글 달면서 깨달았어요

미미 2023-08-01 15:1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나영 배우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영화는 몇편 봤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시리즈가 가장 느낌이 좋았습니다. 7,8화는 조금 지루했지만 나머지 회차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했어요.

서곡 2023-07-22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 보기엔 심심 ㅋㅋ 자극적인 걸 본 후 찾아보면 중화가 될 것 같습니다 ㅎㅎ

미미 2023-07-22 17:35   좋아요 1 | URL
제가 그랬어요ㅋ 조금 폭력적인(재미 없었음ㅠ) 영화 보고 난뒤 보니 순두부찌게로 해장한 기분였어요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2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저 오늘 내일 이 페이퍼 쓰려고 했는데 찌찌뽕 입니다! 저는 2편이 너무 좋아서 자꾸 생각나고 친구들에게도 얘기해요. 2편 얘기 하려고요. 아 그 뒤는 아직 안봤습니다. 미미 님은 저랑 아주 다른 분이시지만(리스펙토르) 가끔 저랑 굉장히 같아요.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요? 훗.
그리고 필체 참 좋습니다.

미미 2023-07-22 21:42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도 보셨군요!! 찌찌뽕! ㅠ.ㅠ 저 이 드라마 좋아져서 아껴 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오늘 2편 보다가
조금 울었어요. 다락방님 어떤 이야길 써 주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도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자주 그런 감정을
느낍니다. 저보다 훨 매력적이고 풍부한 감성, 깊이를 가지셔서 당연한 일이지만요. 헤헷

필체...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07-23 0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일치기 여행 좋아해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면 하루 묵을 준비도 안해도 되고 가볍고 좋더라고요.
이 드라마 좋을 것 같은데 이 ott가 없어 아쉬워요.
유튜브에서라도 찾아봐야겠어요^^

미미 2023-07-23 09:39   좋아요 2 | URL
네!^^ 당일치기면 일단 가볍게 갈 수 있어 좋지요. 기차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설레더군요. ㅎㅎ 웨이브에서 하는데 참고로 첫달은 100원이에요. 제 생각엔<나의 해방일지>의 감성이 아주조금 담겼어요.

호시우행 2023-07-23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일치기 여행지로 해남은 너무 멀어요. 이나영이 연기한다니 한번 보고 싶은 드라마네요. 어린 딸을 데리고 전라도 쪽 사찰을 두루 여행했던 그 시절이 생각나게 하네요.

미미 2023-07-23 09:44   좋아요 0 | URL
왕복 10시간은 멀어도 너무 멀죠 ㅋㅋ이나영에게 잘 어울리는 드라마고 역할이라고 느꼈어요. 사찰 여행 다니셨군요! 딸에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겠네요 ^^

책읽는나무 2023-07-23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혜리 기자의 팟빵에서 이 드라마 소개가 있었는데 실제 인물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보고 싶은데 그 플랫폼엔 가입이 안되어 있어서....요즘 넷플 왓챠 끊고 웨이브나 티빙으로 갈아탈까? 싶다가도 그럼 삶이 끝장날 것 같아 참고 있어요.ㅋㅋㅋ
근데 미미 님도 글씨체가 몽글몽글 이쁜 글씨체로군요? 닮고 싶은 몽글몽글 아기자기한 글씨입니다^^

미미 2023-07-23 15:15   좋아요 1 | URL
나무님 삶이 끝장 나다니요ㅋㅋㅋㅋ 저는 넷플 끊고 웨이브 첫달 100원이라고 해서 보고 있는데 기간 끝나면 해지할거에요. 삶이 계속되고 있습니다.ㅋㅋㅋㅋ 실제 인물 이야기인줄 몰랐어요!!
김혜리 기자 팟빵도 들어봐야겠습니다. 나무님도 딱 좋아하실만한 분위기의 드라마예요. 편당 24분짜리 짧막한
이야기들인데 잔잔한 파문을 남깁니다. 저절로 홍보대사가 되버린 저ㅋㅋ

글씨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3-07-23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봐야겠네요

그레이스 2023-07-23 22:32   좋아요 2 | URL
찾았어요. 웨이브에서 ㅎㅎ
˝19세기말 프랑스에서는 갑자기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처음부터 확 끌리네요~♡

미미 2023-07-23 22:52   좋아요 2 | URL
그렇죠?!!ㅎㅎ 저도 한 편 보면서 자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새파랑 2023-07-23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일치기 여행은 정말 힘든데 ㅋ 해남까지 기차가 간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무궁화호 일까요? ㅋ

미미 2023-07-24 00:03   좋아요 1 | URL
ㅋㅋㅋ기차 타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새파랑님은 출장 한번씩 가시잖아요^^ 장마 끝나면 이번엔 꼭 가까운데라도 다녀와야겠어요ㅋ

레삭매냐 2023-07-25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구아 비바, 어젯밤에 조금
읽다 말구 잤는데...

허허 참 난해하더군요.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야겠지요.

미미 2023-07-25 14:14   좋아요 1 | URL
저도 다른 책이랑 번갈아가며 조금씩 읽고 있어요ㅎㅎ

사막을 걷는 것 같은
글인데 한번씩 오아시스가 나타납니다^^

기억의집 2023-07-27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돌탑 싫어하는데.. 저걸 왜 쌓고 계시나 싶습니다. 이 영화 흥미롭네요. 그러고 싶어서요.. 대사는 이나영식 말투로 혼자 상상하게 돼요!!

미미 2023-07-28 10:40   좋아요 0 | URL
‘돌탑 발로차고 싶다‘는 표현만큼 기존 통념을 깨는 장면들이 더러 등장해요. 편당 24분 시리즈인데 정적인 분위기와달리 얘깃거리가 많다는 느낌 받았어요. ^^

zazajaja 2023-07-30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아름다운 중력gravity의 힘에 대하여...